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설산 강림 1101

OS-7불타는 마음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4-14

엔시오데스는 만주원을 정식으로 고발하고, 빅토리아와 내통한 아드소 장로를 체포하지만, 캐스터는 카란 무역회사야말로 빅토리아의 최대 동맹이라는 공개 선언으로 반격을 가한다. 한편, 광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선 엘레나 일행은 실망스럽게도 재앙의 원인에 대한 추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마터호른, 노시스, 데겐블레허, 아스트젠 더 라이트체이서, 실버애쉬, 스노우헌터


멀리서 들리는 소리

빨리! 뒷줄 얼른 따라와!

멀리서 들리는 소리

목표가 이 근처에 있다고 표시돼 있어. 철저히 수색해. 아무것도 놓치지 말고!


묀히

……

시간 감각을 거의 잃은 묀히는 그 사람이 그곳을 떠난 후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몸에 단단히 묶인 밧줄에서 전해지는 따끔거리는 느낌만이 그녀가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마침내 밖에서 들려온 희망의 소리에 묀히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묀히

여기……

묀히

여기 사람 있어요……

묀히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메마른 목구멍으로는 거의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문 쪽으로 기어갔다.

문이 열렸다.

시우루스

묀히!

묀히

부인…… 어떻게……

시우루스

재앙이 일어난 이후로 계속 널 찾았어! 빌어먹을 실버애쉬, 뭐라도 있는 것처럼 굴길래 확실한 정보를 많이 확보했나 했더니…… 결국 내가 찾았네!

시우루스

괜찮아? 다친 데는?

시우루스

잠깐, 너, 다리가……

묀히

저는…… 괜찮아요……

묀히

부인, 제 말 들으세요……

묀히

제가 쫓던 그 연구원이요…… 빅토리아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 여자가 컬럼비아랑도……

묀히

그들의 진짜 목적은……

시우루스

묀히! 묀히!


좁은 산길에서 다닥다닥 붙은 차량 행렬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방금의 그 갑작스러운 상황이 일어난 후, 많은 이들이 차에서 내려 갈등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마터호른

시동 끄고 내리시죠.

빅토리아 특수요원

당신들 뭡니까?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빅토리아 특수요원

저…… 저는 빅토리아에서 파견된 산업 조사관입니다. 이건 불법적인 업무 방해 행위예요.

빅토리아 특수요원

당신들은 빅토리아 산업에 종사하는 빅토리아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통사고까지 일으킬 뻔했습니다. 만주원에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릴 겁니다!

빅토리아 특수요원

*빅토리아 욕설* 이런 거지 같은 데는 오는 게 아니었는데……

마터호른

……말은 다 하셨습니까?

마터호른

전부 찍었나?

실버애쉬 가문 호위병

네!

마터호른

빅토리아인, 지금은 당신들이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협조하세요.

마터호른

화물칸을 열어 주세요.

빅토리아 특수요원

저는……

마터호른

협조를 거부하는 겁니까? 상관없습니다. 나중에 피고인석에서 변호하는 데 써야 할 테니 힘을 아껴두세요…… 추우면 담요를 드릴까요?

마터호른이 손을 휘젓자, 호위병이 다짜고짜 화물칸 문을 비틀어 열었다.

늙은 수도사 하나가 짚 더미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는 몸의 먼지를 털고는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으니, 용감하다고 할 것도 없었다.

늙은 수도사는 눈을 찌를 듯한 빛을 바라보며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약 10분 전

캐롤린

차가 왜 멈췄지?

캐롤린

도착했나?

캐롤린

……

캐롤린이 목소리를 낮췄다.

캐롤린

……무슨 상황인데?

연로한 수도사

아가씨,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캐롤린

……들킨 거야?

연로한 수도사

……

노시스

만주원의 수도사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노시스

차를 옮기는 게 나을 것 같군, 굳이 이런 곳에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연로한 수도사

에델바이스의 젊은이, 아직도 행동이 급하군요.

연로한 수도사

실버애쉬 가문 여러분, 이런 날씨에 작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연로한 수도사

무엇이든 여러분께 협조하겠습니다.

