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ST-1뭇 백성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6-09-16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특별 청문회가 열린다. 소냐가 주도한 학생 단체가 카토르가 구에서 벌인 행동의 성격을 최종적으로 정의하는 자리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야는 학생연합대회에서 시위 결의가 통과된 날의 일을 떠올린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스티나, 지마, 레토, 압생트, 로사, ,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1102년 초


……청년 인재들을 아끼는 여러분의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나이가 범죄와 타락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르수스에서는 그들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일찌감치 군대, 공장, 광산 등지에서 제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탁상공론이나 펼치는 멍청한 철부지들뿐입니다. 그들에게 그 시끄러운 입을 다물라고 하면, 마치 우르수스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죠.

전장에 나가 본 적도, 전우의 목숨을 짊어져 본 적도 없는 주제에, 신문을 보며 전술판과 지도를 펼쳐두고 포위, 우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따위의 말을 외쳐댑니다.

공장에 발을 들여 본 적도, 생산 라인 하나가 멈춘 탓에 수십 쌍의 손이 나의 답을 기다리는 밤을 겪어본 적도 없는 주제에, “처우를 개선하면 생산량이 2배” 따위의 말을 외쳐댑니다.

짝을 지어 자작나무 숲에 숨어 들어가 끄적거린 그 구역질 나는 시들을 읽고 있자면, 크라이니 세베르 광부들의 삶보다도 더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들의 입장이란 건, 주변 모든 것에 대한 얄팍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들은 옛사람이 쓴 격언을 억지로 갖다 붙여 읊어댔습니다. 같은 처지의 멍청이들이 그걸 믿을 때까지요.

의회의 유일한 실책이 있다면, 그들에게 선의 가득한 인내를 베풀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저들의 경멸과 증오는 커졌고, 커다란 화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제 견해를 굽히지 않겠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처음부터 불필요했습니다. 여러분이 논하려고 하는 이 사건의 성질은 이미 명명백백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우르수스의 질서를 어지럽히려 했습니다. 무기를 들고 봉쇄 구역의 장벽을 부순 그들의 행위는 치밀하게 설계된, 명백한 반란입니다.


신랄한 귀족

그들의 '리더', '동장군'이라 불리는……

신랄한 귀족

소냐 미하일리브나는……

신랄한 귀족

극악무도한 우르수스의 반역자입니다.

중재자

유수포프 백작님의 견해는 존중합니다만, 이번 청문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학생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중재자

또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청문회의 최종 결과는 '카토르가 사건'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중재자

위대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일어난 이 전대미문의 끔찍한 사건에 대해, 우리는 공정하고 엄중하게 심의해야 합니다.

중재자

또한 우르수스의 미래……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도 가장 공정한 판단을 내려줘야 합니다.

신랄한 귀족

존경하는 중재자님, 시작에 앞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신랄한 귀족

지금 의회 건물 밖에 서 있는 저 학생들의 행동은 우르수스의 위엄을 직접적으로 훼손했습니다.

신랄한 귀족

중재자님의 머리 위에 있는 우르수스 엠블럼은 우리 우르수스인이 누리는 영예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신랄한 귀족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과거가 선황 폐하의 것이듯, 현재와 미래는 지금의 폐하와 폐하의 곁에서 우르수스의 의지를 받드는 우리의 것이어야 합니다.

신랄한 귀족

우리가 소냐 일행의 반역죄를 심판하지 못한다면, 우르수스의 미래를 그 철부지들에게 그냥 넘겨주는 셈이 되는 겁니다……

신랄한 귀족

그렇다면, 우르수스가 이 대지에 어떻게 발붙일 수 있겠습니까? 폐하의 공명정대함은 또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방청 중인 귀족

공명정대함? 당신들에게 '폐하의 공명정대함'을 함부로 입에 올릴 자격이 있다는 겁니까?

방청 중인 귀족

변호인도, 검사도, 배심원도 없는 청문회라니…… 성문법 개정안이 나온 지가 십수 년입니다. 그런데 썩어빠진 당신네 구닥다리들이 줄곧 막아 오지 않았습니까!

신랄한 귀족

하나 묻겠습니다. '신진 세력'이 제국을 위해 한 것은 무엇인가요? 체르벤이나 뿌려서 작위를 얻더니, 이제는 반역자들과 공모까지……

신랄한 귀족

폐하께서 하사하신 훈장을 버젓이 달고서 밖에서 시위하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와 이곳에서 떠들어대다니, 당신들에겐 부끄러움도 없습니까?!


한편, 의회 건물 밖.

우르수스 경찰

이 녀석들……

그는 원래 오늘 당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숙소 침대에서 다급하게 깨우는 소리에 일어난 그에게 상관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학생들이 의회 건물 주변의 모든 골목을 에워쌌다고 말해줬다.

