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1“어서 오세요, 카토르가에”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9-16

1년에 한 번 열리는 동계 무도회에서 나탈리야는 여러 귀족을 만나며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귀족들이 정치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때, 학생들이 무도회장을 포위하고 항의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로사, 이스티나, 레토,


로사

오는 내내 복도에 초만 켜져 있네. 황궁에서도 전기를 아끼는 거야? 정말이지……

공손한 시종

폐하께서는 에너지를 아껴 백성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손한 시종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폐하께서 절약을 위해 하신 제안일 뿐, 궁중 생활이나 올해 동계 무도회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공손한 시종

이제 다 왔습니다. 로스토바 양, 외투를 받아드리겠습니다.

로사

고마워.

공손한 시종

제가 할 일인걸요.

로사

불빛이 너무 밝네……

공손한 시종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로사

잠깐만, 물어볼 게 있는데……

귀족 여성

……나타셴카?

로사

네? 누구……?

로사

보론초바 백작 부인?

보론초바 부인

황제 폐하시여…… 가련한 것, 정말 너였구나.

조금 떨어져 있던 귀부인이 로사를 발견하고는 즉시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귀족으로서의 체통은 잊은 듯한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귀부인은 눈앞의 아이가 환영이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듯 로사의 팔을 꼭 붙잡았다.

보론초바 부인

나타셴카……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보론초바 부인

체르노보그에서 일어난 일은 나도 전해 들었어.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더구나, 도대체 왜 그렇게 착한 가족이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는지, 정말……

로사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재산은 좀 잃었지만, 가족 모두 무사하니,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어쨌든, 이제 다 지난 일이에요.

보론초바 부인

그래, 그래,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게 나아…… 네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온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넌 모를 거야.

보론초바 부인

여기서 평온하게 지낼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보다시피 지금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도 조용한 곳은 아니라서.

보론초바 부인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잔뜩이야. 감사를 모르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 무례한 군인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시끄러운 평민들까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를 뒤집어엎지 못해서 안달이야.

로사

……

보론초바 부인

이런, 내 정신 좀 봐. 막 돌아온 참이라 모르겠구나. 요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온종일 신경이 곤두서서 잠도 제대로 못 잤거든. 오랜 친구의 딸을 만나서 이런 얘기부터 꺼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로사

……괜찮아요. 부인 말씀이라면 뭐든 듣고 싶어요.

보론초바 부인

착한 아이구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야.

보론초바 부인

나타셴카, 어머니는 건강하시니? 아버지 안드레이는 요즘 어디 계시니?

보론초바 부인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오신 후에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너만 동계 무도회에 보낸 거라면……

보론초바 부인

아휴, 두 집안이 이렇게 오래 소원해진 것도 내가 친구 노릇을 제대로 못 한 탓이겠지.

로사

그렇지 않아요, 보론초바 부인. 아버지께서 여기 와서 부인을 뵙게 되면 대신 안부를 여쭙고,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로사

어머니는 더 말씀드릴 것도 없죠. 부인은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요. 단지 로스토프 가문이 지금 중부에 남은 재산을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형편이라서요.

로사

“더 이상 체면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정말 아쉽지만…… 두 분 다 당분간은 어딜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세요.

보론초바 부인

그래, 알았다. 하지만 얘야, 네가 “그래서, 제가 여기에 왔잖아요.”라고 마지막에 덧붙여야 했어.

보론초바 부인

보렴. 벌써 이렇게 의젓하고 반듯한 아가씨로 자라서 로스토프 가문을 대표할 수 있게 됐잖니?

보론초바 부인

네 품행과 교양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보다도 훨씬 뛰어나구나…… 머지않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가 로스토프라는 성을 기억하게 될 거야.

로사

아니에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걸요.

로사

그런 점에서 부인, 사실 지금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정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보론초바 부인

서두르지 말렴, 나타셴카. 네 궁금증은 이해하지만, 그건 몇 마디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보론초바 부인

네 눈으로 직접 보는 법을 배워야 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거야. 지금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동계 무도회를 마음껏 즐기는 거란다.

보론초바 부인

폐하께서 도착하기 전까지만이라도 골치 아픈 문제, 애타게 찾는 답, 앞날에 대한 온갖 쓸데없는 걱정들은 전부 접어두고, 그냥 지금을 즐겨.

보론초바 부인

춤도 추고, 실컷 웃고, 젊은 사람답게 즐기는 거야.

