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8무대 인사
극단장은 섹터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되짚으며, '죽음'에 대한 자신의 미학을 거창하게 설파한다. 그리고 루시안은 자신이 찾아온 의도, 다시 한번 그를 죽이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네 공연을 망쳐버려서 유감이야.
만약 네가 말하는 게 그 모이라라는 아이의 일을 해결한 거라면…… 나는 너의 그 때아닌 겸손을 질책하고 싶어, 루시안.
너의 통찰력이라면, 이야기의 원래 결말쯤은 예상하고 있었을 거야.
5년 전의 사건, 때맞춰 닥친 재앙, 폭풍과 뒤늦은 심판이 이 섹터에 강림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와 무관했던 한 자라크가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죄를 저지른 모든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범행이 그저 허망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한 끝에 마지막 한 사람을 심판한다……
바로, 자신을.
그렇다면 너는?
너는 이 시나리오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전달자였을 뿐, 제작팀에서는 존재감 없는 신인이야. 너는 핵심 갈등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결국 모든 실마리를 푸는 인물이 됐지.
역시 '우연'이 예상 밖일수록, 피할 수 없는 '필연'이 펼쳐질 때 다가오는 그 감동이 더 깊어…… 이게 바로 연극의 진정한 매력이야. 우리 모두 수없이 겪어봤잖아.
그러니까, 너는 아무것도 망친 게 없어. 너는 그저 이 공연을 더 빛나게 했을 뿐이야……
……과거에 네가 극단에서 했던 것처럼.
……
내가 이렇게 많은 비극을 겪은 건, 오로지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하하하, 그랬겠지.
경매장에서 본 극단의 표식 하나만으로는 아무래도 내 존재를 확신할 수 없었겠지?
다행히도.
수년이 지난 지금도…… '죽음'과 '파멸'은 여전히 네가 즐겨 쓰는 플롯이자, 가장 사랑하는 결말이더군.
루시안, 그 아름다움에 대한 네 진심 어린 인정을 내가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진심 어린 인정……
까지는 아니다, 극단장. 난 그저 누구보다도 익숙할 뿐.
나는 수많은 연극을 했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내 두 손은 피로 얼룩져 있지.
이건 내가 어려서부터 받아온 교육이자, 네가 주입한 인생이었다.
너는 내 최고의 제자야, 루시안.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오기 전에, 우선 지금까지의 공연을 함께 되짚어보자꾸나. 너와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과정이지.
극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루시안에게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꼬리에 감긴 지팡이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재앙 구름을 가리켰다. 마치 먹물을 머금은 펜처럼……
익숙한 광경이 루시안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온 것이었다.
루시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선 달튼부터.
산송장이나 다를 바 없는 중년 배우에게, 이 영화는 애초에 별 의미가 없었어.
그나마 남아 있는 맑은 정신을 붙들고, 본능처럼 굳어버린 연기력을 쥐어짜, 얼마 안 되는 대사나 읊조리며, 감독이 '컷!'을 외칠 때까지 버텨, 또 하나의 긴 밤을 버틸 술값이나 마련하는 거지……
그는 자기 때문에 죽은 그 여배우를 한 번도 애도한 적이 없고, 젊고 의기양양했던 시절을 추억한 적도 없으며, 심지어 지금의 초라하고 쓸쓸한 신세를 부끄러워한 적도 없어.
네가 조종했잖나.
물론, 나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그는 절대 뒤바뀐 칼을 스스로 네게 넘기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나는 가슴으로 칼을 받으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지.
너희 둘이 연기할 때, 그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고,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알고 있었어.
……
루시안, 연극에서 영화로 바뀌어도, 네가 자유자재로 재능을 펼치는 데는 전혀 방해되지 않더구나.
네 연기는 그의 기억을 깨웠고, 그에게 자신이 한때 얼마나 훌륭한 배우였는지 떠올리게 하고…… 몰입하게 하여, 가상의 희로애락에 진실함을 불어넣었어.
