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프틸롭시스는 늘 일기에 자신이 잊고 싶지 않은, 중요한 일들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글을 쓰는 것 보다,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과 직접 마주보고 대화 하기를 바라고 있다.
프틸롭시스, 돌아왔구나.
네.
나 대신 조사하느라 수고했어. 네가 없던 사이에 이 실험도 거의 끝났으니, 앞으론 내가 갈게.
아뇨.
다음에도 제가 가겠습니다.
……응?
무슨 일 있었어?
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확실히, 이 일기장입니다.
아니네요…… 이건 라인 랩에 있을 때 기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일기장이……
찾았습니다. 이 일기장입니다. 사일런스 씨를 따라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이후, 새로 바꿨던 새 일기장입니다.
열람, 시작하겠습니다.
3월 21일, 흐림
오늘 로도스 아일랜드에 새로운 오퍼레이터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한 명은 훔, 또 한 명은 아라고 합니다. 와이후 씨와 같은 곳에서 온 것 같습니다.
둘 중에선 아 씨가 인상에 남습니다. 굉장히 젊어 보이지만, 듣기론 용문에서 유명한 무면허 의사였다는 것 같습니다. 의료부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4월 2일, 구름 많음
……그러고 보니, 와파린 씨가 '미스터 블러드'라는 것을 알게 된 아 씨는 종종 의료부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부 대다수는 그를 싫어합니다. 그가 우리를 향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사로서의 실력은 매우 뛰어난데…… 대체 왜 그런 걸까요?
4월 15일, 맑음
……지난번에 와파린 씨와 '시합'을 한 이후 훔 씨에게 끌려나간 아 씨는, 그 뒤로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의료부 사람들도 그의 성격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래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와파린 씨와 그의 '두 번째 시합'이 있었습니다.
어이, '미스터 블러드'! 승부다!
으으… 정말 귀찮게 구네. 저번에 나에게 그렇게 져놓고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인가?
진지하게 하는 소리야? 그걸 내가 졌다고 할 수 있어?
어이, 거기 깃털 달린 누님. 그때 봤었지? 뭐라고 말 좀 해줘!
……
사일런스 씨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 말하는 건가?
시스템 판단에 따르면 저를 불렀을 가능성이 50% 존재하지만, 저 호칭에는 반응하기 싫다는 저의 사고회로가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나도야.
둘이 뭐라고 쑥덕대는 거야. 말이나 해보라고. 지난번 그거, 진짜 내가 졌다고 생각해?
……아, 지금은 업무 시간이니까, 멋대로 업무 방해하지 말아 줄래?
네네네~ 그냥 물어본 것뿐이니까 대답만 해주면 바로 돌아갈게. 너희의 그 고상한 '업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시스템 기록 로딩 중……
시스템 기록에 따르면, 확실히, 객관적으로, 지난번 시합은 마지막에 발생한 돌발 상황으로 인해, 어느 쪽의 승리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봐봐, 들었지!
쳇, 그래 그럼.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이겨주지!
하아… 저 아라는 사람이 온 이후부터 하루하루가 난장판이에요. 박사님은 왜 저런 사람을 데려온 거지……
악랄한 성격이지만, 그의 임상 경험과 놀라운 재능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늘 우리를 깔보는 것 같단 말이죠.
맞아 맞아, 저번 수술은 확실히 대단했으니까… 그래서 조금 다시 봤는데, 잘 지내볼까 하고 다가갔더니 비웃음만 샀다니까.
아아 짜증 나!
그 사람이랑 잘 지내려면 와파린 선생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저런 걸 잘 지내는 거라 할 수 있나…… 프틸롭시스, 어떻게 생각해?
시스템에서 적합한 단어 검색 중…… 검색 결과, '유유상종'입니다.
하하하, 그렇네, 유유상종이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으세요?
앗, 안셀 선생님. 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아…… 제 성격이랑은 잘 안 맞지만, 확실히 굉장히 대단한 신입이죠.
역시 안셀 선생님이세요. 아에게도 이렇게 상냥하다니……
자, 거기까지 하지. 아무리 오늘 업무가 안 바쁘다 해도 업무 시간에 잡답은 안 돼. 각자 자리로 돌아가.
네~
안셀, 어때?
음, 여기 보고서요. 전체적으로 효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응. 이미 예상했던 결과야. 그럼 바로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지.
프틸롭시스, 너도 같이 가자.
(쿠우우울……) 음? 네, 알겠습니다.
아 씨가 온 이후로 의료부는 시끌벅적해졌습니다. 물론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싫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싫지는 않았다'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다음에는……
네, 바로 이 기록입니다.
6월 10일, 약간 비
정찰 오퍼레이터의 정보에 따르면, 주변 산악 지역에서 오리지늄 광맥이 발견되었다는 모양입니다. 켈시 선생님께선 곧바로 조사팀을 파견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사일런스 씨와 메딕 오퍼레이터들이 조사팀과 동행했습니다.
오늘은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습니다.
