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8금착서
천경각에서 막일은 태위의 목적이 서도로 탈취해 역사를 고치고, 웨이 옌우의 목숨으로 '불반'을 여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사세대 수장인 춘은 태위를 막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협조한다. 나뭇잎이 바스락대고 촛불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진다.
옷이 잘 어울리는군.
아, 안녕하십니까 감정 대인!
출근 첫날이라고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젊은 친구 특유의 생기를 잃어서는 안 되지. 긴장하지 마.
예! 알겠습니다!
……
좌락,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아?
“짐승이 쓰러져 죽었고, 길은 산모퉁이에서 끊겼다.” 대사냥 때 우리가 베헤모스를 죽인 전쟁터입니다.
하지만……
좌락은 말을 멈췄다. '하지만'이라는 글자 뒤의 말을 이어서 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내심 가득한 눈길을 보고 나서 말을 이어갔다.
이곳은 무수한 장병과 백성이…… 책장 속의 차가운 숫자가 된 무덤이기도 합니다.
너보다 더 연륜이 있는 지촉인조차 이곳까지 보진 못했어.
“밝은 촛불로 베헤모스의 그림자를 몰아내고, 사직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라.”
최초의 지촉인이 횃불을 들고 베헤모스의 존재를 밝혀냈고, 그 후에야 염국이 신의 손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은 전쟁이 있었지.
지금 베헤모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야. 평범한 백성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렇기에, 지촉인이 든 촛불은 어두운 곳에서도 오래도록 꺼지지 않고 있어야 해.
반드시 최선을 다해 백성의 안위를 지키겠습니다.
그런 결심을 하다니, 아주 좋아. 하지만, 질문을 하나 할게…… 베헤모스를 뭐라고 생각해?
세월과 자연 속을 거니는, 우리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대리인들은…… 또 무엇이라 생각하지?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짐승의 마음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들 중에는 한때의 열정이나 한순간의 진심으로 염국을 도운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그들은…… 결국 우리와는 다른 존재…… 적입니다.
적이라……
……적인가.
망일 하루 전, 유시
감정 대인……
여……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 질문은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계원에서 진무식이 끝난 후, 계원의 증표를 어디로 가져갔지?
사세대에 수상한 정황이 있었고, 글자 창괴까지 천경각에서 활개를 치는 바람에,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면 감정 대인을 직접 찾아뵙고……
그렇다면 지금 내게 건네라.
올해 계원에서 가지고 나온 건 예년과 다른 옥자라고 들었어.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는 내가 사세대로 돌아가서 자세히 살펴보지.
아, 그게……
좌락은 본능적인 판단으로 친숙한 직속상관에게서 한발 물러섰다.
……희한하군. 좌락이 내 명령을 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쯤 하시지…… 네가 사세대 대장 춘이냐?
천경각에 산해중이 나타나다니. 이런 특수한 때가 아니었다면, 순방영 전체가 중벌을 받았을 거야. 근데, 차림새를 보니까 낮은 계급은 아닌 것 같군.
여기는…… 첸 아가씨?
……네가 좌락의 상사야?
이 자리에 있기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어.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네가 친 그물에 우리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아쉽지만 내가 기다린 건 너희가 아니야.
좌락, 증표를 내놓고 친구들과 돌아가라, 네가 도적과 친구가 된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지.
좌락에게 나를 체포해서 죄를 좀 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염국 조정은 강호의 족속들이나 하는 그런 짓거리를 하지 않아.
말은 잘하네.
지에를 부추겨 쉐이 능묘에 들어가게 해서, 염국에 더 위험한 그 대리인이 왕 대신 죽게 만들고, 그걸로 단숨에 출세할 기회를 얻은 건 너잖아. 너 말고 또 누가 있나?
만약 옌서우들이 저승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자신에게 이런 후손이 있다는 것에 얼굴을 붉혔을 거다!
막일 씨, 감정 대인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아니라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왜 지에가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여자가 감정 자리를 꿰찼을까?
……도적 눈에는 도적만 보이는 법.
입 조심해라, 너 따위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니까.
염국의 조정은 결코 사람 하나, 또는 한 가지 일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아. 모든 행동의 유일한 판단 기준은 오직 염국의 이익이지.
염국의 이익?
첸 아가씨도 할 말이 있나 보군.
좋아,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계원에서 증표를 가져온 좌락의 공을 봐서 3분의 시간을 주지.
아무튼 나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라, 그 후에는 증표만 두고 떠나.
기다리는 사람?
그래.
