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8무대 인사
루시안은 극단장의 정체가 '트라고디아'라는 장생자임을 폭로한다. 그렇게 그는 스승을 시해하고, 신을 시해한다. 그러나 이 시해의 최종 결과는 계승으로 이어졌으며, 루시안은 새로운 트라고디아가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트라고디아
등불이 일렁이는 고성, 피로 물든 선생님들의 시신, 어둠 속에서 들리는 공허한 바람 소리…… 그 모든 것을 잊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객이 된 루시안이 어떠한 꿈을 꾸기 전까지.
여전한 고성, 여전히 그 텅 빈 홀에서, 그는 홀로 불빛 아래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등 뒤에는 옛 단원들 모두가……
어제처럼 생생하게 서있었다.
루시안, 과거를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것들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지.
내가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나?
아니, 나는 그저 네가 내 인생에 집어넣은 쪽대본을 완전히 찢어버리지 못했다는 걸 확인했을 뿐이다. 너는 여전히 존재하니까.
하지만 네 말이 맞다. “과거를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들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지.”
그래서 나는 너를 끝장내려고, 그 오랜 시간 동안 네가 걸은 길을 따라 걸으며……
이 대지 전체를 돌아다녔다!
칼레, 가울의 변방 도시.
동맹국의 갑작스러운 반란으로 칼레는 포위됐지만, 강력한 수성포와 '제국의 깃발'이라 불리는 장군 덕분에 몇 달 동안이나 굳건하게 버텼지.
장군은 성벽 위에 서서 쉬지도, 물러서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깃발이 있는 한, 아무리 지친 병사라도 마음이 흔들릴 일은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란이 일어났고, 장군이 가장 신뢰하던 부장군이 성문을 열었다.
……
가울 황실은 이미 칼레를 포기했어. 칼레의 함락은 필연이었지.
명예는 제국의 깃발이 쓰러지지 않게 했고, 부장군은 자신도 이 장군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들이 수십 년간 생사를 함께했던 것처럼.
하지만 더 이상 버텨봤자 사상자만 늘어날 뿐, 그 도시는 결국 죽음의 도시밖에 되지 않아.
어쩌면 고통받던 그 군인은 갑작스럽게 깨달았을지도 몰라……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속죄할 방법은 있으니까.
그렇게 그는 이미 체력을 다한 장군을 설득했고, 장군이 잠깐 눈을 붙인 10분 사이에 성문을 열어젖혔지.
그리고 동맹국의 군대가 도시에 진입하기 전, 그는 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어…… 이 배신자는 그 전투에서 가장 비참한 사망자가 되었지.
아주 오래된 일이야, 루시안. 대부분의 자세한 사정이 역사의 강물에 씻겨버렸을 정도로.
빅토리아, 라이타니엔…… 나는 수개월 동안 여러 나라의 10여 개 도시를 탐방했고, 마침내 한 늙은 가디언을 찾아냈다.
그는 칼레에서 하늘을 치솟는 불길을 목격했고, 그 배신자의 시신에서 휘장 하나를 발견했지…… 등을 맞댄 두 얼굴, 극도의 미소와 눈물이 어우러져 있었다.
우리 모두 그 표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 거다, 극단장.
하하하.
이것 말고도, 아마 더 많이 발견했겠지?
그보다 훨씬 이전의 라테라노.
……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어느 뛰어난 추기경이 대성당 앞 광장에서 총기사에게 사살당했다.
총명하고 인자했던 그 추기경은 '주님과 가장 가까운 산크타'로 불리며, 겨우 서른의 나이임에도 모두의 기대를 받는 차기 교황이었지.
하지만 그는 갑자기 변했다. 편집적이고 과격하게 변해, 포교하고, 신자를 모으고, 외교 사절과 접촉하며 교황을 문책하려 했다……
……상황은 결국 라테라노 전체를 위협하는 종교 쿠데타로 악화됐지. 교황은 중상을 입었고, 총기사가 출동하고, 그는 라테라노 역사상 유일하게 쿠데타로 사망한 추기경이 되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건 어느 위령성당에서 라테라노를 지나던 한 필라인을 우연히 만나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깊이 파헤칠 만한 단서는 아니지만.
그런 단서들까지 찾아내다니, 애를 많이 썼구나.
꽤 번거로웠지.
나는 그저 그 산크타에게 약간의 '진실'을…… 그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걸 알려줬을 뿐이야.
