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5고상한 배반
시위가 실패로 돌아간 그날 밤, 실망감과 두려움은 도망친 학생들을 휩쓸었고, 그들의 리더 올가 또한 큰 충격을 받는다. 참다못한 안나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동료들을 구하자는 목표를 제시한다.
……안나! 앞의 가로등도 다 꺼졌어. 빌어먹을! 이게 왜……
일단 그런 건 신경 꺼요.
레토, 이 횃불을 들고 뒤쪽으로 가서 뒤처진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빛을 따라서 이쪽으로 천천히 올 수 있게 해줘요. 넘어지는 학생들은 없는지 주의해 주세요.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
당신이 왜 여기에…… 어서 일어나요! 가야 해요!
올가!
안, 안나…… 여긴 어디죠?
차레브그라드 구에서 나왔어요. 지금 우리는 바깥쪽 길가에 있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다 따라오고 있고요.
이런 얘긴 나중에 하죠. 다친 데는 없어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외, 왼발이!
……도와주실 분 있나요?
이스티나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려 했지만, 메마른 목구멍에서는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뿐이었다. 얼마나 오래 찬바람을 맞으며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밤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몇몇 성채와 고층 건물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제외하고 가로등, 민가…… 도시 전체가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인이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횃불을 높이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좌우를 둘러보았다. 이스티나의 눈동자는 흔들리는 불꽃을 머금은 채 어둠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아내고 있었다.
세르고, 이쪽으로 좀 와줘요.
저, 저는……
올가의 팔을 잡아줘요. 얘기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이 장소부터 벗어나고 하죠.
그럼…… 이제 어디로 가죠?
……극장이요.
……그렇게 그날 밤 저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학생 행렬을 따라 폐극장에 갔습니다.
올가 씨, 앞선 증인 3명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주제에서 벗어난 말을 했습니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사실 자체만 진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문회 사전 조사 중, 올가 씨는 중재 위원회에 학생들의 행동이 올가 씨의 예상을 넘어섰기에 학생들과 갈라서기로 결심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나가 학생들과 함께 올가 씨를 인질로 잡았고, 올가 씨의 실종을 이용하여 트레플레프 공작을 꾀어냈다고 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안나 일행이 어떤 계획을 세웠으며, 어떻게 소냐의 폭력 행위에 가담했는지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증인이 왔네요. 역시 트레플레프 가문은 신뢰할 수 있다니까요.
아주 좋습니다.
계속 진술하세요. 청문회는 더 많은 세부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나는 봉쇄 구역의 질서를 파괴하는 소냐에게 어떤 식으로 협조했습니까?
올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증인대 가장자리를 만지던 중, 익숙한 기침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긴장한 것이 분명했다.
극장에 있던 저희는 너무 놀라서 이미 판단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었어요.
……빌어먹을, 이 통신 장비들은 왜 다 먹통이야?
그 고물 덩어리는 그만 만지세요, '근위군'. '위대한 거사'를 제안하신 분들이잖아요, 뭐 할 말이라도 있나요?
함부로 지껄이지 마. 우린 분명……
감옥을 털 생각이었죠? 근데 보셨나요? 맨몸으로 가서도 이 지경이 됐는데, 진짜 당신들 말을 믿고 설쳤으면 다 죽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폭력을 선동한 건 당신들이었잖아요. 궤변을 늘어놓지 마세요!
문제는 이번 행동이 아니었어. 너희가 나라를 못 믿고 굳이 차레브그라드 구에서 황제 폐하를 모독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무턱대고 갈등을 키운 게 화근이었지.
우린 어른들께 청원하러 간 거였어. 시끄럽게 해서 폐하의 귀에 들어가게만 하면, 폐하께서 분명 조사관을 보내 일을 해결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근데 이게 뭐야. 이제 돌이킬 수도 없게 됐잖아……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제멋대로 행동한 학생근위군 탓이니, 파데이한테 책임지라고 해요!
그럼 그때 넌 왜 반대 안 했는데?
저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저는 항상 소냐와 자치단 편이었어요. 동의하지 않으면 내쫓을 것처럼 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날 회의 때도 가만히 있었고, 오늘 현장에서까지 입도 뻥끗 안 해놓고, 일이 꼬이니까 뒤늦게 결백한 척이냐?!
