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4담장을 사이에 두고
청문회에서 나탈리야가 제출한 '참회록'에는 본인이 보고 겪은 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파블로비치와의 협상 후 소냐를 만나 봉쇄 구역의 상황을 접했으며, 소냐가 나탈리야 일행에게 건달들을 향한 무기 공급을 차단해 주기를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로사, 지마, 압생트, 지마 더 레이징 타이드
……
다시 강조하마, 얘야.
그냥 책만 반납할 생각이고, 내 제안을 고려할 의사가 없는 거라면, 책을 저쪽 벽난로 위에 놓고 가렴.
제가 부인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말 저와 한 마디도 섞지 않으실 생각인가요?
다른 상황이었다면, 젊은 사람 특유의 경솔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아무리 반복하더라도 밤이 깊어질 때까지 마주 앉아서 대화했겠지.
아무튼 내가 많은 걸 놓친 건 분명하구나. 너, 네 부모, 그리고 너와 네 부모가 체르노보그에서 겪은 일까지……
지금이라도 다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내게는 그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는 것 같구나.
생사가 걸린 문제 앞에서…… 나는 네가 잠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를 떠나 있거나, 네게 유리한 증언을 하라는 제안을 했지만, 난 너를 설득하지 못했어.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없으니, 네 부모를 볼 면목도 없단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네게서 네 부모에 관한 일을 들을 수 있겠니?
그런 게 아니에요, 부인……
이 책은 읽었니?
다 읽었어요. 부인께서 왜 제게 이 책을 빌려주셨는지 이해했어요.
표지에 뭐라고 적혀 있었니?
“그 어떤 사상이라고 해도, 행복한 삶과 교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
그래, 그렇단다. 《참회록》은 야코프 페트로프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가족이 정리해 출판한 책으로, 한 반역자의 죽음으로 얻은 경험이 들어 있단다. 그래서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누군가가 그 경험을 위해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알고 있고, 네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어째서 같은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거니?
설마 죽을 날을 목전에 두고 나서야, 아니, 그 사람처럼 감옥에서 피를 토하고 나서야 네가 굳게 믿는 게 역사에서 잊혀버릴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싶은 거니?
부인, 저는……
말해주렴, 얘야. 내게 이유를 말해주려무나.
……솔직히, 저 자신에게도 그런 질문을 해봤어요. 근데……
……
제 뻔뻔함을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부인께서 말씀하신 대로 증언하고 저 자신을 지킨다면, 자치단의 다른 멤버도 똑같이 대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어요?
물론이란다! 네가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특정 인물의 이름을 증언해 주기만 한다면……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청문회에 제 증언을 제출할게요……
전 '참회문'을 제출하겠어요.
백작 부인?
……아, 듣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실례하겠습니다. 중재자가 방금 나탈리야 양의 이름을 언급했어요. 곧 나탈리아 양의 서면 증언을 제출하셔야 해요.
다음 증인은 나탈리야 로스토바 씨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나탈리야 씨 본인은 본 청문회 현장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나탈리야 씨가 증언을 대신 낭독할 대리인을 미리 신청했습니다.
중재자님……
나탈리야 양이 어제 저에게 서면 증언을 전달했습니다. 중재위원회의 위원들께서는 증언을 살펴보시고 제가 낭독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서기관이 압생트에게서 문서를 건네받았고, 수군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보론초바 부인은 무수히 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조야 씨께서 이 사건에 관한 나탈리야 씨의 증언을 대신 낭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정한 중재위원회 및 존경하는 위원 여러분께 이 참회문을 바칩니다……”
“제 사죄의 뜻과 해당 사죄문에 등장할 민감한 사안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언급해야만 하는 파블로비치 씨의 이름을 제외하고, 그 누구의 구체적인 이름도 기재하지 않겠습니다.”
(낮은 소리로) 부인, 이건 우리가 했던 얘기랑……
……일단 다 들어보시죠.