보론초바 부인

만약 마음에 드는 청년 장교가 있거든, 그게 설령 고집불통인 볼콘스키 집안 자제라고 해도, 네 어머니를 생각해 이 늙은이의 체면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중매를 서러 가마……

보론초바 부인

어쨌거나, 폐하의 품 안에서 평온히 즐기는 것, 이게 수도에 소속된 우리 충성스러운 이들의 특권이야.

보론초바 부인

나타셴카, 이것부터 익혀야 진정으로 녹아들 수 있어.


“……이것부터 익혀야 진정으로 녹아들 수 있어.”

이스티나

……광부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어요. 같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지만, 오도예프 구 주민들은 난방을 쓸 형편이 못 되고, 카토르가 구는 작업이 중단된 뒤로 전기와 난방이 완전히 끊겼어요.

이스티나

그런데도 저 사람들은 향락을 즐기고 있네요.

이해가 안 돼…… 아까 그 사람은 폐하가 황궁의 전기를 아끼고 있다고 했잖아? 그렇게 해서 아낀 에너지는 다 어디 간 거야? 왜……

레토

혼란하다, 혼란해. '권력자'들은 정말 골치라니까.

로사 언니 혼자 저 안에서 정말 괜찮을까?

이스티나

학생연합대회 개최 며칠 전에 나탈리야가 로스토프가의 후계자 신분으로 무도회에 들어가 정보를 탐색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스티나

귀족끼리만 아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어느 쪽 정보든 많이 파악해 둬서 나쁠 건 없어요.

이스티나

소냐도 나탈리야가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저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어요. 우리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화 내용들을 제외하고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편인 것 같아요. 도청 장비의 음질도 꽤 선명한 편이고요.

레토

그 '보타니'라는 친구 덕분이야. 장비가 생각보다 좋네.

이스티나

이제 계획대로 시위에 맞춰 움직이기만 하면 돼요.

지마 언니가 저쪽에서 손짓하고 있어.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이스티나

다른 사람들과 얘기가 끝난 것 같네요. 얼른 정리하고 가요.

이스티나

레토, 여기 남을 건가요?

레토

아니, 잠깐, 조용히 해봐.

레토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걱정하는 귀족

……올해 동계 무도회는 열리지 않을 줄 알았어요……

걱정하는 귀족

무례한 반역자 녀석들, 감히 무력으로 우리 황제 폐하를 협박하다니. 하지만, 폐하가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저희도 모르겠네요……

거만한 귀족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가슴을 쭉 펴고 마땅히 할 일을 해야죠. 폐하께는 그런 용기와 혜안이 있어요.

거만한 귀족

그 어떤 행동보다 강력한 반격이기 때문이죠. 그런 난동은 두렵지도 않다는 것을, 우리가 한 번 실패한 반역자들에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니까요.

거만한 귀족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반역자의 편에 선 녀석들은…… 내년에 무덤 앞에 백합 한 다발이나 갖다주면 되겠죠, 뭐.

로사

……

로사

조심하세요!

???

……죄송합니다……

거만한 귀족

……이 친절한 아가씨의 치마는 차치하더라도 당신의 경솔함 때문에 좋은 술 한 잔을 버렸군요…… 이름 모를 신사분.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볼키나 공작님……

거만한 귀족

저는 괜찮으니, 우선은 이 치마가 더러워진 아가씨께 사과하는 게 순서겠죠.

???

아, 그럼……

로사

괜찮아요.

걱정하는 귀족

이렇게 덜렁대는 사람을 대체 누가 들여보낸 거죠?

거만한 귀족

안내를 받아 들어왔을 테니, 이름 없는 소시민은 아닐 테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파블로비치

아! 파블로비치라고 불러주십시오. 하원의 말단 의원인데, 최근 폐하께 추밀관을 수여받았습니다. 카토르가 구의 사무를 담당하는 특별 전권 대표로서……

거만한 귀족

카토르가 구의 대표? 아, 생각났어요.

파블로비치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거만한 귀족

물론입니다. 의회가 오랫동안 카토르가 구의 문제를 맡을 인물을 못 찾고 있었는데, 그 중책이 당신의 몫이 됐다고 들었어요. 분명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는 분이겠죠.

거만한 귀족

제2군단 동계 물자 조달 일로 바쁘지만 않았어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 인사를 전했을 텐데요.

파블로비치

정말 황송합니다 공작님…… 사실 카토르가 구에 부임한 지 벌써 2달이 되었습니다.

