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이의 전쟁
스카우트가 구해낸 로도스 아일랜드의 어느 가드 오퍼레이터는, 헬라그와 패트리어트가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스카우트가 남긴 부탁에 따라, 가드 오퍼레이터는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헬라그
으윽……
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이런 곳에 누워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
그래! 우리는 체르노보그에 잠입해 {@nickname} 박사님을 구하려고……
!
보스! 아니, 아니야…… 보스는……
……보스…… 크흑……
어? 이 종이는 뭐지?
잠깐, 이건……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쓰는 특수 용지잖아!
누가 이걸 여기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조잡한 글씨로 빽빽하게도 써놨네……
이름 모를 오퍼레이터에게 전한다. 일단은 적당한 장소에 몸을 숨기도록 해라. 명찰을 볼 기회가 없어 이름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 급하게 적다보니 글씨가 난잡하지만, 계속 읽어주길 바란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잠깐은 안전할 테니.
이 폐허에서 섣불리 나가지 말아라.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엔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넌 지금 적에게 겹겹이 포위당했단 뜻이다.
이건 보스의 글씨가 아닌데…… 그럼 로도스 아일랜드의 동료가 쓴 건가?
정말 길게도 썼군. 왜 바로 나를 깨우지 않았지? 나한테 직접 말하면 됐을 텐데……
왔나.
(응? 대화 소리? 설마 리유니온인가, 젠장!)
(……아니, 잠깐. 익숙한 목소리인데? 확실히 진료소의……)
그래, 너희가 체르노보그를 완전히 무너뜨렸더군. 이거, 축하를 해줘야 하는 건가…
——
그런데 설마 우리가 모두 광석병에 걸려버릴 줄이야……
정말로, 당신이군요.
전 그저, 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이군, 불드록카스티.
아니, 지금은 이렇게 불러야 하나, '패트리어트'?
……장군님.
저를, 기억하고 계셨군요.
물론이네. 만약 그때 자네가 방패로 눈보라를 막아내며 요새로 돌진하지 않았다면 나는 물론이고, 바클라이와 세묜까지 모두 카시미어의 실버랜스 페가수스의 손에 죽었을 테니 말일세.
제 전사들이, 용감한 겁니다. 희생도, 마다하지 않죠.
그런데 어찌 된 건가? 자네, 말투가 몇 십 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군 그래.
예전에 자네가 병사들 앞에서 열변을 토할 땐, 그 대머리 도축자 바클라이조차 손뼉을 칠 정도로 대단했는데 말이야.
광석병에 감염되고, 성대가 망가져서, 길게 말하는 게, 어렵습니다. 웃기는 일이죠.
……
웃기는 건 자네의 현재 신분도 그렇네만.
그렇습니까.
북툰드라 유격대의 리더가…… 설마 자네였을 줄이야. 열 몇 명의 웬디고 중에서 자네만은 절대 아닐 줄 알았는데 말일세.
전에 기병대에 있던 파란 수염 알료샤, 그 친구랑 내기를 했었네. 자네는 타고난 우르수스 군인이니, 훗날 군의 원수 자리까지 차지할 거라고 말이지.
저는 한낱, 대위일 뿐입니다, 장군님.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농담 하지 말게. 자네의 충성심, 무공, 그리고 작전 회의에서의 거침없는 계획…… 자네는 우르수스의 가장 뛰어난 지휘관 중 하나였네.
과찬이십니다. 게다가, 저는 살카즈이지 않습니까. 결국엔 말이죠……
만약 자네가 군에서 별을 못 단다면, 다른 우르수스 군의 장성들은 전부 황실 법정에 서야 할 걸세.
물론, 그들은 이미 거의 다 죽었지만 말이야.
당신의 동료가, 거의 다 죽었다니, 오히려 제가 그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군요.
폐하께서는, 군인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지, 계급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셨었죠.