그는 동료들과 완전히 무장하고 '전투' 준비를 마친 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깃발도, 함성도 없었다. 학생들은 그저 소리 없이 곳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경찰이나 공직자가 도착할 때마다 학생들은 길을 터 그들을 자신들이 '포위'한 공간 안으로 들여보냈다.

우르수스 경찰

……어?

우르수스 경찰

움직이지 마! 무슨 속셈이냐?

우르수스 학생

마음 놓으세요. 저희는 그저 친구를 응원하려는 것뿐이에요. 무례하게 굴 생각은 없습니다.

우르수스 학생

그런데 청문회에서 발언해 주기로 약속했던 분들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아서요.

우르수스 학생

혹시 경찰이 그분들을 구금한 건가요? 청문회가 이대로 시작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데……

우르수스 경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우르수스 경찰

당장 뒤로 물러서!


방청 중인 귀족

……우리 쪽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죠? 왜 이렇게 많이 빠졌나요?

방청 중인 귀족

설마 저 늙은이들이 우리 측 증인들을 붙잡아둔 건 아니겠죠? 그쪽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요.

중재자

정숙하세요!

중재자

현재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내의 복잡한 정세로 인해 의회가 부득이하게 경찰력을 동원해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니, 늦을 수도 있는 게 당연합니다.

중재자

다만, 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지연시킬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다투는 동안 첫 번째 증인이 이미 이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방금까지도 다투고 있던 사람들이 문 쪽을 바라봤다. 가슴속 가득했던 분노는 호기심이 되었고, 방금 막 의회 안으로 들어선 우르수스 여성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중재자

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폐하의 공명정대함으로 청문회 절차는 반드시 계속되어야 합니다……

중재자

증인, 앞으로 나오세요.


소곤대는 귀족 A

저 증인이 그 소냐의 친구인가요?

소곤대는 귀족 B

네. 신귀족들이 사전에 약속한 대로 증언만 해주면 친구들 모두 가벼운 처벌만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더군요.

소곤대는 귀족 A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잖아요……

소곤대는 귀족 B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저 시정잡배들의 말이 얼마나 먹히는지 한번 두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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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조야 씨, 증인으로 출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재자

여러분도 이미 보셨겠지만, 조야 씨는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중재자

조야 씨의 부친은 존경받는 우르수스 경찰관으로, 체르노보그에서 제국의 질서를 수호하다 순직하셨습니다. 경찰관의 딸인 만큼, 제국을 향한 부친의 충성심을 이어받았으리라 믿습니다.

중재자

며칠 전, 조야 씨는 '카토르가 사건'의 참고인으로서 우리의 질의에 응했고, 보고서를 한 부 제출하였습니다.

중재자

청문회는 오늘 그 보고서를 낭독하고, 조야 씨에게 관련 세부 사항을 질의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청취 후 '카토르가 사건'의 경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중재자

조야 씨, 귀하께서는 본 청문회에 제출하신 이 보고서가 진실하다는 것과, 앞으로의 답변에 진실하게 응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

압생트

네, 그렇습니다.

방청 중인 귀족

잠시만요, 중재자님. 청문회 연기를 요청합니다.

방청 중인 귀족

조야 씨의 신원 보증인인 캄샬로프 남작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야 씨의 발언은 남작의 명예와도 관계된 사안인 만큼, 남작 없이 증언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태평한 귀족

웃기는 소리 마세요. 캄샬로프 남작이 늦잠꾸러기인 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허구한 날 늦잠 자는 사람 때문에 청문회를 연기한다면, 대체 얼마나 연기할 생각입니까?

방청 중인 귀족

남작께 그런 버릇이 있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만?

태평한 귀족

참나, 남작이 운영하는 도박장이 낮에 영업할 수 있는 곳 같습니까? 밤이나 돼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죠.

태평한 귀족

지금이야 당신과 똑같은 남작이지만, 당신이 촌뜨기 신참이던 시절에, 당신은 평생 벌어도 못 벌 만큼의 돈을 2번은 벌었을 겁니다.

방청 중인 귀족

하지만 어젯밤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황급히 그의 팔을 잡아당겼고, 순간 그는 깨달았다. 어젯밤 내로라하는 지인들과 불법 도박장에서 흥청거린 일을 여기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태평한 귀족

호오?

태평한 귀족

남작이 밤에 도박장에 없었다면, 당신 부인께 한번 여쭤보는 게……

방청 중인 귀족

*우르수스 욕설* 뭐라고?! 다시 지껄여 봐!

이성을 잃은 귀족이 좌석 몇 열을 성큼 뛰어넘어 입을 놀린 상대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중재자

경찰! 당장 떼어놓으세요!

