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1일과 날
문화재 교환식 장소와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고, 현지 시정감독관인 리디아의 주선으로 티티는 제1신전 재건 현장을 방문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티
또 유격대 시절 있었던 일이 꿈에 나왔어요, 카산드라 씨.
메가스 씨, 꿈 해몽으로 이번 달에만 엔디미온 신전에 세 번째 방문이시네요.
이번에도…… 7년 전 그날 밤을 보신 건가요?
네……
그 칠흑 같은 깜깜한 밤에, 우리는 숲속에 숨어 있었죠. 사르곤인이 숲 바깥에 진을 치고 우리의 흔적을 찾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소리도 낼 수 없었고, 불은 더더욱 켤 수 없었죠. 그저 어둠 속에서 손에 든 무기를 분해할 수밖에 없었어요.
너트 캡, 스프링, 오리지늄 부품…… 저는 아츠 유닛 부품 하나하나를 옷과 신발에 묶어서 액세서리로 위장했어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서, 오리지늄 부품에 손바닥을 베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죠. 그저 손에서 땀이 난다고만 생각했어요.
날이 밝자 우리는 인근 마을의 벌목꾼으로 위장하고 사르곤인의 앞을 지나갔어요. 들통나면 우리 열몇 명이 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들은 무표정으로 우리를 하나하나 훑어봤어요. 순간 저는 들킨 줄 알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어요.
사르곤인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조롱하는 말을 내뱉고는 칼자루로 제 어깨를 내려쳤어요. 하지만 전 정말 기뻤어요. 우리가 안전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
요즘 들어 그 일이 자꾸 꿈에 나타나요. 카산드라 씨는……
이게 신탁인지가 궁금하신 거죠?
카산드라 씨, 작년 중앙 광장에서 영웅이 당신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들의 의지를 알리는 모습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카산드라 씨는 미노스 영웅들의 대변인이자, 아테누스에서 평범한 꿈과 신탁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제사장이잖아요.
만약 신탁이 다시 무기를 들라고 제게 알리는 거라면, 저는…… 아무리 두렵더라도……
앉으세요. 다리도 떨고, 안색도 너무 안 좋아요.
미노스의 영웅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백성을 다시 악몽 속으로 몰아넣지 않아요.
그 말씀은……?
신탁을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지혜와 용기가 두 눈을 감은 쌍둥이 달 대신 당신과 동료들을 보살펴 주었고, 동이 틀 때 여러분을 곤경에서 꺼내주었어요. 당신도 꿈에서 깨어나 아테누스의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했고요……
영웅다운 미덕은 칭송받아야 마땅해요.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은 고통이 운명의 가지에 맺힌 달콤한 열매를 볼 수 없게 가리고 있군요……
그 열매를 따세요, 메가스 씨. 영웅들이 당신에게 내리는 축복을 받으세요.
축복이라니…… 저 같이 평범한 미노스인에게요?
우리의 신과 영웅들도 원래는 평범한 미노스인이었는걸요.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카산드라 씨.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카산드라 님, 교대하러 왔습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요. 오늘은 신전을 찾는 손님들이 정말 많네요.
요즘 엔디미온 신전 방문객도 챙기시면서, 케레세이라 제1신전 주관 제사장 자리의 공백 때문에 서류 업무까지 대신 보고 계시잖아요…… 하지만 카산드라 님의 시간과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아요.
걱정 안 해도 돼요, 폴리아. 신탁을 해석하고 신의 말씀을 전하는 건……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사명이니까요.
그러니까 저보다 더 잘 아실 테죠. 방금 그분의 꿈은 신탁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꿈이었잖아요. 컬럼비아에서는 그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죠. 저도 알아요.
그럼 왜 솔직하게 알려주지 않으신 거죠……
신탁을 받는다는 건 모든 미노스인에게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분의 눈빛은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가득했어요.
그분은 신의 인도를 받길 원하면서도, 그 악몽이 거부할 수 없는 신탁일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어요.
그분이 자기 자신보다 제 해석 몇 마디를 더 믿는다면, 그 책임은 제 몫이겠죠. 조금이라도 그분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
이따가 그분에게 진정 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보내드리고, 의사에게 연락해 상태를 지켜봐달라고 전할게요.
오늘 오후는 휴가시잖아요? 신전 일에 더 마음 쓰지 마시고, 개인적인 일도 보고 그러세요.