5월 15일, 맑음
가비알 씨가 외근에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시간에 우리는 가비알 씨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귀찮은 적들을 어떻게 쓸어버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메딕 오퍼레이터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5월 1일, 구름 많음
새로운 메딕 오퍼레이터 면접을 본 후, 안셀 씨와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기 전 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안 유지 때문에 라인 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대화였습니다.
네. 바로 이때입니다.
그러니까, 전에 라인 랩에선 환자이자 연구원이셨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일런스 씨가 치료 플랜을 세워주고 있습니다.
또한, 사일런스 씨도 감염자이기 때문에, 그녀 자신만을 위한 치료 플랜도 존재합니다.
라인 랩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적지 않습니다.
라인 랩도 로도스 아일랜드와 비슷한 일을 하는군요. 지금까지 라인 랩은 과학기술 기업인 줄만 알았어요.
네. 로도스 아일랜드처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아서, 자세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라인 랩과 로도스 아일랜드는 공통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물어보기만 하면 죄송하니까, 제 이야기도 좀 해볼까요.
음…… 사실 말할 만한 것도 없지만…… 제 고향은 림 빌리턴이에요. 저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최첨단 기술이라고는 접해본 적도 없었죠.
일자리 때문에 막막해졌을 때, 우연히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시도나 해보자 싶어서 지원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동의합니다. 저도 사일런스 씨에게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소형 육상 이동함선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오고 나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대우도 나쁘지 않고요.
물론 집에 자주 갈 수 없어서 가족을 보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요.
가족……
아, 혹시 제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한 건가요?
아닙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잠시 저의 가정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찾았습니다. 그렇군요. 조금 잊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족을 만나지 못해서 마음이 무거우시겠어요.
아닙니다.
어? 아닌가요?
네.
그것보다 안셀 씨,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주십시오.
아, 네. 그래요. 림 빌리턴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게요.
네.
안셀 씨는 그의 고향, 광업 도시의 풍경, 그의 집, 여동생, 그리고 그가 왜 의사가 되기로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억 속 부모의 모습처럼,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느껴졌습니다.
네. 의료 팀의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먼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문제는 있었습니다.
그럼, 이번 일기를 기록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어쩌면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X월 X일, 흐림
드디어 로도스 아일랜드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임무에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예전에도 팀을 따라 종종 나가곤 했지만, 이번에 발생한 특수 상황 때문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입니다.
(쿠우우울……)
……씨, 프틸롭시스 씨.
……! 제가 슬립 모드로 전환되었던 겁니까?
네. 채집 중에 특수 상황이 발생해서, 장비들을 다시 테스트 중이라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아뇨 아뇨. 프틸롭시스 씨가 지금까지 많이 도와주셨는데, 성능 테스트 같은 간단한 일까지 도와달라 할 순 없죠.
성능 테스트는 오늘 안에 안 끝날 테니, 무료하시면 근처에 있는 카시미어에 들렀다 오시는 건 어떠세요?
이 근처에 있는 유일한 유목 마을이긴 하지만, 그렇게 작지만도 않거든요. 정찰 오퍼레이터 말로는 장터도 있으니까 시간 보내기에 좋을 거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계속 쉬셔도 문제는 없습니다만.
……네, 한번 가보겠습니다.
네 그럼 여기 지도 보고 찾아가시고, 여행 경비도 조금 드릴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카시미어 화폐는 이게 전부입니다. 이번 일은 예상에 없던 거라 미리 환전을 못 해놔서……
카시미어 화폐, 환전?
아, 네. 용문폐가 많은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만능은 아니니까요. 특히 이동도시 밖의 마을에서는 현지 화폐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같은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음? 같이 가시는 겁니까?
아, 사실은 그게… 이번 작전은 소규모 작전이라 임시 기지를 따로 세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통신 설비도 사용할 수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투력이 높지 않은 멤버가 외출할 경우엔 반드시 호위가 동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몸 상태는 우리도 다 알고 있거든요. 안전을 위해서라도 혼자 보낼 수는 없죠.
그렇군요. 기지에 관한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갱신해야겠습니다.
아, 모르고 계셨나요?
그렇습니다. 외출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왜 사과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출발하시죠.
돌이켜 보면 그때의 그 사과는, 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여, 제게 상처를 주었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사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첫 번째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당연한 것들을 많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사실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전부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는 것들입니다. 단지,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음, 이 문장은 수정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입니다.
카시미어의 풍경은 컬럼비아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본 함교의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공기는 훨씬 더 깨끗했고, 녹지 비율도 훨씬 높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쿠란타지만, 다른 종족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장터가 상상보다 훨씬 더 시끌벅적했다는 것입니다.
구매를 담당하는 지원 오퍼레이터와 합류하고 나자, 그는 제게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의료부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아가씨, 뭐 찾으시나? 천천히 보고 가요.
……
……아가씨?
……모르겠습니다.
엥? 가게까지 들어와서 뭘 살지를 모르겠다니……
……
아, 죄송합니다. 동료가 가끔 넋을 놓기도 해서요.
카시미어 기념품 같은 걸 좀 보고 갈까 하는데, 뭐 좋은 게 있을까요?