중재자의 고함은 원래부터 시끄러웠던 청문회장에 불을 붙였다. 조금 전 언쟁 중이던 몇몇 인사도 가세해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청문회장 안의 몇 안 되는 경찰이 말리려 나섰지만, 그들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 중 감히 경찰이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CG: 72_i01_1]

압생트는 눈을 감고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등 뒤의 주먹다짐으로 몰아친 바람이 온몸을 서늘하게 만든 건지, 귀족이란 작자들이 하는 짓이 또다시 그녀의 상식을 박살 낸 것인지, 한동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의 귓가에 우르수스인이라면 누구나 질릴 만큼 들어온 그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울렸다.

우르수스를 망칠 생각입니까?!

나는 아직……

우르수스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너희 때문이야!


'근위군' 멤버

……우르수스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너희 때문이야!

'연구회' 멤버

그것 참 다행이네요! 근데 우르수스에 당신들 같은 사람밖에 없었다면, 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구경하는 학생들은 재밌는 장면을 놓치기 싫은 듯, 두 사람을 부추기고 있었다.

몇몇 학생은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뒤쪽에 조용히 앉아 있기를 선택했다.

압생트

하아……

압생트

소냐는 아직이야?

로사

저번에 온 답장으로 미루어 보면, 소냐는 오늘 오후면 도착할 거고, 듀나 교관은 하루 더 늦을 거야.

로사

그런데 토론 방향이 좀 엇나가고 있네. 언제 터질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스티나

우리는 '우르수스 학생자치단' 자격으로 학생 집회에 참여한 거잖아요. 단장인 소냐가 오지 않는 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

이스티나

게다가 이번 집회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만큼, 소냐의 판단이 필요해요.

로사

그런데 지난번에 소냐랑 올가 일행이랑 만났을 때는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던……

레토 언니, 이게 진짜 마지막 꿀사탕이야!

레토

우리 착한 굼, 주머니를 한 번만 더 뒤져보지 않을래? 혹시 하나 더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스티나

사탕 하나 먹자고 굼을 괴롭히지 말아요, 레토.

레토

네가 벌꿀 음료를 못 먹게 하니까 그런 거잖아…… 어렵게 우르수스에 돌아왔는데 한 입도 안 주다니.

레토

이럴 줄 알았으면 쉐라그에 몇 달 더 있는 거였는데.

이스티나

아니, 우린 지금 놀러 온 게 아니잖아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사무소 설립 임무가 끝나고 나면, 벌꿀 음료의 취기가 가실 일 없게 실컷 마시게 둘게요.

레토

시시해……

레토 언니, 저기 싸움 구경 안 가? 저런 구경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레토

좋아하는데, 멍청이 둘이서 치고받고 하는 건 별로야. 사람 구하자고 떠들어대면서 힘을 합쳐야 할 동료를 두들겨 패기나 하다니, 뭐 하자는 거야?

레토

……응? 리더가 드디어 폭발할 모양새네.

올가

여러분…… 여러분! 그만하세요!

금발의 우르수스인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환호와 고함 속에서 다급함과 떨림이 가득한 여성의 목소리는 너무나 가냘프게 들렸다.

올가

여러분…… 아무 상관 없는 언쟁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우리가 오늘 여기 모인 목적을 잊지 말아 주세요.

올가

라니아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학생이고, 우리의 일원이에요. 우리의 동료가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았어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올가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학생연합대회의 힘을 빌리면 온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올가

모두 냉정을 되찾고, 함께 전략을 고민해야 동료를 감옥에서 꺼낼 수 있어요.

'연구회' 멤버

흥, 뇌가 본인의 이두박근보다 작은 인간과 전략 같은 걸 논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연구회' 멤버

라니아도 너무 무모했어요. 의회 건물에 낙서를 마구 갈기면서 후환은 생각하지 않은 건가요?

'근위군' 멤버

들었어? 올가, 연구회 녀석들은 애초에 라니아를 구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항복하자는 말 아니면 '신중하게 계획하자' 같은 말이나 하고 있잖아. 책임 회피를 위한 구실은 진짜 기가 막힌다니까.

'근위군' 멤버

라니아가 올가 네 친구이고 너희 페트라솁스키 팀의 '식구'이기도 하지만, 학생근위군은 시종일관 너희 편이었어.

'근위군' 멤버

근데 이 겁쟁이를 봐, 조부가 선황 폐하 시절 근위군 명예 단장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 우르수스 군인다운 배짱이 눈곱만큼도 없잖아?

'연구회' 멤버

올가, 이쪽도 마음이 급한 건 매한가지예요. 우린 라니아와 체포된 다른 학생들을 구하는 데 반대한 적 없어요. 게다가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도 동의할 거고요.

