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8여정 위의 선언
캐스터 공작의 선동으로 인해 쉐라그 안에서 엔시오데스의 입지가 흔들린다. 일반 시민들을 인터뷰하던 빅토리아 기자가 갑자기 공격을 받고 납치된다. 깨어난 기자의 앞에 있던 건, 죽은 줄 알았던 라타토스였다.
고요함과 광활함 때문에 더 추운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무거운 배낭을 멘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눈을 밟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여기도 사람이 적어지고 있네……
……어?
저기, 실례지만 짧게 몇 가지 질문 좀 해도 될까요?
뭔데요?
지금 카란 무역회사가……
그 이름은 듣고 싶지 않군요.
엔시오데스 님이 직접 나와서 그 계약들을 체결한 경위와 그 결과를 설명했으면 해요.
말로는 '자원으로 성장을 불러오겠다'라고 하더니, 결국 재앙만 불러왔네요. 이건 어떻게 해명하실지 궁금해요.
……
기자가 분노 섞인 발언을 다 소화하기도 전에, 쉐라그인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났다.
……선생님, 잠시만요!
빅토리아에서 온 기자군요?
요즘 쉐라그는 그리 평안하지 못합니다. 우리 쉐라그인들조차도 집 안에 숨어 나오지 않으려고 하니 조심하세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용감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카메라를 들 자격이 없어져요.
……그래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지금 엔시오데스에게 가지고 있는 가장 진실한 견해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음…… 빅토리아 기자님, 유감이지만 저는 그 작자가 쉐라그인들을 속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빅토리아도 확실히 의심스럽긴 해요.
그동안 쉐라그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엔시오데스에게 고충이 없었다고 하는 건 거짓이겠죠.
지금 같은 때 만주원 대장로께서 나와서 한두 마디라도 해 주신다면 좋을 텐데요……
어디선가 돌멩이가 갑자기 날아왔다. 돌멩이는 기자의 코끝을 거의 스칠 뻔했고, 바로 뒤에 있는 가게의 진열장 유리를 깨뜨렸다.
아……
빅토리아는 쉐라그에서 꺼져라!
엔시오데스, 만주원, 우리는 당신들과 아무 상관이 없어!
이래도 계속 찍을 거냐?! *쉐라그 비속어* 꺼져!
지금보다 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은 그녀에게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쉐라그인들이 점점 더 의심하고, 점점 더 짜증 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촬영팀 동료들이 몰래 그녀의 방에 숨어들어 원고와 카메라를 반복적으로 뒤지는 것까지 보았다……
남자가 다시 돌멩이를 꺼내 들자, 기자는 인터뷰 대상자에게 고개 숙여 작별 인사를 하고 급히 현장을 떠났다……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 같았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언니, 빅토리아 사람이죠?
아…… 꼬마야, 안녕.
……너는 빅토리아가 싫지 않아?
네. 저는 안 싫어해요.
꼬질질꼬질한 손이 딱딱하게 굳은 빅토리아 빵 한 조각을 건넸다.
그런데 아빠가 이런 건 다 버려야 한댔어요. 우리 집에서는 빅토리아가 베푸는 건 절대 받지 않는다면서요.
그건……
하지만 쉐라간드께서는 쉐라그인은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은혜에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그래서 이걸 언니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총총 떠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자는 마치 손에 들린 딱딱한 빵에 목이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그녀는 눈꺼풀을 미세하게 떨며 이를 꽉 깨물었다……
차에 태워.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정신을 잃기 전에 들은 마지막 목소리였다.
또 찾아와 귀찮게 굴어 죄송합니다, 엔시오데스 님.
골치 아픈 때인 만큼 만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겠지만……
우리 사이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작님께서는 쉐라그를 보살펴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도 직접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별말씀을요…… 쉐라그를 다시 찾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이 늙은이는 설산에서 좀 쉬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워낙 변화무쌍하지 않습니까, 임기응변이라는 것도 배워야 하는 법이겠죠.
그래도 자작님께서 캐스터 공작을 위해 제게 나쁜 소식을 전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 그 노인네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할 생각 없습니다.
아 물론, 지난번에 쉐라그에 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제가 관여하는 걸 더 싫어했던 건 그쪽이었지만요.
그렇다면 자작님께서는……
허허,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바쁘신 거 압니다.
엔시오데스 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최근에 빅토리아에 대한 여론이 자작님께 폐가 됐다면 제가……
아니…… 그게 아닙니다……
……전 터무니없는 기대를 약간이나마 품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네도 이젠 '어진 말'을 할 나이가 됐잖습니까.
근데, 그러면 어진 마음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지금은 이 지경이 되어버렸죠.
나이가 들어 노망이 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얼굴 보고 직접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습니까?
자작님께서는 캐스터 공작이 원하는 게 광산 몇 개가 다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겠죠.
