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설산 강림 1101

OS-ST-4'강림'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6-04-14

모든 사건의 막이 내려가고, 쉐라그의 신앙과 결속 형태가 조용히 변하기 시작한다. 라인 랩은 여전히 '천체 물질'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 중이다. 엘레나는 엔야의 도움으로 물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해독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데겐블레허, 노시스, 사일런스, 뮤엘시스,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실버애쉬 더 레인프로스트, 프라마닉스 더 프레리타, 아스트젠 더 라이트체이서


젊은 수도사

성녀님……

젊은 수도사

죄인 아드소와 함께 만주원을 배신한 수도사들 모두 죄를 인정했습니다. 지금 모두 별채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젊은 수도사

어떻게…… 처분하실 생각인지……

엔야

……

대전 안은 썰렁했다. 평소 만석이었던 좌석이 모두 비어 있었다.

젊은 수도사 하나만이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야

분쟁 중에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엔야

그들은 아드소에게 현혹돼 잘못된 일을 저질렀어요.

엔야

하지만 저는 그들의 본심이 언제나 쉐라그를 지키는 것이었음을 믿습니다.

엔야

침입자가 왔을 때 용감하게 앞장선 행동은 죄를 상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무거운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게 도리일 겁니다……

엔야

삼족의 영지로 보내 이번 겨울 농사를 짓게 하겠습니다. 또한 매일 경전을 읽고 스스로 그 실천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엔야

그리고 내년 봄이 되면 만주원으로 돌아오라고 하세요.

젊은 수도사

예……

엔야

또 무슨 볼일이라도?

젊은 수도사

성녀님…… 감히 성녀님께 가르침을 구합니다……

젊은 수도사

순례에서 쉐라간드의 뜻을 들으셨습니까?

엔야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죠?

엔야

설마, 그분께서 현현하는 것을 바라는 건 안 된다는 것을 잊어버렸나요?

젊은 수도사가 고개를 더 푹 숙이고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젊은 수도사

사람들은 빅토리아인이 쳐들어왔을 때, 그분께서 기적을 베풀어 침입자를 물리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젊은 수도사

하지만, 어쩐지 제 눈에는…… 그게 꼭 작별 인사처럼 보였습니다……

젊은 수도사

저는 재앙이 발생했을 때 쉐라간드께서 저희를 떠나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젊은 수도사

성녀님께서 저의 불경함을 꾸짖으신다면…… 저도……

엔야

……

엔야

매튜…… 이름이 매튜, 맞죠?

엔야

어떻게 만주원에 들어오게 된 건지 말해주시겠나요?

젊은 수도사

어렸을 때, 제 부모님은 아이를 다섯이나 키워야 했어요. 하지만 집에서 가꾸는 텃밭에서는 온 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식량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어린 저를 만주원에 보내기로 하셨어요.

젊은 수도사

그러면 입이 하나 줄고, 저도 만주원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젊은 수도사

물론 저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쉐라간드》를 열심히 외웠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젊은 수도사

하지만 나중에 보니 쉐라그가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젊은 수도사

처음 듣는 것도 너무 많아졌고, 《쉐라간드》에서도 보지 못한 일들까지 생겼습니다.

젊은 수도사

저는 충분한 음식과 따뜻한 보금자리만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수도사

하지만, 전 그 모든 것을 갖고 있었음에도 더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젊은 수도사

성녀님, 지금의 쉐라그인이 그분의 인도를 벗어나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요……

젊은 수도사

그래서 쉐라간드께서 우리를 떠나신 건 아닐까요……

엔야

……

엔야

쉐라간드께서 자신의 백성을 위해 구체적인 길을 인도하겠다는 말을 하셨던 적이 있었나요?

엔야

최초의 쉐라그인들은 이 산에 와서 곡괭이로 동토를 파헤치고 나무로 집을 지을 때……

엔야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저 별하늘 너머를 바라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엔야

하지만, 쉐라간드도 똑같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아무 위험도 없는 영원한 정토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엔야

우리는 더 많은 시련과 난관에 부딪힐 거고, 여러 고난 속에서 계속 탐구하겠죠.