당신들 '근위군'에게 아직 할 말이 남아 있긴 한가요? 안 그래도 손봐줄 핑계가 없어서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모두 그만해요.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일단 붙잡혀간 사람이 몇 명인지 파악하고, 구할 방법부터 논의해요. 적어도 다들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해야 해요.
뭐 방법이 있긴 한가요? '근위군' 놈들 때문에 레오니트까지 잡혀갔어요! 레오니트의 말만 들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이대로 밤새 싸우려고?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얌전히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이랑 선생님께 퇴학만 면하게 해달라고 싹싹 비는 것밖에 없어……
아니, 굼은 소냐 언니랑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갈 거야!
꿈 깨, 라다.
소냐가 널 살려준 건 알겠는데, 소냐조차 못 이기고 끌려간 걸 우리가 무슨 수로 구해?
언니는 굼만 도운 게 아니라 모두를 도왔어. 소냐 언니 같은 사람들이 우리 앞을 막아서 줬고, 지금도 우리 대신 고통을 겪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다들 포기하면 안 돼.
맞는 말이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우리는 방법을 찾아낼 거고, 끝까지 싸울 거야!
싸워? 말은 참 쉽네. 뭘 가지고 싸울 건데? 안나가 들고 다니는 저 낡아빠진 책 몇 권? 아니면 네 그 무식한 힘?
무식한 힘이 어때서? 다리랑 팔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반드시 소냐랑 애들을 데려올 거야!
겁나면 입 닥치고 구경이나 해. 재수 없게 굴지 말고!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나는 상관 안 할 거니까.
소냐도 너처럼 무모하게 설쳐대다가 잡혀간 거잖아. 지금쯤 어디 처박혀서 괜히 나섰다고 후회나 하고 있겠……
레토는 방금까지 입을 놀리던 학생의 멱살을 낚아채 거의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스티나와 굼조차 이렇게까지 화가 난 레토의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진정해요, 로잘린드. 싸우면 안 돼요.
……
안나, 넌 이 겁쟁이 자식들이랑 붙어있는 게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이제 한계야. 여기 공기만 마셔도 숨이 턱턱 막힌다고.
나는 지금 당장 동장군을 찾으러 가겠어. 너랑 라다도 이 녀석들 꼴 보기 싫어지면 나한테 와. 우리 자치단끼리 뭉쳐서 가는 거야!
……그렇게 로잘린드는 가버렸어요. 안나와 라다가 따라가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죠. 입구에서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는데도 아예 돌아보질 않았어요.
우쿠시크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군요. 즉, 로잘린드가 봉쇄 구역에 잠입한 건 학생연합대회의 계획에 따른 일이 아닌 개인행동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로잘린드와 소냐는 같은 자치단이었으니까요. 그건 그들 사이의 유대감 때문이지, 학생연합대회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아무래도 '카토르가 사건'의 책임 소지를 더 확실히 가려낼 수 있겠군요. 그럼 올가 씨는 또 어떻게 납치된 겁니까?
……당시 많은 사람이 제게 이제 어쩌면 좋겠냐고 물었어요.
……네가 계속 우릴 이끌었잖아. 연합대회를 이끌고 시위하자고 결정한 것도 너였고.
저, 전 모르겠어요.
페트라솁스키 팀이 처음 그랬을 때처럼, 네 아버지가 다 해결해 줄 수 있다며.
올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제가…… 집에 가서 아버지께 여쭤볼게요. 어떻게든 친구들의 소식을 알아내 볼게요.
그러니까, 우린 다 괜찮을 거야, 그렇지…… 그냥 돌아가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맞지?
……
올가, 아버지께 여쭤보려고 집에 돌아가는 거라면, 저희도 같이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은 다들 정말 힘든 날이었으니, 최대한 빨리 해산하는 게 좋겠어요.
맞는 말이에요…… 제 생각에도 오늘은 이만하는 게 좋겠어요. 다들 귀가해서 좀 쉬고 다시 상의해요.
