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이끄는 자
자신의 팀을 데리고 용병 부대의 탈주자를 막으러 간 W는 플레임브링어를 마주치게 되고, 플레임브링어는 리유니온의 포위망을 보란 듯이 빠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게 된 플레임브링어는, 또 다른 익숙한 얼굴과 조우하게 된다.
W,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흠…… 내게 연락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는데. 뭔데?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어?
재미는 없을 겁니다, W. 살카즈 용병들을 재정비하는 동안, 한 부대가 우리를 배신하고 도주했습니다.
전장 소탕을 맡은 지원부대인 듯하여 우린 바로 뒤를 쫓았고,
놈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시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입니다만…
잘 된 일이잖아 그럼.
근데 예상치 못한 점은…… 우리가 파견한 추격대와 연락이 끊겼다는 겁니다.
용병들의 새로운 리더인 당신이라면, 납득이 되는 설명을 해줄 수 있겠죠.
우리 추격대가 왜 갑자기 사라진 겁니까?
01:13 p.m. 날씨/맑음
체르노보그, 교외, 황야
무슨 소리야? 좀 알아듣게 설명해줄래?
설명하자면, 우리 소대는 어떠한 매복이나 함정도 발견하지 못했고, 배신자들이 살카즈라는 것밖에 모른다는 겁니다.
그야 당연하지, 내 용병대에 다른 종족이 또 있겠어? 듣다 보니 재밌네? 계속해봐.
처음 접촉했을 때 이미 목표를 제압했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추격대도 남겨뒀습니다. 상대는 그리 강한 적이 아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통신이 갑자기 끊긴 겁니다.
흐음~ 진정한 야수는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는 데 능한 법이라잖아. 너희가 너무 방심한 거 아냐?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그 살카즈의 특징은?
……자세히는 모릅니다. 들은 얘기는 목격자 대부분이 연락이 끊겼고, 멀리서 봤을 때 적진에 전사 한 명이 있다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정면충돌은 안 하는 게 좋겠네. 그 전사인지 뭔지는 꼭 붙잡아둬, 그럼 이따 보자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별거 아냐. 덜떨어진 소대 하나가 함정에 빠져서.
저희가 지원하러 가야 할까요?
정말이지, 다들 자기가 맡은 일만 똑바로 하면 되는데, 왜 1인분도 못 하는 걸까?
음…… 하지만 이번엔 깊게 안 따질게. 어차피 나도 그 불쌍한 전 리더가 어떤 이상한 살카즈들을 데리고 있었는지 꽤 신경 쓰이니까.
알겠습니다.
전체 소대에 알린다. 전투를 준비하고 교외로 이동한다.
윽, 젠장, 움직임이 더 빨라졌잖아! 아직도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너무 약하군. 리유니온이라는 건 겨우 이 정도 수준인가?
이 녀석! 감히 우리를 얕보다니……
후후……
오랜 지인을 만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설마 너일 줄은 몰랐는걸.
W, 저희는……
복귀해, 죽기 싫으면. 복수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쟤는 아직 제대로 실력 발휘도 안 한 상태라고. 아, 죽고 싶은 거라면 말리진 않을게.
……철수한다.
오랜만이네. 용병 소드캐스터.
넌……
지금은 W라고 불러줘.
너는?
플레임브링어. 너라면 잘 알 텐데. 서로의 이름을 밝히는 게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어머~ 무서워라~ 전에 네가 그 녀석들을 베어버릴 때도 통성명했었나 보지?
의뢰와 결투는 다르다.
그때 그 전쟁을 경험한 살카즈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래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용병들이란 정말, 자기네 우두머리 하나 바뀌었다고 도망이나 치고. 어이없지 않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내 이름을 밝힐 가치도 없는 자가 네 부하라는 건 좀 의외였지.
그거 참 영광이네…… 뭐, 걔네가 내 부하가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말이야. 아, 혹시 나보고 죽여달라 꼬시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 난 너처럼 도구에 의지하는 전투 방식엔 전혀 관심 없다.
하지만 전술도 하나의 기술이지. 만약 네 그 전술이 전보다 발전했다면 한 수 배울 생각도 있는데.
……이상하네. 너 원래 목표만 죽일 수 있으면 딴 건 다 상관 안 하는 타입 아니었어?