'연구회' 멤버

문제가 되는 건 '학생근위군'들입니다. 저런 무식한 행동이 우르수스의 현실을 바꾸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연구회' 멤버

《우르수스의 부흥》에도 분명히 나와 있어요. 우르수스는 낡은 외투가 아니고, 마음대로 벗고 갈아입을 수 있는 게 아니죠.

'근위군' 멤버

하아, 또 그 빌어먹을 니콜라 일린스키……

올가

연구회 쪽에 더 나은 제안이 있다면 기꺼이 듣겠어요.

'연구회' 멤버

우선 신문을 더 많이 발행해서, 라니아 일행이 당한 부당한 대우를 계속 알려야 합니다.

'연구회' 멤버

전처럼 교내에서만 배포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을 끌어들여야 해요. 라니아 일행은 크라이니 세베르 광부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냈다가 잡힌 거니까, 노동자들도 분명 우리 편이 되어줄 거예요.

'연구회' 멤버

그리고 체포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퍼뜨리면 공감하는 사람들을 잔뜩 모을 수 있겠죠. 그런 다음 어떻게, 왜 싸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화살을 히포그리프의 후계자에게 돌려야 해요.

'연구회' 멤버

지금의 우르수스 구귀족들은 히포그리프 왕국의 야만적인 전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심지어 그들 중 상당수의 몸에는 히포그리프의 피가 흐르고 있죠.

'연구회' 멤버

천 년 묵은 그 종기들을 도려내야만, 우르수스인들은 본인이 진정한 우르수스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근위군' 멤버

웃기고 있네, 네가 말한 그 구귀족에 혹시 트레플레프 가문도 포함되냐? 그럼 올가부터 도려내야 하지 않아?

올가

……

'연구회' 멤버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신 우르수스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근위군' 멤버

그리고 그 시민이랑 노동자들한테도 알려줘. 너희가 떠받드는 니콜라 일린스키라는 자는 애초에 정권을 뒤엎을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았고, 거사를 일으킨 후에 자기 몸값이나 챙길 궁리만 했다고.

'근위군' 멤버

그 안에 있는 리베리랑 필라인한테도 말해줘. 미래의 우르수스는 '우르수스인'의 나라가 될 것이고, 다른 종족은 '비서 아니면 스파이'가 될 거라고 말이야.

'연구회' 멤버

멋대로 해석하지 마세요! 그분은 그런 뜻으로 말한 적 없습니다!

'근위군' 멤버

흥, 선황의 업적 중 유일하게 옳았던 건 '신 우르수스 민족'을 떠들어대던 그 미치광이를 목매달아 죽인 일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단상 아래의 한 학생이 물통을 집어 들고 떠들어대는 '근위군' 멤버를 향해 힘껏 던졌다. 아쉽게 빗나간 금속 물통이 무대 위를 세차게 강타했다.

그러자 단상 아래의 '근위군' 멤버가 즉시 그 무례한 청중의 멱살을 부여잡아 주먹을 행사했고, 현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레토

이야, 조야. 그래도 '학생근위군' 애들이 확실히 주먹은 더 잘 쓰네.

시끄러운 싸움 소리 때문에 레토의 농담에 답할 겨를이 없던 압생트는 상황을 수습해야 할 올가를 흘끗 쳐다봤다.

하지만 올가는 제자리에 조용히 서서 머뭇대는 표정으로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은 자치단 일행을 응시하고 있었다.

'근위군' 멤버

……골칫거리가 하나 늘었네.

허공에서 주먹이 멈췄고, 고함이 멈췄다. 뒤엉켜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놓았다.

레토

동장군!

이스티나

또 늦었네요, 소냐.

지마

……미안.

지마

그래도 상황을 보니까, 딱 맞춰 온 것 같긴 하네.

올가

……소냐, 지난번 연합대회에도 늦었죠. 기억하고 있다면, 학생연합대회가 열린다는 건……

지마

알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학생들의 운명이 걸린 큰일이 일어났다'라는 뜻이지. 계속 '대화'들 해.

'근위군' 멤버

……

지마

왜 갑자기 말이 없어? 파데이, 방금까지만 해도 주먹으로 서로 인사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나한테까지 말이야.

파데이

……어차피 결론은 나오지 않아.

지마

아니. 주먹다짐이 말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언제나 결론이 나온다는 거야.

올가

……오늘 진행이 순탄치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소냐, 그렇다고 자치단이 학생연합대회를 번번이 무시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스티나

올가 회장님, 실례합니다. '무시'라니,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스티나

자치단은 학생연합대회에 합류하기로 한 이후로, 대회가 정한 모든 규칙을 준수하고, 또 모든 활동에 참여해 왔어요.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지마를 바라보았다.

이스티나

……연합대회가 열린다는 통지도 급작스러웠고, 자치단 단원 중 상당수는 타지에서 임무 수행 중이었죠. 근데 지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치단이 대회를 무시한다고 비난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스티나

무엇보다, 자치단은 어떤 내부 충돌에도 끼어든 적이 없어요.

