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불타버린 엘레지여

EA-ST-3마지막 페이지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5-08-28

에블라나는 쓰러졌지만, 도시의 보랏빛 불꽃은 점점 더 거세진다. 로흐시니, 네모스, 브리지드 세 사람은 각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번째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등장 오퍼레이터: 네크라스, 브리지드,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어머니와 검은 안개가 결전을 벌이기 전, 숲속의 영혼수호자는 어머니를 찾아와 아직 딸을 위한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상기시켜 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검은 안개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 결정한 상태였고, 영혼수호자가 옛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결국, 전통에 따라 딸의 영혼을 보살피기로 했다.

장례식에서 어머니는 딸의 영혼을 상징하는 보랏빛 모닥불 앞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쏟아지는 눈물은 도시를 태우던 불꽃을 꺼트렸고, 장례식의 보랏빛 불꽃마저 거의 꺼트렸다.

영혼수호자는 아직 검은 안개와 싸우러 갈 것이냐고 어머니에게 물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곧 사그라질 모닥불을 보며 말했다.

“내겐 지켜야 할 한 나라의 백성이 있어. 난 그들을 포기할 수 없어.”

어머니가 이 말을 하는 순간, 희미한 보랏빛 불꽃이 밝고 화려한 주황빛으로 변했고, 부활한 딸이 불길 속에서 천천히 나와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작가

이게 끝이에요. 진정한, 끊기지 않은……

작가

……결말이죠.

신비한 여인

축하해. 진실을 찾았네.

작가

해피 엔딩입니다. 해피 엔딩이에요!

작가

당신 덕분이에요! 자, 건배하죠. 이 잔을 비우고 난 뒤, 이야기의 결말을 써서 공개해야……

작가

아…… 공개하는 건 어렵겠네요. 그래도 끝을 냈으니까……

신비한 여인

장례식, 모닥불, 부활…… 제대로 다 보긴 했네.

신비한 여인

설마 너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 줄이야. 도망친 후 다시 나 시어셔에 돌아올 용기 말이야……

신비한 여인

'성악가' 씨.

'성악가'

적어도 결말은 좋지 않나요? 에블라나는 죽은 자들을 데리고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성악가'

그리고 로흐시니 전하,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바치겠어요. 이걸 공개해도 좋고, 묻어도 좋고, 저와 같은 더블린 잔당들과 함께 사라지게 해도 괜찮아요.

[CG: 59_i12]
신비한 여인

좋네……

신비한 여인

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성악가'라는 이름을 쓰며 너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널 너무 과소평가했군.

'성악가'

당신……

'성악가'

잠깐? 뭐라고요?!

'성악가'

로흐시니가 아니야, 당신은…… 에블라나?!

본래 '성악가'였던 사람은 정신을 못 차리며 팔을 허우적거렸고, 술을 테이블에 쏟고 말았다.

'성악가'

당신은 이미 죽었어요! 살아 있으면 안 되잖아요?! 두 번이나 죽지 않았나요? 창으로 한 번, 불꽃으로 또 한 번……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성악가'

……

'성악가'

아니면 제가 죽기라도 한 건가요? 하하, 하하하. 장난치지 마세요…… 이미 죽은 붉은 용, 당신이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세요!

'성악가'

그래, 그거네. 당신은 거짓말을 한 거네요. 당신이 죽은 게 아니고, 당신이 로흐시니를 죽였던 거예요. 이 모든 건 허상이에요, 전부 거짓말이라고요!

에블라나

만약 사실이 정말 그렇다면, 네 이야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성악가'

제…… 이야기라뇨?

'성악가'

……

에블라나

아, 드디어 진정됐네.

'성악가'

당신은 살아 있으면 안 돼요, 절대로……

에블라나

나에게 죽음은 영원한 잠이었던 적이 없어. 내가 생명을 맘대로 부릴 수 있듯, 죽음도 똑같아.

에블라나

네가 이야기를 끝낸 걸 봐서 특별히 말해주지, '작가'. 중요한 건 오직 불꽃이야.

'성악가'

……보랏빛 불꽃.

에블라나

보랏빛 불꽃, 네 이야기 속에서는 마치 허상처럼 등장하지만, 그건 절대 그런 허구나 거짓이 아니야.

에블라나

근데 확실히 오랜 전쟁 중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불꽃을 나눠줬고, 불꽃도 약해졌지.

에블라나

하지만 불꽃은 번질 수 있어. 삼킬 수 있고, 혼자서 커질 수도 있지.

에블라나

그때, '가스트렐'호에서 나흐체러르와 전쟁을 벌인 후, 내겐 그 불꽃이 매우 필요했어. 그래서 들판에서, 유적지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증식하는 불꽃을 다시 거두었지.

