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5매스커레이드 초대장
꿈속에서도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무츠미는 이대로 림 빌리턴에 사는 평범한 소녀로서 꿈속에서 살아갈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무츠미를 데리고 나가려던 사키코였지만, 꿈속에서 예전보다 행복하게 지내는 듯한 무츠미의 모습을 보고 갈등하다가, 무츠미가 연주하는 동안 그 자리를 도망쳐 나온다.
우리 함께 웃고, 함께 울자.
화려한 무대에서, 떠들썩한 1인극을 연기하자.
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지어다.
사키, 마셔.
고마워요. 목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어요……
다행이야. 자, 이거. 림 빌리턴은 모래가 많은 지역이라, 물이랑 고글이 없으면 살 수 없어.
사키코는 무츠미가 건네준 것들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물이 든 주머니가 압력으로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사키, 좀 이상해. 기분 안 좋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츠미, 저를…… 기억하고 있나요?
응.
지금까지, 저희가 해왔던 것들도요?
응,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 말을 듣자, 사키코는 겨우 안정을 조금 되찾고 주변 경치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좁은 갱도 안으로 계속 들어가, 여기에 도착했다.
어둡고 축축한 장소였다. 랜턴과 난로만이 희미하게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침대와 식탁 사이에는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밖에 없었다. 하지만 식탁에 놓여 있는 컵의 수로 보아, 무츠미 이외에도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츠미…… 여기서 산 지 얼마나 됐나요?
1년 정도…… 아니, 더 길지도. 얼마나 지났는지, 못 느끼게 됐어. 여기라면 복잡한 건 생각 안 해도 되니까.
아니에요…… 시간 감각이 없는 건, 여기가 꿈속이기 때문이에요.
무츠미, 왜 이런 꿈을……
꿈……?
무츠미, 중요한 얘기를 할게요. 여기는 현실이 아니에요. 지금 당장……
어머…… 무츠미, 벌써 돌아왔니~?
등 뒤에서 달려온 여성이, 그 기세 그대로 무츠미를 껴안았다.
어, 엄마…… 먼지, 묻어있으니까, 비비면 안 돼……
정말! 꼬박 하루를 못 봤는데, 잠깐 껴안는 것 정도는 괜찮잖니!
손님, 와 있으니까……
어머, 사키!
우리 집에 오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미나미 씨……
에이~ 그렇게 서먹하게 부르지 말고, '미 짱'이라고 불러줘.
응, 나도 엄마를, 가끔 그렇게 불러.
……
무츠미, 언제부터 미나미 씨와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나요……?
어머, 나랑 무츠미는 계속 사이좋았는데? 모녀 사이니까.
그건 그렇고 무츠미, 오늘 성과는 어땠어?
오이 주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팔렸어…… 아마, 더워서.
무츠미는 손에 든 돈주머니를 살짝 열었다.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 들어있었다.
응…… 무츠미, 장하다!
자, 내 쪽도 봐봐.
엄마, 대단해……
후후, 오늘은 왠지 옷 수선을 부탁하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았어!
아빠도 공사 현장에서 하루 종일 일했어. 점심 갖다주러 갔을 때, 먼지투성이인 아빠를 보니 좀 불쌍하더라고. 그래서 일 끝나면 조금 정도는 마셔도 된다고 해버렸어.
지금쯤 일하는 사람들하고 한잔하고 있을지도? 일단 “빨리 돌아와”라고 해두긴 했지만.
마침 사키도 왔으니까, 모처럼 모두 불러서 맛있는 걸 대접할까!
다 같이 모여서 먹는 거, 기뻐.
그래, 오늘은 평소보다 여유 있으니까 많이 먹어야지.
……
사키도, 사양 안 해도 돼!
사키, 왜 그래?
아, 아뇨…… 아무것도……
눈앞에 있는,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집. 드러난 흙벽, 희미하게 빛나는 램프……
무츠미의 꿈은, 왜 이런 곳에……
무츠미, 미 짱…… 어라? 이쪽 분은?
사키…… 내 소꿉친구.
안녕하세요.