그때, 저는 두 번째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의료부 동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관계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넓은 의미로 보았을 땐, 나와 사일런스 씨는 좋은 친구라고 판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라인 랩에서부터 함께 일했고, 저를 로도스 아일랜드로 이끈 것도 그녀입니다.
저와 다른 메딕 오퍼레이터들의 관계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베이스로 돌아가고 나서,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저는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음…… 사실 그 시간 중 절반 정도는 자는 데 허비했습니다.
마을로 가는 도중, 길에서 잠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수월하게 읽기 위해, 이 부분은 생략해야겠습니다.
라인 랩에서 로도스 아일랜드로 옮겨온 이후로……
프틸 언니, 문 열어!
이프리트, 무슨 일입니까?
사일런스는 실험 중이고, 언니가 돌아왔다길래 보러 왔지.
프틸 언니는 평소에 늘 여기 있었잖아. 그래서 이번에 임무 나간다고 하니까 사일런스가 없을 때보다 더 기분이 이상한 거 있지.
돌아와서 다행이야!
확실히 저는 외출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닙니다.
……확실히, 잘 나가지 않습니다.
왜 같은 말을 두 번이나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뭐? 언니, 설마 나갔다 와서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니지?
아닙니다. 시스템상에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지만, 복구를 완료했습니다.
카시미어산 기념품을 사 왔습니다. 저기에 있습니다.
진짜? 어디 어디……
우와~ 이 목검 멋있다!
흡! 핫! 하아!
어때? 신출귀몰하는 쿠란타 같지?
아니요.
칫…… 됐어. 어쨌든 난 이거!
알겠습니다.
그림책은 책꽂이에 있으니, 저기에서 봐도 좋습니다. 저는 작성할 것이 있습니다.
알았어!
후우…… 그럼……
라인 랩에서 로도스 아일랜드로 옮겨온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곳 생활에는 익숙해졌습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생활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외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생활을 부인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이미 정상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상이라는 단어를 써도 되는 겁니까? 저의 생활은 정말로 비정상입니까?
……넓은 의미로는, 분명 그럴 것입니다.
저는 그저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광석병이 대체 제게서 무엇을 빼앗고, 또 무엇을 주었는지, 저 자신도 설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라인 랩에 있을 때는, 사일런스 씨가 치료 방안을 제시한 이후로, 연구와 수면이 생활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저의 몸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외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하더라도 개인행동은 자제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동료들이 해주는 이야기와 자료, 그리고 창밖의 풍경을 통해 바깥세상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는 지금, 제가 가비알과 안셀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전에 저는, 제가 왜 그들을 동경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저는 그것이 저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화제에 참여는 했으나 그 속에 속하지 않는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프틸 언니, 뭐 해? 보고서 같지는 않은데.
일기입니다.
일기? 아, 사일런스가 나한테도 쓰라고 한 적 있는데, 쓰는 거 안 귀찮아?!
확실히 매일 작성하는 것은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왜?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왜 잊는데?
저는 잘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음…… 모르겠어.
모르는 편이 낫습니다.
어…… 봐도 돼?
네. 하지만 전부 글씨뿐이라, 마음에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됐어. 그림책이나 계속 볼래.
네.
아, 그러고 보니……
……
사일런스 씨, 무슨 일입니까? 실험에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응? 아, 아니야.
이프리트에게 무슨 선물을 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곧 생일이니까.
생일 선물?
응. 일단 불에 잘 안 타야하고, 애가 좋아할 만한 걸로 해야겠지. 휴… 애들 속은 알 수가 없다니까.
직접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
왜 그래?
아닙니다. 사일런스 씨도 이런 일로 고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해? 음…… 확실히 나답지는 않았네.
그래도 내가 이프리트를 데리고 가기로 결정한 이상,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지.
일에 한번 몰두하면 며칠씩 쉬지 않는 사일런스 씨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이것이 저의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처음부터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저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연구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가 연구를 싫어했다면, 처음부터 라인 랩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라인 랩이건 로도스 아일랜드건, 저보다 비참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저는 행운아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하는 연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것을 쓰는 것은 한탄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못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가 일기를 쓰는 목적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가끔씩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금속의 마찰음,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 고함과 폭발음.
제 몸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는,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때로는 잠에서 깨면, 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 잊어버리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기억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중요한 것……
프틸 언니, 왜 날 뚫어져라 보는 거야? 그리고, 아까부터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건데?
아닙니다.
설마 무슨 사고라도 쳐서, 사일런스한테 변명하는 거 도와달라는 건 아니지?
그동안의 정을 봐서 한 번은 도와줄 수 있지만 너무 큰 사고면 못 도와줘. 나도 사일런스한테 혼나긴 싫다고.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의 일로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아니, 저는 제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후회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프틸롭시스, 이프리트 여기로 안 왔어?
아, 사일런스다!
이프리트가 귀찮게 군 건 아니지?
아닙니다. 아주 얌전했습니다.
헤헷.
그럼 됐어. 너는 괜찮지? 돌아왔을 때 상태가 조금 이상한 거 같았는데.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일런스 씨를 찾고 있었습니다.
나를?
네.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 이야기라면 평소에도 하지 않아?
네. 그렇기에, 이번엔 제가 이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