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2굴레 속에서
두 번째 증인 우쿠시크는 청문회에서 안토샤라는 사람이 자신을 거두어 주었으며, 그가 이끄는 자칭 언바운드라는 급진 단체가 카토르가 구에서 파블로비치의 폭력적인 관리에 대항했다고 진술한다.
정숙! 정숙하세요!
조야 씨, 본 청문회의 질문에 답변하세요!
중재자님, 저는 이미 답변을 드렸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건 진술할 수 없습니다. 소냐가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 한 놈들과 관련이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위원회로 온 신고 자료에 따르면, 당신들은 항상 함께 움직였습니다.
아니요, 중재자님.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자치단'의 일원도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제게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배지조차 나눠주지 않았죠.
……그리고, 외람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지금 청문회는 벌써 질의 단계에 접어든 건가요?
제87회 임시 심사 청문회의 규정에 따라, 모든 증인과 증거 간의 연관성이 충분히 소명된 후에만 질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증인은 질문에 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중재자님……?
……조야 씨. 당신의 자료와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명백해 보이는 것들이 꽤 있더군요, 예를 들자면……
당신은 얌전한 아이가 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
다음 증인 소환하세요!
중재자께서 두 번째 증인을 소환했습니다. 첫 번째 증인은 자리로 돌아가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너……? 네가 어떻게?
……
흥.
2호 증인, 이름이 무엇입니까?
우쿠시크.
특이한 이름이군요.
(작은 목소리로) 아르툠 의원님, 이 자료를 다시 보시죠.
(작은 목소리로) 부모 없는 부랑아로, 본인보다 나이 많은 방랑자 무리가 지켜준 덕에 목숨을 부지했으나 쭉 자기를 보호해 준 사람이 학생자치단의 손에 사망함.
(작은 목소리로) 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 뭘 말해야 하고 뭘 말하면 안 되는지 미리 다 일러둔 상태.
……
자, 우쿠시크, 무서워하지 말고 얘기를 시작해 보세요.
딱히 무섭진 않은데…… 크흠, '존경하는 중재위원회의 위원 여러분', 이렇게 말하면 되나?
그게 말이지……
그날 밤, 나는 길모퉁이에서 신문을 팔면서 안토샤가 교대할 사람을 보내주길 기다리고 있었어.
안토샤는 우리 대장인데, 안토샤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로 얘기하고…… 어쨌든, 사람들이 갑자기 떼로 몰려 무도회장 쪽으로 달려가길래, 혹시 안토샤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었지.
그러고 나서 경찰들이 우르르 나타나더니, 거의 모든 길목을 막아버렸어. 그때가 돼서 깨달았어, 진작 도망가야 했는데 말이야.
그때 내 동료 한 명이 눈에 들어왔어. 걔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멍하니 서서 사람들한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더라고. 그리고 나를 발견하고는 뭐라고 소리쳤어……
근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도 전에 경찰봉이 내 동료의 머리를 내리쳤고, 내 동료는 순식간에 사라졌지……
잠깐 멈추십시오!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이야기까지 늘어놓지 마세요……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그럼 어쩌라고? 나같이 글자도 잘 모르는 어린애가 무슨 방문 판매원처럼 말을 조리 있게 하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네가 대신 말해줘. 내가 그대로 따라 말할게. 어때?
안 됩니다!
중재자는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귀족을 매섭게 노려봤다. 남자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손수건으로 이마 옆에 맺힌 땀을 닦았다.
하지만 이렇게 두서없이 늘어놓아서도 안 될 일이니, 처음부터 얘기해 보세요…… 동료는 또 뭐고, 대장은 또 뭔가요? 도대체 어떤 조직입니까?
그날 밤 왜 그곳에 있었습니까? 아는 걸 전부 말하세요. 숨기는 건 용납 못 합니다.
전부?
그래요, 전부.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앉아서 얘기해도 될까?
안 됩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라고? 흠…… 도대체 어디가 '처음'일까?