그 순간에, 너는 '전달자'에 몰입했고, '듀폰 경'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음이 뒤틀려버렸지……
그는 진실을 감춰야만 했고, 목숨을 걸고 눈앞의 사람을 죽여야만 했어. 칼날이 반대로 자신을 해칠 가능성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그때 넌 그의 맞은편에 있었으니까, 그의 분노와 두려움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제일 잘 느꼈을 거야.
커튼콜 무대로서는, 거의 완벽했다.
그래, 눈앞에 닥친 죽음은 오히려 한동안 술에 마비되어 있던 그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지.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고, 의욕이 넘쳤어!
그리고 마이클과 마리온.
바람둥이 배우와 영악한 스타일리스트는 촬영장에 매달려 죽어,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마저도 모두에게 까발려졌지.
그들의 결합은 추잡하고 우스꽝스러웠어.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방임했고, 사리사욕에 취했으며,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서로를 이용했지……
그 둘에겐 겉부터 속까지 진실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어. 심지어 그 마이클의 귀와 꼬리마저도 가짜였지.
두 사람의 죽음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 그 촬영 보조에게 팔아먹을 만한 가십거리를 제공한 걸 빼면.
그런데 루시안, 네가 그 현장을 조사했지. 그 고양이도 그곳에 남은 감정을 핥아먹었고……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모이라가 그 문을 두드렸을 때, 죽음이 압박해 왔을 때, 잠깐의 생각도 허용하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눈물 자국.
음, 흥미로운 디테일이군.
마이클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다. '록펠러' 삼 형제 중 그 누구도 '미스 듀폰'에게 그런 진심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
……그 소방 도끼는 원래 마리온에게 휘둘러진 거였다.
하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감싸다가, 날붙이에 자신의 급소가 노출됐지.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서로 헐뜯고 공격하던 두 남녀가 본능적으로 서로를 지키려 한 거였다.
그 둘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다.
그게 칭송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 해도.
아주 정확해, 루시안.
그런데 관객들은 이미 착석했어. 이 불빛과 소리로 세워진 꿈속에서 그들이 과연 뭘 기대하고 있을까?
사리사욕인 인간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욕망에 빠진 인간이 마침내 욕망에 삼켜지는 거? 물론, 이건 가장 뻔한 전개이자, 따분한 교훈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칭송받을 가치조차 없는 진심도 때로는 신선한 충격이 된다는 걸.
그 두 사람도 알았을까? 서로에게 단 한 순간이나마 그렇게 마음이 흔들릴 줄.
죽음이 그들에게 가능성을 줬단 말인가?
죽음이 그들에게 가능성을 줬지.
물론, 모이라도 있어……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내가 가장 기대하던 아이였으니까.
모이라는 또 다른 이의 죽음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다시 세웠어.
그 사람의 이름, 생애, 식습관, 특유의 미소, 비참한 죽음과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까지…… 모이라는 '로라'의 모든 걸 마음속에 깊이 새겼지.
그녀는 슬퍼했고, 분노했고, 의심했고, 증오했어. 그녀 안에서 불쑥 솟아오른 그 모든 감정은, 먼지에 덮여 있던 과거에 불을 지폈고, 그녀 자신도 불타오르게 했어.
그녀가 공연 전체를 이끈 거야.
극단장, 자신의 역할을 그렇게까지 과소평가할 필요가 있나?
네가 집어넣은 쪽대본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과거를 강제로 그녀의 머릿속에 심어놓았고, '로라'를 그녀의 인생에 끌어들였다.
음, 그래서?
모이라를 봐……
춤을 추고 있잖아.
루시안, 네가 파트너였으니 누구보다 그녀에 대해 잘 알 거야……
그녀는 크림슨 극단 아이들처럼 어릴 때부터 '배풍등'의 훈련을 받은 게 아니야. 그런데 그녀의 춤사위, 몸짓, 그리고 눈물과 미소를 봐봐……
그녀는 삶을 표현하고 있거나, 어떠한 진실을 만들어내고 있어…… 혹은 이제 그녀에게 한계가 없어져, 그 누구도 될 수 있겠지.
