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T-1'타락'
라테라노 외부에 흩어져 있던 산크타들에게 거의 동시에 '타락'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라테라노에 하늘을 찌를 만큼 거대한 건물, 양육 신전이 언제부터인가 우뚝 솟아올랐지만, 사람들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크흠. 기도하겠습니다!
파베르 구역 센트럴 병원의 아픈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회복하실 수 있길 기도드립니다!
……
엄마, 아빠, 언니가 건강하고 늘 행복하길 기도드립니다!
주님의 가호가 늘 함께하길!
영적인 빛이 영원히 라테라노와 함께하길!
“르무엘, 실험 끝난 거 아니었어?”
“몰랐구나. 오늘 조사관이 결과를 알리러 학교에 왔었어. 과일 타르트까지 가져왔더라고!”
“파베르 구역 센트럴 병원에 입원했던 그 환자 둘이 오늘 퇴원했대…… 음, 그러니까 그 환자들이 회복한 거랑 우리가 두 달 동안 한 기도는 상관이 없다는 거지. 하하.”
“조사관이 속상해하지 말라더라. 제6청의 사회 실험일 뿐이었다면서.”
……
기도가 소용이 없다면……
우리는 왜 기도하는 거지?
또 뉴 볼시니에 관한 보고군.
지난 반년 동안, 17개의 이동도시와 쉴 틈 없이 무역 관계를 구축했어. 꼭 지칠 줄 모르는 트리케라비스트처럼……
물론 시라쿠사 전체에 새로운 씨앗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말이야.
뉴 볼시니가 시라쿠사의 다른 도시들과 교류하는 건 지지하지만, 《신도시 관리법》을 추진하는 건 지지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인가?
아제니르, 넌 카르네발레에서 돌아와서 말했지. 그 젊은이들은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그랬던 것 같군.
테르니 시에서 이런 얘기가 들리더군, 루푸카른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최근 한 여황은 끊임없이 법령을 발표하고 있고, 다른 한 여황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 우리의 이웃은 아무래도 변화를 절실하게 갈망하고 있는 모양이야.
사실 라이타니엔뿐만 아니라, 이 대지에 새로운 낌새가 충분히 나타났어. 시라쿠사는 더 이상 '패밀리의 일'에 시간을 더 쏟아서는 안 돼.
맞는 말일세.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표정이군.
곧 낮잠 시간이라 그렇다네.
이 옷감, 어떤 것 같아?
옷을 하나 맞춰줄까? 이 집 재단사가 옷을 잘 만드는데.
하하. 괜찮네.
그 수도복이 그렇게 좋은가?
나는 신부라네, 시칠리아.
하지만 이 도시에는 성당이 없잖아. 라테라노를 떠난 지 거의 70년은 되지 않았나?
68년이라네. 우리가 디저트를 사랑해 온 시간만큼 산크타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왔지.
하지만 돌아가서 볼 생각은 하지 않았잖아, 물론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긴 하지만 말이야. 성벽은 여전히 하얗고,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낙원은 그대로일 테니……
그게 아니었다면 나를 따라 시라쿠사에 오지도 않았겠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응?
요즘 수호총을 쥐면 자꾸 손이 떨리더군. 신성한 도시의 낡은 집에 물이 새는 건지……
우린 다 지난 시대의 사람이라네, 시칠리아. 그리고 늙은이들이 어떠한 일에 꽤 날카로운 직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하암……
저쪽 소파에서 한숨 자.
이 옷감의 선금만 치르고, 자리를 옮겨 자세하게 얘기해 보자고.
미안하네.
쿨쿨~
어떻게 된 건가요? 방금 선 채로 잠에 드신 건가요? 신부님, 신부님, 괜찮으세요?
쿠울……
……
……
이게 끝인가? 겨우 이 두 마디가?
저기요, 틸라. 보스는 괜찮으신 거죠?
무슨 일이죠?
저 서류들은 이미 확인이 끝난 것들입니다. 법무팀 분들이 형식만 조금 수정한 게 다인데, 굳이 오래 볼 필요가 있을까요?
클리프 씨가 보고 계신 건 그 편지 같아요.
그 개척지에서 온 편지요? '우드로'라는 사람이 쓴 걸로 기억하는데요.
하지만 편지에는 고작…… “안녕, 걱정 마.”…… 다섯 글자뿐이잖아요.
데이비스 타운의 일을 대충 듣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죠?
틸라, 반나절만 지나면 본함이 맥스 컬럼비아 특별구 항로에 진입해요. 우리가 특별구에 사업을 들이려고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지 아세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아요. 뒤에 있는 사람들과 고위 간부들 모두 보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보스의 온 신경이…… 저…… 아, 진짜!