엔시아를 건드린 순간부터 이건 제가 수용할 수 없는 협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전쟁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자작님께서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무력 충돌'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아마 쉐라그는 이미 캐스터 공작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겁니다.
저야 물론……
하아,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요.
그 노인네의 성격은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엔시오데스 님, 전 당신이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인가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순리를 따르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그나저나, 자작께서도 캐스터 공작과 오래 알고 지냈던 사이 아닙니까?
저요?
어휴, 아닙니다. 전혀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늘 캐스터 후손들 얘기를 하면서, 쓸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며 이를 갈더군요.
근데, 그럴수록 일처리 방식이 급해지더군요. 그 노인네가 젊었을 적에는 속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었는지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10여 년 전에 저도 공작님을 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봤던 그 고귀하고 우아한 자태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하, 저한테 그런 말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알아요. 그 노인네는 그 거만한 귀족 행세를 절대 고치지 못할 겁니다.
뒤에서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겉으로는 당당하고 체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여기까지 하죠. 부하 직원이 더 급한 일로 엔시오데스 님을 찾고 있으니, 저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자작님과의 교류로 배운 게 많습니다.
추후 더 좋은 날을 잡아 쉐라그에 초대하겠습니다.
하하,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군요!
아, 참……
(작은 목소리로) 공작을 만나거든 제가 뒤에서 노인네라고 부르고 다닌다는 건 비밀로 해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자작님.
물론……
저도 다시 쉐라그를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네, 아무도 못 봤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부인의 요청은 제가 꼭……
지금 데리고 오겠습니다.
……
어이, 일어나!
여, 여긴…… 나는 분명……
반나절을 잤는데도 아직 잠이 부족하나? 빨리 일어나, 우리 주인님께서 물어볼 게 있다고 하시니까.
뭐라고요……
누가 저를……
쯧, 넌 대체 언제가 돼야 경중을 가리면서 행동하게 될까?
죄, 죄송합니다.
가주님.
이봐, 이제 정신이 들어?
움직이지 마. 손에 묶인 밧줄 때문에 꽤 아플 거야.
……
아, 라타토스 씨!
……라타토스 씨, 당신……
불탄 데가 하나도 없어서 놀랐지?
기회가 되면 동료들에게 브라운테일과 거래할 때는 방 안의 장치들을 미리 점검하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해줘.
제…… 동료요?
사실대로 말해, 스파이. 며칠 동안 숨어 다니면서 대체 뭘 찍으려고 한 거지?
뭐라고요…… 오, 오해예요! 제가 스파이라뇨!
하아……
붙잡힌 스파이들은 다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어.
옆에 있던 호위병이 기자의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가 며칠 동안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이었다.
풍경이나 순찰 중인 하인들을 찍는 정도였으면, 귀찮아서라도 그냥 내버려뒀을 거야.
그런데 너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만주원에서 사진을 찍은 걸로도 모자라서 산속까지 들어가서 셔터를 눌러댔어.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지 마.
……
라타토스 씨가 믿든 안 믿든, 저는 그냥 평범한 기자예요.
제가 정말 스파이라면 왜 이런 증거들을 가지고 함부로 돌아다니겠어요?
지금 같이 혼란한 때라면 더더욱 동료에게 맡겼겠죠.
그게 네가 해명할 일이야, 기자 양반.
너는 수상한 자료를 잔뜩 가진 데다가 행방이 묘연하기까지 했어. 도주할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내가 어떻게 믿지?
이 자료들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캐스터 공작이 여론을 통제하려 하자, 사무실에서 촬영팀에 사람을 보냈어요. 그 사람들은 제 방을 뒤졌고, 제가 촬영한 내용을 삭제하고 수정했죠.
제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라타토스 씨가 보신 자료들은 거의 다 압수되었을 거고, 거기에 그 사람들이 자료를 왜곡해서 사용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빅토리아가 쉐라그 내정에 강제로 개입하려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거라고요!
……
라타토스 씨, 이 자료들이 쉐라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전부 드릴게요.
이 내용들을 공개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쉐라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쉐라그는 빅토리아인의 '지원'이 아니라 진짜 도움이 필요합니다!
……
골치 아파졌네.
혹시, 지금 엔시오데스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더 급한 일이 있어서, 나만 이곳으로 지원을 보냈어.
죽은 척한 이후로 내가 잡은 스파이는 다 넘겼어. 약속대로라면 진작에 지원 병력을 보내야 했다고.
겨우 1명 보내긴 했는데, 하필 그게 어둠의 기사라니.
통이 크다고 해야 할지, 작다고 해야 할지……
……
캐스터 공작을 상대하는 건 어떻게 할 생각이래?
적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 심문에 나를 파견한 것도 그것 때문이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이 기자가 '산속에 있는 것'을 찍었는지야.
그러면 기자 친구……
이거 풀어줄 테니까, 너도 약속해 줘……
앞으로 내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해야 해.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