그녀는 다양한 삶 속에서 춤을 추고, 무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야. 몸과 마음이 더 이상 온갖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
그것도 아니면, 언젠가 너를 만나거나, 진실을 편애하는 다른 어리석은 이들을 만나, 어느 날 밤 문득 꿈에서 깨어나듯 모든 걸 깨닫고 자신의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지.
결말이 어떻게 되든, 그녀의 영혼은 충만하고 풍요로울 거야.
결말이 어떻게 되든…… 그녀는 더 이상 개척지에서 올라온 존재감 없는 소품 스태프나, 의지할 곳 없는 자라크가 아니게 되겠지.
그 말솜씨는 여전하군, 극단장.
네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너 이후로 말이지, 루시안.
내가 모이라에게 준 영향을 부정하지는 않아. 전에 네게 했던 것처럼 동기를 조금 부여했지.
……
루시안, 잊었어?
연기에 대한 갈망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에 죽었을 거야.
재앙으로 갈 데조차 없을 때, 고향과 부모를 잃었을 때, 네가 거대한 고성에서 낯선 동료들이랑 길을 잃고 헤맸을 때, 너는……
……
내가 극 중 등장인물일 때만……
나는 외로움이 해소되고……
내게 돌아갈 곳이 생겨.
너는 그것에 의지하고, 그 덕분에 구원받았어.
너와 모이라…… 너희 둘은 타고난 배우야. 허무에서 창조된 기쁨과 슬픔으로 자신을 길러내지.
너희의 빛은 아무도 무시할 수 없어!
……
그리고 루시안, 죽음은 너희 둘에게 모두 훌륭한 스승이었어.
기억나니? 당시 넌 슬럼프에 빠졌고, 연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 게다가 주변의 그 무엇도 네게 더 많은 영감을 주지 못했고……
그때 너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오리지늄으로 네 목을 찔렀지.
너는 죽음을 느꼈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확실한 절망이야!
죽음은 네게 공포, 질투, 슬픔, 분노, 수치, 탐욕과 같은…… 너무나도 낯선 감정을 가져다주었고, 네 마음은 온갖 감정을 마주한 끝에, 마침내 맑은 거울이 되었지.
죽음은 너에게 권위를 해체할 입장, 모든 걸 파괴할 결의, 끝없는 밤과 멈추지 않는 노래를 주었어……
죽음은 보잘것없던 루시안을 찬란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만들었어!
'블러드 다이아몬드'……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군.
달튼, 마이클, 마리온, 로라, 모이라를 생각해 봐…… 재앙 속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과 너 자신을 봐봐……
네 말이 맞아. 죽음은 여전히 내가 즐겨 쓰는 플롯이고, 가장 사랑하는 결말이야.
하지만 나는 절대 그것을 '파멸'이라 보지 않아.
죽음은 위대한 자로 하여금 스스로 명예를 더럽히게 하고, 고행자에게 금기를 허락하며, 고결한 자를 진흙으로 물들이고, 영웅을 비굴하게 만들지!
죽음은 좌절한 자에게 다시 용기를 불어넣고, 침묵하는 자에게 이상을 외치게 하며, 이기적인 자에게 잠시나마 진심을 드러내게 하고, 겁쟁이에게 자신을 뛰어넘게 해!
죽음은 선구자에게 높이 오를 계단을 찾게 하고, 멀리 보는 자에게 과감히 도전할 용기를 주며, 스스로를 등대라 여기는 자를 진정한 등대로 만들어!
죽음은 의미를 키우고, 결함도 함께 키워내지. 죽음은 진실을 굳건히 하면서, 거짓을 함께 먹여 살리기도 해. 죽음은 시들어가는 육신을 꽃으로 만들고, 사라져야 할 것들을 영원히 각인시키지!