엔야

그리고 언젠가 그분의 앞에서 우리 자신에 관한 질문을 하게 될 겁니다……

젊은 수도사

하지만 성녀님, 쉐라간드는 선현이자, 스승이자, 지도자십니다…… 그분께서 자신의 백성들에게 정말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으셨다는 겁니까?

엔야

명령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엔야

사실 생각해 보면, 쉐라간드께서 우리, 그러니까 자신의 백성에게 당부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이미 경전에 쓰여 있지 않나요?


너희들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그 길을 잊지 마라.

다가올 눈보라를 경외하고, 맹목적으로 자신을 믿지 마라.

손에 든 활과 곡괭이와 씨앗을 꼭 잡고, 절대 놓지 마라.

형제와 자매를, 친구와 이웃을, 산과 들을 사랑하라, 자신의 형제자매를 사랑하듯이.

너희가 이 계율을 지킨다면, 이 땅에는 너희를 이길 재앙이 없을 것이며, 너희들의 터전은 영원할 것이다.

……


사일런스

엘레나, 아직 바빠?

엘레나

사일런스 주임?

사일런스

아직 기존 관측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들었어…… 내가 방해된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

엘레나

성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계산하고 있었어……

엘레나

순조롭다면, 쉐라그에 천체 물질이 떨어진 상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거야…… 이게 설산을 누비는 것보다야 빠르겠지.

사일런스

정말 엄청난 발견이었어. 네 용기와 결심 덕분이야…… 수고했어, 엘레나.

엘레나

사일런스 주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가지고 칭찬하지 마. 쑥스럽게……

엘레나

참…… 캐롤린 선배 소식은? 뭐 새로운 거 있어?

사일런스

(고개를 젓는다)

사일런스

아직 캐롤린의 행방을 찾지는 못했지만, 최근 며칠간의 조사 결과 캐롤린이 쉐라그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다수 발견됐어.

사일런스

유감스럽지만, 전에 캐롤린을 상대로 제기된 혐의가 다 성립한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

엘레나

……

엘레나

……전에 캐롤린 선배랑 같이 일할 때, 우주에 관해 얘기하던 선배의 눈빛이 아직 기억나. 그런 열정은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다고 생각해.

엘레나

나도 모르겠어. 왜 이렇게 된 건지……

사일런스

이상이나 미래는 참 아름다운 단어야, 형태와 무게가 없는 가볍고도 낭만적인 단어지.

사일런스

하지만 그 저장 장치인 인간은…… 현실이라는 중력에 구속되곤 해.

사일런스

언젠가 직접 물어볼 날이 오길 기대해 봐.

엘레나

……

사일런스

참, 네 조사 보고서를 봤어.

사일런스

핵심권 학계에서는 실제 관측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베헤모스에 대한 논의가 추측 가설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어.

사일런스

베헤모스는 많은 사람들이 비과학적인 헛소리라고 생각하던 거였지.

사일런스

그런데 이번에 쉐라그에서 베헤모스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생명의 흔적이 발견된 거야…… 이건 정말 귀한 성과일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의 차세대 돌파구가 될 수도 있어.

사일런스

네가 그걸 발표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될 거야.

엘레나

고마워, 사일런스 주임.

엘레나

하지만…… 당장은 발표하지 않으려고 해.

사일런스

왜?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엘레나

그게……

엘레나

애초에 이번 일은 그냥 우연이었고, 또 다른 두 친구의 도움 덕분에 발견하게 된 것뿐이야. 내가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야!

엘레나

하물며 우리는 지금 베헤모스 대해 아는 게 털끝만큼도 없잖아. 나는 이 발견을 주제로 한 발표가 쉐라그에 더 많은 골칫거리를 만드는 것 말고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엘레나

과학자에게 지적 욕구가 가장 소중한 자질이라면, 성급함은 최대의 적일 거야.

엘레나

성과를 내서 이름을 알리는 데 급급하고, 책에 자기 이름을 남기는 데 급급하고, 자기가 진리로 가는 길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답을 얻는 데 급급한 거 말이야.