노시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여기에 없는 것 같은데.

연로한 수도사

빅토리아에서 오신 아가씨,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군요.

캐롤린

내리게?

연로한 수도사

아니요, 저는 차에 있을 겁니다. 당신은 뒤돌아보지 말고 곧장 가기만 하면 됩니다.

연로한 수도사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실버애쉬 사람들이 분명히 이 차를 발견할 겁니다. 들키기 전에 여기를 떠나세요.

연로한 수도사

저를 믿으십시오…… 쉐라간드 신이시여.

늙은 수도사가 캐롤린을 일으켰다.

캐롤린

그렇게 할게.

캐롤린

하지만 당신도 노출될 텐데.

연로한 수도사

그것 역시 쉐라간드의 뜻,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겁니다.

연로한 수도사

다만, 그분의 용서를 구할 따름입니다.

캐롤린

아직도 당신들의 신앙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

캐롤린

당신들의 신앙을 존중해. 나도 조용히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볼게. 행운을 빌어, 수도사님.

캐롤린은 차에서 내려 쉐라그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벗어버린 수도사복에는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캐롤린은 추워서 몸을 떨었다.

그녀는 홀로 한없이 하얗고 넓은 산지를 걸었다.

멀리서 캄캄한 터널의 입구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노시스는 망원경을 통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학자가 검은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노시스

……

노시스

두 사람을 체포해서 바로 만주원으로 보내.


데겐블레허

데려왔어.

엔시오데스

……

엔시오데스

당신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 같군요, 장로님.

오래 기다린 목소리였다. 엔시오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각처럼 서 있는 노인을 지나쳤다.

데겐블레허

노시스가 작전을 무사히 수행했어. 노시스에게서 소식이 온 즉시 '설산귀'가 작전을 시작했지.

그 유령들을 뒤로하고 수도사들이 휘청거리며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몇몇 앳된 얼굴에 두려움이 잔뜩 어려 있었다.

만주원 견습 수도사

저, 저는 만주원의 수도사입니다. 저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설산귀'

시끄러워! 얌전히 있어!

만주원 견습 수도사

……프레이 님도 계셨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제 막 압송된 사람은 나서기 좋아하던 만주원의 사자였다. 그는 소리치는 수습 수도사들을 눈으로 훑고는 고개를 저었다.

엔시오데스

프레이 수도사, 이제 당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겠군요.

만주원 사자

……

엔시오데스

빅토리아의 특수요원과 만주원의 수도사들이 공모했고, 광산 철도를 이용해 스파이를 출국시키려다 현장에서 카란 무역회사에 체포됐습니다.

엔시오데스

그전에도 빅토리아인의 광산 수색을 도왔으니,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엔시오데스

라타토스의 장례식 이후 당신이 용의자를 감쌌다는 것 또한 잊지 마십시오.

엔시오데스

그러한 죄들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재판이 있을 겁니다.

만주원 사자

쉐라간드 신이시여…… 저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릅니다. 저자의 무지를 용서하소서……

엔시오데스

……만주원 내부에 스파이가 있던 건 기정사실입니다. 모두 저항하지 마십시오. 저희의 조사에 협조하는 것만이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엔시오데스

아드소 장로와 프레이 수도사, 그리고 모든 만주원 장로를 데리고 가서 심문해라. 나머지 수도사들은 만주원에서 대기시키고.

'설산귀'

네!

엔시오데스

아드소 장로……

아드소

……

[CG: 67_i16]
아드소

실버애쉬, 자네가 이긴 것 같은가?

아드소

“칼잡이의 승리는 한때에 불과하다.”

아드소

자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권력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지 지켜보겠네……

아드소는 다른 움직임 없이 사람들을 향해 고개만 약간 끄덕인 후, 천천히 문밖으로 걸어갔다.

만주원 견습 수도사

대장로님! 저희는 어쩝니까?!

아드소

……살아가게.

아드소

그 밖의 말은 모두 경전에 있으니, 내가 할 말은 없네.