늘 제 부담을 덜어줘서 고마워요, 폴리아.
정말 미안해요, 헤카데모스 씨.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어버렸어요. 그렇게 세 시간을 내리 자버릴 줄은. 밑에서 오래 기다렸죠……
전혀 신경 쓰실 것 없어요, 메제티케티 님. 대기 또한 시정감독관 서기관의 업무인 걸요.
아직도 컨디션이 좀 저조해 보이시는데…… 정말 지금 제1신전 재건 현장을 보러 가도 괜찮으시겠어요? 좀 더 쉬셔도 돼요.
그건 안 되죠. 지금 제 기운을 빠르게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건 케레세이라 제1신전뿐이니까요!
신전의 옛 터는 미노스의 건국 영웅인 케레세이라가 산속에서 처음으로 신탁을 받은 곳이라고 들었어요.
케레세이라가 그곳에 세운 첫 번째 신전이 미노스의 시작이 되었다죠.
사르곤인이…… 미노스를 침략하고 세 도시국가를 이동도시로 개조하면서, 전쟁 피해를 입은 케레세이라 제1신전만이 원래 있던 자리에 남겨졌어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 아테누스인이 이 신전을 재건하기로 결정한 덕분에, 저도 이 유적의 최초 모습을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된 거예요. 너무 기대돼요!
미노스의 역사에 대해 정말 많이 아시는군요…… 또 보기 드물 정도로 솔직하시고요.
안타깝게도 제1신전은 원본 도면이 사라진 바람에 과거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건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신전 건축 방식만큼은 상당히 '고풍'스럽다고 할 수 있죠.
고풍스럽다고요?
“미노스의 정신을 다시 한번 떨치려면, 신전은 아테누스를 세운 영웅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순수한 자발성에 의해 지어져야 한다.”
국민 투표 전에 어떤 발의자가 이 슬로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신전 재건 안건은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어요.
상세한 공사 계획도, 인력 배치도 필요하지 않았죠. 민중의 열정과 미노스인의 뼛속 깊이 새겨진 영웅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완벽한 케레세이라 제1신전을 완성해 줄 테니까요.
미노스인은 일 처리 방식이 자유롭지만, 그 덕분에 찬란한 예술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역시 소문 그대로군요!
과찬이십니다. 그저 신전이 하루 빨리 완공되기를 바랄 뿐이죠……
옛 방식으로 재건이라…… 흥미로워요! 헤카데모스 씨, 신전 재건을 제안한 사람은 분명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으면서 민심을 크게 얻은 영웅적인 인물이겠죠?
음, 그 포르테 여성분을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쟤, 왜 저렇게 오래 생각하지? 물어보면 안 되는 걸 물은 거 아냐?)
(그렇다 해도 헤카데모스 씨는 착해 보이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데. 미노스인은 시를 사랑하잖아, 어쩌면 적절한 어휘를 고르고 있는 게 아닐까?)
저기……
3초만 주세요, 메제티케티 님.
아, 네.
……3, 2, 1……
됐다!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났나요?
아뇨. 하지만 다섯 시 정각이 되었으니, 저는 이만 퇴근해 볼게요.
네?
메제티케티 님, 방금 하신 질문은 내일 출근해서 다시 대답해 드릴게요. 즐겁게 구경 하세요.
그렇지만…… 아직 제1신전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요?
저기 있는 저 비계 보이시죠? 이 거리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신전 정문이니까요, 직접 가보시면 되겠습니다.
잠깐……
앗, 저기 제 지인이 있네요. 같이 술 마시자고 약속해서, 절 기다리는 중이에요. 성질이 더러운 친구라 늦으면 큰일 나니까, 이만 가보겠습니다!
……
……
크흠, 마침 잘됐네. 나도 시정감독관의 서기관이라는 사람이 뻔한 관광지에만 데려다주면 돌아가서 할 얘기가 없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거든.
하여튼, 남을 감싸주는 건 기막히게 잘하네!
저 리베리 녀석, 세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는데 왜 화도 안 내고 깍듯하기만 한가 했더니, 그냥 업무 시간에 놀아서 좋은 거였잖아!
됐어, 그만해. 아직 이르니까 일단 주변부터 둘러보자.