교황은 경전을 해석할 줄밖에 모르는 무능한 자였어. 그에 반해 신앙에 무한한 열정을 갖고 있는 그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자신의 이상을 실천으로 옮겨 새로운 시대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사실, 그는 교황을 공격하던 순간에 정신을 차렸어. 자신이 결코 죽음에 쫓긴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됐지……
광기에 사로잡혔지만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결과를 바라보며 스스로 총을 향해 나아간 것인가?
정치적 비극의 축소판이야. 극단의 여러 레퍼토리가 거기서 영감을 받았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안 그래?
……
이베리아.
황금처럼 찬란했던 그 시대에, 한 등대가 다가오는 커다란 배를 비췄지만, 사람들은 그 배에서 바다 깊은 곳의 바람 소리와, 갑판에서 휘날리는 쌍둥이 얼굴 표식이 찍힌 공연 티켓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라진 선원이 노래하고 있었다……
새끼 파울비스트를 부추겨 고통의 열매를 쪼아 먹게 한다.
……
라이타니엔 고탑의 고대 술식은 귀족의 비명과 절규를 기록하고 있더군.
갓난아이를 내몰아 기쁜 죽음에 닿게 한다.
……
두꺼운 눈에 뒤덮인 촌락.
잡초는 언제나 제 길을 찾아낸다.
……
사막 깊숙이 있는 도시.
눈물과 거짓, 그리고 망상 덕분에.
그는 시든 꽃잎으로 엮은 잠자리를 떠났다.
……
……너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나는 네가 걸은 길을 따라 걸으며, 이 대지 전체를 돌아다녔다. 나는 모든 이에게 다가갔고, 모든 일을 파헤쳤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기이한 이야기와 오랜 문서 속에서, 네 이름을 찾아냈다……
'트라고디아'.
……
다만, 전설 속 '트라고디아'는 존경받는 신이었지.
그는 포도덩굴로 엮은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남을 취하게 하고 스스로도 취했다. 그는 기쁨과 자애를 베풀며, 길에서 수확을 거둔 사람들을 만나 명절과 축제로 그들을 야만에서 문명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진정한 트라고디아는 사기꾼이자 연기자이고, 고행자이자 권모가이며, 선동가이자 역사를 떠도는 망령……
정의조차 내릴 수 없는 장생자였다.
(박수를 친다)
너의 근성은 참으로 놀랍구나, 루시안. 심지어 네가 연기에 쏟아부은 노력을 능가할 지경이야.
다만, 내가 걸어온 길을 봤다면, 내가 추구하는 바를 좀 더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사는 너무 흐릿해. 나는 수없이 떠도는 여정 속에서 아름다움의 최고 매개체…… 연극을 찾아내고 만들어냈어. 심지어 내 수명은 이 개념이 존재한 시간보다도 더 길지……
나는 온갖 고통과 기쁨을 맛보았고, 어떤 계기를 통해야만 가장 뜨거운 감정이 피어날 수 있는지 깨달았어. 그렇게 나는 극단을 설립했고, 널 가르쳤지.
그런가?
내가 알아낸 것과는 다르군. 죽음은 줄곧 너와 함께했지, 아닌가?
네가 말한 죽음이나 파멸에 관한 그 거창한 이론은 애초에 네가 탐구해낸 이념 따위가 아니다. 너는 그저 그렇게 믿고 있고, 그걸 아름다움으로, 연극을 아름다움으로 생각할 뿐이지.
일단 절망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찬란함이나 극단적인 추악함은 제쳐두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대답해 봐라.
라테라노에서 가울, 이베리아에서 사르곤, 고성에서 이 재앙 아래의 섹터에 이르기까지, 너는 그렇게나 많은 감동적인 공연을 연출했는데……
왜 그것들을 역사 속에서 그냥 사라지게 한 거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나?
왜 너는 상식을 뛰어넘는 우연과 변화에는 감탄하면서, 파멸이 유일한 결말이 되는 걸 내버려 두는 거지?
네 대답은 뭘까, 루시안?
네가 찾은 답을 말해주렴.
왜냐하면, 그게 모든 사람과 모든 일을 검증할 수 없게 만드니까…… 극 중에서든, 극 밖에서든.
그것이 너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너 스스로를 증명하게 하여, 이른바 아름다움에 단 하나의 해답만을 허락하니까?!
스티븐……
스티븐?!
살아 있으면 소리 좀 내 봐!
……그, 그레타?
정말 작업실에 처박혀 있었네!