아드소

우리는 그분의 종이라네. 무슨 일이 있어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게.

만주원 견습 수도사

……

엔시오데스

데려가라.

엔시오데스

쉐라간드 신이시여, 죄인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내려주시길.


조안나

폐광산이야, 횃불이랑 탐조등은 진작 못 쓰게 됐어. 머리 부딪히지 않게 허리를 숙여야 해……

조안나

이쪽에서 돌아서 왔으니까 아마 딱……

조안나

아얏!

엘레나

조심해!

엘레나

……일단 와, 바닥 조심하고.

조안나가 걸음을 옮겼다. 낙석 몇 개가 동굴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갈라진 돌 틈으로 돌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 소리를 들은 조안나는 몸서리쳤다.

조안나

엄청 깊네…… 떨어지면 그냥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겠어……

조안나

이게 다 그 빅토리아 놈들 때문이야. 광산 앞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피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길로 안 와도 됐을 텐데……

조안나

음? 성녀님? 뭘 보고 있어?

엔야

앞에 불빛이 있어요. 거대 광맥으로 가는 길일 거예요. 자, 아까처럼 손을 잡고 가요.

엔야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절대 여기서 잘못되면 안 돼요.

엔야

곧…… 모든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램프의 깜빡이는 불빛이 지도 위에 비쳤다. 다들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은 채, 침묵 속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침내 길고 긴 탐색이 끝났다.

엘레나

……

엔야

……여기가 맞나요? 잘못 찾았을 가능성은 없나요?

엘레나

아니…… 확실해.

엘레나

여기가 바로 내가 계산한 갱도야. 제대로 찾아왔어.

엔야

하지만……

조안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 여기가 우리가 찾던 곳 맞아?

엘레나

……

엘레나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찾아낸 건 오리지늄 광맥이었어야 해…… 그게 있어야만 내 추론이 옳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데……

엘레나

근데 여긴……

엔야

……이철 광산이에요.

조안나

뭐……?

엘레나

전부 분석했어, 여기 있는 건 평범한 이철이야. 재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엘레나

게다가…… 여기에는 '천체 물질'의 흔적 같은 건 전혀 없어……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엘레나

하지만 어째서?! 오는 길에 분명 오리지늄 운송차가 많이 보였는데! 여기가 어떻게 이철 광산일 수 있지?

엔야

……

[CG: 45_i12]

엔야가 혈육의 계획을 알아차리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엔야

맞아요…… 우리가 잘못 찾은 거예요.

엔야

이곳의 광맥은 '카란의 심장'의 심장이 아니라 '쉐라그의 뼈대'예요……

엔야

쉐라그의 척추를 떠받치는 뼈대요……

조안나

……저기, 한마디만 해도 될까?

조안나

카란의 심장은 신앙심과 순결한 마음을 검증해. 사람의 눈, 코, 귀, 손은 남을 속이거나 거짓될 수 있지만, 마음만은 그럴 수 없으니까. 《쉐라간드》에 나오는 내용이야.

조안나

하지만 나는 우리가 진실하지 않았거나 경건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조안나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 쉐라간드…… 그분도 분명 알고 계실 거야.

조안나

마치 사냥 같은 거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밤새 굶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흔한 일이라고.

조안나

하지만 믿어야 해. 쉐라그 땅을 믿고 쉐라간드께서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해. 그분은 우리에게 두 손이 있는 한 쉐라그 땅에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약속하셨어.

조안나

그러니까 성녀님, 우리 다시 시도해보자……

엔야

네……? 무엇을……?

조안나

쉐라간드를 불러야지. 성녀님의 은방울로.

조안나

아름다운 방울소리, 쉐라간드를 깨운 성녀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그분께서 사랑하는 맑고 청아한 소리인 동시에, 그분을 부르는 소리이기도 해.

조안나

《쉐라간드》에 기록돼 있어. 방울을 단 버든비스트는 야수에게 물려가지 않고, 병들거나 요절하지도 않고, 길을 잃어도 스스로 돌아올 길을 찾는다고.