'성악가'

하하, 고리대금업자가 따로 없군요……

에블라나

혈세를 징수하는 건 왕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 아니었던가?

에블라나

다른 게 있다면, 평범한 왕은 혈세를 거둬서 자신의 병력을 보강한다는 거야. 그들은 길어봐야 몇백 년이면 자신들에게서 떠날 영토와 백성을 차지하려고 경쟁하지.

에블라나

하지만 난 달라. 나는 거두어들인 혈세와 붉은 용의 불꽃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었고, 생명과 죽음을 연결해 생사의 경계에 갇힌 사람들이 날 우러러볼 수 있게 했지.

'성악가'

그건 헛소리예요……

에블라나

네게는 헛소리나 다름없겠지, 왜냐하면 넌 이해할 수 없거든. 한 나라를 불태울 수 있을 정도의 죽음이 주인에게 되돌아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이야.

에블라나

그건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원한, 슬픔 그리고 분노야. 그게 전부 내게 모였을 때, 과연 내 의식과 몸이 그냥 조용히 사라지기만 했을 거라 생각해?

'성악가'

원한의 노예로 전락하다니,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결말이군요……

에블라나

네 이야기 속에 등장한 내 대사, 잊었어?

에블라나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고 있던 것들은 단지 우연히 내가 손쉽게 휘두르기 좋은 형태가 된 것뿐이라고.

에블라나

내가 정말 네가 말한 것들의 노예로 전락했더라면, 너를 보자마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겠지.

'성악가'

……당신은 미쳤어요!

'성악가'

그래서 당신은 웰링턴을 검은 숲에 주둔시켰고, 야간 통행금지까지 연장하면서 나 시어셔 전역을 봉쇄했던 거군요. 처음부터…… 나 시어셔를 살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거예요!

에블라나

검은 안개, 웰링턴, 이 불쾌한 수수께끼들을 밝혀줘서 정말 고마워.

에블라나

혹시 '가스트렐'호에서 봤던 실버록 블러프스 전투가 아직 술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네 꿈에 종종 나타나지 않아?

에블라나

너한테 달라붙어 사라지지도 않지? 그게 아니었다면, 넌 사람들의 머리 위를 먹구름처럼 맴도는 검은 안개를 묘사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을 거고, 검은 안개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 실패하지도 않았겠지.

에블라나

야간 통행금지가 시작됐을 땐 문제 없었어. 그때 나 시어셔에는 잡히지 않았던 빅토리아 염탐꾼이 몇 명 있었거든.

에블라나

로흐시니가 나 시어셔로 왔을 때, 웰링턴 공작은 나 시어셔에 대한 봉쇄를 갑자기 강화했어. 그건 두 붉은 용에 대한 소식이 누설될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지.

'성악가'

그렇다면 다시 돌아온 식량은……

'성악가'

아, 교관은 당신의 가장 가까운 부하이자, 웰링턴의 적철 근위대 대장이군요. 교관은 식량을 구하러 간 거였고, 웰링턴은 그의 체면을 세워 준 거였고요……

에블라나

로흐시니가 나 시어셔를 떠나 영혼수호자를 찾으러 갔을 때, 웰링턴은 그냥 실망했을 뿐이야.

에블라나

로흐시니한테 고마워해, 만약 실망한 웰링턴이 나 시어셔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았다면, 넌 검은 숲에서 절대 탈출할 수 없었을 테니까.

에블라나

근데, 네가 꼭꼭 숨기려고 했던 그 연회 말인데……

에블라나

설마 기억 속에서 그 연회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미화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성악가'

하, 하하, 그럴 리가요……

'성악가'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권력을 놓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됐죠? 단지 장소를 바꾼다는 명목으로 당신이 데려간 더블린은 결국 어떻게 됐나요?

에블라나

네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알려줄게, '검은 안개가 집어삼켰어'. 말 그대로야.

'성악가'

……

'성악가'

하지만 로흐시니는 결국 당신을 죽인다는 결심을 내렸고, 웰링턴 역시 당신의 터무니없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어요!

'성악가'

당신의 변이된 보랏빛 불꽃이 육체를 남겨줬다고 치죠.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생각이죠? 망자의 군대로 타라를 탈환하기라도 할 건가요?

'성악가'

전 당신을 돕지 않을 거예요, 살아있는 사람 중에 당신을 도울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당신은 다신 나타나지 않을 죽은 자들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 거예요!

에블라나

후훗.

에블라나

아무래도 넌 정말로 더블린의 '성악가'가 될 수 없을 것 같네.

에블라나

넌 네가 두 눈으로 봤던 것, 마음속으로 믿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이것들이 공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도 못했지. 결국 자멸을 선택했고.