“이 글로 여러분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도회 사건 직후, 소냐의 안위가 우려된 저는 한 영향력 있는 인사의 협조로 그날 체포된 학생 대다수의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차레브그라드 구에 무단 침입한 '범죄자' 모두가 카토르가 구, 즉 소위 '봉쇄 구역'에 일괄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학부모 중에는 지위가 높은 귀족이 많았지만, 그분들마저도 봉쇄 구역 내의 정확한 소식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중 일부는 본인의 신분 때문에 직접 봉쇄 구역을 방문하기를 꺼려했고, 제게 대표로 체포된 학생들과 면회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분들은 제게 봉쇄 구역의 관리자인…… 추밀관 파블로비치 씨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다음 날 저는 파블로비치 씨를 만나기 위해 카토르가 구를 외부와 차단하고 있는 성벽에 올랐습니다.”
……하하, 아버님의 친구분인 슈발로프 남작을 뵌 적이 있습니다. 투자를 위해 빚을 내서 체르노보그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돌아오신 분이었죠.
그런데 그저께 봤더니,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 2명한테 도시 밖으로 압송되고 있더군요. 동쪽으로 간다면서요. 궁금해서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유배를 가냐고 여쭤봤습니다.
그러니까,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여 주셨습니다. 연회에서 '광부 만세'라고 외쳤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셨냐고 했더니,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죄송하지만, 저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네요.
씩 웃으면서 경찰들을 돌아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유배를 가면 채권자들이 날 못 찾을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정말 특별한 경험이네요…… 제게 급한 일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예요.
이런, 제가 수다를 시작하면 도무지 멈출 줄을 몰라서 말이죠. 민망하네요.
자, 로스토바 씨.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추밀관님, 저는……
날카로운 전동드릴 소리가 파블로비치의 흥을 망쳤다. 그는 로사에게 가볍게 사죄의 손짓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뭐야? 오늘 담당 누구야? 당장 나와!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데려온 인원이 좀 많다 보니……
몇 명이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지금 손님 응대 중인 거 안 보여?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하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추밀관님, 실례를 무릅쓰고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는 각 구역의 헌병들이 통일된 장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금 추밀관님과 대화한 저 사람은 사복 차림에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 혹시 이곳은 조금 특별한 곳인가요?
특별하다고요? 로스토바 씨, 농담도 잘하십니다. 설마 쓰레기장을 특별한 곳으로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공업이 개편되고 나서 구 공업단지는 장기간 방치됐습니다. 그러다 어떤 의원이 그런 구역들을 개조해서 재활용하자고 제안했죠.
예컨대, 죄인이나 이주를 거부하는 빈민들을 수용해 봉쇄 구역 안에서 생산에 투입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죠.
원래는 정말 잘 굴러가고 있었어요.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자원 부족 문제만 아니었어도 공장들이 전부 가동을 멈추진 않았을 겁니다.
하아, 우르수스는 쓸데없는 데다 투자하는 법이 없잖습니까. 헌병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제게 떨어지는 돈으로는 저런 멍청이들을 고용해 관리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거죠.
그래도 다행인 건, 저 녀석들이 아직 사고를 치진 않았다는 겁니다.
아까 그 드릴요, 공사 소리 같지는 않았는데……
아, 놀라게 해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귀한 손님을 놀라게 하는 건 저도 원치 않습니다만, 저기서 치과의사가 수술하고 있거든요.
치과의사요? 여기서요?
네,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새 재료로 채워 넣는 거죠…… 치아나 사상이나 마찬가지예요.
로스토바 씨께서 궁금하신 건 이제 전부 해소되었겠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뵙자마자 드린 명단을 봐서 아시겠지만, 저는 학부모들의 위임을 받고 왔습니다. 그 사람들의 상태를 제가 직접 확인했으면 좋겠는데요.
명단에 고위 귀족의 후계자도 꽤 있는 만큼, 추밀관님께서 편의를 봐주셨으면 해요.
물론이죠, 물론입니다. 이번에 체포된 건 정말 학생인 것 같던데, 세상 부모 마음은 전부 동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위대하신 분들께서 본인의 후계자에게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알았더라면, 어떻게 그렇게 반역적이고 불효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다만 당신도 제가 카토르가 구의 앞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헤아려 주셔야겠습니다.
추밀관님, 추가 논의에 앞서 다시 한번 명확히 해두겠습니다. 제게 방문을 위임하신 학부모들은 자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죠. 잠시 후에 직접 천천히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명단에 있는 두 이름에 대해서는 로스토바 씨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군요.
말씀하세요.
먼저 나움 씨입니다. 제가 알기론 어제 풀어드렸으니, 이미 집에 도착했을 겁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나움의 부모님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다음은 이분…… 소냐 씨입니다.
