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4객실이라는 미궁
에이야퍄들라의 격려를 받은 우이카는 마침내 섬을 떠나 사키코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사키코도 우이카가 있던 별장까지 도착했지만, 우이카는 이미 그곳을 떠난 뒤였고, 두 사람은 엇갈리고 말았다.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그 행위는 마침내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는다.
같은 하루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 그 순환에 갇혀버리고 만다.
자각할 수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도 없다.
길고, 한없이 이어지는, 깨어날 수 없는 꿈처럼.
산에 메아리치는 파울비스트의 지저귐과 함께,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늦잠을 자고 싶으면, 얼굴을 다시 베개에 파묻으면 됐다. 여기엔 재촉할 사람 같은 건 없으니까.
이불과 침대를 정리하고, 주방에서 간단한 아침을 만들었다.
빵, 계란프라이, 샌드위치……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마실지, 모두 자기 기분 나름이다.
홀로 피아노 옆에 앉아, 건반을 두드렸다. 현을 조율해서 조금씩 정확한 음에 맞추고, 하나의 음을 맞추면 또 다음 현에 손을 뻗었다.
마지막 현의 조율이 끝날 무렵에는, 다시 첫 번째 현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조율을 반복했다.
홀로 한여름의 초원에 드러누워, 밤하늘에 가득 찬 별을 바라봤다.
우이카는 알고 있었다. 설령 별이 어제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주 조금씩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나란히 있는 두 별이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지만, 수천만 년이 지나면 두 별은 아득히 멀어져 완전한 '타인'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오늘도, 그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인적 없는 작은 섬에서, 뇌리에 남은 희미한 기억만을 의지해 불확실한 꿈을 쌓았다.
기억의 감옥에 갇혔다, 인형처럼.
집착과 절망이 온몸을 채우고, 끝없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우이카는 이 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근처로 불쑥 산책하러 간 거라고 생각했어.
나중에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들었어. 그 아이가 혼자 섬을 떠나는 배를 탔다고……
왜 찾으러 가지 않나요?
이런 하루를 이미 몇 번이고 반복해 왔으니까.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이제 그 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아.
어쩌면 여기가 내 종착점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여기서 조용하게 계속 기다릴 거야.
나는 기다리고 있다. 그 아이가 돌아오는 날, 또는 내 목숨이 다하는 날을.
슬픔의 샘은 언젠가 말라 없어진다. 눈물이 나오지 않게 되면, 우는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런 구석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야.
“안 돼요!”
……!
우이카 씨, 울고 있다는 건 아직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거죠?
이런 건, 당신이 원했던 결말이 아닌 거죠?!
적어도……
적어도 그분과 얼굴을 마주하고, 당신의 마음을 전해야 해요.
……
저도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우이카 씨의 마음은, 분명 그분에게도 전해질 거예요.
온 힘을 다해서 외치지 않으면, 그분의 마음까지 닿지 않아요.
그분을 모르는 저에게도 마음이 전해졌으니까, 분명 그분에게도 똑같이 전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아이에게…… 하지만, 널 혼자 둘 수는……
전 괜찮아요. 어쨌든 저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훈련을 받은 오퍼레이터니까요.
우연히 알게 된 저에게도, 우이카 씨는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요.
이제는 당신 자신의 마음에 물어볼 차례예요.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작은 목소리로)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우이카 씨, 저, 입술을 읽을 수 있어요.
“봐, 도망칠 수 없어”
“약해져 가는 널 가두고”
“You know I want……”
“I want…… I want……”
“I want you so, I want……”
정신을 차렸을 때, 우이카는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슴속이 전에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비틀비틀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이성이, 끊임없이 우이카의 귀에 속삭였다……
이름도, 얼굴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데……
이 넓은 대지에서, 어떻게 그 아이를 찾을 생각이야?
그래도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한번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
그 목소리는 우이카 자신보다도 먼저,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퍼져갔다.
그리고 우이카는, 자신의 목소리를 쫓아가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달려 나갔다.
사키코는 순조롭게 별장에 도착했다. 그 안의 모든 것은 모피어스가 보여준 것과 똑같았다.
우이카……
집 구조도, 가구도…… 선반 안의 책까지도 완전히 똑같아……
어째서……
바닥에는 먼지 하나 없었고, 주방에는 둘이서는 다 쓸 수 없을 만큼의 식기가 늘어섰으며, 식당에는 열 명 이상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까지 놓여 있었다.
