DM-1매장
혼란스러운 카즈델의 전장에서, 용병 외드레르와 이네스는 정체불명의 전사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한 명의 W가 죽고, 한 명의 W가 함께 하게 되었다.
나다.
목표 지점 도착. 육안으로 신호탄 좌표 확인.
……동료와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그 사이에 피해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지하 송신소에 쌓아둔 물자가 충분하니, 피해를 어느 정도 메꿀 수는 있겠지.
아, 그래. 정찰병은 먼저 출발해도 좋다.
나도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지.
……참, 뜻밖의 피해가 있었다.
W가 죽었다.
……
……그렇게 엄살 피운 것치고는, 사지 멀쩡하게 돌아왔잖아?
아니면, 남의 공적을 가로챌 생각이라도 했던 건가?
그렇다면 너도 기지를 떠나서 굳이 우리를 마중 나올 필요는 없었겠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걱정한 적 없거든. 혼자 착각하지 마.
W가 후방에서 틈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아무도 도망치지 못했을 거다.
……
……언제 일어난 일이야?
2시간 전, 통신이 끊겼을 때 복병을 만났다.
W가 폐허를 부숴줘서 도망칠 수 있었지. 그 녀석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아깝게 됐네.
……그래. 만약 녀석이 살아서 기지로 돌아왔다면, 나조차도 초월한 가장 몸값이 높은 용병이 되었겠지.
그만하지. 이미 지나간 일을 지금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적어도 녀석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니……
적은 이미 퇴각했는데, 회수하러 갈 거야?
아니, 다시 진입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거다.
왜 그러지? 설마 너희 둘 사이가 그렇게나 좋았단 말인가? 전혀 몰랐군.
녀석이 갖고 있을 전리품이 아까울 뿐이야.
특별한 건 없다. 다른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게 훨씬 더 값어치 있을 거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우리의 본업으로 돌아갈 기회는 차고 넘칠 거다.
끝난다면…… 말이지.
흠……
위로의 말은 나중으로 미루지. 해가 지기 전에 여길 떠야 한다. 계속 머물러 있다간 희생양이 되기 딱 좋으니.
기지로 돌아가지. 바로 출발한다.
흐응……?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외드레르 '부'대장?
……다른 팀들과는 모두 연락이 끊긴 상태니, 지금 지휘권은 나에게 있다.
우린 같은 급이라고.
후우……
……이네스, 일단은 서둘러 거점으로 돌아가지. 그 다음에 고용주에게 연락해서 보수 협상을 다시 해보자고.
이건 내 제안일뿐이다, 명령이 아니라. 알겠나?
흥……
W의 죽음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
큰 도움이 되지.
W는 우수한 용병이었다. 부르는 게 값인 사람이었지.
그러면 적어도…… 개죽음은 아니겠네.
혹시 마지막에 뭔가 남긴 거라도……
……쉿.
누군가 온다. 3시 방향이야. 우리 쪽 사람이 아닌데……
……
……한 명뿐이네. 좋은 말로 할 때 튀어나와라.
……
살카즈……? 현지인인가?
아니, 아니야. 손에 든 건 W의 칼과 총……
넌 누구지?
……
말 안 해? 그럼, 죽어.
잠깐.
우리 뒤를 밟고 있는 여자라고.
……
……따라오게 그냥 둘 거야?
우리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저 몸으로 W의 유품을 들고 계속 쫓아오고 있어. 그것도 걸어서.
저 여자는 '경험이 있는' 살카즈다. 어쩌면 철수할 때 가이드 하나쯤 필요할 수도 있겠지.
……미쳤어? 그럼 여기서 당장 해치워 버려야지.
지금 당장 해치워. 우리 다 죽는 꼴 보기 싫으면 .
내가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저 여자가 암살자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라면 어쩌려고?
카즈델에 네 목을 원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잖아?
호오, 얼마나 많길래 그러는 거지?
……일단 네 눈앞에도 하나 있고 말이야.
네 목은 꽤나 비싸다고. 지금은 내가 잠깐 내 몫을 네 목 위에 놔둔 것뿐이니까 너무 자만하진 않는 게 좋을걸?
충고 고맙군, 하지만 나도 농담하는 건 아니다.
저 여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W의 칼과 총을 주워왔다. 그리고 우리 앞에 당당하게 나타났지.
상대에게 악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네 아츠로도 감지할 수 있지 않나?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출신 불명의 살카즈인을 받아줄 리 없지.
그래, 그게 너와 나의 다른 점이란 거다.
도중에 몇 번 허점을 보여주었는데, 저 여잔……내게 돌을 세 번 던지더군.
호의를 꽤 재밌게 표현하는 것 같지 않나?
……뭐?
우리 규칙대로,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번 전투로 우리도 전력을 꽤 잃었다. 어차피 전력을 보충하려면 출신이 애매한 살카즈인을 모집해야 할 텐데, 지금 바로 직접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
그래도 저 여잔 안돼, 그 규칙도 분명……
……됐어, 관두자.
10분 뒤 출발이야. 몇 명이 출발하든 상관 안 할 테니까.
단, 누가 됐든 명줄이 붙은 채로 출발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훗, 참을성이라곤 전혀 없군.
그래…… 너, 내 말 잘 들어라.
……
네 손에 있는 것은 우리 전우의 유품이다.
그걸 내려놓는다면, 여길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다. 물론 다른 어딘가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그 시점을 좀 더 늦출 수 있겠지.
……
……
마지막 기회다.
……
음…… 기회?
……나한테 다른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었잖아. 내가 몸을 돌리는 순간, 넌 검을 뽑을 테고, 난 쓰러지겠지.
처음부터…… 네 다른 한 손은 칼자루 위에 올라가 있었으니까.
……좋아.
어쩌면 우릴 봤을 수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했을 수도 있을 테지만, 난 상관 안 한다.
단, 전사자의 무기를 인계받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
그렇담, 먼저 철수 준비를 하지.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일단은, 부대로 복귀한다……
……'W'.
전쟁은 멈춘 적이 없었다. 우리의 전쟁은 멈춘 적이 없었다.
전쟁은 마치 우리가 줄곧 의지해온 생존 도구와도 같았다.
……그래, 맞아.
누군가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미 마음먹은 대로 움직였다. 전자는 살았고, 후자는 죽었지.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중엔…… 날 때부터 이쪽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뜻밖의 기쁨이었다.
곧 무너질 폐허 속에서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난 확신했다……
그녀가 가장 뛰어난 살카즈 전사가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