밖에…… 무슨 일 났어?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어. 결론만 말하자면, 섹터가 곧 재앙에 충돌할 거야. 다들 동력층으로 대피했는데…… 너는 괜찮아?
아, 안 괜찮아…… 다리가 천장에 깔려서 움직일 수가 없어…… 큭……
내가 구해줄게!
젠장, 부러진 기둥에 문이 막혔어……
너무 무거워. 잠깐만 기다려! 정신 차리고, 계속 말해!
그레타, 이제야 깨달았어. 나는 '천재'라는 단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어?
'신'이 날 찾아왔어……
신은 날 포기하지 않았고,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줬어. 사실, 신이 계속 내게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어……
나는 등장인물의 죽음과 모든 역경을 잘 활용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했어…… 《미스 듀폰의 죽음》에서도 그러려고 시도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제목을 붙이지도 않았겠지.
5년 전의 로라, 그리고 이번의 달튼, 셸리, 마이클, 마리온…… 그들의 죽음은 모두 극적이고, 진실했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지……
이 소재들은 마치 가을의 낙엽 같아. 피처럼 붉고, 여기저기 널려 있으며, 모든 조각들이 내 텅 빈 머리에 색을 칠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만족스러운 결말이 떠오르지 않아! 아직도 미스 듀폰이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모르겠어!
만약 죽음 또는 파멸이 연극 신의 방법론이자, 천재 작가가 반드시 익혀야 할 요령이라면, 나…… 나는 어떻게든 배울 수 없어……
나는 그저, 콜록콜록, 비겁한 쓰레기야…… 그레타.
이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같은 녀석!
……뭐?
스티븐, 시나리오 경매가 익명으로 진행된다는 건 알고 있지?
……
달튼이든 애브너든, 이 제작팀의 사람들은 모두 5년 전 그 사건의 영향을 받았고, 내가 일부러 한데 모은 거야…… 너만은 예외였지.
이 시나리오를 경매할 때, 나는 그걸 쓴 게 너인지도 몰랐어.
나는 단지 오빠의 거짓말과 지배욕에 구속당하고, 소위 애인이라는 세 사람의 욕망에 고통받고 있는 '미스 듀폰'이 그만큼 낙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미스 듀폰이 죽든 말든, 그녀가 이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나는 내 안목을 의심한 적 없어.
……
야, 말 좀 해봐! 나는 밖에서 돌을 옮기고 있는데, 너는 안에서 왜 혼자 떼쓰고 있냐고!
난 그저 인정하지 않았던 거네……
뭐라고?
난 그저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신'의 방법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됐다!
여긴 곧 무너질 거야…… 내가 부축할 테니, 얼른 나가자!
자, 잠깐만, 그레타……
또 뭐?
스티븐을 부축한 그레타는 잠시 멈춰 섰고, 스티븐은 옆을 바라보았다.
반쯤 남은 벽에 있는 그라피티 글씨가 칙칙하고 더러운 환경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건 티피가 제작팀을 위해 만든 대형 홍보용 그림이었다. 공교롭게도 영화 제목만이 흩날리는 모래에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미스 듀폰의 죽음”.
스티븐은 피로 물든 팔을 들어 마지막 세 글자를 힘껏 지워버렸다.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
랭크우드에서 상상력이 가장 뛰어난 조경사도 이런 장면을 만들 순 없어. 누가 감히 재앙 속에서 영화의 결말을 찍는 게 최고의 결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단순한 홍보 수단만은 아니야. 나는 점점 더 그레타의 결단력에 감탄하게 돼.
됐으니까 빨리 동력층으로 돌아가자. 여긴 너무 위험해!
멜라니, 우리 대스타, 왜 또 앞으로 가는 거야? 미쳤어?!
애브너, 사실 당신들은 한 번도 이 '대스타'가 이번 영화로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지?
……
심지어 이 영화를 끝까지 다 찍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
……
사실 나도 마찬가지야. 영화의 결말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섹터는 파괴되기 일보 직전이니까……
그렇다고 죽을 필요까진 없잖아?
재앙 구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광풍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자연의 울부짖음이었고, 구름층은 자연의 분노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멜라니는 앞으로 다가가 자연을 마주했다.
누가 죽는대?
누가 미스 듀폰이 죽음을 바란다고 했지?
누가 미스 듀폰이 오빠의 억압에, 세 록펠러의 칼날에, 그리고 그녀를 저주하고 모욕하고 내쫓아내려는 구경꾼들의 손에……
마치 하나의 상징처럼 죽는다고 했지?