우르수스인을 모이게 하는 것은 혈통이 아닌 신앙이라고도 하셨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폐하께서 안녕하시기를 바랄 뿐이네.
지금의 황제께선, 여전히 자네들을 우르수스의 전사가 아닌 괴물로 취급하고 있지. 줄곧 자네와 자네 종족을 억압하고 있잖나.
예전의 그 관대하셨던 폐하께선, 이미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이해합니다.
우르수스, 수많은 전쟁 비스트는, 대지를 뒤덮을 정도죠.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군대 자체는 자네가 떠난 이유가 아니라 이 말이군.
네. 그런 것엔 관심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을 뿐.
……
장군님, 앉으시죠. 술이, 조금 남았습니다. 제가 북방에서, 가져온 겁니다.
……미안하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말이야. 술은 다음에 다시 만나 한 잔 하는 걸로 하지. 옛날 얘기를 안주 삼아서 말일세.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괜찮습니다.
4번 대로에 가서, 생존자를 찾아라. 위협은 엄격히, 금한다. 사상자를 줄이고, 물자 수집에 집중해라. 우리의 비축량은, 여전히 모자라다.
알겠습니다!
당신이 죽은 줄 알았습니다.
이름을 숨기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죽음이지. 지금의 나는 과거와 아무 연관도 없네.
여기가, 은둔지입니까? 그다지 이상적이지 않군요.
그러게 말일세. 체르노보그엔 이제 머물지 못하겠더군. 굳이 재앙이 덮치지 않았더라도 말일세.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진료소가 괴멸되고 약탈당했네. 비록 사전에 대피하긴 했네만, 그래도 피해는 있었지.
내가 여기 남기로 한 건, 자네의 소문을 들었기 때문일세.
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시면, 위험합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내 전우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었을 뿐일세.
그건 아니죠, 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흠……
……누구 짓인지는, 제가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진료소의 일은, 심상치 않습니다.
됐네. 자네가 여기 와 있으니, 리유니온이 주도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확신할 순 없습니다. 리유니온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저희끼리도, 갈등이 있으니.
하지만 장군님. 당신은 리유니온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우르수스는, 해방되어야 합니다. 감염자와 일반인이, 평등하게 지낼 수 있도록.
……
내 왼쪽에 있는 저 건물이 보이나. 저 오리지늄 덩어리가 꿰뚫어버린 건물 말일세.
보입니다.
저곳은 원래 평범한 쇼핑센터였네. 세 구역의 시민들이 모두 저곳 상품에 의지하며 생활했지.
하지만 재앙이, 체르노보그를 덮쳤죠. 요새도, 도시도, 전부 부숴버렸고요. 이 방식에 동의하진 않지만,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예전엔 종탑 위랑 사거리 울타리가 일루미네이션으로 꾸며져, 반짝이는 전구 하나하나에 따뜻한 빛으로 가득찼었는데……
감염자는, 누릴 수 없는 권리였죠.
자네들은 전구를 다시 밝히고 싶어하는 것이고, 난 단지 쇼핑센터가 다시 지어지길 바랄 뿐일세. 이게 우리의 차이지.
……예전의 당신이라면, 이런 타협은 절대, 안 했겠죠.
그럴지도 모르지. 로도스 아일랜드가 전도유망한 곳이라곤 할 수 없네만, 나 역시 이곳엔 아무런 감정이 없다네.
당신은 단지, 조국과 싸우기, 싫은 것뿐입니다. 장군님.
이 도시, 감염자들, 그리고 오리지늄 광산에, 내던져져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당신은, 싸우기를 두려워하던,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맞네. 만약 우르수스가 우리에게 무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반격할 것이네.
하지만 리유니온의 행위는 나의 반격과는 질적으로 다르네. 이 도시를 보게…… 리유니온이 일으키고 있는 건 전쟁일세.
전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게 하던가, 그리고 내전은 얼마나 많은 우르수스인을 죽게 만드는가.