이스티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자리에서 고래고래 싸우고 있는 다른 학생 단체보다, 자치단이 오히려 연합대회를 가장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연구회' 멤버

안나, 이런 말 미안하지만, 애초에 당신들에겐 연합대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어요.

'연구회' 멤버

당신들의 출신, 단체 설립지 전부 체르노보그잖아요. 우린 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사람이고요.

지마

잊은 모양인데, 자치단을 연합대회에 합류시키려고 먼저 나한테 연락한 건 올가였어.

'연구회' 멤버

올가는 연합대회에 더 많은 학생들을 모으고 싶었기 때문에 멀리서 온 당신들을 수용했던 거고, 당신들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자리 잡는 것도 도와준 거예요.

'연구회' 멤버

그렇다면 당신들도 연합대회에 이바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연합대회에 대한 존중이라도요.

로사

받은 도움은 잊지 않아. 자치단을 대표해 감사를 표할게, 레오니트.

로사

우리 자치단은 연합대회의 활동을 지지해 왔어. 뒤로 물러선 적도 없고, 계획을 어긴 적도 없지.

레오니트

지난번에 대회에서 맡긴 황제 초상화 소각 임무는 어떻게 했죠?

레토

우리가 임무를 더 좋게 업그레이드했잖아! 초상화를 황제 일가의 그라피티로 바꿨는데, 그것도 문제가 되나?

레오니트

그 그라피티는 누구의 작품이었죠?

굼이야, 헤헤.

굼의 첫 작품이었는데, 다들 잘 그렸다고 칭찬해 줬는걸!

파데이

바로 그게 문제였어!

파데이

황제 일가를 그렇게 귀엽게 그려놓으면 어떡해? 그거로 황제를 향한 시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끌어올리겠다는 거야?

레토

잘 그려도 문제냐? 백날 연습해 봐라, 얘만큼 할 수 있을지!

파데이

*거친 우르수스 욕설* 지금 일부러 시비 거는 거야 뭐야?!

올가

됐어요, 다들 그만 멈추세요……


중재자

……여기는 청문회 자리입니다. 그 누구도 현장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됩니다.

압생트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방금 전까지 뒤엉켜 싸우던 귀족들은 어느새 싸움을 멈추고, 구겨져 버린 자신의 화려한 옷을 추스르며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중재자

자, 조야 씨. 다시 진술로 돌아갑시다.

중재자

방금 말씀하신 '학생연합대회'에 대한 건, 이 자리에 계신 분 중 대부분이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재자

해당 조직은 다수의 학생 단체가 연합하여 결성한 것으로, 최근 '명성을 얻은' 이반 튜린과 같은 반역자들의 이름을 공동 필명으로 하여 사설을 발표합니다.

소곤대는 귀족 A

흠…… '이반 튜린'이 누구죠?

소곤대는 귀족 B

대역죄인 야코프 페트로프의 동생이에요. 라이타니엔 망명 시절에 불온서적을 몇 권 썼죠.

소곤대는 귀족 B

의회에서 추적에 나섰지만, 공개석상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최근에 발표한 작품도 없으니 십중팔구 이미 죽었을 거예요.

소곤대는 귀족 A

……굳이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빌릴 필요가 있나요?

소곤대는 귀족 B

흥, 입에 담기도 민망한 궤변을 퍼뜨리려면 폐하께 맞서는 유명인의 이름을 빌릴 필요가 있겠죠. 그 유명인이 직접 나서서 자기들에게 반박할 수 없는 인물이면 더 좋았을 거고요.

소곤대는 귀족 B

아마 우리보다 이반의 죽음을 더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래야 본인들이 새로운 '이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중재자

방금 말한 학생연합대회가 거사를 일으키기 전, 당신은 방관자로서 그들의 논의 과정을 직접 목격했습니까?

압생트

하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어떤 학생 조직의 일원도 아니며, 소냐 일행의 친구로서 집회에 참석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압생트

저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잘 모르는 데다, 그들의 행동을 지지한 적도 전혀 없습니다.

중재자

음……

중재자

서기관, 왼쪽에 있는 서류를 건네주세요.

중재자

여기 있는 다른 진술서에 따르면, 학생연합대회에서 학생들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동계 무도회를 타깃으로 작전을 모의했습니다.


올가

그만해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요. 지금 당장 오늘의 의제였던 라니아 일행 구출 방안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야 해요.

올가

파데이, 당신은 학생근위군 대표죠? 당신들이 최종적으로 제안하는 방안은 뭐죠?

파데이

충분한 논의를 거친 우리의 최종 결정은…… 감옥을 기습하는 거야.

