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4백 가지 괴담
모모카가 프로그램 촬영 중 무심코 주웠던 부러진 칼 때문에 미후네는 모모카를 추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미오는 그에게 사정하지만, 미후네의 부하들은 이미 신사 밖까지 쫓아온 상태였다. 한편, 호시구마와 모모카는 차분한 신관의 엄호를 받으며 탈출에 성공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호시구마
미후네 씨.
맡긴 일은 어떻게 됐지?
의원님께서 드디어 킨세키 그룹과 킨세키가이의 결별을 승인하셨습니다.
이제 회장 자리에 오르시면 킨세키가이는 킨세키 그룹과 완전히 갈라설 수 있습니다.
흠, 그렇다면 취임식을 아예 내일 밤 불꽃 축제와 함께 진행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텟사이 쪽 입장은 변함없고, 이제는 호시구마까지 가세했어요. 우리가 정말 하루 안에……
가능해.
눈썹을 살짝 떨고 있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난 이런 일로 농담 같은 걸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래도 날 믿지 못하는군. 게다가……
넌 굳이 그 늙은이의 필체를 흉내 내면서까지 호시구마를 불러와 일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하는군, 내 생각이 맞나?
……
20여 년 전, 호시구마가 들고 있던 방패 때문에 무수한 피바람이 불었다. 아무래도 노인네의 마지막 작품이었으니까…… 미오, 노인네 집에 가본 적 있나?
오래전입니다.
그 집에 뭐가 가장 많았지?
TV입니다.
맞아, TV야.
그 노인네는 고지식하긴 하지만, 눈치는 꽤 빠른 편이지.
그 노인네는 킨세키가이가 싸움을 계속한다면, 언젠간 완전히 몰락할 거라는 것을 알았어. 그래서 오리지늄 결정 부품을 노린 거야.
뭐든 금방 응용하는 노인네라, 금속 공방을 순식간에 결정 부품을 제작하는 작업장으로 바꿨고, 작업장이 단번에 명성을 떨치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무기 제작은 할 겨를도 없게 됐지.
그리고 결정 산업이 한창 번창하던 그때, 노인네가 갑자기 미츠모토 혈통의 몰락한 공가에서 방패 제작 재료와 기술을 손에 넣었다.
듣기로는 당시 조직 내부에 있던 유동 자금의 절반 정도를 사용해 그 재료와 기술을 가져왔다고 하더군.
생각해 봐라, 당시의 킨세키가이에서 그만한 거물이 거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확실시되는 방패를 만들었다. 그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지?
계승…… 이군요.
그래, 너조차 알고 있는 일을 그 노인네는 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렇게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난인의 제1회 의회 선거가 열릴 때가 되었지.
지금 너희 세대들에겐 의회라는 것이 익숙하겠지만, 그때는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이 없었어.
처음엔 관제를 바꾸려는 건 줄 알았는데, 그건 몇 년 뒤에야 하더군.
그때는 평민 중에서 '의원'을 뽑아야 한다는 말만 들었어. 그 소식에 난인 전체가 술렁거렸지…… 그리고 코레토라는 재수 없는 녀석이 튀어나온 거야.
……그 의원 후보 말씀인가요?
그래. 그 녀석은 많은 주장을 했지만, 핵심은 킨세키가이를 카지마치에서 내쫓겠다는 거였어.
심지어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려다 날마다 카지마치 밖에서 소란을 피워 장사를 못 하게 만들었지.
노인네가…… 아니지. 노인네뿐만 아니라, 킨세키가이 전체가 처음엔 그 녀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하지만 녀석의 세력은 계속, 계속 커졌지.
그래서…… 그 사람을 제거하기로 하셨군요.
맞아. 그 뒤의 일은 너도 잘 알 거야. 그 의원 후보가 죽고 나서야, 킨세키가이는 들끓는 민심이 어떤 건지 비로소 깨달았어.
나도 그 일이 일어난 후에야 알게 됐지. 물론, 4대 가문의 앞이라면 의원은 그저 허울뿐인 존재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의원의 말 한마디, 고개 끄덕임 하나로 생사가 갈린다는 것을.
……외람된 말이지만, 직설적으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텟사이 회장이 순순히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경우, 취임식에서 반야가 필요하다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넌 가끔 텟사이와 닮은 것 같아.
물론, 텟사이가 내 머리 위에 있다는 것과, 네가 아주 충성스럽고 숨김없다는 건 또 다른 얘기지만.