저녁 식사라도 함께할까 해서 왔는데, 어떠세요?
많이 만들었으니까, 부디 함께 드셔 주세요!
……미안하네, 이거.
이웃분들에게 들었어요. 무츠미네 집 굴뚝에서 벌써 며칠이나 연기가 안 났다고요……
(배를 문지른다) ……
그리고, 지난번 파티 뒤로 벌써 한 달 정도 지났잖아요.
다들 그러더라고요. 또 무츠미의 연주를 듣고 싶다고.
그렇다면…… 무츠미, 어때?
어…… 내 연주?
사키도 듣고 싶지? 무츠미의 연주는 몇 번을 들어도 정말 멋지다니까!
그래! 차라리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자! 사실 조금 전에도 모두 함께 식사할까 생각중이었거든.
사키는, 어떻게 생각해?
그건……
저는…… 무츠미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응. 나, 연주하고 싶어.
떠들썩한 소리, 웃음소리, 건배하는 소리.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집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비좁은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자, 한 잔 더 할래?
무츠미의 소꿉친구, 사키에게 건배!
사키, 잘 부탁해!
모두가 일제히, 방구석에 앉아 있는 사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잔을 들어 올리며) 사키……?
거, 건배……
건배~!
건배사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다시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사키는 방구석 벽에 홀로 기댄 채, 복잡한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사키.
무츠미……?
사실…… 다 알고 있어.
네……?
이건, 전부 거짓말…… 미나미 짱의 상냥함도, 다 거짓말.
그, 그건……
사키를 만났을 때 알았어. 슬슬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한번만 더, 기회가 필요해.
이걸로 마지막이야.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테니까.
적어도, 꿈속에서만이라도……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노래하게 해줘.
무츠미……
사키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무츠미는 클래식 기타를 안은 채 천천히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다.
무츠미, 준비됐어?
……응.
왜 그러니, 무츠미.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 의자…… 어디 있어?
준비해 뒀지. 자, 이 의자, 항상 썼었잖아?
무츠미는 앉는 부분에 균열이 난 검은 의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응.
무츠미가 천천히 자리에 앉자,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제 연주할게……
《봄볕》.
……!
평생 잊을 수 없는 멜로디가, 무츠미의 꿈속에서 다시 연주되었다.
그날과 같은 따뜻한 음색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마음을 촉촉하게 치유해 갔다.
하지만 그 곡을 연주하는 무츠미의 모습이, 사키코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다.
한때 기타로 고민하던 무츠미가 아니었다.
여전히 감정 표현이 풍부하진 않았지만, 여기 있는 무츠미는 아주 행복해 보였다.
“위축된 마음 흔들리는 시선”
“세상에서 나는 혼자였어”
“지는 것밖에 모르던 봄은”
“매년 차갑게 응답해”
무츠미, 이게 당신의……
오늘, 무츠미를 여기서 데리고 나갈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아마 무츠미도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데리고 나갈 수가 없었다.
무츠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촛불의 희미한 불빛이 음악에 맞춰 흔들리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벽에 비췄다. 그 그림자는 마치, 따스한 봄 햇살 아래 흔들리는 나무 그늘 같았다.
무츠미는 의자에 앉아 모두에게 둘러싸인 채, 눈을 감고 현 위에서 손을 미끄러뜨리며 조용히 노래하고 있었다.
지금, 무츠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애달프고 사랑스러워”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
“그날 울지 못했던 나를”
“빛은 다정하게 데려가 줘”
사키코는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건 안도일까, 후회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지금의 무츠미는, 둘이 있을 때보다 훨씬 즐거워 보였다.
혼자 의자에 앉아, 한결같이 그날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구름 사이를 누비며 반짝반짝”
“마음을 가득 채우고는 넘쳐”
“어느덧 뺨을 반짝반짝”
“뜨겁게 뜨겁게 적셔 가”
“너의 손은 어째서 이렇게나 따뜻해?”
“부탁해, 부디 이대로 놓지 말아 줘”
손을 놓아야……
무츠미의, 행복을 위해서……
사키코는 무대를 등지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