그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밤에, 이렇게 격렬하고 무질서한 폭풍 속으로 걸어가, 자신을 가둔 그 성을 완전히 뒤로해야 돼……
그녀는 절대 죽지 않아. 왜냐하면, 이 폭풍은 그녀를 태우고 자유를 향해 달려갈 테니까!
애브너, 당신도 알고 있지? 데뷔이래 나는 줄곧, 마리안을 내 가상의 적으로 생각했어.
……응.
사실 나도 알아, 내가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마리안은 자타공인의 천재야. 그녀는 어떤 배역이든 녹아들 수 있고, 심지어 운명조차도 우연한 재앙으로 그녀의 은퇴를 위해 찬란함을 수놓았지……
하지만 난 그냥 평범한 인간이야.
작은 도시에서 랭크우드에 올라온 평범한 인간으로서, 나는 십여 년 동안 하나하나의 배역, 한 편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연기를 갈고닦고, 경험을 쌓고, 명예를 얻었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경력, 지위, 규칙처럼 사람들이 코웃음 치는 촬영 현장의 문화를 더 중요시했어…… 그건 평범한 인간으로서 내가 누려야 할 보상이니까.
애브너, 이 대지는 평범한 인간에게 너무 잔인해.
마리안의 은퇴로 나는 커리어의 최정상에 올랐지만, 잠깐의 방황만으로도 나는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지혜를 잃었어……
내 기량은 심각하게 떨어졌고, 평판도 수직으로 하락했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았지……
얼마나 웃겨. 만약 마리안이 은퇴하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야……
지금 이 순간, 재앙은 이 섹터를 파괴하고, 내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뜨리고 있어……
하지만 이 또한 운명이 내게 내려준 축복 아닐까?
적어도 내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 용기가 생겼고……
적어도 내겐 이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가 생겼어.
자…… 미스 듀폰, 이 멜라니 러더퍼드와 함께 재앙 속에서 춤을 추자꾸나……
설령 이 광경을 기록하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애브너, 아직 안 갔어?
……
그럼 카메라나 빨리 확인해 봐, 전원 안 켜졌지?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이대로 폭풍에 휩쓸린다면, 당신의 카메라는 또 우연히 다른 사람의 죽음을 기록해야 되잖아?
난 당신의 일을 모욕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또다시 자신과 기기를, 자신의 직업을 미워할까 봐……
……
애브너, 사실 나는 항상 당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
네가 뭘 알아?
당신이 그때 우연히 녹화한 장면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증거가 되었고, 덕분에 그 로라라는 소녀가 이 땅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게 아니게 되었잖아.
이 의미만으로도 난 당신의 직업적 완벽주의를 충분히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
……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네 말이 맞아. 내가 확실히 멍청했어.
이 꿈을 만드는 기계가 처음 탄생한 건, 단지 선조들이 대지를 바라보는 눈을 하나 더 갖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어.
멜라니, 더 버틸 수 있겠어?
……이 녀석이 나 때문에 망가지진 않았으면 좋겠군.
우리가 영화를 완성해 보자고!
보이나, 들리나…… 아직도 재앙 속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이한 예술이라고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순 없고, 아무리 죽음이라고 해도, 방황하는 이를 갑자기 정신 차리게 하거나, 비겁한 이를 담대하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원래부터 그랬을 뿐이다.
그러니까, 방금 그 질문에 대답해라, 트라고디아.
지금 나에게 죽음은 이야기를 끝내고, 공연마저 끝내며, 막이 내린 뒤에는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평가와 검증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
내가 비겁한 창작자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루시안, 확실히 흥미로운 관점을 찾았군.
어쩌면 네 말에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이미 쓰인 결말은 어떻게 바꿀 생각이지?
그 티피라는 아이는 영화에서 본 것들을 통해, 확실히 이 이동 섹터의 항로를 바꿨어……
하지만 그 정도 각도로는 충분하지 않아. 섹터 절반은 여전히 폭풍에 부딪히게 될 거야.
루시안, 너는 어릴 때 재앙을 겪어봤으니 잘 알겠지. 그 정도만으로도 섹터의 모든 게 파괴될 거란 사실을.
루시안은 자신의 목에 있는 결정을 어루만졌다.
억제기를 푼 이후로, 나는 아직 제대로 노래하지 않았다.
노랫소리,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노랫소리.