클리프 씨는 본함 출발 전에 한 거물을 뵙고 오셨죠…… 잭슨이라는 사람이었죠 아마.
부, 부통령 각하를요?
그 말씀은, 보스께서 이번 특별구 회사들과의 협업에 대해 이미 컬럼비아 정부 측의 보장을 받았다는 건가요……
너무 흥분하지 마시죠.
블랙스틸 월드와이드의 일원이라면 '클립' 클리프를 의심할 필요는 없어요. 클리프 씨는 당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생각할 거고, 당신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걸 파악할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은 것도, 총기를 라테라노 밖에서 유통할 수 있는 무기로 만들어준 것도 클리프 씨예요.
우리의 사업을 개척지 구석구석까지 확장한 것도 클리프 씨죠. 컬럼비아 외의 많은 지역까지도 말이에요.
클리프 씨는 믿을 만한 리더이자, 남다른 산크타예요. 아닌가요?
그건 저도 동의하지만…… 틸라, 보스의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요. 아니면 저 다섯 글자짜리 '장문의 편지'가 너무 치명적이기라도 한 건가요?
……
다들……
가, 갑자기 왜 정전이?
어떤 멍청한 용병이 뭘 잘못 건드렸나요? 아니면 엔지니어링부가 점검하면서 선을 잘못 연결하기라도 했나요?
……
좋은 소식입니다, 좋은 소식이에요!
산불이 드디어 꺼졌어요.
세상에, 산의 절반이 다 탔어요. 흐윽……
앗. 우디 씨. 왜 그러세요. 다치셨나요?
쿨럭, 쿨럭…… 괜찮아, 심하지 않아.
우디는 불길이 가장 센 서쪽 채벌장에 갔었어. 불길을 뚫고 분리대를 만들었더라고. 휴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그 일대 개척 작업이 이제 막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포기할 수는…… 아냐 됐어. 제시카, 헬레나, 정말 조금밖에 다치지 않았어……
흑. 그럼 다행이네요.
참. 우디, 이거 읽어 볼래?
어? 엄청 두껍네요. 중요한 문서인가요?
블랙스틸에서 보낸 거야.
우디. 안 열어 보세요?
응. 보고 싶지 않아.
열어 봐. 저 두꺼운 게 다 수표일 수도 있잖아? 화재 피해를 복구하면 딱 좋겠네.
그럼 네가 열어.
진짜 내가 열어본다.
우와. 클리프 씨가 장문의 편지를 보내셨네요. 바닥에 닿겠어요.
……
야, 우디. 왜 그래?
머리가, 갑자기 아파.
편지 때문이야, 아니면 부상 때문이야?
……
오래 기다렸죠?
에젤 오빠!
생일 축하해요, 체첼리아!
이 케이크는……
이, 이건 으깬 고구마로 만든 거예요.
크림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서, 말린 채소를 잘게 썰어 올렸어요. 그나마 예쁜 색으로 골랐죠……
미안해요. 이게 최선이었어요…… '노예'가 구할 수 있는 물자는 제한적이라, 갈레나 님이 몰래 도와주셨어요.
최고야!
체첼리아, 소원을 빌어요…… 어떤 소원을 빌지 예상은 되지만…… 제가 계속 알아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 체첼리아의 아버지를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응!
하지만 오늘 내 소원은…… 에젤 오빠랑 함께 촛불을 부는 거야.
네?
엄마가 떠나고 에젤 오빠가 계속 날 도와줬잖아. 오빠는 공증소 일까지 포기하고 라테라노에서 카즈델까지 함께 와줬어.
이렇게 오랜 시간, 이렇게 긴 여정에서 에젤 오빠는 늘 체첼리아의 곁에 있어 줬지.
사실 알고 있어. 아빠의 고향인 이곳은 에젤 오빠에게 위험한 곳이라는 걸. 그리고 체첼리아에게 희망을 놓지 말라고 알려줬지.
그래서 생일의 마지막 의식은 에젤 오빠랑 같이 하고 싶어!
체첼리아……
좋아요.
에젤의 손이 따뜻해졌다. 에젤의 손을 잡은 체첼리아에게서 전해진 온기였다.
에젤은 으깬 고구마로 만든 생일 케이크와 기대에 가득 찬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흔들리는 촛불 너머로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기도문을 읊었다.
라테라노의 질서가 우리를 비추네♪
생명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네♪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네♪
라우니다드 동쪽의 동쪽엔♪
하얀색 신성한 도시, 라테라노가 있다네♪
……
아우렐라, 당신인가요?
조금 시끄럽네.
10분 후면 찬송 시간이거든요. 아이들이 연습하는 중이랍니다.
내가 말한 건 너야, 누에다.
……다 해결하셨나요?
한숨 돌려. 다 뒷마당에 묻었으니까.