올가

……

파데이

미리 좀 파악해 봤는데, 라니아 체포 사건이 좀 시끄럽긴 했어도, 막상 감옥의 경비 인원은 많지 않더라고.

파데이

……게다가 연례 무도회 기간에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경비가 가장 느슨해지잖아.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어.

레오니트

역시 제정신이 아니군요!

레토

(작은 목소리로) 무도회 때는 귀족들이 잔뜩 모이니까 경찰이 더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을까?

압생트

(작은 목소리로) 아빠가 그러셨는데,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경찰은 법에 따라 선발된 게 아니라, 권력으로 뽑힌 거래.

압생트

(작은 목소리로) 그 헌병들은 다 위수군단 소속인데, 자녀를 군단에 장교로 보낼 수 없는 소귀족들이 차선책으로 경찰청에 보내 '경력 쌓기'를 시키는 거라고 하더라고.

로사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동계 무도회는 단순한 유흥에서 그치지 않아. 귀족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정치적 수싸움이 벌어지는 무대이기도 하지.

로사

(작은 목소리로) 그래서 경찰청 고위직 인사 교체도 보통 무도회 전후로 이루어져. 아마 그 공직자들이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을 거야……

로사

(작은 목소리로) 근데 그렇게 보면, 파데이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올가

그건 그냥 전쟁을 벌이자는 얘기잖아요, 파데이. 그런데 전 지금 당신이 무기를 다룰 줄 아는지도 모르겠고, 뭔가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요.

파데이

흥, 우리도 가만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거든.

파데이

이건 우리끼리만 하는 얘기인데, 내가 자유 상인들을 좀 알거든. 마음만 먹으면 당장 런디니움 전장에서 쓰던 구식 군장비를 잔뜩 구해올 수 있어. 여기 있는 사람을 전부 무장시키고도 남을 양이지.

레오니트

자유 상인이요? 그 외국인들 말인가요?

올가

그걸로 완전히 무장한 교도관을 당해낼 수 있을까요……

파데이

물론이지! 그 물건들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현재의 우르수스보다 몇 년은 앞선 기술을 가진 무기들이야.

파데이

우리는 이미 뒤처졌어. 약육강식의 세상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아. 지금 따라잡지 않으면 안 돼. 이게 우르수스의 마지막 기회야.

파데이

자리만 꿰차고 앉은 그 무능한 '거물'들이 우르수스를 수렁으로 빠뜨리게 둘 수는 없어. 우리가 선봉에 서서 우르수스를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 해.

레오니트

말이야 쉽죠. 근데, 정말로 그 '자유 상인'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건가요? 잊지 마요, 우리는 우르수스인이에요!

레오니트

외국의 무기를 쥐고 빅토리아나 컬럼비아의 타락한 제도를 따르려 하다니, 당신 같은 사람들이……

그는 고함을 치며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는 연구회 멤버들이 신체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증명하고 싶어졌다.

옆에서 뻗은 손이 레오니트의 오른팔을 낚아챘다. 힘껏 뿌리치려 했지만,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레오니트가 고개를 돌려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지마와 눈이 마주쳤다.

지마

거기까지 하지 그래?

지마

파데이, 그 계획은 그냥 다 같이 죽으러 가자는 거야. 정보도 없고, 전술도 없고, 무기가 제대로 된 건지도 알 수 없잖아.

지마

경찰청이 아무리 혼란스럽다고 해도, 거기에 있는 건 장기간 훈련받은 헌병이야.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파데이

……네가 싸움을 잘한다는 건 알아, 소냐. 솔직히 말하면, '근위군'에도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파데이

근데, 네가 방금 말한 '준비가 되면'이라는 말이 '연구회'가 주장하는 '신중한 계획'이랑 뭐가 다른데? 결국 다 행동을 피하는 핑계잖아.

파데이

만약 라니아 일행을 구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없다면, 대회의 결정에 간섭할 생각은 마.

이스티나

함부로 '대회의 결정'을 대표하듯 말하지 마세요, 파데이. 연합대회는 언제나 집단 표결로 의사결정을 내려요.

이스티나

연구회는 당신 편이 아닌 게 확실하고, 자치단도 그런 자멸적인 작전에 찬성하지 않아요. 당신이 말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표결하죠.

모두가 결과에 대한 기대를 잔뜩 담은 시선을 일제히 올가에게 보냈다.

이스티나

올가, 이견이 없다면 관례대로 페트라솁스키 팀에서 표를 집계……

올가

아니요.

파데이

올가?

올가

저는 레오니트와 소냐의 의견에 동의해요. 대회는 무장 저항의 실패 뒤에 따르는 후환을 감당할 수 없어요.

올가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건 손 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의견에도 동의해요. 경찰청에 라니아를 처분할 기회를 주고, 모두의 저항 의지를 헛되이 소모하는 거죠.