내가 태어났을 때? 그건 별로 얘기할 게 없겠네, 엄마는 나를 낳고, 약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죽어버렸으니까.
나를 버린 아빠? 그건 더더욱 얘기할 게 없겠네, 기억도 거의 없으니까.
파이프 청소팀에 끌려가서, 나랑 똑같은 서너 살짜리 아이들이 에너지 파이프 안에서 질식해 죽어가는 모습을 봤던 일……
아, 이건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 우르수스에서는 합법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겠어, 알겠어. 그럼 역시 '그날'부터 얘기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네. 내가 안토샤를 만난 그날……
아저씨,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집에 보내줄 수 없을까? 이렇게 오래 갇혀있으면 엄마 아빠가 걱정할 거야. 내가 착한 아이라는 건, 우리 엄마 아빠가 증언해 줄 수 있어!
근데, 오늘은 월요일이잖아.
월요일이 뭐?
착한 아이들은 월요일이면 다 학교에 가 있다고, 길거리에서 도둑질 같은 건 하지 않아.
어디 보자…… 하교 시간까지 3시간이나 남았으니, 네 부모님도 걱정 안 하실 거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제기랄, 내보내 달라니까!!
푸하하, 저 꼴 좀 봐.
어이, 뭐가 그렇게 우스워?
나? 나 안 웃었는데……
비켜, 너 말하는 게 아니야! 거기 키 작은 너, 뭐가 웃기냐고?
나는 저 사람 보고 웃은 거야, 봐봐……
남학생이 눈짓했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게으른 경찰이 파이 한 조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만했다. 지금 배를 채워버리면, 얼마 남지 않은 오후 휴식 시간에 큰 사거리에서 갓 구워져 나온 쿠키를 즐길 수 없게 되니까. 하지만……
과일과 크림이 잔뜩 올라간 그 파이는 정말이지 보기만 하는데도 침이 꿀꺽꿀꺽 넘어갈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대체 왜 웃긴지……
뭐가 웃긴데?
가까이 와봐. 살짝 귀띔해 줄 테니까……
저 경찰이 조금만 더 꾸물대면 진짜로 못 먹게 될 거야.
무슨 뜻이야?
내기할래? 고개는 왜 저어? 겁나? 참나, 두고 보라고……
난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승산 없는 내기는 절대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 경찰이 시계를 힐끗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순찰 당번이 15분 후면 돌아오는데, 그러면 근무 시간에 맛있는 파이를 혼자 실컷 먹을 기회가 사라져 버리니까.
결국, 그 경찰은 마음을 굳히고 입을 크게 벌렸는데……
안토샤, 나 여기 있어!
안토샤는 남학생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경찰을 깔끔하게 쓰러뜨리고 그의 몸에서 열쇠를 찾아 남학생에게 던졌다.
빨리 해, 소리가 너무 컸어. 곧 들킬 거야.
소형 오리지늄 폭탄을 바로 쓸 줄은 몰랐는데?! 그거 엄청 비싸지 않아? 마트베이가 써도 된다고 했어?
내가 하는 일에 걔의 동의가 왜 필요해…… 그리고, 비싸고 귀한 걸로 치면 사람 목숨이 제일이잖아.
자유가 제일 귀한 거 아닌가?
쇠사슬이 바닥에 떨어지고, 남학생이 독방에서 걸어 나가 빠르게 안토샤의 어깨를 툭 쳤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건 서로 신뢰와 감사를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어이…… 기다려! 나도 데려가!
아는 애야?
그 남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경찰들이 돌아오면 남은 사람들한테 분풀이할 게 뻔했으니까.
저 사람들이…… 나를 못살게 굴어! 나는 달리 갈 데도 없단 말이야!
이 말은 안 먹히나? 그래도 여기다 내버려두고 죽으라고 하지는 않겠지!