W, 소대가 이미 지정된 위치로 흩어져 적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이제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
나도 네가 이놈들의 리더가 될 줄은 몰랐다… 모두들 변하고 있군.
이 놈들? 아…… 리유니온 말하는 거야?
아니면…… 살카즈들?
하앗!
흠.
나는 적을 얕보지 않는다. 살카즈, 널 계속 주시해왔다.
아쉽겠지만, 네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거다.
그랬군. 너도……
이러는 편이 더 재미있지 않나? 안 그래도 요즘 칼날이 무뎌졌는데, 네놈으로 칼갈이 좀 해야겠군.
도발인가? 건방지게 구는 것도 지금뿐이다!
그래, 덤벼봐.
큭! 젠장! 어떻게……
윽……!
아직 말할 여유가 남아 있나?
……예상대로 더 강해졌네.
W! 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겁니까?! 명령만 내려주면 지금 바로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잖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또 너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거지?
이런 상황에 괜한 트집 잡지 마십시오!
근데 난 진짜로 너네 지휘관이 아닌걸.
조언 하나 할게. 괜히 자극하지 말고 물러나. 굳이 그러고 싶으면 다른 기회에 해.
……젠장.
에이 설마? 정말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기서 괜히 오버하지 마.
쳇.
다음은 누구지?
뭘 그렇게 서둘러? 혹시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나도 포위망은 처음 뚫어보는 게 아니다.
그랬구나~ 그거, 내전 때 얘기지? 궁금한데, 그때 얘기 좀 해줄 수 있어?
별거 없다. 매복에 당해 나 빼곤 전부 죽었다. 그게 다야.
어때, 계속할 건가?
방금 전투는 내겐 몸풀기도 안 될 정도인데.
아니…… 그것보다, 우리 동료가 되는 건 어때?
W! 그는 배신자입니다. 이미 수많은 리유니온을 죽였다고요……
저 남자를 쓰자고 한 건 내 용병들이고, 리유니온한텐 저 남자가 필요해. 불만 있어?
W!
……
잘 생각해봐, 역시 우리 쪽이 더 재밌지 않겠어? 전쟁도 하고, 피도 맘껏 보고, 게다가 살카즈 동료도 이렇게 많잖아……
네가 원하는 모든 걸 할인 대방출! 좋잖아?
물론 이런 권유는 내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하는 거야. 우리는 말이 꽤 잘 통할 것 같거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너도 감염자 아냐? 리유니온에 가입해서 안 좋을 게 뭔데?
무질서한 파괴, 목적을 가진 집단 폭행…… 이런 조직에서는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전쟁? 지금 너희들은 마찰이 만들어낸 작은 불씨일 뿐이다. 진짜 전쟁이 뭔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그렇게 말하지 마, 우리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게다가 리유니온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잖아.
내 전임 상사는 더 순수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난 뭐든지 즐기는 편이라고.
굳이 말한다면…… 그래, 탈룰라와 검을 한 번 맞대보고 싶군.
그 용뿔 달린 여자? 걔를 칭찬하고 싶은 건 아닌데, 넌 상대도 안 될걸.
아니 그걸 검술이라고 할 수 있나? 넌 아마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숯덩어리가 될 거라니까?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네 조건을 거절한다면 이 포위망을 뚫는 것도 어려워질 거란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지 않나? 숨 막히는 족쇄에서 벗어나야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
뭐야…… 언제부터 그렇게 감성적으로 변한 거야?
난 단지 내가 살아있는 의미를 찾고자 할 뿐이다.
그래 뭐 알아서 생각해. 아무튼, 그 용뿔 달린 여자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용병 부대에 들어오는 건 어때?
오래 했던 일이니까 익숙할 거 아냐. 게다가 네가 싫어하던 그 상사는 이미 죽고 없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넌 믿음이 안 가. 너나 나나 숨기는 게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내 칼날을 갈기에 리유니온보다 더 괜찮아 보이는 곳이 하나 있더군.
얼마 전 네가 외부의 살카즈와 거래하는 모습을 봤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놈들의 전투에 내 마음이 살짝 흔들려서 말이야.
헤에~ 그런 일이 있었던가?!
결론적으론 네게 제거됐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지. 숨겨봤자 소용없다.
쳇.
정말이지 졌다 졌어! 그래, 일하기 편하게 내 상사 좀 처리해 달라고 구두로 부탁하긴 했어.