우르수스인이 우르수스인을 갉아먹고, 우르수스인이 우르수스인을 도륙하고, 우르수스인이 우르수스인을 멸망시키는 형국이지 않나.
장군님……
……
만약 우르수스가, 감염자도, 우르수스인으로 취급했다면?
그럼, 전쟁은 없었습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지?
보고드립니다. 리더께서 방금 체르노보그를 완전히 함락시켰다고, 현재 장악하고 있는 모든 통신 채널에 전달하셨습니다.
현재 리더께서 각 부대의 상황을 보고해달라 하십니다.
알겠다. 지금 바로 가지.
죄송합니다, 장군님.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
거기 젊은이, 리유니온은 정말 자신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 알고 있는 건가?
……
뭐라는 거야 이 영감탱이가, 내가 뭐 어떻게 대답해줄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같아서 미리 말해두겠는데, 우린 지휘관을 따라 갈 거야.
지휘관이 무엇을 하든 우리는 믿고 따를 거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계속해나갈 것이고, 잘못됐다면 지휘관은 분명 스스로 고칠 거다.
우리는 탈룰라를, 그리고 지휘관을 믿는다. 우리는 감염자를 위해 싸우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수작 부리지마.
……
장군님.
리유니온이 승리했음에도, 그 목소리에서는 기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군.
……꼭 기뻐해야 합니까?
우르수스는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도시든, 모두 폐허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승리보다, 승리 상태를 지속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지요. 우르수스가, 이번 전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무척 궁금하군요.
전쟁은 이미 시작됐네. 이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을 걸세.
어쩌면, 제가 어리석은 것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감염자의 족쇄는, 더욱 무거워질 겁니다.
투쟁 정신을 잃는다면, 그 끝에는, 파멸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자네는 지금 상황도, 자신이 어떤 짓을 하려는 건지도 잘 알고 있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 나도 질문할 게 별로 없을 것 같군.
보고드립니다!
다운타운 제3구역, 피해 상황 보고인가?
네!
상세 보고는 필요 없다. 모든 시민을 구하라. 위험 구역에서는, 자신을 지키고, 무리하지 말도록.
캐스터를 데려가고, 드론도 사용해라. 손실은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디로 가실, 예정입니까?
로도스 아일랜드.
……?!
알고 있습니다. 그 로도스 아일랜드, 말씀이시군요.
좀 전에, 리유니온이 방금, 로도스 아일랜드를 공격했습니다만.
젠장……
아미야 씨와 도베르만 교관님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떡하지, 이젠 어떻게 해야……
……이런 시기에 체르노보그로 들어오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모두에게 적이 되고 말 텐데……
대체 왜 그런 거지?
글쎄요. 제 쪽에선 충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방금 한 전사가, 살카즈 용병단에게, 홀로 대항하고 있었다더군요.
공교롭게도, 그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 역시 살카즈였습니다.
동족상잔이라…… 리유니온이 하는 일과 별 차이 없군.
민중은, 우르수스에게 속아, 우리를, 같은 종족으로 보지 않습니다.
뭐? 살카즈…… 로도스 아일랜드의 살카즈?
용병들은, 싸우기 위해 싸우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사는, 싸우는 이유가 있더군요.
그는 패했지만, 수많은 정예군을 사살했습니다. 용병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노발대발했다더군요.
게다가 그는 싸우면서, 적들을 후방의 폐허로, 유인했다고 합니다.
?!
그가 뭘 숨기려고, 했는진 모르지만, 말입니다.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겁니다. 이 유품을, 로도스 아일랜드에, 전해주십시오.
진정한 전사라고, 할 수 있을, 그의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알겠다, 꼭 전해주지.
살카즈…… 설마 스카우트 씨가 날 지키기 위해……?
진정한 전사라……
아아, 그러고 보니 자네가 전에 이런 말을 했었지.
말씀하십시오.
20년인가 전에, 나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말일세.
지금은 아닙니다.