여긴 영웅의 고향이잖아. 우리도 어떤 영웅의 서사시 속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알겠다. 네가 출장을 못 가서 안달이 난 건, 사실 모험이 하고 싶었던 거지?
어휴, 그랜드 바자르를 떠날 땐 적당히 돈 많은 애 하나 잡아서 여생 편안히 보내자는 마음에 너를 고른 거였는데, 이렇게 촐싹대는 골칫덩어리였을 줄이야……
티티! 그렇게 막 뛰어가지 마. 같이 가!
……
드디어 잡았다!
좀 떨어져.
왜, 제사장 학원 동창이랑 거리를 두겠다는 거야? 테로스 신전에서 같이 변론대회 나갔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열정적인 표정이었는데.
네 목소리, 너무 시끄러워.
내가 변론하려고 찾아온 거 눈치챘구나?
걱정하지 마. 네가 진다면, 내가 이 목청과 메가폰으로 네 패배를 6음절 운율 시로 만들어서 노래해 줄 테니까.
애초에 '폭주하는 메가폰'이라는 별명은 네가 지어준 거잖아? 그래서 답례로 나도 너한테 별명 하나 지어줬잖아……
어이, '웅변하는 돌멩이'! '폭주하는 메가폰'!
정말 잘됐다. 아테누스 최고의 논객들이 여기에 있다니, 우린 살았어!
어서 나랑 같이 좀 가줘. 과수농들이 신전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거든. 글쎄, 신전 장인들이 사과가 햇빛을 못 받게 일부러 채석 작업을 질질 끌어서 올해 농사를 망치려 든다고 말하더라니까.
잠깐만요. 팔라스 씨는요? 신전 재건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긴 해도, 그걸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팔라스 씨니까, 분쟁이 일어나면 늘 그분이 처리하는 거 아니었어요?
말도 마. 팔라스 씨가 요즘 엄청 바쁜 것 같더라고. 어젯밤부터 안 보이던데, 누가 또 불러낸 게 분명해.
하아, 처음엔 다들 자발적인 신전 건축이라는 말을 듣고 영웅을 본받겠다며 재건에 참여했지. 시간 나면 좀 더 일하고, 일 있으면 잠깐 빠지고.
근데 이렇게까지 어수선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 거기다 이동도시가 해 드는 구역으로 이동하는 일정까지 지체됐으니.
우리 능력 좋은 두 청년이 각자 한 쪽의 대표를 맡아서 변론으로 해결안을 좀 내줘…… 정 안 되겠으면 승패라도 가려줘!
설마 우리 둘이 같이 서있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바로 변론을 떠올릴 줄이야……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나한테서 좀 떨어지고, 조용히 좀 하라고.
이 돌멩이 녀석, 머리 잘 돌아가는 건 알겠는데, 혼자서만 상황 파악하고 그렇게 맥락 없이 말하면 누가 알아듣냐!
아니지, 나 안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너랑 변론하러 온 참이었는데, 마침 잘됐잖아?
……
나 볼일 있어.
너랑도 참 오래 알고 지냈지만, 거절하는 핑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이런 평범한 말솜씨로 도대체 어떻게 변론대회에서 우승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네 덕분이지.
……그렇게 비아냥거린다고 넘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하지 마. 지난 몇 년 동안, 변론하자고 할 때마다 넌 도망치기만 했잖아. 우리 사이엔 아직 결판나지 않은 일전이 남아있다는 거, 잊어버리면 안 돼.
빨리 골라. 과수농? 아니면 신전 장인?
그렇게 오래 안 사이면, 내가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것도 잘 알 텐데.
하아…… 난 새로 생긴 감염자 사무소에 약 받으러 가야 해. 이만 좀 비켜줄래?
뭐……?
광석병 치료제? 지난주 수요일에 받았었잖아…… 병세가 그렇게 빨리 나빠진다고?
안 되겠다, 내가 확인해야겠어.
아니! 왜 다 가버리는 거야!
그 사과 농사꾼들이 우리 장인들이랑 주먹다짐까지 할 기세던데, 이러면 누구한테 해결해달라 부탁해? 길에서 아무나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와, 미오, 봐봐. 신전 안이 엄청 시끌벅적해! 아테누스 사람들의 제1신전 재건 열정은 정말 남다르구나. 나도 끼고 싶을 정도야!
저기 선생님,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