어차피 다들 구면이잖아, 체면 좀 살려줘야지.
하지만 네가 놈들을 가만히 둘 리 없지.
적어도 난 그 사람이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안 건드렸다고.
로도스 아일랜드 구조팀을 지원해 주겠다고 그 사람이랑 약속했는걸…… 이 일이랑 내가 그 사람을 죽인 건 다른 일이잖아?
그리고 나도 계획이 있다고. 낚싯줄은 좀 길게 잡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수중에 들어온 사냥감을 도망치게 놔둘 이유도 없으니까.
어찌 됐든, 녀석은 네가 어렵게 손에 넣은 정예 전사를 다 없애버렸지 않나.
그만 좀 해! 생각만 해도 짜증 나니까!
정말이지, 모처럼만에 옛 친구 좀 만나서 잘 해보려고 했더니, 결국 이렇게 너 죽고 나 살자야? 이거 너무 슬픈데.
……W,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합니다. 오래 끌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겁니다.
알아 나도 시간 없는 거…… 어때, 마음을 바꿀 생각은 정말 없는 거야?
당연히 없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고용주가 대체 누구야? 아~ 미안, 어차피 안 말해 주려나.
대충 짐작은 가지만.
그런가? 놈들이 그렇게 유명한지는 몰랐는데.
거기엔 내 옛 친구들이 많거든. 물론, 내 옛 친구들은 어디든지 있지만 말이야. 너도 내 옛 친구잖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군.
아니 내 말은, 네 예전 용병 부대가 없어진 내막을 내가 알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때 그 음모를 꾸미고 널 이 모양으로 만든 사람이, 네가 가려는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아시겠어요? 우리 소드캐스터 대장 나리?
흐음, 그런가?
그렇단 말이지……
재미있군.
아하하, 너 몰랐구나! 하긴 당연하지, 나도 안 지 얼마 안 됐는걸.
곧 알게 될 거야. 일이 네가 생각한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네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네. 후후, 넌 분명히 뭔가 일을 터뜨릴 테니까.
W!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
음… 솔직히, 내 살카즈들은 움직이지 않을걸? 하고 싶으면 너네가 직접 해.
소드캐스터…… 아니, 플레임브링어. 앞으로의 전투에서 넌 아마 죽을 거야.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모처럼 흥분되는군.
모처럼이라고? 그럼 네 용병대가 전멸한 게 너를 냉혹하게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즐겁게 해줬단 말이야?
우린 닮은 점이 없군. W, 즐거움은 추구할만한 목표가 아니야.
…'지난번' 그 일로 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눈앞의 길은 오히려 더 명확해졌다.
너희가 이번에는 나를 실망 시키지 않길 바라지.
어머, 웃음이 나와?
만약에 내가 이번엔 살려주겠다고 하면, 믿을 거야?
나도, 그렇게 묻고 싶었다.
계약 내용에는……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리유니온과 정면충돌하란 건 없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다.
우리는 감염자와 감염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인재를 모두 반기지만, 규칙과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절대 용납하지 않아.
다만 우리가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므로, 이 일은 조사 대상에 넣지 않겠다.
다음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필요하다면 너희 방식대로 처리해도 좋다.
이미 처리했다. 아니, 애초에 너의 동기나 개인 주장은 우리의 고려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 말하는 편이 낫겠지.
만약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땐 우리도 네가 아무리 고상하고 정직하다 한들 봐줄 수 없다.
그렇겠지. 어디까지나 내 개인 사정이니까.
흥, 어쨌든,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걸 환영한다.
하나 말해두지. 네 행동은 언제나 주위의 오퍼레이터에게 영향을 줄 거다. 그리고 주위의 오퍼레이터들도 네 행동에 반응하겠지.
네가 규칙만 준수한다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너의 과거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너를 받아줄 거다.
하지만 반대로, 오퍼레이터 플레임브링어, 네가 조금이라도 규칙에 벗어난 일을 한다면……
그래, 잘 알겠다.
그럼, 우선 의료부서로 안내하지.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 ……너는?
……
너……
- 미안하군. 지나가지.
……훗.
정말이지, 그렇게 된 거였나.
W, 너도 가만 보면 나름 정직하다니까……
오래 살다 보니 좋은 점도 있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