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붉게 물든 벨벳

AD-5언젠가 재회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11-13

모이라는 탈출 계획을 제안하고, 멜라니는 티피에게 배경 세트의 설계를 부탁한다. 그레타는 루시안을 찾아가,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새로운 남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한편, 창작의 고뇌에 빠진 스티븐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피


티피

달튼 씨의 죽음과 셸리 씨가 냉동고에 들어간 건 사고가 아니야……

티피

게다가 마이클 씨와 마리온 씨도 죽었잖아. 그것도 잔인한 수법으로……

티피

배후에 있는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 왜 이렇게 많은 목숨을 빼앗는 걸까? 왜 이렇게…… 잔인할까?

모이라

마이클 씨는 이미 예상했던 것 같아.

모이라

살해되기 전날 밤 나를 찾아왔을 때, 그렇게 심각한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어.

모이라

아마도 달튼 씨가 죽은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겁에 질려 이곳에서 도망치려 한 거겠지. 문제는……

티피

그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든 아니든, 더 이상 알 방법이 없다는 거지……

티피

최근에 일어난 모든 사건은 사람들이 말하는 5년 전 사고랑 분명 관련이 있어. 하지만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티피

살인범은 이제 사고사로 위장하지도 않고, 자신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거야. 혹시 우리한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어……

티피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이야.

모이라

……

티피

아, 미안해 몰리. 내 얘기 때문에 놀랐어?

티피

걱정 마. 이 섹터에 잔인한 살인마가 돌아다니든, 상대가 몇 명이든, 너는 내가 지켜줄게.

모이라

명탐정 씨, 그게 아니라……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어서.

티피

응?

모이라

마이클 씨는 이미 목숨을 잃었지만, 전에 부탁받은 일이 사라진 건 아니야.

모이라

그레타 씨가 얘기했던 탈출실은 지금쯤 이미 범인의 표적이 됐을 수도 있어……

모이라

만약 다른 탈출구를 개척하거나, 지상에 닿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면, 혹은 우리가 통과할 수 있는 배기구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모이라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어둠 속에서 우릴 노리고 있는 범인을 피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티피

몰리……

모이라

티피, 이 제작팀에 온 이후로 너는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주고 내게 마음을 털어놓은 사람이야.

모이라

내가 많은 일을 저질렀고, 너에게 폐도 끼쳤지만, 그래도 너는 언제나 내 앞에 서서 나를 감싸줬어. 심지어 마리온 씨가 내 이름을 잊어버렸을 때도, 너는 정중하게 주의를 줬지.

모이라

너는 계속 나를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고, 지켜줬어……

모이라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너를 지켜줄게.

티피

……

리베리 소녀는 이 제작팀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티피

이번 일이 끝나면 우리 함께 네 집에 가서 영화 보자…… 24시간 동안 공포영화만 보는 거야.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랑 린수 튀김도 시키고.

티피

네가 자란 곳을 보고 싶어. 그리고 네 그 다정한 언니도 어떤 모습인지 만나보고 싶고.

모이라

……좋아.

멜라니

내가 혹시 너희 자매들의 따뜻한 대화를 방해한 건 아니겠지?

티피

멜라니 씨, 여긴 어쩐 일로? 어시스턴트는?

멜라니

너희는 그레타의 메시지 못 받았니? 그레타가 모두에게 잔여 보수를 지급하고 이 제작팀을 해체했잖아.

멜라니

범인이 두려운 사람, 재앙이 무서운 사람, 촬영을 계속했으면 하는 사람…… 모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면 되고, 각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멜라니

그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내 겁쟁이 부하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더라고.

모이라

각자 마음대로요?

모이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레타 씨는, 아니, 사람들은 그 진정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나요?

멜라니

진정한 이유? 이렇게 된 마당에 과연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이 이동 섹터에서 도망쳐 경찰에 신고하는 게 더 편하지 않겠어?

멜라니

그것도 아니라면, 그레타의 말처럼…… 진실은 탐정놀이를 원하는 호사가에게 맡겨야겠지.

모이라

……

티피

그럼 당신은 우릴 왜 찾아온 건데?

멜라니

우리가 아니라, 너야, 백그라운드 페인터…… 티피.

티피

나를?

멜라니

그레타가 재앙을 찍으려는 그 대담한 발상은 인정해.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려는 건 내게도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지. 하지만 자연 배경만으로는 부족해.

멜라니

티피, 나는 영화에 대한 네 열정이, 이 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높다는 걸 알아. 너도 아마 이 프로젝트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들었겠지……

멜라니

그래서,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색채 감각도 뛰어난 너에게, 내 엔딩 장면을 위한 최고의 세트를 제작해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어.

티피

와……

티피

나도 하고는 싶지만……

모이라

티피, 멜라니 씨를 도와드려.

티피

몰리, 그 우비는…… 너 설마 정말 '탐험'하게?

모이라

응.

모이라

안심해. 나도 소품팀에 오래 있어서 이 섹터를 꽤 잘 알아. 별일 없을 거야.

모이라

아까 우리 얘기했던 거 기억나? 이건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티피

그래, 알았어.

티피

내가 멜라니 씨를 도와주고 나면 너를 찾아갈게!


루시안

들어와라, 미스 그레타.

그레타

문을 열기도 전에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루시안

너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레타

……

그레타

그날 당신이 찾아낸 그 작은 단서 덕분에, 내가 재앙을 촬영해야 한다는 계획을 어쩔 수 없이 앞당겨 발표하게 됐어.