엘레나

그래서, 이번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을 생각이야.

엘레나

누구한테 내가 옳다는 걸 급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어. 틀리면 틀린 거지.

엘레나

옛날 사람들은 대지를 탐험하면서 얼마나 많이 틀렸을까? 근데 왜 나는 틀리지 않는 '똑똑이'가 되려고 애써야 하는 걸까?

엘레나

내게는 아직 시간이 많아. 다시 떠나기 전에, 이 대지에 대한 내 '무지'를 인정하려고.

사일런스

멋진 생각인걸…… 네 선택 존중해.

엘레나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엘레나

솔직히 좀 더 시간을 갖고 이번에 관찰한 내용을 제대로 보완하고 싶어. 그래야 반쪽자리 문장을 발표하는 망신 당하는 일이 없겠지……

엘레나

계산 완료…… 찾았다!

엘레나

이 위치는……


노시스

……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는 아직 안 왔나?

노시스

좀 더 안정을 취해야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데겐블레허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너는 전사의 소양에 대해 전혀 몰라.

데겐블레허

보아하니 그 녀석 뜻대로 된 것 같군.

주위를 둘러보니, 커다란 사무실의 낡은 집기들은 전부 사라진 후였다. 유난히 휑해 보이는 그곳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은은히 메아리쳤다.

노시스

처음도 아닌데 뭐.

데겐블레허

그 녀석이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지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데겐블레허

결국 다 네게 던지고 갔군.

노시스

그 녀석에게 원망이 많은 것 같네.

데겐블레허

너 대신 욕해주는 거라면…… 믿겠나?

노시스

……

노시스

나는 엔시오데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노시스

안 그런 적이 없지만, 그 녀석은 늘 모두가 자기 뜻대로 행동하게 만들어…… 적도, 가족도, 친구도.

노시스

게다가 남의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지. 혼자 모든 걸 다 계획한 뒤,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일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분배하지……

노시스

……그리고, 정작 본인은 가장 어려운 일을 짊어진다.

데겐블레허

그래도 너는 좋은 말만 해주네.

데겐블레허

이럴 때면 나는 그 녀석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고 싶은 엔야와 엔시아의 마음이 이해돼.

노시스

지긋지긋하지……

데겐블레허

그러면 이제부터 카란 무역회사의 중임은 네가 맡게 됐으니 열심히 해봐…… 에델바이스 사장.

데겐블레허

네 사업이 순조롭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지.

노시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정말 고맙겠는데.

노시스

근데, 난 지금 어둠의 기사만이 맡을 수 있는 자리를 고민 중이야.

노시스

홍보부 담당자나 홍보 모델 같은 일이지…… 한가한 일은 아닐 거다.

데겐블레허

그래, 네가 나랑 싸워서 이기면 수락하지…… 지금, 당장.

노시스

……그건 사양하지.

데겐블레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데겐블레허

잘 지내, 노시스 사장.

노시스

잠깐만, 데겐블레허.

노시스

……떠날 생각인가?

노시스

나도 지금 이 모든 게 그 녀석이 약속한 것과 다르다는 걸 안다.

노시스

“우리가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거대한 무대”, 이게 그 녀석이 했던 말이었지.

노시스

지금 보니 정말 작다고는 할 수 없는 무대였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애초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어.

노시스

그러니까, 네가 염증을 느낀 거라면……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와 함께 일한 지도 꽤 됐더군.

데겐블레허

즐거웠다고는 못 하겠지만, 염증을 느낄 정도는 아니야.

데겐블레허

……다만 네가 한 말 중에 정정해야 할 부분은 있어.

데겐블레허

이 방에 서 있는 건, 엔시오데스의 부하도, 수행원도, 그 녀석의 돌봄이 필요한 새끼짐승도 아니야.

데겐블레허

우리는 엔시오데스가 우리에게 뭔가를 만들어주거나, 어떤 보상을 가져다줄 걸 기대한 적 없어.