그 '귀가'라는 단어는 마치 사면령 같기도, 조롱 섞인 저주 같기도 한 단어였다.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만 살피던 학생들은 곧 도망자에게서 볼 수 있는 안도감을 내비쳤다.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며 대열이 흐트러졌고, 극장을 빠져나가는 발소리가 하나둘 울려 퍼졌다.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올가는 자신에게서 도망치듯 멀어지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내일은 무슨” 같은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왔다…… 올가는 핏기 없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다들 어디 가요?
안나, 올가 지시 못 들었어? 집에 가래.
연합대회는 아직 체포된 친구들을 어떻게 찾을지 결정하지 않았어요. 극장 안에 다쳤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아직 많고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에는 성급하게 해산하면 안 돼요.
누군가 발을 떼려 하자, 굼이 양팔을 벌리고 앞을 가로막았다.
라다?
기다려 줘! 아직 할 말이 남았어!
아까는 다들 자치단 생각이 맞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우리 생각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 거야?
처음에는 당신들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폭력에 반대했어요. 파데이 쪽에서 고집을 피우니까 올가가 절충안을 낸 거고요.
그러니까 이건 우리가 책임질 게 아니라, 올가가 해결하면 될 일이에요. 왜 무모한 학생근위군 놈들 때문에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죠? 전 절대 못 해요!
다들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만……
작작 해요!
굼…… 꿀사탕 하나만 줄래요?
어……? 이스티나 언니……
이스티나는 앞을 가로막고 선 학생을 홱 밀쳤다. 평소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그녀는 군중을 매섭게 쏘아보며 극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신들이었어요. 찬성표를 던지고, 저 깃발과 구호를 흔든 건 당신들이었고, 당신들에게 강요했던 사람도 없었어요.
세상 떠나가라 구호를 외치면서 누가 더 라니아를 걱정하는지, 누가 더 귀족을 찰지게 욕하는지, 누가 학생들을 이끄는지 내기라도 하듯 굴었죠.
근데 결과는 어떻죠? 소란을 피우고, 친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는데, 이제 와서 방금까지 욕하던 귀족 나리들이 자비를 베풀어 없던 일로 해주길 바라며 속 편히 해산하자고요?
왜요? 당신들이 떠들어대던 그 위대한 일이라는 건 겨우 이따위 촌극에 불과했나요?
그건 오해예요, 안나. 우리 연구회는 정말 진지했어요. 그래서 이론 연구도 열심히 했던 거고……
당신들의 연구 결과는 일이 잘 풀릴 때나 '위대한 일'이 되고, 일이 안 풀리면 나랑 상관없는 일이 되나요?
네, 이제 알겠네요. 평소에는 입만 살아서 '신 우르수스인' 같은 소리나 해대며 떠들더니, 일이 커지니까 바로 구석에 숨는 거군요. 과연 기개가 있는 우르수스인 중에 당신 같은 사람이랑 상종이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
안나 말이 맞아, 단결이 필요한 순간마다 너희는 반대만 했잖아. 이 겁쟁이 같은……
그럼 당신들은요, '근위군'? 당신들은 왜 매번 입만 열었다 하면 주정뱅이처럼 헛소리나 해대죠?
낡아빠진 무기 몇 개 손에 넣고, 브레스크 지도에 깃발 좀 꽂고 선이나 좀 그려봤다고 신나서 우르수스 헌병이랑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설쳐댔잖아요.
결정하는 데 1분, 체포되는 데는 1시간도 안 걸렸어요. 당신네가 덧칠한 게 지도가 아니라 탐정 소설이었다면 연합대회의 회의 수준이 조금은 더 나아졌을지도 몰라요!
……
하지만 집에 가고 싶은 건 다 같은 생각……
당신 얘기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어요! 당신, “우린 어른들께 청원하러 간 거였어.”라고 했죠?
우리 같은 학생들이 구호를 더 크게 외칠수록 귀족들의 눈에는 폐하께 바칠 '반역자'가 제 발로 기어들어오는 것으로 보일 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랑 얌전히 토론해 줄 것 같나요?
친구들이 다 잡혀갔어요. 근데 이제 와서 항복한다는 소리나 해대고 있고, 비아냥거리고 있잖아요. 잡혀간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
……
그리고 당신!
앗? 안나,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저는 정말 쭉 자치단 편이었어요……
……극장 조명 중에 불 들어오는 게 얼마나 되는지 확인 좀 해줘요.