불과 며칠 만에 여기서 꽤 이름을 날렸더군요. 부하들에게서 소냐 씨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소냐가 왜요?
파블로비치의 얼굴에 언제나처럼 걸려 있는 그 미소를 보던 나탈리야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궁금할 뿐입니다. 소냐 씨는 귀족도 아니고, 부유한 집안의 자제도 아닌 그냥 평범한 학생인데, 대체 왜 이 명단에 있는 건가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소냐는 제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흉악한 폭도 같은 게 아니기에, 제가 직접 이름을 올렸어요. 소냐의 상태만 확인하게 해주세요.
오, 이런. 로스토프 가문의 후계자께서 이렇게 간청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게 2가지를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하나, 소냐 씨에게 며칠 안에 내보내 드릴 테니 며칠만 봉쇄 구역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라고 전해주세요.
둘째, 명단에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를 일일이 찾아가서, 그 사람들더러 의회에 압력을 가해 안건을 철회하고 봉쇄 구역을 유지할 수 있게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달라고 하세요.
봉쇄 구역을 '유지'한다고요? 카토르가 구가 곧 사라질 예정이라는 말씀인가요?
오, 우리 보론초바 부인께서 말씀을 안 하셨군요? 그건 단순한 처분 같은 게 아니라…… 노골적인 방기입니다.
제국의 자원 고갈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절약을 위해, 제국은 이제 수도 한복판의 공업 섹터까지 포기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죠.
1주 전에 이미 의회에 봉쇄 구역을 황야에 버리자는 안건이 나왔습니다. 의장이 그 안건을 허가했다는 건, 곧 폐하께서 묵인하셨다는 뜻이기도 하죠.
다행히 저를 지지하는 구귀족들이 힘써 막아준 덕에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죠.
명단에 내로라하는 산업 귀족이 제법 있더군요. 그분들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독려해 반대한다면, 폐하와 의회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자식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절대 등한시할 수 없겠죠. 봉쇄 구역 유지 칙령이 내려오는 대로 모두를 풀어주겠습니다.
……제가 정말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보세요?
최소한 당신에게 기대는 품고 있습니다. 이 명단을 확보하고, 모두가 꺼리는 이곳에 용감하게 찾아온 데다, 친구를 구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냐 씨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목숨이 당신 손에 달린 겁니다, 나탈리야 로스토바 씨.
전달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소냐를 만나게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어이 '솔가리', 이리 와.
이분을 소냐 씨에게 안내해. 나탈리야라는 이름부터 통보하고.
……여기서 그 녀석…… 아니, 소냐의 캠프까지는 멀지 않습니다. 통보하고 올 테니, 일단 기다리세요.
벌써 여기서 캠프까지 만든 거예요? '통보'까지 해야 하고요?
당신이 소냐의 친구라면 알고 있겠죠.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니더군요.
로사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음침한 거리 깊숙이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고, 모자를 붙잡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순간, 잿빛 그림자 하나가 폐허 속에서 튀어나왔다. 앙상하게 여위고 온몸에 옴이 오른 클라우드비스트가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입에 무언가를 문 채 경계하듯 로사를 바라봤다.
로사의 동공이 급격히 축소됐다…… 클라우드비스트가 물고 있는 건 창백하고 딱딱하게 굳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손톱 틈새에는 흙과 핏물이 있었고, 절단면은 씹어 뭉갠 나뭇가지처럼 너덜너덜했다.
*우르수스 욕설*! 이 빌어먹을 짐승 자식!
나탈리야 씨,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근데 방금 저게…… 아니, 아니에요.
밖이 너무 추워서요. 소냐를 빨리 불러주시면 고맙겠어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로사는 점점 멀어지는 경호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한이 밀려오는 걸 느꼈고, 꼿꼿했던 몸에 순식간에 힘이 풀렸다.
로사는 비틀거리며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입을 틀어막았다. 목구멍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을 억지로 삼켰지만,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손가락 하나, 굴욕당한 한 영혼의 비명, 체르노보그와 관련된 혼탁한 기억……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로사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혼자서 이겨낼 수 있었다……
“안 돼, 정신 차려 나탈리야. 이건 창피한 일이야. 이러면 안 되는 거야. 극복할 수 있어.”