엔야

……

조안나

그러니까, '길 잃은 마음'도 길을 잃었다는 거로 쳐야겠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만주원 수도사에게 들은 적 있어!

엔야

……

의기소침한 두 사람과는 달리, 소녀는 의욕 넘치는 모습이었다.

엔야

맞는 말이에요. 한번 해 보죠. 어쩌면 쉐라간드께서 응답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은방울이 높이 솟아올랐고, 새겨진 무늬가 램프 빛을 받아 흐릿하게 반짝였다.

엔야가 쉐라간드를 부르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만주원에서, 자신의 침실에서, 장서들 속에서, 설산에서 휴식을 취하며 그분을 불렀다.

“딸랑…… 딸랑……”

청아하고도 차가운 소리가 텅 빈 동굴에 메아리쳤다.

엘레나

……앗, 이건……!

엘레나

이 소리, 이 주파수…… 왜 이렇게 비슷한 거지?!

엔야

뭔가 발견하셨나요?

엘레나

주파수. 이 광산 안에서 메아리치는 당신의 방울 소리, 이건 그때 관측소에 기록된 그 소리와 아주 흡사해.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어!

엔야

우연일까요……?

엘레나

우연일까…… 아니, 아니야……

엘레나

“자연에 완벽히 똑같은 눈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레나

성녀님…… 그 은방울은 어디서 났어?

엔야

그건 아주 오래된 전설로부터 시작돼요……

엔야

쉐라그 역사 속, 쉐라간드께서 아주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 계신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한 경건한 성녀가 그분을 깨웠죠.

엔야

그리고 이 은방울은 처음에 쉐라간드께서 성녀에게 내려주신 선물이었어요.

엔야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나중에 장인들이 성녀를 위해 은방울을 만들 때 산이 내는 소리를 모방했다고 해요……

엘레나

산이 내는 소리라…… 하지만 산이 어떻게 소리를 낸다는 거지……


캐롤린

베헤모스 때문일지도?


엘레나

말도 안 돼…… 그게 어떻게……

엘레나

정신 차려, 엘레나…… 너는 과학자야. 이런 때라도 신념이 흔들리면 안 되지……

엔야

엘레나, 재앙 전날 어떤 물체가 카란 성산에 떨어지면서 이런 소리를 냈다고 했죠?

엘레나

내가 추측한 바에 따르면, 맞아……

엔야

생각해 봤는데요…… 산을 하나의 방울이라고 생각하면 산속에도 커다란 동굴이 있지 않을까요……

엘레나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그렇게 큰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엔야

……쉐라그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소문이 있어요. 쉐라간드를 깨운 그 성녀와도 관련된 소문이에요.

엔야

아주 오래전, 쉐라그에서 만주원을 상대로 폭동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엔야

오랫동안 기적을 보이지 않았던 쉐라간드께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만주원을 공격했어요. 사람들의 분노는 그 성녀가 쉐라간드를 깨우고 나서야 진정되었죠.

엔야

그 난리 속에서 일부 수도사들이 귀중한 경전을 가지고 성산의 거대한 피난처로 숨어들었고, 그 덕에 그 소중한 지식 일부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해요.

엔야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 당시 만주원의 경전에 심각한 단절이 생겨버렸죠……

엔야

저는…… 《쉐라간드》 속 쉐라간드께서 인간을 떠났다는 내용이 사실은 그 사건이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엘레나

성녀님…… 만약 그 피난처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곳에 아직도 '쉐라간드'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

엘레나

어디로 가서 찾아야 하지……

엔야

만주원 뒤쪽…… 성산 꼭대기로 통하는 곳이에요.

엔야는 손 안의 은방울을 꼭 쥐었다. 그러자 마치 눈보라 소리, 만주원에서 일할 때 수시로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던 발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건 누구의 소리였을까? 누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던 걸까? 누가 자정까지 경전을 정리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꿀 넣은 치스티밀크를 준비해 준 걸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건 그치지 않는 쉐라그의 새하얀 눈뿐이었다.

엔야

쉐라간드 신이시여, 우리를 인도해 주소서.