장군께서는, 제 갑옷을 뚫지 못하실 겁니다. 불공평합니다.
그 갑옷도 상당히 낡아 보이네만. 군대에서 관리해주던 때보단 분명 성능이 많이 떨어질 걸세.
이 갑옷은, 우르수스의 것입니다. 저는 제국의 배신자이니, 이 갑옷도, 점점 망가져 가겠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자넨 '패트리어트'라고 불리는 거겠지. 조국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잘못됐다 충언을 했으니.
과대평가, 인 것 같군요. 장군님, 전 제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그럼 '패트리어트', 우르수스의 전쟁은 정당한가?
물론입니다. 우리의 전쟁은, 정의로운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수한 희생이, 모두 의미를 잃을 테니.
장군님, 진정한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잖습니까.
……
하지만,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순 없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의미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허나 자네는, 이미 일어서서 우르수스에 반기를 들고 있지 않나.
제가 반대한 것은, 제국입니다. 이 땅도, 국민도, 우르수스 자체도 아닙니다.
만약 의학부 장관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면, 그가 바로, 우리의 적입니다.
만약 의회가, 이를 모의했다면, 우리는 의회를, 응징할 것입니다.
만약 군대가, 대립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군대를, 섬멸할 겁니다.
탈룰라에게는, 원대한 목표가 있습니다. 제 목표는, 더 단계적이지만, 더 명확합니다.
과거의 우르수스는, 전쟁이 곧 정의였습니다. 지금의 감염자에게도, 전쟁이 곧 정의입니다.
저는 정의를 위해, 싸울 겁니다. 정의는 영원히, 우르수스와 함께합니다.
보고드립니다! 이번 작전 중 규율을 위반한 리유니온 멤버들을 붙잡았습니다. 여기 그 명단입니다!
제2, 3, 6대대 멤버는 명단에 거의 없습니다!
이들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주모했는지는, 사실…… 조사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동포들이 체르노보그인을 증오하고 있어, 주동자를 털어놓진 않을 겁니다……
규율을 위반하고, 민간인을 건드렸나?
……
하지만 그 잔인한 체르노보그인들한테는, 인과응보 아닙니까!
놈들만 아니었다면, 우리 감염자들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지휘관님! 부디……
민간인을 건드렸나?
……
명령한다.
주모자들은, 목을 매달아라. 내 직속 병사에게, 집행시켜라.
메피스토, 크라운슬레이어에겐, 경고해라.
……네.
……남은 자들은, 과실을 기록해놔라.
기, 기록한단 말씀은…
다시 한 번 규율을 어기면, 사형에 처할 것이다. 이를, 리더에게 알려라.
아, 알겠습니다!
원한이, 너무 깊습니다.
이제는 싸우지 않으면, 원한이 우르수스의, 모든 눈을 가릴 것입니다.
리유니온이란 조직은 내 생각보다 산만하군 그래…… 군기에 대한 자네의 기준은 우르수스의 다른 부대보다 훨씬 높았지.
모든 부대는, 병사들의 훈련이 아닌, 명확한 규율로, 정돈되어야만, 적군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대립이 계속 심화하게 되면 대화의 기회가 사라지고 말걸세. 어쩌면 자네가 옳은 걸지도 모르겠군. 우르수스에겐 경고가 필요하네.
그렇다면, 장군님도, 우리와 함께……
아니, '패트리어트'. 난 다시는 전장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네.
……네. 이건 확실히, 전쟁이죠.
더는 싸우기, 싫으시단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난 우르수스에 아무런 감정도 없네. 이제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
나는 이미 예전만큼 이 나라를 신경 쓰지 않아. 부디 용서하게. 지금 자네 앞에 있는 건, 한낱 겁쟁이에 불과하네.
아뇨! 아닙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제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저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뭐? 자네의……
……그렇게 됐나…… 그는 우수한 사람이었네. 유감이군……
어째서, 장군께서 사과하십니까?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죽어 마땅한 건 접니다.