사실 킨세키 그룹과 킨세키가이가 분리되면, 난 더 이상 킨세키가이의 회장직을 맡을 수 없게 돼. 그렇다면 너 말고 나를 이을만한 사람이 있을까?
……
내가 정계에 입문해 나만의 세력을 갖게 되는 그날, 난 너와 킨세키가이에게 그만한 보답을 하겠다.
미후네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후네의 앞에 있던 여성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이 상황이 익숙한 것일까, 자신이 들은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대한 미래에 무심한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일단, 지금 가장 급한 건 모모카야.
모모카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게다가 그 정보상과 손까지 잡았지.
그 아이는 사노구치의 부러진 칼을 지키려고 창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기까지 했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미후네 씨……
넌 계속 고민했지만, 그래도 내게 말해줬어. 그건 아주 잘한 일이야. 나도 약속하지. 모모카를 광석병에 걸리게 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 보겠어.
그러니까 일단, 모모카를 잡아 와라.
그 아이가 들고 있는 부러진 칼의 코등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져와야 해.
그리고, 절대 연예인 활동을 계속하게 둬선 안 돼. 앞으로는 반드시 우리의 철저한 통제 아래에 둬야 하니까 말이야.
이 정도면 만족하지?
너그러운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건 모모카가 너한테 해야 할 소리야.
태양이 천천히 머리 위로 떠올랐다.
다른 방문객은 없었지만, 정원에는 네 사람과 신명의 모습이 있었다. 덕분에 텅 비어 보이거나, 너무 조용해 보이진 않았다.
키치세이는 가진 것 중에 글을 쓸 수 있는 건 전부 꺼내 모모카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몰아치는 요청에 놀라긴 했지만, 모모카의 사인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정원의 다른 한쪽에서는, 궁사가 방금까지 이리저리 날뛰던 신명을 품에 안은 채 호시구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금은 아무래도 신명님께서 인간들과 놀고 싶었던 거라, 신관으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입하기 어려웠던 만큼, 호시구마 씨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너도 재밌게 구경하지 않았어?
제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성심을 다해 신명님을 모시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 겁니다. 호시구마 씨랑 모모카 씨도 그러지 않았나요?
난 무엇보다, 왜 한밤중에 우리 집에 들이닥쳤는지가 더 궁금해.
잠깐, '한밤중에 들이닥쳤다'라니, 무슨 범죄자인 것처럼 말하네. 갑자기 흉가의 쓰레기를 치우고, 거기서 잠까지 자는 사람이 있으면, 너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겨우 흉가라는 이유 때문이야? 미츠쿠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한두 번도 아니고, 더군다나 카지마치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집을 훔쳐본 건데?
괴담 때문이야.
……네가 괴담이랑 관련이 있는 건 맞아?
어이, '사건과 함께 등장하는 것'과 '괴담을 일으킨 주범'은 완전히 다른 얘기거든?
내가 혼자서도 괴담을 퍼뜨릴 수 있다면, 뭐 하러 힘들게 외발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겠어?
그러니까 너는 그냥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괴담을 퍼뜨리는 괴담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거지?
나쁘지 않네. 이해력이 좋구나.
신명으로 산다는 건 하늘의 뜻에 달린 일이야.
이곳은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라고 불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지. 아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거야, 그렇지?
평온한 삶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지금의 인연이 영원해지길 기도하고, 삶이 불안정해지면 자신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인연이 도와주거나,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하지만 최근 십여 년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적어지고 있어. 하루에 10명 이상 오면 다행일 정도지.
신관님, 저 말이 사실이야?
살짝 과장되긴 했지만, 최근 이곳의 인기가 사그라든 건 사실이에요.
어떤 신들은 게으름뱅이라, 사람들이 안 올 수록 좋아하거든. 근데 난 달라, 아무 일도 안 생기면 지겨워 죽을 지경이지……
봐, 게으름뱅이가 왔네.
게으름뱅이?
그래. 네 발치까지 왔어.
호시구마는 발밑을 내려다봤지만, 그곳에 있는 건 신사의 돌바닥뿐이었다.
저기. 우리 신사의 자랑을 손님들한테 보여주면 안 될까?
……
호시구마는 손을 뻗어 발치를 더듬었다.
신관은 호시구마의 손이 신명의 몸과 겹친 것을 봤지만, 호시구마는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같이 보였다.
우리 신사가 인연을 맺어준다는 소문이 난 건, 다 이 녀석 덕분이야. 좋은 인연이 생길 것 같은 사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거든.
하지만 반대로 인연이 생기지 않거나, 인연이 끊어질 것 같은 사람 앞에는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네 앞에 안 나타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네게 끊어질 인연이 있나 보네.