나 할 줄 아는 거 많아, 너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너희도 나처럼 착한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안토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마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내가 했던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맞는 말이야…… 우리는 '착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
하나만 물을게. 집이 어디야? 데려다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집? 오도예프 구의 하수도를 말하는 거야? 데려다줄 것도 없어.
……
열쇠 받아…… 자물쇠 딸 줄 알지?
그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안토샤를 따라 경찰서에서 도망치기 전에,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 파이를 주웠어. 아주 깨끗한 상태였거든.
그래서 죽어라 뛰면서 죽어라 먹었어…… 정말 맛있었고, 정말 너무나도 달콤한 파이였어. 그 경찰은 진작 그 파이를 먹었어야 했어.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카토르가 구였어.
더는 실패할 수 없어. 여기에는 노약자와 환자, 그리고 그들을 돌봐주는 가족까지 수백 명이 넘어.
파블로비치 쪽 사람은 매일 늘어나고 있고, 장비도 계속 좋아지는 중이야. 우리가 출구를 뚫으면 그쪽에서 막는데, 폭약 비축량을 봐서는…… 기회는 기껏해야 2번 정도뿐이야.
파블로비치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상황을 바꿀 수 있어.
알겠어.
그래서 확인했어, 유라? 지금 파블로비치의 경호원이 몇 명이지?
수행 경호원 둘, 나머지는 아직 파악 안 됐어.
저번에 네가 낸 아이디어로 계획은 다 짜뒀어, 바로……
다 먹었는데, 더 없어?
얘한테 빵 바구니 좀 갖다 줘…… 잘 봐, 이 얼굴을 기억해 둬. 내일 차레브그라드 구에 가서 이 사람을 찾으면……
물 있어? 목이 좀 막혀……
주전자는 찬장 위에…… 쟤 말고 나를 봐! 무도회까지는 이제 몇 주 정도 남았어. 안에서 일 똑바로 하고, 들키지 않게 해. 알아들었어?
걱정하지 마, 무도회장 서빙이 뭐 대수라고, 처음도 아닌데.
이번엔 동계 무도회야. 네가 우리 중에 제일 몸이 날랜 건 알지만, 목적을 달성하려면 평소처럼 산만하게 굴어서는 안 돼.
내가 평소에 언제 산만했다고 그래? 그리고 평소에는 다들 길거리에서 돈 있는 사람 지갑 털고, 주인 없는 자전거 파는 게 다잖아?
……네가 매일 서너 통씩 쓰는 그 사랑 시, 전부 한 사람을 위한 거야?
안토샤, 그렇게 물어보면 재미가 없어지잖아. 물론 사회적 부의 재분배라는 건 되게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거긴 한데, 그렇다고 그게 매일 너처럼 굳은 얼굴로 지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그냥 네게 상기시켜 주는 거야. 우리가 하는 일은 우르수스 통치자들에게 여전히 '범죄'로 규정되고 있고, 우리가 이걸 하는 건……
……복수를 위해서지.
맞아, 복수야. 근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신 건, 우리가 우르수스를 해방시키고 미래에 자유를…… 아니,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끼이익……
내가 벽 쪽에 서서 주전자를 끌어안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중,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나보다 한참 키가 큰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엄청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등에 철근이라도 박은 것처럼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주전자를 끌어안고 물을 마시는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마트베이, 왔어? 너 먹으라고 빵을 남겨뒀……
어라, 근데 왜 반쪽밖에 없지? 누구야? 누가 먹었지?
난 말할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주전자를 다시 돌려놨다.
아, 얘는 내가 경찰서에서 데려온 앤데, 내 생각엔……
방금 무슨 얘기 중이었죠?
작전 실패, 이유는 귀족 나리들을 얕봐서고. 하지만 교훈을 얻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 내 말이 맞지?
……애 앞에서 살인 얘기를 꺼낸 겁니까?
살인? 아…… 살인 얘기였구나.
명단에 있는 귀족들을 암살하는 건, 우리 모두가 동의한 일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그 명단은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그 명단이 언제 적 명단인지 모르겠군요.