파블로비치

제가 무슨 자질로 이런 중책을 맡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폐하를 실망하게 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파블로비치

아시겠지만, 카토르가 구는 세간의 말처럼 가치가 없는 곳이 아닙니다. 그 오래된 공업단지는 다시 활기를 되찾을 기회가 필요할 뿐입니다……

걱정하는 귀족

(작은 목소리로) 왜 저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전혀 못 들었죠?

거만한 귀족

호화 별장에서 너무 오래 쉬었으니, 주요 인사 변동을 모르는 게 것도 당연하지요. 흔들의자에 한가로이 앉아 있을 때 신문이나 좀 더 읽지 그랬어요.

걱정하는 귀족

하아, 읽어봤자 걱정만 늘어날 뿐이죠.

파블로비치

아닙니다…… 제가 골리친 백작님의 관심을 받다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백작님의 양조장이 올해 아주 호황이라고 들었습니다. 분명 아주 바쁘실 테죠……

거만한 귀족

비위는 천천히 맞추고, 이 아가씨께 정식으로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만한 귀족

친절한 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로사

존경하는 공작님, 나탈리야 로스토바라고 합니다.

거만한 귀족

로스토바? 그런 성은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걱정하는 귀족

저도 없어요.

파블로비치

아! 부친께서 체르노보그의 안드레이 백작이셨던가요?

로사

제 아버지를 알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파블로비치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셨죠. 제때 체르노보그에서 빠져나와, 전 재산을 날리는 일을 면했으니까요…… 정말 지혜로운 판단이었습니다!

로사

……다 지난 일이에요.

거만한 귀족

의외로군요, 파블로비치 씨. 상당히…… 박식해요.

거만한 귀족

그건 그렇고, 치마부터 갈아입고 오시죠. 아무리 좋은 술이라 한들, 비단 같은 것에게 먹이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로사

네, 감사합니다……

로사는 민망한 자리를 서둘러 벗어났다. 뒤에서 사람들의 열띤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첨하는 목소리

볼키나 공작님! 카토르가 구 전면 폐쇄 제안에 반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아첨하는 목소리

……거기 있는 산업 중에는 아직……

아첨하는 목소리

……저희가 협력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엄숙한 귀족

……말조심하세요, 멜니코프 씨. 현재 폐하께서도 크라이니 세베르 사건에 대해선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만한 귀족

제 말뜻을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방금 제 말은 당신이나 여대공 개인에 대한 비난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만한 귀족

다만 저는 옐리자베타가 크라이니 세베르를 엉망으로 만들기 한참 전부터 브레제노이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폐하께 그녀의 충성을 보증하셨죠.

오만한 귀족

그러니 당신들과 구귀족 모두가 의회와 폐하의 신뢰를 저버린 것입니다.

엄숙한 귀족

그렇다면 청문회에서도 지금처럼 거침없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우르수스의 주춧돌을 어떻게 비난했는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한 글자도 빠짐없이 말하세요.

오만한 귀족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오만한 귀족

오늘 밤 황제 폐하께서 이 자리에 친히 오실 테니, 제가 폐하께 직접 당신들의 죄를 낱낱이 고할 생각입니다!

고함이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의 주의를 끌었고, 시종 몇 명이 부랴부랴 나서서 거물들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분노를 가라앉히려 했다.

무도회장의 벽난로는 우르수스 어느 곳보다 따뜻했고, 난방도 내내 켜져 있었지만, 로사는 한기를 조금 떨쳐내려는 듯 소매를 여몄다.

옆에서 시종이 디퓨저를 교체했고, 진한 베르가모트와 오렌지꽃 향이 알싸한 알코올 냄새를 덮었다. 로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보론초바 부인

괜찮니, 나타셴카? 아직 마음에 드는 대화 상대를 못 찾았니?

보론초바 부인

세상에, 치마가…… 대체 어떤 녀석이 이런 거니? 이름을 알려주렴, 내가 혼쭐을 내줄 테니!

로사

아니에요, 부인. 화내실 것 없어요. 이건 제가 어떤 귀부인을 돕고 얻은 '훈장' 같은 거예요.

보론초바 부인

마음씨도 따뜻해라. 그래도 약속해 주렴. 다음엔 네 몸부터 챙기는 거야, 알겠지? 저 아첨꾼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로사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이게 오늘 밤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는걸요.

로사

오늘 밤에 들은 이야기는 대부분 그 여대공과 관련된 것들이었어요. 알아보려고 여러 번 물어봤는데, 그런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대화가 이어지질 않았어요.

보론초바 부인

그게 바로 네 부모님이 너를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보내신 이유란다, 우리 사랑스러운 나타셴카.