올가

제게 모두의 의견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서 라니아 일행을 구출할 수 있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동계 무도회 때 무도회장을 포위하는 거예요.

레토

……뭐라는 거야? 감옥을 기습하는 대신 곧장 귀족들을 치자고?

올가

아니요, 폭력은 없어요.

올가

우리는 그 어떤 무기도 가져가지 않을 거고, 팻말만을 든 채 시위할 거예요. 그걸로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이 나라의 미래를 해치고 있다는 것을 귀족들에게 알리는 거예요.

이스티나

……그런 작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이스티나

올가,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가 아주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 귀족들은 얌전히 우리와 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이스티나

그동안 귀족들이 벌여온 온갖 황당한 짓들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하는 짓을 봐요. 라니아 일행을 가둬두고 엄하게 처단해 본보기 삼겠다고 이리저리 떠벌리고 있잖아요.

이스티나

근데 맨손으로 그 귀족들 앞에서 소리를 내겠다뇨…… 신선한 고기를 썰어놓고 맹글러비스트가 먹으러 오길 기다리면서 방울을 흔들고 있는 것과 똑같잖아요.

올가

아니에요, 안나. 당신은 몰라요. 무도회에 참석한 귀족들에게는 우리를 해칠 이유가 없어요.

올가

전 이전에도 비슷한 행사를 여러 번 조직했던 적이 있어요. 우리가 충분히 자제한다면, 귀족이든 경찰이든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올가

제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죠. 이건 우리가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기 위한 행동일 뿐이에요.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예요.

레오니트

……저도 올가의 생각에 동의해요. 여기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이곳의 귀족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본인을 조건으로 내걸고 귀족 집단을 압박하는 거죠.

레오니트

이건 우리가 쥐고 있는 몇 안 되는 패예요. 인원수만 충분하다면, 의회의 결의를 흔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파데이

절충안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근위군'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고……

올가

그렇다면, 표결하죠.

올가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제안할게요. 사흘 뒤 저녁 7시, 동계 무도회 시간에 학생연합대회 소속 모든 단체가 함께 무도회장으로 가 귀족들을 상대로 시위합시다.

손이 하나둘 올라갔다…… 이윽고 '이단아'들이 몇 명 나타났다. 조금 전 싸움이 벌어졌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손을 든 학생들은 몹시 당당해 보였고, 고요함은 그들에게 한층 더 힘을 실어주었다.

압생트는 숨이 조금 가빠졌다.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폈지만, 안심이 되는 반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이들은 행동에 목말라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으며,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체제를 향한 적의로 높이 든 손을 바르르 떨었다.

어떤 이들은 피를 두려워했다. 그들은 '대안'이 옳다고 굳게 믿었고, 칼만 들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방패막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한 듯 미소 지었다.

더 많은 이들은 불안 속에 있었다. 무리에 속하기를 갈망하는 그들은 진보와 열정을 대표하는 이 집단에서 배척당할 게 두려워 손바닥을 귓가로 들어 올렸다. 고분고분하게, 그저 무리에 섞이려는 듯……

레토

……소냐한테서 떨어져!

[CG: 72_i02]
올가

결과는 명백해요, 소냐. 절대다수가 제 제안에 동의했어요.

올가

자치단도 이번 행동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줬으면 좋겠네요. 연합대회는 모두의 힘이 필요하니까요.

이스티나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성한다고 해도, 이게 사려가 부족한…… 아니, 어리석은 제안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요.

우르수스 학생

안나, 혼자만 똑똑한 척하지 마. 자치단이 겉으로 따르는 척만 해왔던 거, 우리도 다 알면서 참고 있었거든!

레오니트

자치단은 연합대회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해야 해요. 잘난 척은 그만하세요, 체르노보그인.

레토

죽고 싶냐!

레토 언니! 가지 마!

로사

……자치단은 언제나 모든 학생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추구하면서 행동했어.

로사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게 우리 대응 전략이야. 연합대회에 이미 여러 번 설명했잖아. 지금 와서 입장을 문제 삼으며 자치단을 비난하는 건 불공정한 일이야.

파데이

로스토프 가문의 나탈리야, 넌 군인 출신은 아니지만, 우르수스 귀족이라면 명령에 복종하는 게 우르수스가 지금껏 승리를 지켜온 기반이라는 걸 알 텐데?

로사

하지만……

지마

참여할게.

[CG: 72_i02]
이스티나

소냐……?

올가

연합대회의 이상을 이해해 줘서 정말 기뻐요, 소냐.

지마

올가, 참여하고 행동에도 협조할게. 다만 너도 내 조건 하나는 들어줘야 해.

지마

참여를 원하지 않거나 행동 경험이 없는 일반 학생은 누구든 자유롭게 빠질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앞으로 연합대회에서의 입지에 영향을 줘서도 안 돼.