……
모든 건 사람한테 달렸습니다. 이건 모두 일방적인 주장이니 호시구마 씨께서 다 믿을 필요는 없어요.
아니, 네가 신명의 말을 부정하면 뭐 어쩌자는 거야?
어쨌든, 사람이 심심하면 이것저것 찾아 헤매듯, 신도 그래.
마침, 네가 사라진 뒤로 미츠쿠에에 괴담이 떠돌았어, 내가 심심풀이로 그 괴담을 쫓아다닌 게 잘못은 아니잖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곧 끊어질 인연이 있다는 말이 무섭기라도 한 거야?
그건 아니야. 그냥 신명마저 그런 허무맹랑한 것들을 쫓아다닐 줄은 몰랐을 뿐이야.
야!
어쨌든 넌 모리우치가 찾는 신명이 아니라는 거네.
물론이지.
근데, 그래도 우리랑 같이 가줄 수 있을까? 말만으로는 믿기 힘드니까, 나랑 모모카한테 했던 것처럼 앞에서 몇 마디 해준다면……
궁사님, 도와줘. 저 오니가 너희 신명을 잡아가려 해!
그동안 저도 모리우치 군에게 신세를 많이 져서 말이죠. 최소한 어묵이 끊겼던 적은 없으니까요.
쳇.
됐어. 이 몸께서는 다행히 마음이 넓으니까, 특별히 같이 가주겠어.
호시구마, 궁사님이랑 얘기 끝났어?
거의 끝났어. 키치세이는?
가게를 봐야 한다면서 먼저 갔어.
이 사람도 함께 가는 거야?
맞아. 모모카는 괴담이 따라붙는 체질이거든, 그러면 너도 갈만하지 않을까.
이미 간다고 답했잖아? 누가 같이 가는지가 크게 중요한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신명은 외발자전거를 타고 모모카 곁으로 가더니, 여기저기 살펴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나온 프로그램을 꽤 많이 봤어. 혹시 저주받는 체질이야?
그, 그걸 어떻게 알아!
사실 난 괴담이 정말 무서워, 앞으로는 주변이 평안하고, 다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쳇. 궁금하지도 않아?
그냥 연예계 일을 잘하고 싶을 뿐이야.
괴담 관련 덕분에 인기가 많아지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떳떳하진 않은 것 같아.
연예인은 마땅히 자기의 노력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어야 해, 그게 정석이지.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보기 힘든데, 재밌는 사람이네.
아, 궁금한 게 있어! 어젯밤에 우리 집에 무시무시한 일이 있었거든!
우리 집 TV에서 갑자기 내 노래 영상 클립이 재생됐는데, 영상에 방송국 경보음까지 섞어 놨더라고……
마지막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무서운 동영상도 재생됐어……
쯧쯧쯧! 어떤 내용이었는데? 괴생명체? 살인사건 현장?
그게 아니라 미오 씨가 나왔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우리 집에 왔고……
그건 TV 회선이 고장 난 거잖아? 내가 찾는 괴담은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고?
괴담을 쫓는다면서, 모든 괴담은 인간이 만든 거라고 믿고 있는 거 아냐?
정말 뭘 모르는군. 만약 그게 다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면, 내가 뭐 하러 쫓겠어?
괴담이라는 건, 어떻게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을 의미한다고.
사람들은 항상 그래, 딱 모리우치 같은 녀석이 그렇지. 원인을 찾지 못하면 항상 신명의 탓을 한다고.
그리고 신명조차 원인을 알지 못하는 사건이라면, 당연히 더 강력하고, 더 신비롭고, 더 나를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뒤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거야.
근데 외발자전거는 네가 탄 거 맞잖아.
크흠. 사소한 일 갖고 끼어들지 마!
잠깐…… 그 말은 너도 신명을 쫓고 있었다는 거야? '신명' 위의 '신명'을 쫓는 건가?
바로 그거지!
키치세이네?
단말기 번호를 교환했어?
응. 기획사에서 팬이랑 직접 소통할 기회를 잘 안 주거든. 게다가 키치세이가 워낙 적극적이기도 했고.
여보세요? 키치세이?
뭐라고?
뭐?!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는 그럴 생각 없어……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고!
그래! 은퇴한다고 말한 적 없어!
응, 응.
……이만 끊겠다고? 누가 널 계속 쫓아오는 것 같다고?!
알았어! 내가 지금 바로……
신사에도?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들한테 말할게! 꼭 조심해!