데겐블레허

단지 각자의 길을 걷다가 우연히 짧지는 않았던 길에 동행한 것뿐이지.

데겐블레허

그러니까, 만약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이 있다면 날 찾아와.

노시스

훗……

데겐블레허

하지만 딱 하나, 이것만은 나와 타협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둬.

데겐블레허

……승진식은 안 할 거다.

노시스

……

온화하고 예의 바른 남자

드디어 뵐 수 있게 됐군요.

온화하고 예의 바른 남자

……엔시오데스 씨.

[CG: 67_i12]
엔시오데스

직접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지금까지의 히라 여행이 즐거우셨으면 좋겠군요.

잭슨

물론 좋았습니다. 제 비서가 스키 일정을 금지한 것 빼고는요. 그건 정말 아쉽더군요.

잭슨

우선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잭슨

우리 연구원들과 이야기해 보니, 다들 쉐라그에서 카란 무역회사가 제공한 안전한 작업 환경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더군요.

잭슨

재앙 후 관측소에 대한 물자 공급 측면에서도, 소요 사태 발생 시의 연구원 보호 측면에서도, 쉐라그는 현대 문명 국가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잭슨

라인 랩이 쉐라그에서 지금까지 탐사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당신과 당신의 회사 덕분입니다.

엔시오데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엔시오데스

부통령께서 쉐라그가 컬럼비아와의 이번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을 믿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엔시오데스

쉐라그는 이미 준비가 됐습니다. 이 대지에 다시 변화의 물결이 닥칠 때 최선을 다해 기회를 잡을 겁니다.

잭슨

이 '미래'라는 단어, 정말 황홀한 단어죠.

잭슨

어떤 의미에서 컬럼비아와 쉐라그는 모두 '젊은' 나라입니다.

잭슨

저는 젊다는 게 때로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잭슨

젊기 때문에 용기와 기력이 충만하고, 남들보다 앞서 미래를 포용할 수 있죠.

잭슨

참, 쉐라그로 오는 길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잭슨

며칠 전에 귀국과 빅토리아의 캐스터 공작 사이에 사소한 '마찰' 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잭슨

그래서 여쭈어보는 겁니다만, 엔시오데스 씨는 빅토리아가 쉐라그와 라인 랩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위협했다고 보십니까?

잭슨

컬럼비아는 쉐라그와 함께 핵심권의 국제 질서를 수호할 의향과 능력이 있습니다.

잭슨

엔시오데스 씨가 원한다면……

엔시오데스

……호의는 감사합니다, 부통령님.

엔시오데스

쉐라그의 이웃인 빅토리아는 언제나 쉐라그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 컬럼비아도 같을 겁니다.

잭슨

오, 그게 비난 섞인 발언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엔시오데스

하하, 서로 간의 경쟁과 마찰은 불가피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 문제라면, 쉐라그는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엔시오데스

저는 우리가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엔시오데스

이 오래된 땅 쉐라그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가 많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협력을 모색하는 동기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잭슨

역사와 종교, 매력 넘치는 천고의 수수께끼……

잭슨

캐스터 공작이 마지막에 쉐라그의 수호신 쉐라간드가 내린 기적을 보고 철수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엔시오데스

캐스터 공작은 상당한 수완의 정치가입니다. 설마 기적 하나에 자기 의지를 꺾을 리가 있을까요.

엔시오데스

공작은 쉐라그에서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쉐라그와 적이 되기를 포기한 거고요.

잭슨

멋진 싸움이었군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 또한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잭슨

핵심권 판도에 새로운 국가가 부상했고, 쉐라그가 앞으로 더 가혹한 경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죠.

잭슨

엔시오데스 씨의 본래 뜻과 일치한다고 보십니까?

엔시오데스

누군가의 뜻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엔시오데스

테라는 쉐라그가 발전할 수 있을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을 겁니다. 경쟁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이웃 국가에 쉐라그의 결심을 알리는 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엔시오데스

잠깐 뒤처졌다고 해도 쉐라그가 발전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무력이 약해도 본인이 취해야 할 이익을 지킨다는 결심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엔시오데스

경쟁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갈등 속에서 평화를 찾는 게 쉐라그의 선택입니다.