네가 기다리는 건…… 혹시 그 열쇠를 가진 대리인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백조에 창괴가 들끓고 있지만, 글자 창괴의 근원을 해결하려 한 건 명령을 받은 적도 없는 좌락 하나뿐이었어.
웨이 옌우의 관리가 가장 허술했을 때조차 용문근위국이 이 정도로 태만했던 적은 없었지.
게다가 너는 좌락을 만나자마자 글자 창괴에 관한 것을 묻지 않았어, 바로 계원의 증표부터 요구했지…… 본인의 본분은 안중에도 없었어.
사세대는 경찰서가 아니야.
백조에서 글자 창괴가 일으킨 혼란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조직이 사세대 말고 또 있을까?
……
역시, 너와 태위의 목적은 같았어…… 너희들이 원하는 건 그 서도였어.
막일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 백조에서 그 서도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쥔뿐이야.
역시 용문근위국 고위 총경 답군……
왜 태위와 반역을 꾸미는 거지? 웨이 옌우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니면, 벌써 손을 잡았나?
반역이라고?
……첸 아가씨, 어쩌면 네가 한때 훌륭한 경찰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천하를 위한 일이야. 이곳에 네가 끼어들 틈은 없어.
나도 여러 곳을 다녔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 그렇게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돼.
만약 너희들의 계략이 정말 천하를 위한 것이라면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그만이야.
근데, 권력을 놓고 다투는 사람들은 항상 '천하를 위한 일'이라고 대답하지…… 실상은 천하를 들먹이며 화제를 돌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첸 아가씨, 말조심해. 염국의 정사는 아주 복잡해서 사소한 것으로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정 관리들이 각자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당신은 지금 모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거야.
그리고 지난 천 년 동안 사세대가 맡은 책임은 단 하나, 베헤모스의 문제에 대해 염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뿐이었어. 그 외의 고려 사항은 신경 써본 적 없어.
태위의 행보가 가끔 가혹하긴 했어도, 비상시에는 그에 어울리는 방법이 필요한 법이지. 서도를 사용하려는 건 반역 때문이 아니야.
그러면 태위는 도대체 뭘 하려고……
……
그래, 여기까지 왔으면 이 늙다 못해 썩어버린 엘프는 본인 입으로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내가 대신 말할게.
내 추측과 거의 똑같을 거야. 그 태위는 서도로 역사를 지우고, 진룡 한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쉐이를 완전히 소멸시킬 생각뿐이야.
?!
그게 무슨…… 진룡의 목숨으로 어떻게 베헤모스를 제거한다는 거야?
아 정말, 이제 겨우 절반만 말했잖아…… 천 년 전, 조사님은 오리지늄을 찾아냈고, 그걸 대사냥을 끝낼 결정적인 무기로 진룡에게 바쳤어.
아마 그 진룡은 그 보물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었겠지. 그래서 방사를 시켜 비술로 오리지늄과 진룡의 혈맥을 단단히 연결했어.
언제든, 오직 재위 중인 진룡 한 사람만이 그 오리지늄을 사용할 수 있게 말이야.
그 포악한 진룡도 나름대로 양심은 있었나 봐. 후손들이 권력을 남용할까 봐 두려웠던 모양인지, 비술에 조건 하나를 더 달았어……
누구든 오리지늄을 사용하려는 자는 반드시 진룡의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불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
근데, 바쳐야 하는 진룡의 생명이 꼭 지금 재위 중인 진룡일 필요는 없잖아? 만약, 이게 반란을 위한 거였다면 굳이 태위가 이 고생을 해서 서도를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니까, 태위가 서도로 고치려는 건…… 현재 재위 중인 진룡이 누구인지에 관한 기록이라는 겁니까?
“태사가 황자를 부추겨 황제를 시해했다.”
그날 밤의 진실은 도대체 뭐였을까? 누가 어림위를 불러낸 걸까? 궁궐로 들어간 건 누굴까? 이 일에 대한 기록은 각 관청의 문서에도 없어……
즉, 지금도 누군가가 서도로 그날 밤의 기록을 다시 쓸 수 있다는 뜻이야.
사서 속 '불반'이 인정한 '당대 진룡'이 웨이 옌우가 된다면, '진룡 한 사람의 목숨'은 자연히 웨이 옌우의 목숨이 되겠지.
……!
나이가 어린 친구인 만큼…… 잘못된 길로 들어서도 만회할 기회는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살려두면 안 될 것 같군.
이야, 드디어 '공명정대'라는 가면을 벗는 건가?
감정 대인!
좌락, 증표를 이리 내! 이후의 일은 너랑 아무 상관 없어!
감정 대인, 막일 씨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저는 그런 방법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명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천경각을 조금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나를 몰아세우지 마.