죽음은 해소할 수 없는 고통이자, 넘쳐 흐르는 영감이야!
죽음은 연극의 원인이자 결과, 영혼이자 육신이며, 창조를 이끄는 위대한 힘, 수많은 주의와 형식, 탐구조차도 벗어날 수 없는 '법칙'이자 '속박'이고……
죽음은 만물의 귀속이야!
루시안를 바라보는 극단장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거센 바람에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루시안, 죽음 또한 우리가 다시 만난 계기이기도 해.
박수갈채가 너무 적어서 유감이군.
네 맞은편에 서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나뿐일 수밖에 없고.
사방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루시안은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들었다.
재앙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미스 크리스틴은 평소와 달리 낮게 울부짖었으며, 함께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동료들은 혼비백산하며 절망 속에서 도움을 청했다……
극단장이 말했듯, 죽음이 펼쳐지고 있었다. 몇몇 주요한 장면에서 시작해, 이제는 무대 전체가 죽음으로 가득했다.
죽음이 우리가 다시 만난 계기라…… 이 말에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더욱 놓칠 수 없다.
네가 지금까지의 공연을 되짚어봤으니, 나도 내 견해를 말할게…… 너와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과정이니까.
폭풍이 촬영용 강철 구조물을 부러뜨리자 불꽃은 사방으로 튀었고, 두 사람 근처에 있던 카펫에 불이 붙었다. 불길은 루시안의 옆에서 춤추듯 일렁였다.
하지만 루시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나타나고부터 지금까지, 너는 왜 단 한 번도 나의 배신을 언급하지 않지?
(미소짓는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너는 여전히 너니까, 루시안.
광기에 휩싸였지만 제정신이고,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왔지…… 너는 우여곡절 후의 재회가 얼마나 귀한 건지 모르는구나. 그 어떤 갈등이든 세월 앞에서 용서받을 수 있어.
그런가?
한때 나는 극단이 너의 펜이자 너의 그물이라고 생각했다. 어지러운 세상과 공연에서 위안을 찾는 관객들이 너를 위해 눈을 뜨고 있으니, 아무도 네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여겼지.
그래서 그때, 나, 샬렘, 극작가의 탈출 계획이 실패했다.
그때 나는 어렸고, 서툴렀고, 자만했어. 우리는 극단의 진실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지만, 공들여 계획한 탈출조차도 결국은 너의 공연 속 일부가 되고 말았지.
결국, 샬렘은 너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도망쳤고, 나는 다시 너에게로 향했어.
네가 내 곁으로 돌아왔어.
바로 그때부터, 너는 내 모든 기술을 배우고 극단의 모든 것을 파악한 다음, 극단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했지.
죽음으로 죽음을 끝내고, 파멸로 파멸을 끝내기로.
'배풍등', '칼춤', '그림자'…… 널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죄다 네 손에 죽임을 당했어.
……그리고 나도.
나는 아직도 그때의 찢어질 듯한 내 노랫소리와, 칼날이 네 가슴을 파고들 때의 온기를 기억한다. 그렇게 나는 크림슨 극단을 파괴시켰다고 믿었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나는 결국 실패했다. 그렇지 않나?
너는 죽지 않았다.
죽음은 늘 곁에 있지만, 연극은 영원하니까.
영원, 그래. 그 후로 나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너의 작품을 연구했다……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나는 미련한 신도처럼, 너의 영원을 다 소진해버렸다.
결국, 나는 여기까지 왔고, 다시 한번 네가 그토록 자랑하던 연극, 성대한 죽음, 비극과 미학의 무대로 돌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 재앙이 너와 나를 위한 마지막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극단장, 존경하는 스승, 더 정확히는 너를 '트라고디아'라고 불러야겠지?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
루시안이 목에 있던 억제기를 풀자, 드러난 오리지늄 결정은 마치 곧 다가올 노래를 위해 기뻐하듯 반짝였다.
그는 극단장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고, 구름이 그의 등 뒤에서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