한때, 수많은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노랫소리는 어두운 고성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그 노랫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며 폭풍과 폐허를 뚫고 모두의 귀에 울려 퍼졌다.
이렇게나 온 감정을 담아 노래를……?
……아니군.
꿈을 장벽으로 사용하다니…… 루시안, 네가 오리지늄 아츠를 역으로 사용하는 건 처음 보는구나.
과거를 이용해 자신에게 아픔을 주어, 한때 사람들에게 재난을 불어온 그 목소리로 모두를 지키려는 건가?
너 혼자 재앙을 상대할 생각이야?
혼자? 아니, 우리 둘이다.
지팡이를 꽉 잡아라, 트라고디아.
내가 그 강에서 몸을 일으켜 네게 돌아갔을 때, 내가 극단에 돌아갔을 때, 내가 다시 한번 네 앞에 섰을 때……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비극이 절정에 다다르면 꼭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격렬한 싸움. 궁전에서, 빌딩에서…… 혹은 이 변색된 하늘과 땅 사이에서……
자, 함께 이 '스승을 시해하는' 연극을 끝마치도록 하지!
하하하, 내 가장 사랑하는 제자여, 내 가장 뛰어난 배우여, 너는 파멸로 향하는 만물을 네 배경으로 삼았구나. 네가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나는 너무나도 기쁘단다.
덕분에 나 역시 주체할 수 없구나!
다만, 너도 알겠지만 장생자를 죽이는 건 무의미하고 헛된 일이야.
아까 내가 흥미로운 관점을 찾았다고 말했었지.
흥미롭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
너는 비겁한 창작자가 아니다. 너는 그저 어쩔 수 없을 뿐.
죽음이 필요한 건 우리도, 관객도, 상식을 초월하지 못하는 평범함도 아닌……
바로 너…… 트라고디아다.
너는 역사 속을 오가며 극단을 설립하고, 어둠으로 꿈을 만들어, 절망으로 나와 샬렘을 길러냈다. 너는 수많은 아이들을 유혹하고, 수많은 배우를 채찍질했다……
너는 우리에게 고통을 느끼는 법, 죄악을 배우는 법, 피를 물들이는 법, 파멸을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다. 너는 우리에게 화려한 공연, 위장된 인생, 이른바 '신생'이라는 걸 가르쳤다.
너는 이야기를 만들고 관객을 끌어모아, 그 라테라노의 추기경, 가울의 장군, '배풍등', '칼춤', '그림자', 달튼, 셸리, 모이라……
그리고 수많은 '루시안'이라는 배역을 골라 죽음을 만들어냈다.
너는 죽음의 모든 형식을 탐구하려 했고, 그 방식을 혁신하려 했으며, 그 의미를 완성하려 했다……
왜냐하면, 죽음은 너와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으니까!
……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장생자로서 죽음은 네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고, 극단장으로서 죽음은 네가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공연이며, 트라고디아로서 죽음은 네가 영원히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예술이다!
너의 미학, 너의 통찰, 너의 경험, 네가 우리에게 부여한 모든 갈구는 단 한 번도 너 자신을 풍요롭게 한 적이 없다!
나는 네가 이 모든 걸 즐기고 있는 줄 알았지만, 너의 허무함은 성취감보다 훨씬 더 컸다!
만약 네가 연극 그 자체라면, 너의 존재야말로 일종의 역설이다!
결론은 이미 눈앞에 있다, 그렇지 않나?
너는 이 사실을 원망하고 있나, 아니면 체념하고 있나?
너는 이 사실이 우스운가, 아니면 의문스러운가?
그것도 아니면, 너는 그저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인가?
너는 정말로 나처럼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나?
……
트라고디아는 드물게 침묵하며, 눈앞의 이 모든 것을 잊은 듯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루시안은 큰 소리로 외쳤다. 거센 폭풍조차도 그의 목소리를 뒤틀 수 없었다. 그는 노래하고, 시를 읊었다. 그리고 오리지늄 결정은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그의 목덜미를 따라 기어올랐다.
루시안, 아프지?
큭……
아프다, 당연히 아프다.
오리지늄 아츠를 절제하지 않고 막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어, 루시안.
부러운가?
하하하하.
……그럴지도. 하지만 네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어.
루시안은 트라고디아에게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고조된 감정은 그에게 더 큰 힘을 주었고, 마침내 그는 대치 속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다음 순간, 지팡이의 뾰족한 끝이 상대의 몸을 꿰뚫었다……
고통은 나의 칼날이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칼날을, 내게 고통을 안겨준 그자에게 휘둘렀다……
바로, 너에게!