아, 그렇죠…… 당신 손에 있는 그 칼…… 당신은 적군 지휘관의 딸을, 입양했었죠……
제 딸이 나이는, 살짝 더 많습니다. 다음에 뵐 때, 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허허, 딸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겠군.
저기 부상자가 있다! 빨리 혈액형을 검사해봐! 감염자와 일반인의 혈액을 헷갈리면 안 된다! 빨리!
일반인의 피는 감염자에게 수혈해도 괜찮다!
이 사람은 누구의 가족이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우선 안전 구역으로 보내! 브릿…… 어서 움직여!
탈룰라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공격했다는, 이 오해는 풀기가 참 어렵군요.
만약, 돌이킬 수 없게 되더라도, 저는 당신과는, 대립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이제 자네와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네.
……장군님.
다시는 당신과, 함께 싸우지 못한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잘 듣게, 패트리어트……
우르수스는 나 혼자의 힘으로 강해지거나 약해진 것이 아니네.
수도 없이 많은 군인들이 제국의 운명을 움켜쥐고자 했네만, 단 한 명도 비참한 실패를 피할 수 없었네.
역대 황제들 역시 운명의 구렁텅이를 벗어날 수 없었고 말일세.
제국은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과거의 영광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네. 점을 치는 자들이 나라의 미래를 그리고, 아첨쟁이들이 전쟁의 흐름을 예측하고, 입만 산 자들이 재앙의 변화를 안다 떠들고 있지……
나는 그 어떤 정치판에도 끼지 않았었네. 그 판을 짠 게 의원들이든 군인이든 간에 말이야.
그들의 자신감은 내가 다 부끄러워 질 정도였어. 자신이 승리할 거라 생각했던 자들은 모두 패배했네. 자신이 살 거라 생각한 자들은 모두 죽었지.
엄마, 저녁은 뭐 먹어?
또 감자야? 삶은 감자는 질렸는데!
어? 엄마 또 싸우러 가? 엄마, 안 가면 안 돼?
할아버지, 또 엄마랑 같이 가요? 싫어요. 엄마가 나가는 거 싫어요!
할아버지, 엄마 두고 가면 안 돼요? 아빠도 할아버지가 데려갔는데 아직 안 돌아왔잖아요……
집에 혼자 있는 건 싫어요. 할아버지……
이기든 지든, 우리는 줄곧 전쟁을 일으키고 있네.
그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결국 파멸, 파멸뿐이야.
우리는 모두 전쟁의 체스말일 뿐, 누가 한낱 체스말의 이름을 신경 쓰겠나?
당신은, 틀리지 않습니다. 저 또한, 틀리지 않습니다. 전쟁의 옳고 그름은,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선 그 길을 계속 가십시오, 저 또한 제 길을 계속 가겠습니다.
어째서지? 리유니온의 '패트리어트', 내 하나 묻겠네……
전쟁에 정말 무언가 의미가 있을지라도……
우르수스의 오랜 전쟁으로 열 몇 개의 도시를 가득 채운 시체들… 그들의 죽음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누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주냐는 말일세.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까? 아니요. 전사라면 그런 건, 개의치 않습니다.
자네는 그들을 전사라고 부르는군……
그 이름 없는 자들은 때때로 이유도 모른 채 전쟁에 참여한다네.
이제는 그 이유를 말할 기회조차 없어졌지만.
난 이 모든 것에 질려버렸네. 이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그건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우르수스에게도, 감염자에게도 말일세.
이것이 바로 내 답이네.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장군님. 반드시 다시, 죽으러 가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석병은, 결국 제 목숨을 앗아갈 겁니다. 저는 병사이니, 제 죽음에는, 가치가 있길 바랍니다.
자네는 계속 싸워야 할 이유가 있군. 그래 좋아, 나도 자네 덕분에 진심으로 기쁘다네.
……그렇습니까. 장군님,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말하게.
당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이미 로도스 아일랜드로 가셨겠죠.