……좌락에게 그럴 필요 없어. 그 증표는 나한테……
무수히 많은 차가운 단풍잎이 갑자기 첸의 시야를 가로막았고, 순식간에 촛불이 흔들렸다.
첸은 물러서며 대응하려 했지만, 막일이 첸보다 앞서 나가 춘의 공격을 막아냈다.
대단하네, 방금 건 똑똑히 기억할게…… 사세대 감정도 도적처럼 기습을 하다니 말이야.
세상사는 바둑과 같으니, 수를 둘 땐 과감해야 하지. 대화가 필요하면 완곡하게 대처할 수 있겠으나, 국면을 타개함에 있어 우유부단함은 용납되지 않는 법이야.
감정 대인……
……
저도 서도에 관한 기록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지에 씨의 손에 들린 서도라면, 정말 역사를 삭제하고 심지어 세상을 뒤흔들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대리인이 아닙니다. 우리가 고친 역사는 오래 보존될 수 없습니다!
그 '불반'을 기동하는 건, 한순간이면 충분해.
게다가……
게다가 이 일이 끝나면, 그 폐위한 더러운 태자는 염국에 존재하지 않게 되고, 깨끗한 당대 진룡만이 남게 되겠지. 그렇지?
그건 사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지에가 죽고 염국의 역사는 만신창이가 됐어. 그거 하나 수정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어째서 우리가…… 역사를 진실하게 기록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단정 짓는 건가요!
천경각의 전수관…… 진소천?
감정 대인, 저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에 씨와 함께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사서를 편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 겁니까?
염국의 문헌은 경서, 사서, 제자, 시문집, 총 4부로 나누어져 있어.
사서와 제자는 겉보기에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 같지만, 역사 기록의 최고 권위자로 추앙받은 사람이 편찬한 책도 처음에는 그냥 한 학파의 관점일 뿐이었어.
그리고, 후세 사람들이 그 방식을 그대로 계승해서 쓴 것 역시 결국 염국 지배층의 관점일 뿐이지.
결국 모든 기록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쓰이는 거야. 사건의 진실은 시간의 틈새 사이로 사라진 이후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거죠?
당신도 분명 사성의 수기를 읽어봤겠죠. 그분은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도 부당함에 항거하며 붓을 들어 글을 썼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천경각의 역사 자료도 읽어봤겠죠. 수천에 달하는 선대의 스승들이 피땀을 흘려가며 매달렸던 건, 글자 하나하나에 무게를 담아 사건의 옳고 그름을 바로잡기 위함이었어요.
재야 사학자들의 얘기도 들어봤겠죠. 그 사람들이 서로 대조하여 사실을 가려내고 철저하게 고증했던 이유는, 조정의 영광이나 봉록을 탐했기 때문이 아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였어요.
전 똑똑히 봤어요. 우리 가문의 어른들이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아니, 그저 마음속에 있는 '진실함'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설원에서 얼어 죽어가는 모습을요!
감정 대인, 하나 여쭤보죠. 자신의 피와 살로 역사를 기록했던 사람들, 자신을 등불로 삼아 한순간의 진실을 밝히려 했던 사람들……
당신 눈에는 이 사람들이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집필자.
집필자에게 사건의 진상이나 진실 같은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야. 그건 각자의 입장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거지.
거기 젊은 친구, 너도 이제 알아야 해. 수많은 선대 스승의 교정을 거쳤다고 한들, 우리가 읽는 역사는 여전히 은폐, 거짓으로 가득해.
하지만, 그것보다 비극적인 건…… 그런 것들을 '악'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는 거야.
말려있는 잎사귀가 맑은 소리를 냈다. 마치 따져 묻는 것 같기도, 탄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진소천, 넌 물러나라. 너는 지촉인도, 산해중도, 폐위된 태자의 조카도 아니야. 네가 이 일에 낄 필요는 없어.
저는……
지에가 떠난 후, 태사각이 정말 역사를 집필한다는 본분을 다했을까? 천경각이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책임을 다했을까?
태사의 후손에게 묻지. 만약 네가 사관의 자리에 앉는다면, 네가 쓴 모든 글자에 근거가 확실하다는 것과, 네가 남긴 기록이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을 장담할 수 있나?
저는……
넌 감당할 수 없어.
……
너에 대한 건 이미 알고 있었어.
몇 년 전, 넌 너희 집안과 관련된 역사를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솔선수범하려 했지. 태사각과 천경각이 고증에만 빠져 가까운 역사를 등한시하는 폐단을 뿌리 뽑겠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넌 기꺼이 천경각의 한직을 자처했지.