엔야

올바른 길을 안내해 주소서.


“만주원의 수도사가 빅토리아 특수요원과 공모해 주요 군사 기밀을 빼돌리다가 어제 붙잡혔습니다.”

“아드소 대장로가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해당 기간 만주원의 모든 활동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비정상적 자연 현상 및 사회 현상의 배후에 빅토리아 스파이가 있었다는 증거가 다수 확보되었습니다.”

“카란 무역회사 또한 과학 연구단을 꾸려 스파이 활동으로 인한 재앙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쉐라그 국민 여러분, 외국인이 자선 사업, 상업 거래, 언론 취재 등을 구실로 접근해오면 반드시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


분노한 쉐라그인

*쉐라그 비속어* 내 이럴 줄 알았어!

분노한 쉐라그인

그 장로랑 빅토리아 공작, 두 놈이 짜고 이런 짓거리를 벌일 줄 알았다니까!

걱정하는 쉐라그인

오해일 가능성은 없을까? 만주원까지 쉐라간드를 배신하다니…… 세상에.

분노한 쉐라그인

빅토리아와 놀아난 놈들을 아직도 믿냐?

걱정하는 쉐라그인

하지만 네가 믿는 카란 무역회사도 계속 빅토리아랑 놀아나고 있었던 거 아냐……?

분노한 쉐라그인

네가 여기서 라디오를 듣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카란 무역회사 덕분이야. 만주원이 뭘 했는데?

참견하는 쉐라그인

시끄러워. 빅토리아 쪽에서 반응이 왔어. 빨리 들어봐.

분노한 쉐라그인

저놈들이 뭐라든 난 신경 안 써!

걱정하는 쉐라그인

……나는 제대로 확인해야겠어.

……

“윌슨 경은 공작님께 깊은 신뢰를 받고 계신 분이자, 쉐라그 문제 연구 전문가이기도 하시죠. 지금 엔시오데스가 보인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불 보듯 뻔하지만, 쉐라그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엔시오데스는 줄곧 빅토리아의 긴밀한 협력 파트너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약간 믿기 어려우시죠?”

“공개된 자료만 봐도, 과거 엔시오데스가 주도한 수많은 무역 계약에서 빅토리아가 일방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어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카란 무역회사의 추진하에 가축, 비료 수입부터 열차 기술, 심지어 오리지늄 가공까지 쉐라그는 거의 전적으로 빅토리아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엔시오데스는 쉐라그 광물 자원의 40% 이상에 대한 개발권을 빅토리아에 넘기기로 약속했죠.”

“얼마 전에도 카란 무역회사는 카시미어가 개발 중인 광산을 캐스터 공작에게 넘겼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엔시오데스의 태도는 정말 난해하군요. 그렇다면, 엔시오데스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발표했던 급진적인 발언 때문에, 공작님께 노여움을 사지는 않을까요?

“잊으면 안 됩니다. 엔시오데스는 캐스터 가문의 피를 절반 물려받은 공작님 조카 딸의 아들입니다. 엔시오데스와 공작님 사이의 미묘한 팀워크를 외부인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죠.”

“다들 모르시겠지만, 엔시오데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공작님께 새로운 광산 계약서를 보냈고, 공작님은 계약서에 이미 서명한 뒤 돌려보낸 상태입니다. 곧 공동 발표가 있겠죠.”

“제가 입수한 계약의 요지를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공유하겠습니다. 기자님, 이 도표를 보시죠.”

“'카란 무역회사가 미래 광산 채굴권의 100%를 캐스터 공작과 공동 설립한 재단에 양도하기로 한다.'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 아래 조항을 보시죠……”

……


빅토리아 기자

헛소리!

젊은 여기자는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부풀어 오른 배낭을 만지작대며 주위를 두리번댔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빅토리아 기자

후…… 따라붙은 사람은 없는 것 같네.

빅토리아 기자

카메라, 촬영 도구, 필름 사본…… 다 챙겼어. 이번에는 절대 뺏기지 않겠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멀리 있는 쉐라간드 조각상을 바라보고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