로사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쇳내 섞인 찬 공기를 크게 들이쉬며, 팔의 떨림부터 가라앉히려 했다……
나탈리야?
(숨을 헐떡인다)
과호흡 상태잖아!
젠장! 나탈리야, 내 말 들려?
나,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 말해봐.
보…… 봉쇄…… 봉쇄 구역……
그래, 봉쇄 구역이야…… *우르수스 욕설* 대체 왜 자꾸 여길 기어들어 오는 거야? 죽고 싶어서 그래?
……빌어먹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잘 들어, 나탈리야. 나 여기 있어, 넌 지금 혼자가 아니야.
나탈리야!
소냐……?
그래, 나야. 괜찮아?
소냐…… 아, 괜찮아. 널 만나서 너무 기뻐……
너도 무사했구나.
아직도 횡설수설하네. 이게 몇 개야?
지마가 손가락 3개를 펴서 로사에게 들이밀었다.
3개.
휴우, 머리는 멀쩡하네.
괜찮아. 그냥 찬바람 때문에 기침을 좀 하다 보니 가슴이 좀 불편해서 그랬어.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
됐거든, 내 앞에서는 숨길 필요 없어. 아까 날 찾아온 녀석이 무슨 짓이라도 한 거 아냐?
진짜 아니야…… 하아, 그냥 넘어갈게.
잘 들어, 소냐. 난 여기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지금 상황을 최대한 빨리 다 전달해야 해.
로사는 사방을 훑어본 후, 지마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눈짓했다.
……아, 알겠어. 관리자 녀석을 통해서 왔구나.
먼저 말해둘게, 레토도 지금 여기에 있어. 네가 더 알아야 할 거 있어?
로잘린드는…… 계속 널 찾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사무소에 편지 한 통만 남기고 가버렸어.
나무라지는 마, 나를 돕고 싶어 했을 뿐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굼은 괜찮아? 이스티나는 나한테 화 안 났어? 조야랑 교관은……
다들 무사해. 다들 네 걱정만 하고 있어.
내가 여기에 온 것도 네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이 봉쇄 구역의……
네가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네가 방금 잠깐 동안 본 것보다 훨씬 심각해.
먹을 것도, 연료도, 심지어 마실 물도 없어. 사람들끼리 편을 가르고, 땅과 자원을 뺏겠다고 전쟁을 벌여.
매일 사람이 죽어 나가.
파블로비치 씨가 다 내보내 줄 거라고 했어. 단, 조건이 있대……
그런 녀석의 말을 진짜로 믿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안 믿지……
알아, 너한테도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 그게 아니었다면, 여기저기 부탁해서 겨우 이곳에 들어온 뒤에 한다는 게 고작 소식을 전하는 것과 내 상태를 살피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
뭐랄까, 방금 내가 내일이면 다 끝장나기라도 할 것처럼 무섭게 말한 것 같긴 한데, 이게 우리한테 낯선 상황은 아니잖아……
내일 당장 터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안 쓸 봉쇄 구역, 살겠다고 서로 밟고 밟히다 본능만 남아버린 학생들……
이곳의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아?
……말해줘. 지금 뭐가 필요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나가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방법을 찾아볼게……
저 건달 놈들 말고, 저 요새 같은 성벽 위에 사람이 몇이나 있어?
얼마 없어. 파블로비치가 고용한 경호원 몇 명에 구식 군복 입은 놈들 다 합쳐도 10명이 안 돼.
……괜찮네.
지마가 로사 쪽으로 바짝 다가가 재빨리 목소리를 낮췄다.
(작은 목소리로)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저쪽 무기 공급선 좀 끊어봐.
(작은 목소리로) 무기? 근데 저쪽 '경호원'도 다 전문가는 아니던데.
(작은 목소리로) 아니, 네가 몰라서 그래.
(작은 목소리로) 최근 이곳에 탄약이랑 중화기가 보급되고 있어. 저 높은 곳에 그런 것들이 배치되면, 우리 쪽에서 저항할 수가 없어.
네 얘기는……
말 그대로야.
……알았어. 나가서 애들이랑 같이 방법을 찾아볼게.
소냐, 너도 로잘린드도 몸조심해.
걱정하지 마. 내가 모두 다 데리고 나갈 테니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