그레타

좋은 타이밍이 아니야. 워낙 애브너와 스태프들이 나한테 불만이 많은 터라, 급히 중요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

그레타

내가 원한다면, 당신을 얼마든지 타인의 재물을 점유한 죄로 고할 수도 있어, 루시안.

루시안

하지만?

그레타

하지만 나는 내 위신을 세우기 위해, 혹은 화풀이를 위해 내 직원에게 벌을 주진 않아. 그때 당신의 잘못을 추궁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테니까.

그레타

이후에도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심지어 범인은 이제 자신의 만행을 숨기지도 않아. 하지만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당신만은 평소처럼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었지.

그레타

그래서 나는 깨달았어. 당신이 이곳에 온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루시안

……

그레타

그런데 이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팀도 해체됐겠다, 당신이 떠나든, 계약 기간까지 남아 있든, 모두 당신의 자유야.

그레타

당신의 역할도 이젠 끝이야.

루시안

아니.

루시안

미스 그레타, 네가 나를 찾아왔다는 건, 내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레타

……난 또 다른 '미스 듀폰'을 찾을 수도 없고, 죽어버린 세 '록펠러'를 되살릴 수도 없어.

그레타

지금은 시간도 일손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 난 반드시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적의 해결법을 찾아야 해.

그레타

루시안, 그렇다면 이제부터 당신이 주인공을 맡는 게 어때?


심야의 사무실, 거친 타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굴에 땀범벅인 페로 남성이 타자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최신 시나리오를 대충 훑어보곤 그 위에 담배꽁초를 눌러 꺼버렸다.

스티븐

결말, 결말, 결말……

스티븐

미스 듀폰은 결말에서 죽어야 하는데……

스티븐

“그녀는 둘째 록펠러와 함께 도망쳤고, 둘은 세상과의 모든 연락을 끊은 채 시골에서 한가롭게 지냈다.”

스티븐

“그러나 록펠러에게 남은 귀족 생활의 흔적은 너무나도 짙었다. 그는 미스 듀폰의 가짜 성씨를 모욕한 뒤 그녀를 떠났고, 결국 미스 듀폰은 절망 속에서 자해했다……”

스티븐

아니야, 너무 사실적이야……

스티븐

사치스러운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꼭 벌을 받아야 하나?

스티븐

이건 컬럼비아 역사상 부가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시대란 말이야. 내가 원하는 건 그 시대를 재현하고 관객들에게 평가받는 것이지, 내가 영화 속에서 그걸 직접 비판하는 건 아니야!

담뱃불에 생긴 자국은 시나리오 전체를 집어삼켰고, 스티븐은 힘껏 그 재를 날려버렸다.

스티븐

“미스 듀폰은 결국 어떤 록펠러도 선택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연인의 이름을 빌려 거짓된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사랑의 독성을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스티븐

“록펠러 형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복수 방법을 계획했고, 결국 미스 듀폰은 세 사람에게 동시에 살해당했다……”

스티븐

너무 진부해……

스티븐

선택을 하지 않고도 사랑의 수렁에 빠지는 건, 언뜻 보면 인과와 숙명 같지만, 사실은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격이지.

스티븐

마지막에 미스 듀폰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모습은 확실히 충격적이겠지만, 전개가 너무 허술해……

스티븐

“미스 듀폰 가족이 빅토리아 귀족 행세를 한 사실은 결국 만천하에 드러났다. 세 록펠러의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그들은 미스 듀폰을 제재로부터 지켜줄 순 없었다.”

스티븐

“미스 듀폰이 일생에서 유일하게 귀족 대접을 받은 것은, 진짜 듀폰가가 그녀를 사형시키던 순간이었으리라……”

스티븐

너무…… 형식적이야!

스티븐

플롯을 짜고 상징성을 추구했지만, 결국 《미스 듀폰의 죽음》에 있어야 할 광기와 낭만이 없잖아……!

스티븐

쯧, 또 원고지가 다 떨어졌네. 서류함에서 가져와야 하나……

스티븐

으악!

스티븐은 자신이 바닥에 던진 종이 뭉치를 밟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제야 그는 사무실이 자신이 버린 원고지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갈된 영감의 중앙에 누워,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절망한 듯 소리쳤다.

스티븐

스티븐 퀘이, 너 이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정신 좀 차려! 두 달 내내 결말만 다시 쓰고 있는데, 어째서 쓸만한 플롯 하나 생각해 내지도 못하냐!

스티븐

이건 네 오리지널 시나리오잖아. 네가 한 마디 한 마디씩 생각해 낸 스토리잖아. 설마 지금 자신이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는 거야?!

스티븐

만약 괴로움이 명작을 만들어 낸다면, 지금이야말로 네가 창작의 절정에 다다를 때 아니야?

스티븐

촬영이 끝나가고 있는 부담감, 재앙을 찍어야 한다고 들었을 때의 충격, 연쇄살인마가 몰고 온 공포…… 모든 게 다 갖춰졌잖아! 또 뭐가 부족한데?

스티븐

'영감의 신'? 웃기고 있네!

스티븐

그건 그저 그레타를 속여 넘기기 위한 변명일 뿐이야…… 네 신은 오지 않아. 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다고!

스티븐

……누구야……

스티븐

……결말을 생각해 낼 수만 있다면, 누가 찾아오든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