에블라나

그런데 있잖아, 모든 것들이 정말 네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갔다고 믿어?


진중한 부하

공작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캐스터 공작

들어와라.

캐스터 공작

급한 건인가?

진중한 부하

아닙니다. 공작님……

진중한 부하

공작님, 이 편지에 찍힌 도장을 보셨으면 합니다. 지난 50년간의 보존 기록 중에는 없는 것입니다……

캐스터 공작

타라?

진중한 부하

……

캐스터 공작은 부하의 양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역사의 어느 구석에서 끄집어낸 엠블럼이 편지의 가장자리에 찍혀 있었다.

젊은이들은 한 번도 본 적 없을 것이고,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은 잊어버렸을 것이다. 오직 역사를 가슴에 품고 사는 그런 사람들만 이 엠블럼이 어디의 것인지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진중한 부하

저희로선 이 엠블럼이 타라의 것인지 아니면…… 게일 왕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캐스터 공작

자네가 문장학 고찰에 흥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

진중한 부하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캐스터 공작

우린 이 문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알면 된다, 그거면 충분해.

“캐스터 공작에게 고함.”

캐스터 공작

이걸 열어 편지를 읽어줘.

캐스터 공작

천천히.

진중한 부하

네.

진중한 부하

인사말은 없습니다……


“그동안 보내온 서신은 다 읽었어.”

“답장을 미룬 건, 모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야. 이제, 때가 됐어.”

“이 서신이 발송된 날부터, 나 시어셔를 비롯한 회색 산지 남쪽 지역의 계엄 조치는 모두 해제된다……”


신문팔이

호외, 호외!

신문팔이

타라 전역의 계엄령이 내일 자정부터 공식 해제!

신문팔이

출판 규제 완화, 예술계가 다시 살아난다! 새 규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면 특집기사를……

느긋한 주민

이제야 이 술집을 제대로 된 술집이라고 부를 수 있겠군.

술집 사장

그러게, 야간 통행금지가 없으니 이제 다들 마시고 싶을 때까지 마셔도 돼.

술집 사장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야. 오늘은 공짜로 줄게.

느긋한 주민

진…… 진짜?

느긋한 주민

도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가게가 거덜 나는 게 두렵지도 않아?

술집 사장

그쪽이나 신경 쓰지 그래? 대낮에 불은 왜 켜놨어?

느긋한 주민

쯧, 까먹었군.

느긋한 주민

요즘 날씨가 따뜻하길래 집을 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어.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고 어젯밤에 생각했는데, 불 끄는 것도 잊어버렸군.

느긋한 주민

맥주나 하나 더 줘, 오늘은 제대로 피로를 풀어야겠어.

술집 사장

자.

느긋한 주민

근데 생각해 보면, 피곤하지 않은 게 되려 더 무섭다니까. 피곤한 게 맞는 거잖아, 피곤해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아니지, 만약 살아있는 게 아니라면, 아냐 잠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술집 사장

삶.

느긋한 주민

그래, 삶.

술집 사장

거기 여자분, 이쪽으로……

걱정하는 주민

……

술집 사장

엠마구나.

걱정하는 주민

미안, 이제 가볼게.

술집 사장

농지로 일하러 가?

걱정하는 주민

맞아.

술집 사장

작년엔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식량을 반출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농지에서 많이 애쓰고 있다고 들었어. 술 한잔 대접할게.

걱정하는 주민

고마워……

느긋한 주민

삶을 위하여.

술집 사장

타라를 위하여.

걱정하는 주민

타라를……

엠마는 한 손으로 맥주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 있는 작년 겨울에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목걸이를 꽉 쥐었다.

엠마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목걸이를 돌려주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고, 자기도 모르게 이 말을 뱉었다.

걱정하는 주민

……타라를 위해 생명을 잃은 동포들을 위하여.


모란

브리지드 씨, 또 가려고요?

브리지드

응, 들판으로 돌아가야 해. 버든비스트 무리가 날 기다리고 있거든.

브리지드

그리고, 로흐시니가 내게 찾아보라고 했던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 말인데, 아직 못 갔거든. 같이 갈래?

모란

기회가 되면, 저도 가볼게요.

모란

그나저나, 우리를 나 시어셔로 돌려보내 놓고, 당신은 남지 못하는 건가요……

브리지드

못하는 게 아니야. 난 그냥 선택했을 뿐이야, 너희가 이곳에 머물기로 선택한 것처럼.

브리지드

영혼수호자도 도시로 돌아갔다면, 나 대신 안부 전해줘.

모란

직감인가요?

브리지드

정확하진 않아.