10년, 100년, 1000년. 너는 지에처럼 긴 시간을 걸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네가 역사를 대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거지?
물러나라.
붉은 단풍이 격렬하게 몰아쳤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무도 춘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소매를 가볍게 흔들었을 뿐이었지만, 진소천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소천?!
감정 대인……
그냥 기절한 거야, 2시간 안에 깨어날 거고. 진소천이 이 사건에 더 깊이 휘말릴 이유는 없어. 운이 나빴던 일반인일 뿐이야, 너희나 나처럼 될 필요는 없어.
엘프는 아주 오래 사는 종족이라고 들었어.
맞아.
네가 역사를 믿지 않는 것, 사람의 마음에 영원한 정의가 없다고 믿는 건, 너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람이…… 너 때문에 죽었기 때문이야?
그건 굳이 네가 묻지 않아도 될 얘기야. 첸 훼이지에.
엘프로서 너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대지에 아직 동족이 남아 있는지조차 몰라. 자신이 돌아갈 곳이 어디에 있는지는 더더욱……
나의 과거, 미래는 모두 염국과 함께야.
염국과 함께한다면,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을 나락으로 떠밀어도 되나?
왕 대신 지에가 죽는 건,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가장 타당한 결정이었어. 절대적으로 맞는 결정이었다고!
기록을 편찬하고 세월을 기록하는…… 그래, 이 '세월'이라는 두 글자를 안 두려워할 사람이 있나?
“짐승은 지상 만물과 함께한다.” 하지만 지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어. 그녀의 힘은 문자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역사와 공생했지. 염국의 문맥이 끊기지 않는 한, 그녀의 힘은 영원히 멈추지 않고 축적됐을 거야.
만약 지에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어떤 끔찍한 괴물이 탄생했을까? '쉐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겠지?
인정해…… 나는 지에를 존경했고, 그녀를 나의 절친한 친우로 여겼지. 하지만 나의 사사로운 정 때문에 염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을 본 적 있어…… 친구를 버려놓고 꿈에 나오기를 기도하는 사람이지. 게다가 그건 재회를 바라는 게 아니야, 용서를 바라기 때문이지.
……
사세대 대장, 만약 네게 지에를 다시 만날 방법이 있다면……
경고하는데, 미련한 개인의 망상을 돕는답시고 수백만 명의 안전을 위협하지 마.
왕이 굳이 쉐이 능묘에 다시 들어가길 고집한 건, 단지 '쉐이'를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닐 거야.
너희를 시켜 계원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 그건 분명 망자를 부활시키려는 정신 나간 계획과 관련이 있을 거야.
좀 의외네…… 네가 지촉인이었던 시절에, 너와 그 대리인은 사이가 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왕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았나?
왕은 120년 전에 이미 실패했어, 120년이 지난 후에도 마찬가지야. 독단적으로 움직이게 내버려두면 더 많은 화를 초래할 뿐이야.
이 땅의 생명을 바둑돌로 생각하는 미치광이를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그건 자기 누이를 죽인 죄인이야……
나더러 베헤모스의 집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왕도 똑같아. 그 사람도 너처럼 세월과 자연 속을 거닐고, 이 땅에 녹아들어 뿌리를 내리려고 했던 '사람'이었어.
뭐라고? '사람'?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삶과 죽음이 있기 때문이야. 마치 촛불처럼 찰나의 순간을 타오르고, 존재라는 찬란한 빛을 비추는 거지.
지에는 죽었어, 인간으로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거지. 하지만 왕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 해, 죽은 자의 안식을 방해하려고 하고 있어.
설령 왕의 망상이 실현된다고 한들, 과연 깨어난 당사자가 우리가 알던 그 사람일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껍데기일 뿐인 '창괴'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너희는 어떻게 판단할 생각이지?
너는 믿고 싶지 않을 뿐이야.
일은 항상 사람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
만족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죄책감에 발목 잡혀 한 걸음 내디딜 용기조차 낼 수 없게 된다면……
그건…… 나약한 거겠지.
……첸 훼이지에, 말은 참 잘하는군. 하지만, 네가 말하는 그 대의를 네가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증표, 열쇠, 내가 원하는 건 그 둘뿐이야.
하지만 계속 그 입을 놀려대며 내 신경을 긁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너희들을 먼저 쓰러트리는 수밖에.
허풍 떨지 마, 쓰러지는 게 누구일지는 아직 모르니까.
좌락, 너는 어쩔 셈이지?
……죄송합니다.
……하하, 그래, 좋아.
근묵자흑이라더니, 정말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구나.
덤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