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T-3관객에게
티피는 감옥에 있는 모이라를 면회하고, 논란의 《미스 듀폰의 죽음》 완성본은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트라고디아 루시안은 극작가와 샬렘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컬럼비아, 랭크우드 교외, 연방 이동감옥 2달 후
몰리, 왜 이렇게 말랐어!
두 달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으니까.
그때 섹터가 멈추자마자 난 바로 널 찾아갔어. 의료진이 널 옮기는 걸 봤고, 온몸이 피투성이에 미동도 없길래, 나는 네가 이미……
그 사람의 노랫소리가…… 너무 무서웠어.
하지만 단지 나를 멈추게 하려던 거였지, 나를 어쩔 생각은 아니었더라고.
루시안 씨는 그레타 씨 말처럼 시나리오 경매에서 우연히 만나 제안을 받고 제작팀에 온 게 아니었어. 다른 목적이 있었지.
다른 목적?
어떤 존재를 찾고 있었어.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우리가 전혀 몰랐던 존재.
아, 처음부터 루시안 씨가 좀 미스터리하다 싶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더 모르겠어……
됐다, 그 얘긴 그만하고!
몰리, 정말 미안해, 이제야 만나러 와서. 그, 그게 연방 이동감옥의 면회 신청이 좀 복잡해서……
괜찮아, 티피.
오히려 내가 널 이용했잖아. 나 때문에 오해받아서……
루시안 씨 말이 맞았어. 나는 자신이 알고 있던 진실마저 외면했고, 광기에 휩싸인 마지막 순간엔 너를 떠올리지조차 못했어.
몰리, 잘 들어.
네가 무슨 일을 겪었든, 어떤 목적이었든, 너는 우리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어. 나는 네가 저지른 죄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몰리,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둘이 소파에 꼭 붙어 앉아 공포영화를 보던 그 시절이 그립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렇게나 즐거웠고, 그렇게나 현실적이었잖아, 안 그래?
……맞아.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상처가 너무 아프고 잠이 오지 않아서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돌이켜봤어……
하룻밤 내내, 나 자신의 고통만이 가장 현실적인 거였더라.
사실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하게 쓰였든, 우리가 운명의 꼭두각시든 아니든, 내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야.
우리가 같이 영화 볼 때,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봤다고 믿었던 진실이나, 원한과 광기, 피와 마네킹 같은 걸 생각할 게 아니라……
미안해, 티피.
만약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너한테 '로라'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틀 후면 최종 재판이지? 여러 변호사한테 좀 상담해 봤는데……
……
……
결과는 신경 쓰지 마, 티피.
교도소장도 좋은 사람이야. 마지막 며칠 동안 내가 교도소 후방지원부에 지내면서, 죄수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허락해 줬어.
예전처럼 허망하게 마지막을 기다리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하, 면회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기분 좋은 얘기나 하자.
영화는 어떻게 됐어?
컬럼비아, 랭크우드 도심부, '이색 영화제' 상영회 현장 하루 전
와, 다들 이미 와 있었네. 늦어서 미안!
……
스티븐, 긴장돼?
조금.
긴장 풀어.
마지막 촬영은 그렇게 황당하게 끝나버렸지만, 두 달 동안에 편집, 색보정, 음악 제작…… 후반 작업을 마쳤지.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했어.
스티븐, 영화 제목을 수정하는 데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다니, 너무 기쁘네.
멜라니, 마지막에 재앙 속에서 보여준 당신의 연기에도 감사를 표하지. 안 그랬으면, 그 세 글자를 삭제하는 건 그냥 나 혼자만의 갈등에 불과했을지도 몰라.
《미스 듀폰》이 《미스 듀폰의 죽음》만큼 눈길을 끌지는 못 할 테니, 홍보에 대한 건 그레타가 골머리 좀 앓겠네…… 그래도 이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나한테 맡겨.
내가 《미스 듀폰》이 순조롭게 개봉되게 할 테니까……
그 후에는 경찰서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할 거야.
야, 나 좀 꼬집어 봐, 이거 꿈 아니지?
꼬집긴 뭘 꼬집어, 빨리 찍기나 해! 이거, 내일 헤드라인이야!
'이색 영화제' 같은 비주류 예술 시상식에 이런 거물급 게스트들이 참석하다니? 조직위원회가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걸까?
마리안이 랭크우드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은지도 몇 년이 됐더라?
……
야라 할머니!
오랜만이구나, 티피야.