조명이 먼지를 뚫고 쏟아지자,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가녀린 뒷모습을 충격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이스티나에게 집중된 건 처음이었다.
……올가?
당신이 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올라가세요. 전, 전 이미……
……
모든 양심 있는 친구 여러분……
우리는 돌아왔어요. 방황했고, 지친 우리는 그나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작은 극장으로 돌아와 마침내 온기와 빛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와 밤낮으로 함께했던 우수한 친구들은 여전히 추위와 어둠을 견디고 있어요.
누군가는 우리가 실패했고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묻고 싶어요. 실패가 뭔가요?
짐을 챙겨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고, 남이 나 대신 대가를 치르게 하고, 희망 없는 삶에 순응하며 사는 것…… 여러분은 이런 걸 승리라고 부르나요?
진정한 실패는 쓰러지는 게 아니에요. 불의에 저항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마음속 불씨를 끄고, 자신이 복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하며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거죠.
진정한 실패는 감옥에 갇히는 게 아니에요. 더 공정하고 더 자유로운 땅을 상상할 용기조차 빼앗기는 거죠.
여러분의 손을 봐요. 투표할 때 그 뜨거웠던 마음을 떠올려 보라고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 손이 손뼉 치거나 권력자에게 아첨하기 위한 게 아니라, 높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라는 걸요!
안나…… 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애들은 잡혀갔고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말만 해서는 소용없어요, 안나. 친구들을 찾을 방법이 있어요?
내 룸메이트도 잡혀갔어!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그래요,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누가 데려갔는지는 알고 있잖아요.
그전에 다들 하나만 대답해 줘요…… 여러분이 가장 갈망하는 게 뭐죠? 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위해 대답해 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는 본인의 손을 내려다봤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소냐 언니가 괴롭힘당하면 저항해야 한다고 가르쳐줬어. 굼은…… 굼은 끝까지 싸울 거야!
적어도 애들 소식은 알아야겠어, 최소한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 해!
더 이상 뒤에 숨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일 때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도 너무 부끄러워.
맞아, 싸우자! 모두 다 구할 때까지!
자, 우리가 함께 답을 내렸어요. 가서 싸웁시다! 싸워야만 족쇄를 끊어낼 수 있어요. 항복은 영원한 노예가 되는 길일 뿐이에요.
우르수스에 똑똑히 보여줘요. 우리가 친구와 가족을 위해 싸운다는 걸요!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 싸운다는 걸요!
이제 뭘 하면 돼? 말해줘!
우선 모두 잠시 여기 머물러줘요. 인원을 점검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확인하죠.
확인 중에 부상자가 있거든 바로 라다한테 알려줘요. 라다가 치료해 줄 거예요.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서 라다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다들 명심해요. 앞으로의 임무는 아주 고될 거예요. 각자 자기의 책임이 뭔지 확실히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알겠죠? 그럼……
움직이죠!
안나…… 다 썼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가도 좋아요.
……
나는 너처럼은 못 해. 처음엔 학점 때문에 가입한 거였고, 어느 순간엔 나도 진심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냥 평온하게 살고 싶어.
당신의 선택에 대해 해명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요.
혹시 잡혀간 사람 중에 아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우리가 무사하길 빌어줘요.
……미안해, 안나. 너랑 라다에게 사과할게. 자치단과 소냐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
기회가 된다면…… 아니, 로잘린드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줘.
……
안나, 지금…… 잠깐 시간 돼요?
올가, 라다한테 가서 처치부터 받으세요. 혹시 당신도……
아뇨…… 그냥 당신이 생각한 방법이 뭔지 궁금해서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확신은 없어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주로 학교나 가족과 관련되어 있는 데다,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죠.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학생들이 사회 모든 계층에서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모두의 가족을 이용하겠다는 거예요?
안나, 귀족들로부터 정보를 훔칠 생각이라면, 그 행동이 불러올 뒷감당을 똑똑히 계산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정보를 다 모으기 전까지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거부할 수 없는 파도가 이미 우르수스에 몰아닥쳤다는 걸 알아요.
물론, 각자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그냥 이대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채 다가올 비난과 죄를 짊어지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어요…… 이 거친 파도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 무엇이든 하겠어요.
원한다면, 이 길이 당신의 길이 될 수도 있어요…… 올가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