……우르수스가 더 이상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게 되면 멈출 거야.
마트베이는 안토샤를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말없이 내가 갖다 놓은 주전자를 툭 던지며 건넸다.
크흠. 사실 이런 얘기에 딱히 반감이 있지는 않아. 사람은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둘 중 하나잖아. 꺼릴 것도 없지, 뭐.
입 좀 다물고 있어라, 제발!
남는 침대가 없는데요.
뭐라고?
데려오기 전에 어디서 재울지 생각은 해보셨나요?
나는 바닥에서 자면 돼.
들었지? 바닥에서 자도 된다잖아.
……
……
…………
…………
알겠어,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데려오기 전에 그 부분까지 생각해야 했는데!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안토샤 침대에서 자요. 안토샤는 공방 창고 구석에서 지내면 되니까요.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어차피 네가 없었으면 이 집도 못 지었을 테니까.
꼬마 친구, 여기서 식사 몇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을 거예요. 충분히 쉬고 나면 데려다줄게요.
데려다준다고? 어디로?
마트베이, 걔는……
미안해요……
그래도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건 안 돼요.
왜? 너희는 전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귀족이니까? 내가 학교는 안 다녀봤어도 할 줄 아는 건 많거든!
우리는 꼬마 친구가 생각하는 그런 학생들이 아니에요……
(작은 목소리로) 안토샤,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때인 줄 알잖아요. 이렇게 하면……
알아! 너희도 남의 지갑 터는 일 하잖아, 맞지? 그건 나도 너희를 도울 수 있어, 꽤 잘하는 편이거든. 저번엔 실수로 잡힌 거였어……
부탁이야, 정말 너희에게 도움이 될게. 일 끝나고 빵만 조금 주면 돼, 게다가 난 얼마 먹지도 않는단 말이야……
나 정말 갈 데가 없어서 그래.
……
……들었지, 마트베이. 얘도 갈 곳 없는 애야.
이 정도의 체구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을 거야. 외부와의 연락 수단 하나는 남겨두면 좋잖아.
저기, 잘 들어. 우리가 네게 빵을 나눠준 건 동정 같은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운 것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남의 동정에 기대어 살 필요 없어.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살 권리는 있어. 만약 정당한 노동으로 번듯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면, 그건 절대 그 사람 잘못이 아니야.
자, 이제 질문 하나 할게.
언젠가 높은 자리에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을 우리가 전부 제거한 뒤에, 모두가 모든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한다면, 너는 믿을 수 있겠어?
솔직히, 난 안토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그렇게 열의에 찬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빵을 먹을 수 있고,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는 거야?
매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물론 최고로 좋지.
좋아, 그럼 됐어.
언바운드에 온 걸 환영해. 우리……
안토샤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마 그제야 내 이름을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이름이 뭐예요?
이름은 없어. '저 애', '저 꼬맹이', 그런 건 이름이 아니잖아…… 안토샤가 그렇게 불러도 알아듣긴 했지만.
넌 어째 말하는 게 사람을 쏘아대는 것처럼 말하냐?
흠, '쏘아댄다'라…… 우쿠시크, 이거로 하죠!
뭐? 난 싫……
따라와요, 우쿠시크. 깨끗한 베개를 찾아드리죠.
아니, 난 그 이름 싫다니까!
나는 절대로…… 아니, 영원히…… 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물론, 결국 나는 그 이름을 받아들였어. 정말 이상한 이름이었지만.
하지만 어쩌면 이건 그들이 나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했다는 뜻일지도 몰라.
나로서는 쫓겨나지 않을 곳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었으니까.
1달 후5:30 P.M. 동계 무도회 시작 1시간 전
유라 쪽은 다 됐나?
응. 약이랑 칼은 넘겼어. 무도회가 시작되면 샴페인 잔이 든 쟁반을 들고 표적 근처로 접근할 거야.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죽인 다음 살아서 빠져나오는 건…… 유라가 독약이랑 칼 중에 뭘 쓸지 모르겠네.