그 옷차림을 보니…… 음, 네가 제작팀에서 뭘 했는지 맞혀볼까? 스크립터? 소품 스태프? 스턴트 배우? 《퍼니처 시티 워리어》처럼?
백그라운드 페인터야!
반년이나 넘게 일했다고. 랭크우드 촬영 섹터의 복구팀에도 뽑혔어! 바로 저번 주에!
우리 제작팀이 대여했던 그 섹터가 재앙 때문에 심하게 파괴됐잖아. 보스가 재건 후 설계 작업을 나한테 맡겼어. 나 지금 엄청 바빠……
하하하, 드디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한 것 같구나.
내가 말했잖아. 나는 영화를 엄청 좋아하고, 영화의 모든 과정, 모든 구성 요소까지도 다 좋아한다고……
드디어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았어!
그래서, 안 돌아갈 거니?
헤헤, 할아버지 쪽은 어떻게 잘 좀 커버해 줘.
티피, 네 할아버지는 랭크우드에서 내 최고의 파트너였고, 오랜 친구이기도 해. 하지만 손녀의 교육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내 의견을 꼭 들어줄 것 같지는 않구나.
다음에 할아버지랑 차를 마실 일이 있거든 이렇게 말해봐,
크흠……
“저기, 우린 이미 은퇴했는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봐, 티피는 당신한테서 아무런 지원도 안 받았고, 당신의 계획대로 역사 영화감독이 되지도 않았지만, 랭크우드에서 잘 살고 있잖아?”
“언젠가 랭크우드 절반의 배경은 당신 손녀가 제작한 걸로 채워질지도 몰라!”
그래, 녹음했으니 다음에 만나거든 들려주마.
……아이, 할머니이~
알았어, 알았어. 어차피 이번에 컬럼비아에 돌아와도 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시간은 없을 것 같아.
맞다, 할머니는 림 빌리턴에 바람 쐬러 가지 않았어? 이번에 돌아온 건 라인 랩 때문이야?
너는 몰라도 돼, 티피.
상영회가 끝나면 나는 또 부통령님을 만나러 특별구에 가야 해……
그러니까, 내 오랜 친구와 대화를 좀 나누게 해 주렴.
오랜만이군요, 마리안 씨.
그냥 야라라고 불러.
은퇴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났는데, 이제 '마리안'이라는 이름은 영 낯설거든.
아무튼, 고마워요…… 야라 씨.
당신도 알겠지만, 제 영향력으로는 랭크우드에서 큰 발언권이 없죠……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이색 영화제'가 출품 접수가 끝났음에도 예외적으로 《미스 듀폰》의 상영을 허락해 주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천만에.
그런데, 저 티피라는 아이가 당신의……
도와준 건 그 아이와 상관없는 일이야.
나는 그저 관객들이 그 재앙 속의 연기 장면을 못 보는 게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옛 친구를 도운 것뿐이거든.
……
그런데, 《미스 듀폰》을 '이색 영화제'에서 미리 홍보한다고 해도, 흥행에는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
멜라니, 네가 더 잘 알겠지만, 만약 랭크우드가 실존하는 인간이었다면, 그만큼 기억력이 나쁘고 그만큼 포용력이 적은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자기 품에 돌아온 애인을 품어주지 않을 수도 있지.
게다가, 너희들이 섹터를 통째로 망가뜨렸으니, 영화가 아무리 대박을 치더라도, 벌어들인 수익은 배상금을 갚기에도 부족할 거야.
적어도 저는 할 만큼 했으니, 아쉬움은 없어요.
그것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물어봐.
당신도 《영원히 빛나는 샛별》을 촬영할 때 재앙을 겪으셨죠. 카메라에는 폭풍과 당신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장면이 찍혔던데……
그렇다면 그건 정말 당신이 시사회에서 말한 것처럼, 사고였나요, 아니면……
당신도 직접 폭풍에 다가가 연기를 한 건가요?
……
멜라니, 지금 너에게 그 답이 중요해?
……
아하하하, 중요하진 않죠.
하아, 결국 어떻게든 당신을 이겼다고 하긴 힘들겠네요!
화려한 옷차림의 여주인공은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었다. 무엇 때문에 웃는지는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한참 후, 그녀는 과거의 경쟁자,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 천재, 카메라 렌즈 앞에서 수도 없이 예의를 차려 인사했던 상대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들은 포옹했다.
들어가자.