여기서 혼자 사는 우이카의 모습을, 사키코는 상상할 수 없었다.
꿈속이라면, 괴로운 기억 같은 건 버리면 될 텐데……
분명, 두 사람에게는 아주 소중한 장소라고 생각했겠죠.
당신이 이 별장의 주인이시군요…… 우이카 씨는 조금 전에 나갔어요.
……어디로 갔나요?
우이카 씨는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당신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어요.
배에 탈 건가?
네, 이 섬을 떠날 거예요.
그런가. 그럼 출항까지 조금 기다리게. 승객이 한 명 더 올 예정이거든.
그 아가씨,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군…… 찾던 사람을 잘 찾았으면 좋겠네만.
괜찮아요. 기다리는 건 익숙해서……
우이카는 다음 말을 억지로 삼켰지만, 선장은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하아…… 밤바다는 파도도 높고 안개도 짙어서 배를 띄우는 건 위험해.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니 말이야!
아, 송신탑에서 신호를 보내는군.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고 있어.
저 탑 위에 있는 사람, 깃발을 흔들고 있는데……
흥, 저 주정뱅이는 내가 매달 주는 맥주로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무사 항해를 기원한다. 그리고, 내 맥주 잊지 마라”……
흥, 저 녀석 술만큼은 잊을 수 없지!
선장은 그렇게 내뱉고 배에 뛰어올랐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작은 섬 구석구석까지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추억과 괴로운 추억이 담긴 섬을 바라보며, 우이카는 머릿속에 여러 가지 말을 떠올렸다.
……나를, 잊지 마.
잊는 것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릴 적부터 여기서 함께 살았다.
분명,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고 믿어……
우이카……!
하아…… 하아…… 콜록, 콜록……
우이카…… 우이카……!
갈라진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대답 대신, 그저 밀려오는 파도 소리만이 돌아왔다.
배는 이미 섬을 떠났다.
이제, 사키코 혼자만이 남겨졌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날을 기다려온 소녀는, 마침내 친구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지.
……하지만, 설마 마지막 순간에 엇갈려 버리다니…… 아아, 정말 유감이야.
……
솔직히, 그 아이가 나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내가 준비한 결말에서는, 그 아이는 너 같은 건 전부 잊고 평온한 일생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네가 우이카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네.
인정해 줄게. 이번에는 무승부야.
……
하지만 아쉽게도, 그 속도로는 배가 곧 가라앉아 버릴 거야.
네……?
여긴 내가 만든 꿈이야. 이 섬 하나 만드는 것만 해도 힘든데, 설마 테라 전역을 만들라고? 이 대지 전부를 재현해서, 너희의 슬픈 촌극을 몇 번이고 상연하라는 소리야?
배는 곧 꿈의 경계에 부딪칠 거고, 다시 다음 꿈으로 떨어질 거야.
몇 번이고 반복하고, 몇 번이고 리셋되어서……
언젠가는 너의 존재도 잊어버리겠지.
그런……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이미 늦었어.
사키코는 발밑에서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어느새 바닷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문득 올려다보니 바다와 하늘 사이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로 때때로 날카로운 섬광이 번쩍였다.
우이카……!
바닷물이 미친 듯한 속도로 차올랐고, 사키코는 누군가가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이카, 기다려요……
어둡고, 차갑고, 숨이 막혔다.
바닷물이 양쪽 귀의 고막을 압박했다. 하늘의 어렴풋한 빛이 희미해져 감과 동시에, 폐에 남은 얼마 안 되는 산소가 다해 갔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힘을 잃고 벌어진 입안으로 쓴 바닷물이 들어오며, 마지막 남은 의식마저 삼켜버렸다.
그대로, 계속, 계속 가라앉았다.
바다 밑,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사키……”
“사키…… 사키……!”
어디선가, 목소리가 다가왔다.
여기는 어디?
나를 부르는, 이 목소리는……
사키…… 사키, 일어나……
그리운 목소리.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
차가운 물로 가득 찼던 해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 마른 지면과 공중에 흩날리는 모래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목소리는……
사키코가 간신히 눈꺼풀을 열자, 옅은 색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사키, 괜찮아?
……무츠미?
응.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그 대답에, 사키코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건 결코 모래먼지 때문이 아니었다. 이 순간 느껴지는 무력감은 오직 사키코 자신만이 알 수 있었다.
지금 입을 열면 울먹이고 말겠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유일한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무츠미……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