재앙도 두려워하지 않고, 제 생각을 듣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여기에 남으셨습니다.
리유니온의, 목적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맞아. 난 자네들이 우르수스의 감염자들을 어떤 지경으로 만들 셈인지 알고 싶네.
그럼, 제가, 말씀드리죠.
당신은, 전쟁을 싫어하시니, 제가, 대신 싸우겠습니다.
감염자의 권리는, 제가,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위해, 그리고 모든 감염자를 위해, 싸워서 되찾겠습니다.
당신은 전쟁을 싫어하시죠. 부디, 계속 싫어해 주십시오. 가능하다면, 이 모든 전쟁을 끝내셔도, 좋습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전 남은 시간 동안, 마지막까지 싸울 겁니다.
……
자네야말로 진정한 우르수스인이군.
정말 슬픈 전쟁일세.
나는 아마 남은 여생 동안, 다신 우르수스 땅에 발을 딛지 않을 걸세.
그러니 들어주게, 불드록카스티.
(나는 자네의 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일세.)
……
과거에 당신의 병사가, 되지 못한 것이, 아직도 제겐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습니다.
(장군님, 저는 절대로 당신의, 적이 되지 않을 겁니다.)
……
시간이 늦었습니다, 장군님. 병사를 시켜, 도시 밖으로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자네의 리더가 나 때문에 자네를 질책한다면 어쩌려고 그러나, 자네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장군님.
그녀는,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럼, 이만 가보겠네.
……
장군님!
뭐지?
……
축하…… 축하드립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돌아갈 곳을, 찾으신 것을요.
……
스카우트 씨, 나 따위에게… 나같은 놈한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었습니까!
어째서 나 같은 쓸모없는 놈을 위해 그렇게까지……!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방금 들은 리유니온의 정보를 누구한테 전해야……
리유니온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놈들이 아닌 건가? 방금 들은 것처럼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제……
그래…… 맞아, 쪽지에 무언가 지시가 쓰여있지 않을까?
만약 지시가 있다면 스카우트 씨, 당신을 대신해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절대 보스의 얼굴에 먹칠을 하진 않겠습니다……!
부탁이 하나 있다. 뭐, 널 구해준 수고비라 생각해줘. 네 상처는 응급처치를 해뒀으니 적어도 지금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야.
일단은, 내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
우리의 이번 목표는 박사의 구출이었다. 아미야는 의지는 매우 단호했어. 누구도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지. 어쩌면, 다들 자기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걸지도 모르지.
에이스도 아미야 처럼, 박사만 구해내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직면한 수 많은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만약 박사가 전처럼 그렇게 일해준다면…… 로도스 아일랜드의 앞길은 밝을 거라고 믿어.
하지만 나는 약한 사람이야. 나는 내가……
나 자신이 그런 로도스 아일랜드가 잘 되는 걸 버틸 수 있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어.
뭐……? 이게 무슨 뜻이지?
그래…… 지난 3년 동안, 우린 수 많은 형제자매를 잃었어.
우리 중 누군가가 아직 살아만 있다면 분명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난 계속 그렇게 생각했지. 이것도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 중 하나야.
하지만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어. 너무 많아서 미저리 같이 비관적인 사람조차도 반드시 박사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저리 그 놈은 박사를 찾기만 하면 우리 앞길은 순탄할 거라고, 죽음과 작별 따윈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더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 물론 박사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박사는 힘의 균형을 깨뜨린 사람이야. 박사가 없었다면 카즈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겠지.
더군다나, 내게 싸워야 할 이유를 가르쳐준 것도 박사고.
다만…… 박사에게 우리를 지휘해달라 부탁했을 때…… 박사의 눈빛에선 승리에 대한 확신 밖에 보이지 않더라고.
승리 말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어. 아무것도 말이야.