보론초바 부인

나는 젊은 아가씨들을 정말 많이 봐왔단다. 요리사, 재단사, 의사에게는 영혼까지 바치면서, 법을 제정하고, 반란을 평정하고, 세금을 책정하는 위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려 하지 않더구나……

보론초바 부인

실질적으로 우리를 돌봐주는 건 그 사람들인데 말이야.

로사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중부에 있는 작은 백작 가문의 후계자일 뿐인걸요. 그렇게 바쁜 분들이 저 같은 사람에게 눈길이나 줄까요?

보론초바 부인

……넌 내 오랜 친구의 외동딸이니, 좀 더 분명하게 얘기해 줘야겠구나.

보론초바 부인

정치를 떠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특히 너는 귀족의 피를 물려받은 몸이야. 그 자체만으로도 넌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거란다.

로사

그런 책임이 여기서 이런저런 얘기를 가볍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행될 수 있는 건가요……

보론초바 부인

나타셴카……

보론초바 부인

너는 우리가 여기서 목청껏 떠드는 이유를 오해하고 있어. 이 대화들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는 조치를 선언하기 위한 것도, 우리의 진짜 의견을 밝히기 위한 것도 아니야.

로사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건가요?

보론초바 부인

무리에 섞이기 위한 거란다, 얘야. 어떤 사람들과는 빠르게 선을 긋고, 또 어떤 사람들과는 손을 잡기 위한 것이지.

보론초바 부인

서명된 문서 1장만 있다면 네 부모님이 재기할 수도, 네 자식들이 전장에서 멀어질 수도, 네 친구들이 저택에서 편하게 잠을 청할 수도 있단다.

보론초바 부인

향락에 빠지는 걸로 저들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렴. 그래봤자 저들이 너를 다루는 방식만 거칠고 단호해질 뿐이니까.

보론초바 부인

진정으로 효율적인 사교 장소란 이렇게 돌아가는 거란다, 나타셴카.

로사

……전 아직 배울 게 많네요.

보론초바 부인

다행히 젊은 사람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건 바로 시간이니까.

귀족 A

(작은 목소리로) 의장님이세요……

귀족 B

바실리 부의장님까지 오셨군요! 의회 밖에는 거의 함께 나타나지 않는 분들인데……

귀족 A

의장님께서는 무도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분인데, 폐하께서 아직 오지 않으셨다니…… 혹시 무슨 신호일까요?

귀족 B

우리를 위로하려고 오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귀족 A

그러면 조금 늦으신 것 같군요.

보론초바 부인

……

로사

저 두 분은……?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무도회 전체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그 둘을 위해 무도회장 정중앙으로 향하는 길을 텄다.

군중 속에서 우렁차지만 진의를 알 수 없는 인사가 쏟아져 나왔다.

“존경하는 의장님,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부의장님,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로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조심스럽게 두 사람을 훑어봤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조용히 인파 사이를 지나갔다.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고, 단호하지만 피로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부의장'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는 공손하게 반쯤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 온화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보론초바 부인

……저 금발 머리 남자는 바실리 고르치코프 공작. 근위군 명예 장수이자, 제국 의회의 상임 부의장이야.

보론초바 부인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앞에 가는 저 검은 머리는……

로사

이슬라므 위트 의장이요.

보론초바 부인

그래……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사는 사람이라면 몰라서는 안 될 인물이지.

로사

아니요, 부인. 도시 간 네트워크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툴스카야 특별 기술학교 준공식 연설》이었는데, 내용이 간결하면서 진지했던 게 정말 인상 깊었죠.

보론초바 부인

아, 도시 간 네트워크…… 나는 그런 현대적인 것들은 영원히 익히지 못할 거야.

보론초바 부인

가렴, 나타셴카, 저 사람들을 따라 앞으로 가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렴. 배우기 딱 좋은 기회가 왔구나.

로사

네, 부인. 그러면……

무도회장 곳곳을 채운 즐거운 대화 사이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고막을 찔렀다. 사람들은 전부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귀족 A

오사치 백작, 어디가 불편하세요?

귀족 B

……아니, 아니요. 그들이 왔어요. 저 밑에요!

귀족 A

뭐요? 갑자기 왜 불이…… 설마 정전이라도 된 건가요?

귀족 B

아뇨, 황궁에 어떻게 정전이 있을 수 있습니까? 분명 폭동이……

귀족 A

황궁 근무관들은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스위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귀족 B

……밖을 봐요!

귀족 B

정말 폭동이 일어났어요, 바로 창밖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