몸에 묻은 피를 씻으실래요? 여긴 수시로 아이들이 들락거려서요.
왜, 아이들이 볼까 봐? 존경하는 누에다 수녀가 무시무시한 쇳덩어리 아우렐라랑 살인 모의 중인 걸 들킬까 봐?
그런 말씀 마세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없었을 거예요…… 당신이 총을 들어 주신 덕분에, 아이들에게 찬송가도 가르치고 자장가도 불러줄 수 있는 거예요.
흥……
아까 오신 분은 싱가스의 병사인가요, 아니면 진정한 볼리바르인의 유격대인가요?
차이가 있나? 뭐든 안 가리고 강도질을 일삼는 빌어먹을 *볼리바르 비속어*지!
라테라노를 벗어난 뒤에, 이렇게 똥통 같은 곳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전…… 전 알고 있어요. 당신의 고향인…… 라테라노에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당신의 무기, 옷차림, 생활 습관을 보면…… 언제나 라테라노 사람처럼 하고 있으니까요.
라테라노 사람이라고? 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네가 왜 라테라노교를 믿는지 모르겠어.
저는 볼리바르에서 자랐어요. 어릴 때부터 기댈 곳 하나 없던 저는 늘 *볼리바르 비속어*만 보고 자랐죠.
저는 이 땅에 무너진 집과 말라버린 논밭, 끝도 없는 세금과 피할 수 없는 전쟁 말고도 충분한 식량과 꽃, 그리고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너는 저 꼬맹이들도 그렇게 믿길 바라잖아.
한 사람만의 신앙은 신앙이라고 할 수 없어요. 모두가 서로 의지해야 해요. 지금의 저와 당신처럼요……
우리는 서로 의지한다고 할 수 없는데……
쉿…… 아우렐라. 당신은 라테라노를 수호하는 신성한 빛처럼 이곳을 지켜주고 있잖아요. 당신 덕분에 저는 신성한 빛이 내리쬐는 낙원을 상상할 수 있었어요, 가본 적은 없지만요.
쳇. 안 가는 게 좋을걸.
꼭 신성한 빛이 내리쬐는 낙원이 있다고 믿고 싶다고 해도, 그게 라테라노는 아니니까 다른 곳을 찾아봐……
어쨌든 이젠 이 수도원을 포기해야 하잖아.
……
이제 들어갈 시간이야. 수녀.
아이들이 네가 마지막 구절을 선창하길 기다리고 있어.
아우렐라……
응?
왜 라테라노를 떠났나요?
바보, 그건 내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야…… 단지 그뿐이야.
누에다가 성당의 문을 열었다.
라우니다드 동쪽의 동쪽엔♪
하얀색 신성한 도시, 라테라노가 있다네♪
그곳의 땅은 폭발하지 않아♪
그곳의 들판엔 보리 이삭이 자라지♪
그곳엔 어머니처럼 인자하신 성군이 계시네♪
그분은 모든 기도를 듣고,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지♪
그분은 모두를 사랑하시네♪
팔다리가 온전치 못하더라도♪
……마지막으로 하는 공식 저녁 기도가 되겠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이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곳에서 최대한 조용히 지냈어. 싱가스의 귀족이나 유격대라 칭하는 폭도들의 눈에 띄지도 않았지.
하지만 그 녀석들이 탈세자와 도망자의 흔적을 쫓다 이 수도원을 발견했고, 우리 농장과 버든비스트를 노리기 시작했어.
아우렐라가 주변 상황을 다 파악했다고 해. 오늘 저녁에 우리를 데리고 근처 협곡을 넘어 떠날 거야.
북쪽을 따라 평원으로 갈지도 모르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정글 지대로 갈지도 몰라. 아주 긴 여정이 되겠지만, 다행히 올해의 작물은 다 수확했고, 식량도 넉넉한 상태야……
수녀님……
걱정 마, 휴고.
아우렐라, 나, 휴고 너 자신과 네 곁에 있는 사람을 믿어. 그리고 '라테라노'도……
목소리 떨지 말고, 가사를 잊어버리진 않았지?
라우니다드 동쪽의 동쪽엔♪
하얀색 신성한 도시, 라테라노가 있다네♪
그곳의 총포에서는 불꽃이 나오네♪
그곳의 과녁은 사과라네♪
성당의 창문 너머로 태양이 저물어가는 모습이 누에다의 눈에 비쳤지만, 줄지어 서 있는 산크타들의 광륜은 아직 빛나고 있었다.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이 찬송가는 이미 수없이 불렀던 것이다. 길고 고된 여정을 걷던 성도가 쓴 것이라고 하는 이 찬송가는, 여러 차례 전해진 끝에 볼리바르의 철학자가 각색한 것이라고 하며, 이미 백 년이 넘었다고 한다.