미스 듀폰 멜라니 러더퍼드
첫째, 둘째, 셋째 록펠러 마이클
듀폰 경 달튼
전달자 루시안
……
제작 그레타 스톤
감독/각본 스티븐 퀘이
코디네이터 셸리
미술 칼, 밥, 티피, 제리코……
촬영 애브너, 레오……
의상 마리온……
소품 모이라……
……
현장 관리 호틴……
……
……끝났어?
끝났어.
어때?
나는 이 영화의 비하인드를 조금 알고 있지. 무슨 살인 사건이니, 재앙이니, 관리가 엉망이니……
그래서 들어오기 전에 영화가 그 가십거리보다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 터무니없는 귀족 혼사가 재앙으로 마무리돼서…… 모든 반전이 다 합리적으로 보이긴 했는데, 여러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좀 괴이했어……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긴 힘들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어.
솔직히 나도 그래.
스토리를 떠나서, 제작 자체도 논란이 많았을 거 같아. 촬영 스타일조차 통일되지 않았으니까……
앞부분은 정교하고 섬세한 정극 촬영 기법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더 거칠어지더라고. 특히 재앙 부분의 몇몇 클라이맥스는 완전히 다큐멘터리로 변해버렸어!
좋아하는 사람은 만점을 주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신랄하게 혹평하겠지.
그래도 진짜 재미있었어, 안 그래?
최근 몇 년 동안, 랭크우드 영화는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잖아. 심지어 이런 '이색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조차도 전혀 이색적이지 않았고……
그래도 이 《미스 듀폰》만큼은 티켓을 구매하고 싶어.
상영 후 토크 때 제작진이 뭐라 하는지 보자고.
참, 듣자 하니 저기 맨 앞줄에 되게 불쌍해 보이는 사람이 제작진 멤버라던데……
으으…… 지지리도 운이 없지.
꼬박 한 달 동안 지원해서 겨우 마지막 현장 스태프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별별 사건을 다 겪고, 심지어 시체까지 마주치는 바람에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불면증만 아니었어도, 재앙이 닥쳤을 때 모두와 함께 동력층으로 대피했으면 안전했을 텐데, 정신을 못 차린 바람에 실수로 벽을 차서 발이 부러지고……
발만 부러지지 않았어도, 버스를 놓쳐서 영화 앞부분을 절반이나 놓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고, 불운한 현장 스태프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동안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자 그녀는 저절로 슬픔이 밀려왔다.
심지어 스크린 속 장면들조차 그녀에겐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장면들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여 있었다……
꼭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엔딩 크레딧의 맨 끝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현장 관리 호틴……”
운명의 손이 아무리 자주 뒤집힌다 해도, 결국은 한 줄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자신이 확신하는 그 진실에게로.
상영이 끝났는데, 후 토크에는 참여 안 하나요?
나는 저기 속하지 않는다. 게다가…… 너희가 왔으니까.
훗, 하긴.
아, 매우 멋졌습니다…… 극 중에서든, 극 밖에서든.
루시안……
응?
그 사람, 이번엔 정말로 죽었나요?
아니면, 아직 어떠한 방식으로든 살아 있나요?
그건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샬렘, 너는 이것만 알아두면 된다. 설령 로도스 아일랜드에 숨어 있어도, 더 이상 과거의 그림자가 네 꿈속까지 스며들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극작가, 이제 너도 마음껏 각본을 써도 된다. 어떤 소재든, 어떤 스타일이든……
크림슨 극단은 이제 없어. 너희는 자유다.
……
……
그럼 당신은?
당신이 방금 그의 결말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 말은 결국, 당신은 이 길에서 떠날 수 없다는 건가요?
“연극은 죽지 않는다”…… 제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이제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아닌, '트라고디아'인가요?
루시안, 아무래도 당신은 너무 큰 대가를 치른 것 같아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만약 이전까지 우리의 복수나 도망조차도 전부 만들어진 각본이라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마침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여행하고, 노래하고, 공연을 시작할 거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내 기쁨과 고통에 걸맞다고 확신할 때까지……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극단이나 주장, 새로운 모험과 이야기, 혹은 더 눈부신 내일, 더 비참한 진실이 될지도 모르지만……
……
……
샬렘 씨, 그래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데…… 저희가 좀 도울까요?
루시안. 다, 당신은 자신 있나요?
물론이지.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 감각과 내면을 닫아버린 고행자들, 위대함과 비천함 사이를 헤매는 평범함 자들, 그리고 고통을 곱씹는 생명들……
이 대지에 결코 배우가 부족한 적은 없다.
……환영한다, '극단'에 들어온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