잭슨

놀랍군요, 엔시오데스 씨. 하지만 여러 상황에서 엔시오데스 씨가 보인 행보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다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잭슨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잭슨

카란 무역회사에서 사임하고, 만주원의 쉐라그 내 합법성을 남겨두셨잖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엔시오데스 씨는 쉐라그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 겁니까?

잭슨

진취적인 개혁가, 아니면 막강한 권력을 쥔 군벌? 아니면 배후에 숨은 이 나라의 진정한 권력자?

엔시오데스

부통령님, 그건 제가 답할 질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엔시오데스

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때의 사람들이 지금의 역사를 논하기 시작하면 알게 되겠죠. 그들이 실버애쉬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엔시오데스

저는 그들이 이 이름을 쉐라그의 다음 시대를 위한 수많은 초석 중 하나로 삼기를 바랍니다.


텅 빈 저택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장식은 예전 그대로였고, 마치 새것처럼 깨끗했다. 안으로 들어오니 마치 오랜 세월이 흐른 듯한 느낌이었다.

체스터

주인님, 돌아오셨군요.

엔시오데스

그래.

엔시오데스

다른 사람들은?

체스터

아, 아가씨들은 오늘 주인님께서 돌아오시는 줄 모르고 계십니다…… 진작 알았으면 오랜만에 식사라도 같이하게 집에 계시라고 했을 텐데요……

엔시오데스

괜찮다. 시간은 많으니까.

엔시오데스

오늘은 나도 오랜만에 좀 쉬어야겠군.

체스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공교롭게도 방금 주인님께 온 전화가 있어서요.

체스터

전화? 아니면 무슨 초장거리 정보 통신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컬럼비아인이 새로 설치해 준 거 말입니다…… 지금 받으시겠습니까?

엔시오데스

바로 연결해 줘.


엔시오데스

역시, 너였군……

엔시오데스

도와준 덕분에 여기는 다 무탈하다. 쉐라그에 아주 중요한 일이었어.

엔시오데스

승리? 그렇게 말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엔시오데스

인내심을 갖고 오랫동안 누적해 온 결과지. 모든 게 합당한 결과를 얻었을 뿐이다.

엔시오데스

박빙의 승부는 다음 대국까지 남겨두지.


쉐라그 연구원 A

표면 온도 17.8, 데이터 안정적.

쉐라그 연구원 A

방사능 검측 데이터 97.5, 안정적.

쉐라그 연구원 B

모든 데이터가 안전 범위 안에 있어. 목표는 안정적인 상태야. 샘플링 작업이 가능해.

쉐라그 연구원 B

쉐라간드 신이시여…… 진짜 우주에서 떨어진 게 진짜 이렇게 우리 눈앞에 있다니.

쉐라그 연구원 A

쉐라간드 신이시여…… 쉐라그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뮤엘시스

똑똑, 엘레나? 들려?

뮤엘시스

안은 어때? 괜찮아?

엘레나

아…… 썩 좋진 않아…… 이 신형 기동 장갑은……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네.

엘레나

안이 갑자기 어두워졌어. 내가 스위치를 잘못 건드린 건가…… 아니다, 뮤엘시스 주임, 카메라를 가렸잖아!

뮤엘시스

앗, 미안!


뮤엘시스

이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이 장갑은 대부분의 기능이 자동화되어 있으니까. 그냥 조금 더 두꺼운 방호복을 입었다고 생각해.

뮤엘시스

게다가 내스티도 말했잖아. 이 장갑에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탈출 장치가 장착돼 있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즉시 너를 사출할 거라고.

엘레나

사출한다고?! 너무 높이 날아가면 어떡하지……

엘레나

아니야, 지금은 그런 거를 걱정할 때가 아니지……

뮤엘시스

긴장 풀어. 네가 했던 연구 중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잖아. 즐겨야지.

뮤엘시스

준비됐어?