레토

휴…… 겨우 끝났네.

레토

저 귀족 애들이랑 말 섞으면 진짜 뚜껑이 열릴 것 같다니까…… 으으,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밤이 벌써 이렇게 추워졌구나.

레토 언니, 굼이 바람 막아줄게!

레토

고마워, 우리 곰돌이!

레토

아, 잡았다, 꿀사탕!

레토 언니! 너무해!

레토

너야말로! 없다고 거짓말해놓고!

이스티나

소냐……?

지마

안나도 그렇고, 모두에게 미안해. 내가 제멋대로 결정해 버렸어.

이스티나

아뇨, 제 뜻은 그게 아니라……

로사

왜 사과해, 소냐? 네가 우리 대신 결정한 게 아니야. 우리가 너랑 함께 행동하기로 결정한 거지.

로사

그리고 연합대회랑 정말 틀어졌으면, 앞으로 있을 작전에 골치 아픈 문제만 더 많아졌을 거야.

로사

소냐는 단장으로서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애써왔잖아. 우린 모두 너를 믿어.

이스티나

나탈리야의 말이 맞아요…… 그런데 소냐, 올가의 제안에 동의한 게 자치단을 궁지에서 빼내기 위한 거였나요, 아니면 진심으로 올가의 제안에 동의했기 때문인가요?

지마

연합대회의 결정은 너무 성급했고, 계획도 없다시피 해. 큰 사고가 날까 봐 걱정이야.

압생트

우리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훈련받았어.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압생트

소냐, 나도 네 편이야.

지마

그냥 이런 생각이 들어……

지마

우리는 왜 우르수스로 돌아온 걸까?

이스티나

로도스 아일랜드 때문이죠…… 우르수스에는 아직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가 없으니까요. 자치단이 여기에 정보망을 구축해야 했어요.

지마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를 지원하는 다른 외근 업무를 고를 수도 있었어. 사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온 뒤로 할 수 있는 거라곤 보조 업무밖에 없었고.

지마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에 다 같이 의논했었지. 그리고 다들 자치단이 우르수스에 사무소를 세우는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어.

지마

박사는 약간 걱정했지만, 결국 우리 결정을 따라줬고……

로사

사실 박사는 우리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랐을 거야.

근데…… 이곳에는 굼이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이 없는 것 같아……

다들 맨날 싸우는 것 같아. 밥은 굶지 않는데 하나도 안 즐거워.

레토

사실이야, 여기서 만나는 사람은 죄다 똑같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만 늘어놓지, 막상 보면 아무것도 모르더라.

압생트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걸까……

로사

어쩌면 우리가 우르수스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뿐일지도 몰라……

이스티나

……우리는 한 번도 진심으로 체르노보그를 떠난 적 없는 거죠?

노란색 가로등 불빛 아래, 소녀들의 얼굴이 거리 쇼윈도에 어렴풋이 비쳤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겨울밤은 아주 조용하고, 길었다.

학생들은 돌로 만든 벽돌이 깔린 옛 거리에 서 있었다. 덩어리진 눈이 발에 밟혀 벽돌 틈새로 파고들어 흙 속에 스며들었다.

지마

우리는 진작부터 그 낡고 생기 하나 없는 장소와 제대로 된 작별을 해야 했어.

지마

계속 외면한다면, 기억 속의 우르수스는 영원히 돌무더기 아래 초토화된 땅으로 남겠지…… 그게 우리 고향이라는 건 절대 인정할 수 없어.

로사

그게 우르수스의 과거야.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우르수스의 미래도 그렇게 되겠지.

이스티나

……자치단은 저 학생들보다 먼저 그 불길을 봤어요. 설령 기회가 아무리 희박하다 해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하죠.

지마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동료를 모아야 해. 그게 우리가 처음에 연합대회에 합류한 이유야.

굼도 새 친구들을 도울래!

레토

하하, 그리고 자치단은 물러서지 않잖아.

지마

……응!

지마

조야, 너 괜찮아?

압생트

……


중재자

……조야 씨? 조야 씨?

중재자

듣고 계십니까?

압생트

……

압생트

죄송합니다, 중재자님.

압생트

청문회에서 연합대회에 관해 다시 이야기하니까, 약간 감정이 격해지네요. 저에게는 어려운 순간이었으니까요.

중재자

이해합니다.

중재자

여기 계신 분들은 '카토르가 사건'의 배경을 알고 계실 테지만, 그래도 사건의 발단이었던 동계 무도회 안팎의 상황을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압생트

예, 중재자님.

압생트

무도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무도회에 참석한 일부 인사, 그리고 행동에 참여한 일부 학생과 교류했습니다.

압생트

그리고 그때, 무도회 당일에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