모든 연극은 결국 막을 내려야 해.
순환은 숙명을 빚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
루시안, 다행히 나는 방금 새로운 영감을 떠올렸단다.
그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질 가치가 있어.
발밑 섹터의 흔들림은 여전했지만, 이제 서서히 안정되고 있었다.
하나둘씩 폐허 속에서 머리를 내밀어 두려운 듯 멀어져 가는 재앙 구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
무수히 많은 가면이 부서지며 떨어졌고, 트라고디아는 서서히 쓰러졌다.
루시안은 자신이 상대의 심장을 산산이 부쉈음을 확신했고, 이 '스승을 시해하는' 연극도 드디어 막이 내렸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의 변화도 느꼈다……
……
이 옷, 지팡이, 그리고 관……
이게 네가 날 위해 추가한 쪽대본인가?
은빛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모래가 스쳐 지나갔지만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루시안은 말없이 이 화려한 옷을 훑어보았다……
화려하고 정교하며 착용감이 좋아, 꼭 맞춤 제작한 것만 같았고, 언제든 이 옷을 입고 축제에 참석하거나 무대에 올라도 좋을 것 같았다.
마치…… 재앙이 그에게 준 선물, 그가 스승을 시해한 보상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 시해의 주제는 분명 '배신'이었을 터인데, 끝날 때는 '계승'이 되어버린 것인가?
루시안은 침묵했다.
쓰러진 트라고디아는 이미 사라졌고, 시신이 있었던 자리에는 붉은 피와 가면만이 남았다. 검붉은 카펫은 계단을 따라 위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루시안은 그것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었고, 앞에는 더 이상 아무런 방해도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루시안은 계단을 올랐다. 고개를 숙이지도,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이때 트라고디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루시안, 너는 가장 뛰어난 배우야. 너는 연기의 기술…… 이성으로 감성의 가면을 단단히 붙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네가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이상, 너는 소위 시해 같은 걸로 나를 끝내지 말았어야 했다.
너는 고성에서 펼쳐진 적이 있는 플롯에 희망을 걸어서는 안 돼.
……
아니면,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선택을 할 거라고 확신했을까?
하하, 정말 흥미롭구나.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죽음은 내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고,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공연이며, 영원히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예술이지……
잡초는 언제나 제 길을 찾아낸다.
눈물과 거짓, 그리고 망상 덕분에
그는 시든 꽃잎으로 엮은 잠자리를 떠났다.
흩날리는 먼지 속에 자신의 묘비명을 새기며,
그는 언젠가 사람들에게 경배받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죽음, 또는 파멸”은 네가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어.
하지만 지금 네가 부정하는 것과 내가 포기한 것은, 그저 연극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 미학의 수많은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그래서 네가 죽인 건 나의 수많은 존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계속해라.
생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 연극은 언제나 존재해.
연극은 파멸하지 않고, 아름다움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해. 그렇기에 나는 항상 모든 것의 정점에 서 있어.
……
연극은 죽일 수 없지만, 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연극으로 연극을 대체하고, 미학으로 미학을 뒤집을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연극, 새로운 네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만약, 이게 유일한 해답이라면……
난, 기꺼이 받아들이지.
봐 봐, 루시안, 우리의 뜻이 다시 한번 일치했어…… 하하, 이 얼마나 절묘한 호흡인지!
위로 올라가렴, 무대의 가장 높은 곳으로.
너는 '연기'라는 관을 머리에 쓰고, '영감'이라는 지팡이를 손에 들고, 공연이라는 세월을 두르게 될 거야……
이건 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너는 달게 받을 수밖에 없겠지.
루시안, 나의 축복과 저주를 가지고 계속 나아가렴.
나는 처음 너를 만났을 때 했던 약속…… 나는 결코 너의 걸림돌이…… 연극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지켰어.
이게 내가 너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야.
너는 또 얼마나 멀리 갈까?
너는 또 어떠한 해답을 내놓을까……
'트라고디아'.
……
루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루시안은 계단의 꼭대기에 섰다. 폭풍이 그의 앞에서 멀어졌고, 핏자국이 그의 뒤로 길게 이어졌다……
그는 이 적막한 풍경을 사랑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예술을 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고통을 떨쳐냈다……
새로운 트라고디아가 목청껏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