엘레나

이렇게 된 이상……

엘레나

좋아……! 간다!

깊은 산속,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공터가 숨겨져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물질은 공터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탐지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치 어떤 고대의 제단을 연상시켰다.

엘레나가 기동 장갑을 조종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조종석 안에서도 자신에게 집중된 뜨거운 시선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모든 이들이 이 역사적인 접촉을 고대하고 있었다.

불규칙한 형태의 검푸른색 물체가 가까이에 있었다. 엘레나는 몇 차례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손을 뻗었다.

기계 팔이 서서히 뻗어져 나가 그 물체에 닿았다.

폭발도, 섬광도 없었고, 예상치 못한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평범하게 악수하는 것 같았다.

모든 동작은 눈송이가 땅에 내려앉듯 부드러웠다.


라인 랩 연구원

엘레나 팀장님, 샘플 초기 분석 결과 나왔어.

엘레나

어때!

라인 랩 연구원

완전 뜻밖의 결과야……

라인 랩 연구원

이 물체의 70%가 아예 규명할 수 없는 성분이야. 우리가 아는 그 어떤 물질에도 속하지 않아.

라인 랩 연구원

하지만 물질 구조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여.

라인 랩 연구원

남은 30%는……

라인 랩 연구원

주요 구성이 테라 대륙에 사는 엘프의 체세포와 거의 동일해.

뮤엘시스

……엘프라고?

뮤엘시스

어떻게…… 엘프가 우주에서……

라인 랩 연구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샘플 대조본으로 봤을 때 아주 명백한 결론이야.

엘레나

이 부분을 엘프로 본다면…… 그러면 그 파손된 구조는 여기 떨어지기 전에 어떤 위험에 처했다는 의미일까……

엔야

이게 그 '운석'인가요?

엘레나

엔야…… 성녀님, 여기는 어떻게?

엔야

쉿! 조용……

엔야

만주원에서 몰래 빠져나왔어요. 천체 물질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놓칠 수가 있어야죠.

엔야

흠…… 더 위험해 보일 거라고 상상했는데요?

엘레나

미지의 물건은 다 어느 정도는 위험해……

엘레나

쉐라그에 떨어진 게 우연이었는지 사고였는지, 아니면 잠에 빠진 쉐라간드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엘레나

연구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엔야

음, 과학자의 일은 정말 힘드네요……

엔야

어? 이 화면은……?

엘레나

아, 그건 음파 영상 장치야.

엘레나

우리의 관측에 따르면, 이 미확인 물체는 자체적으로 계속 이런 초저주파음을 방출하고 있어.

엘레나

아주 규칙적으로 계속 같은 주파수를 반복하고 있지.

엔야

정말 신기하네요…… 엘레나 씨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어떤 언어 문자인 줄 알았어요.

엘레나

문자……?

엔야

주파수 대역의 모양만 보면, 고대 쉐라그에서 정보 전달에 사용하던 기호와 정말 비슷해요.

엔야

정말 간단한 기호고, 단어 수도 적어요. 보통 바위나 나무에 새겨져 있는 건데, 동료에게 먹이의 위치나 짐승의 출몰과 같은 정보를 알리는 데 사용됐어요.

엔야

흠……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비슷하네요.

엘레나

엔야! 그런 언어도 알아? 번역해 줄 수 있어?

엔야

조금요. 그런데 해석하려면 서재에 가서 《기억과 기호》라는 책을 찾아와야 해요…….

엘레나

나한테 있어!

엔야

네?

엘레나

지난번에 만주원에 들어갔을 때,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만주원에서 대출 가능한 서적을 다 스캔해서 단말기에 저장해 뒀거든…… 짜잔!

엔야

세상에……

엘레나

엔야, 부탁해……!

엔야

좋아요…… 한번 해볼게요……

엘레나의 손에서 단말기를 받아 든 엔야는 엘레나의 도움을 받아 책을 찾았다.

엔야는 책의 그림을 보며, 번역된 문자를 눈 위에 손가락으로 써 내려갔다.


파멸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