신앙은 헌신적이며, 찬송가에는 혼이 담겨 있다. '라테라노'가 이들이 앞으로의 고난과 어두운 나날들을 견딜 수 있도록 보호할 것이다.
……!
이건?!
약간의 빛을 남기는 것마저 잊은 태양이 급하게 저문 탓에, 성가대 산크타들의 광륜과 날개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고, 질서도, 빛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누에다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쿠쿨칸의 전승 덕분에, 누에다는 다양한 지식과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광경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나 기호는 기억 속에 없었다.
누에다는 중얼거렸다. 찬송가를 멈추는 것도 잊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곳엔 아버지처럼 인자하신 성군이 계시네♪
모든 악인을 벌하시고, 모든 불의를 없애주시지♪
그분은 모두를 사랑하시네♪
상처가 있어도, 돌이 자라나도♪
진심으로 기도하면, 양식을 내려주시지♪
그분께 달려가면, 구원을 내려주시지♪
*라테라노 비속어*……!
……
아제니르, 네 광륜이……
*시라쿠사 비속어*!
무, 무슨 일입니까?
조용, 조용. 어떤 녀석이 훈련장에서 총을 테스트하면서 파라미터 교정을 안 하고 쏜 바람에 전력 공급망이 손상된 거예요.
엔지니어링부가 이미 현장으로 갔으니, 곧 전기가 들어올 거예요. 근데 이상하네요. 자꾸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빛이 하나도 없이 컴컴하니, 당연히 이상하죠……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왜 클리프 씨의 광륜이 안 보이는 걸까요? 원래라면 형광등처럼 반짝거리고 있어야 하는데……
……
클리프 씨?!
우디, 내가 의사를 불러올게!
우디 씨, 흐윽……
……
에젤 오빠, 광륜이랑 날개가 왜……
타락인가……
어째서……
체, 체첼리아 때문이야?
윽…… 라테라노가……
르무엔 씨!
후우…… 멀리서부터 보고 계속 불렀는데, 안 들리셨나 봐요……
아. 미안해. 지금 막……
아이고. 제가 깜빡했네요. 오늘 처음 출근하신 거였죠?
이제 '존경하는 르무엔 추기경'이라고 불러야겠죠?
……닭살이 다 돋네.
하하.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서 추기경 보좌관이 되고, 추기경까지 승진하는 데 고작 2년밖에 안 걸렸다고 했죠?
제7청의 기록을 깼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휠체어 스피드 사격 대회의 기록을 깬 것보다는 느려서 아쉬운데.
네?
농담이야.
저는 언제 르무엔 씨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세 블록에 있는 약 200명의 주민이 네가 배달하는 신선한 치스티밀크를 기다리고 있잖아? 만약 그게 없다면 아침 식사용 과일 타르트랑 식후 디저트도 쓸모가 없어지겠지……
게다가, 라테라노에서 추기경이 처리할 외교나 국가 안보 문제가 얼마나 되겠어?
우리 둘 중 누가 라테라노에 더 중요한 사람인지 단언하기는 어려울걸.
하하. 그렇네요. 그럼 저도 얼른 일하러 가봐야겠어요!
평소대로 치스티밀크는 문 앞에 둘게요. 2인분 맞죠?
응.
그러고 보니 르무엘 씨는 용문에서 물류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제약 회사에서 보안 업무를 맡고 계신 건가요……
오랫동안 못 봬서 보고 싶네요.
엘 그 녀석,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올지도 몰라. 근데 냉장고가 비어 있기라도 해봐, 아마 엄청 성질을 부리겠지, 하하.
하긴, 그렇네요.
앗, 참. 여기서 제7청까지는 약간 돌아가야 하는데, 어째서……
오랜만에 만날 친구가 있거든.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봬요, 르무엔 추기경님.
평온한 하루에 율법이 우리 곁에 있기를.
안녕.
르무엔은 가는 길에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모퉁이를 돌아 평범한 거리로 들어갔다.
깨끗한 거리에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웠고, 산들바람이 공기 속에 달콤한 향기를 퍼트렸다. 점차 주변이 조용해졌다. 르무엔은 오늘의 목적지에 거의 도착해 가고 있었다.
르무엔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틀림없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이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르무엔은 늘 그랬다.
혹은, 라테라노인들은 늘 그랬다.
“평온한 하루에 율법이 우리 곁에 있기를.”
르무엔은 작은 소리로 읊조렸다.
길의 끝에는 우뚝 솟아 구름에 닿을 듯 유난히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유선형으로 지어진 건물은 주변의 낮은 성당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우뚝 솟아 있다'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처음부터 쭉 그 신성한 도시에 있었던 것 같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은 르무엔을 환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