그 눈동자 속엔 다른 게 아무 것도 비치지 않았어……
그래서 계속 생각했지. 켈시 선생이 우리한테 계속 숨겼던 진실이란, 어쩌면 박사랑 연관있는 게 아닐까하고.
3년 전 마지막 그 시간 동안, 왜 사진에 X 표시가 점점 많아졌지? 왜 희생이 점점 늘어나는 건데? 대체 왜! 목표가 보이지 않는 전투가 계속 늘어나는 거야?
상상이 안 가더라. 아니, 상상할 수도 없었어.
만약 전쟁과 살육이 박사를 자극해서, 한 명의 지도자이자 연구자였던 박사를 전쟁 기계로 만들어버렸다면……
그건 {@nickname} 박사에게 전쟁에 참여해달라 부탁한 우리들이 큰 실수를 한 거겠지.
박사는 다시는 전투를 지휘해서는 안 돼. 박사 본인과, 로도스 아일랜드를 위해서라도.
……미안, 바보같은 소리 같지?
나도 내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지 알아…… 그래서 누구한테도 털어놓은 적이 없어.
하, 누가 듣는다면 분명 소리 내어 웃겠지. 난 누가 나를 비웃는 게 정말 싫거든. 그래서 나도 이런 생각을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어……
하지만 이쯤 되니까, 그래도 누가 나 대신 이 일을 걱정해줬으면 좋겠더라고……
나는 박사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면 좋겠어.
로도스 아일랜드와 다시는 얽히지 않는다면, 아니면 과거를 전부 잊어버린다 해도 좋으니 전혀 관여하지 않게 된다면……
박사가 다시는 전쟁이라는 길을 걷지 않게만 된다면, 어떻게 되든 다 좋아.
휴… 내게 남은 건 이런 허무맹랑한 소원 뿐이구나.
……
미안해, 말이 많았지. 싫으면 다 헛소리라 생각하고 듣고 흘려도 돼.
하지만 이 세 가지는, 꼭 들어줘.
첫 번째, {@nickname} 박사한테 전해줘. 음… 이렇게 하자.
"나는 박사와 함께 싸운 나날들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두 번째, 내 팀 얘기인데……
——
슬링크, 프터, 스콜피온, 리파, 밀리므, 팁시, 슬라나, 미미, 메리, 섬택, 머드플라워, 마크롱.
총 12명, 다 내 팀원들이야.
내 팀원들은 적군의 방어선을 뚫어 원군을 격퇴했었지. 내 팀원이 아니었다면 나는 적군 용병부대의 우두머리를 처치하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이 존경받아야 마땅한 12명의 오퍼레이터들은, 전부 전투 중에 전사했어.
부디 네가, 이 전투의 증인이 되어줘.
누군가 묻는다면, 나 대신 그 사람들에게 답해줘……
누구도 내 팀과 팀원 이름을 기억하진 못 하겠지만, 그들의 죽음은 존엄했다고. 그들은 절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물론, 많은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과업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 특별하지 않은 죽음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위해 싸웠던 게 아니야.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말하면, 그건 우리의 죽음을 깎아내리는 거라고!
혹시 누가 이 일에 관해 물어보면 가르쳐줘, 그들은 모두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희생한 거라고.
세 번째……
이름 모를 로도스 아일랜드 형제, 넌 네 자신을 위해 살아가줘. 네가 죽길 바랐다면, 애초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생명은 소중해. 살아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굳이 죽을 필요 없잖아?
여기까지야. 형제.
부디, 목숨을 소중히 해줘.
어째서……
박사…… 로도스 아일랜드……
전사여!
!
내 목소리가, 들리겠지.
너에게, 떠날 기회를 주겠다. 밤이 되기를, 기다려라.
남쪽을 향해, 불빛을 피해 걸어라. 기회는 단 한 번, 오늘 밤뿐이다.
……아니면……
체르노보그에, 많은 사람이,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직접 가봐도 좋겠지.
선택은, 너의 자유다.
……
보스, 스카우트 씨, 그리고 형제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