네가 은퇴한다는 얘기를 누군가 퍼뜨린다는 거야?
키치세이 말로는,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했어. 막 아무렇게나 퍼진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킨세키 방송국에서 벌인 짓 같아……
키치세이는 무슨 일이래?
킨세키가이 사람한테 미행당하고 있대, 게다가 신사 주변도 위험할 수 있다고 했어. 나오면서 주변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봤다던데.
다음에 키치세이를 만나게 되면, 저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하지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미츠쿠에에서 날뛰던 조직원이더라도, 신사 안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건,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 꼴이니까요.
신사에 잠깐 피신하고 싶으시다면 안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나머지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떠나실 거라면, 제 안내에 따라 샛길로 가시면 됩니다.
서둘러 돌아가는 게 좋겠어. 늦게 갈수록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을 배치할 테니까.
모모카, 운전은 너한테 맡길게.
알겠어! 밤새워 운전했더니, 나름 요령이 좀 생긴 것 같아!
그럼, 궁사님. 우린 이만 가볼게.
너희랑 가면, 나도 그 조직원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한테 쫓기는 거 아니야?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거야……
그럼 내가 나서는 걸로?
나선다는 게……
조직원들을 유인해 주겠다는 거지?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렇지. 가끔 멍청한 조직원들을 가지고 노는 것도 나름 재밌긴 하거든, 괴담을 쫓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먼저 정문으로 뛰쳐나가 그 멍청한 조직원들의 주의를 끌게, 그 사이 너희는 뒤로 빠져, 모리우치 그 바보의 포장마차에서 모이자!
외발자전거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번개처럼 밖으로 돌진했다. 페달은 대낮에도 잔상만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돌아갔다.
신명님께서 여러분을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군요.
헤헤……
하지만 지금은 감탄할 때가 아니에요. 두 분,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 샛길은 정말 찾기 어렵겠네요……
그렇다 해도, 누군가 여기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어요. 얼른 벗어나세요.
궁사님, 도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별말씀을요……
이쪽에서 소리가 났어! 카메라맨, 얼른 와. 여기 누가 있는 것 같아!
근데 이곳도 신사 부지일 텐데, 이렇게 무단으로 들어오면……
미후네 씨의 명령이 중요해? 아니면 신사의 망할 규칙이 중요해? 얼른 오라고!
양아치들처럼 싸움질할 필요도 없고, 마이크랑 카메라만 들면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러니까 빨리 와!
……
궁사님, 이, 이제 어떡하죠?
신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쾌하고 느긋했던 표정도, 가끔 보였던 흡족한 표정도 사라졌다.
두 분께서는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직접…… 나서실 생각인가요?
형식적으로 하는 일일 뿐이에요. 사악함을 제거하기 위한 거죠.
궁사가 제자리에서 고헤이를 휘두르자 풍경이 멈췄고, 나뭇잎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공기가 갑자기 옅어지고 맑아졌다.
영롱한 불꽃이 넓은 소매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건 마치 얼어버린 샘물처럼 흐르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신사의 문이 있는 쪽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고요히 공중에 떠 있을 뿐이었다.
그건 신명이 인간이랑 놀 때 절대로 일으키지 않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사악한 바람이었다.
뒷마당에서 아득히 피어오른 여우 불을 보자, 문 앞에 있던 신명은 핸들을 놓고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발을 들고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영롱한 불빛이 악귀를 몰아내는 천둥처럼 터졌고, 신사를 둘러싼 금줄이 순식간에 여우 불에 타올라 이승과 신역을 갈랐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신역의 바깥에서 폭발하듯 몰아치자, 도청기, 드론, 카메라를 위장하기 위해 덮어놓은 것들이 모조리 걷혔고, 기계들도 공중으로 날아갔다.
바람이 너무 강해…… 자, 장비가 전부 날아가 버렸잖아?!
고헤이가 바람의 중심을 가르자, 신역을 둘러싼 채 제멋대로 번지던 여우 불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갈라졌다. 바람은 장비의 케이스를 벗겼고, 불꽃은 드러난 장비들의 핵심 부위를 정확히 관통했다.
관통당한 장비의 내부에서는 화려하면서도 소리 없는 흰 불꽃이 피어올랐고, 순식간에 연이어 폭발하며 새까맣게 타들어 가더니 재가 되었다.
궁사님…… 설마 오리지늄 아츠의 은둔 고수셨던 건가요?!
별것 아닌 아츠입니다, 그렇게까지 놀랄 건 없어요.
지금입니다, 얼른 출발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