유라라면 제일 눈에 띄는 방법을 쓸 거야.
하긴, 나라도 그렇게 하겠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셨지. 정의는 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두에게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이번 작전은 정말 위험해. 그래도 동계 무도회는 사설 경호원 입장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우리한테 최고의 기회야. 유라는…… 아냐, 나는 유라를 믿어.
긍정적으로 생각해, 안토샤. 네 우울한 얼굴이나 보자고 우리가 너를 따르는 게 아니잖아.
……너희가 나를 따르는 건 아니지…… 우리 모두 자원해서 모인 거잖아.
알아. '물론' 너는 우리의 '대장'이 아니지.
하지만 이상에는 언제나 방향이 필요하잖아. 카토르가 구에 와서 투쟁을 시작하자는 것도 네 생각이었고.
……파블로비치만 죽으면, 모두를 데리고 여길 떠날 수 있어. 이 긴 저항도 끝나겠지.
안토샤.
그때 나는 학생 나이대의 노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몇 명 들어오는 걸 봤다. 그들 또한 안토샤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이 여기 모인 건 '중요한 일'을 위해서였다.
안토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일'이 쌓이면 '위대한 일'이 된다고.
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안토샤 곁에 모여들어 그의 말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안토샤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창문을 통과해 들어온 빛이 그의 가슴팍을 비추었다.
너희의 모습이 보여, 너희는 나의 친구, 나의 형제, 나의 전우야.
너희를 보고 있으니까,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
그때 우리는 한 위대한 분의 주위에 둘러앉아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지.
그리고 난 봤어, 너희는 그때처럼 3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우르수스는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건가?
우르수스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기 있는 모두의 눈에서 이 나라를 향한 극도의 실망감이 느껴져. 왜냐하면 나도 똑같으니까!
우리는 시도했어. 우리는 그 무능한 후계자들처럼 그냥 공상하고 떠들기만 하지 않았어! 우리는 시도했어!
하지만, 평화적인 수단은 전부…… 다 소용없었어. 우리는 대가를 치렀어.
말과 글은 너무 약해, 그것만으로는 이 썩어 문드러져 악취를 풍기는 거대한 제국을 움직이기에 역부족이야.
우리의 스승님은 우리가 선택한 '평화' 때문에 세상을 떠났어. 그분께서는 본인의 목숨으로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셨어!
너희의 모습이 보여. 마치 감옥에서 쇠창살 너머로 동료를 바라봤던 것처럼, 형장에서 눈물을 삼키며 피를 지켜봤던 것처럼……
그건 우리를 위해 흘린 피였어!
하지만…… 피는 진작에 다 말라버렸어. 그리고 우리 중에는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갈망하는 건……
자유.
우리가 원하는 건……
파멸.
우리를 속박하던 모든 법률을 배신해라! 법률이 먼저 나라의 백성들을 배반했으니까!
썩어 쓸모없어진 절차와 기관을 모조리 박살 내라! 이미 고쳐 쓸 수 없게 돼버렸으니까!
빵과 자유를 위해, 불태워라! 매달아 처형해라! 그리고 부숴버려라! 과거의 모든 것을 짓밟고 폐허 위에 올라서야만, 우르수스는 비로소……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속박이란 없다. 우리는 언바운드다.
모두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마트베이의 옆에 섰는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을 지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안토샤가 말을 마칠 때마다 이쪽으로 눈길을 보낸다는 것을 알아챘다.
안토샤는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마치…… 마트베이한테 확인을 구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안토샤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마트베이가 입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데리러 가야 할 사람…… 그러니까, 유라를 봤어. 유라는 실의에 빠진 얼굴로 군중 속에 서 있었어……
암살 임무에 성공하지 못한 거야. 우리의 계획은 무참히 실패한 거지.
어쩌면 유라는…… 무도회장 밖에 왜 저렇게 많은 학생과 경찰이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저 사람들은 또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