브리지드

그래도 최소한 이곳에서 이제 더 이상 탄내가 나진 않아. 마치 새싹이 돋아나는 듯한 향긋한 냄새, 아침 이슬 냄새가 나.

브리지드

교관, 안녕.

모란

……

교관

……

브리지드

서로 알아?

모란

알기만 할까요, 약간의 악연도 있죠.

모란

여긴 왜 왔죠? 도시에는 적철 근위대가 출동할 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요.

교관

휴가야. 이미 세상을 떠난…… 비열하지만 어쨌든 나와 함께 전투를 치른 사람들을 추모하러 왔어.

교관

망명하다가 죽은 동포를 위해 복수를 하려거든 마음대로 해. 휴가 기간에 사적으로 싸우는 건, 군에 대한 도발로 치지 않으니까.

모란

……셀몬과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죽인 건 당신이 아니잖아요.

모란

당신이 한 일은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대신, 기억만 할게요.

교관

그래……

교관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니,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벨테인, 또는 불꽃제. 이미 사람들에게 잊힌 축제지만, 머지않아 부활한다.”

“불꽃의 봉송은 오크 그로브 카운티에서부터 시작한다.”


네모스

계속 말이 없으시네요, 긴장되나요?

로흐시니

아니, 그냥 생각 중이었어. 책에서만 나오던 장면을 정말 실현할 수 있다니.

로흐시니

봄이 끝나는 그날, 사람들은 집의 모든 불을 끄고 한곳에 모여 다시 불을 지펴. 5월의 연회, 모닥불의 연기와 재가 흩날리는 가운데에서……

로흐시니

새로운 계절,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거야.

알려주는 목소리

로흐시니 전하, 몇 분 뒤 점화 의식이 시작됩니다……

네모스

네, 알겠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로흐시니

어쩌면 이 순간을 너무 오래 기다렸는지도 몰라, 꿈보다도 더 현실 같지 않은 것 같아.

로흐시니

네모스, 실은 나 지금 너무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나 시어셔에 있었던 그때는 너희들이 날 대신해서 노래를 불러 줬으니…… 이번에는, 내 손에 쥔 이 불꽃이 노래하게 해줘.

네모스

참, 로흐시니 전하,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에블라나 전하에 관한 일인데……

알려주는 목소리

로흐시니 전하, 시간이 다 됐습니다!

로흐시니

미안해, 네모스. 의식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

드라코가 앞으로 걸어갔다.

연단 대신 마련된 유적지를 본뜬 석대. 그 위에 놓인 모닥불에 불을 붙이기 전, 그녀는 돌아섰다.

광장에는 숨을 죽인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로흐시니

천 년 전, 빅토리아의 드라코가 타라를 침입했다. 게일 왕은 굴욕 속에서 왕위에 올랐고, 유목민이었던 타라인들은 자유를 잃었다.

로흐시니

600여 년 전, 당시 왕이었던 게일 왕은 빅토리아인들의 모든 것이 자신의 왕성에서 고착되어 가는 것을 내버려두었다.

로흐시니

200여 년 전, 아슬란은 빅토리아의 왕위를 찬탈하였고 다시 타라의 염원을 짓밟았다. 하마터면 우리의 언어마저 사라질 뻔했지.

로흐시니

하지만 지금, 타라는 독립했다.

로흐시니

내가 굴욕의 역사를 다시 언급한 건,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로흐시니

만약 빅토리아어로 쓰인 노래를 아름답게 부를 수 있다면, 그 노래를 불러라.

로흐시니

만약 타라어로 기록된 전설이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전설을 읊어라.

로흐시니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살아있는 자에게 삶의 존엄을 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죽은 자에게 다시 만날 것이라 약속했다는 것을……

로흐시니

우리는 추운 밤에도……

로흐시니

따뜻한 불꽃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로흐시니

그래서, 나 로흐시니 더블린은 타라의 유일한 드라코 후손으로서……



“나는 신생을 상징하는 불을 지필 것이다. 이 불꽃이 살아있는 자, 죽은 자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앞길을…… 밝힐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진중한 부하

“편지와 함께 이동도시 출입 신청 양식을 동봉한다.”

진중한 부하

서명…… '타라 왕국'.

진중한 부하

공작님, 이…… 이건 그야말로 대역무도한 짓입니다……

캐스터 공작

타라는 본래 빅토리아 황제의 왕관 중 하나야. 그리고 편지의 내용 어디에도 이를 부정하는 내용은 없지.

캐스터 공작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피하고자, 붉은 용은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는 '대관식'을 무기한으로 미루기까지 했어.

진중한 부하

하지만 실상은……

캐스터 공작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발표자, 태생부터 의롭지 않은 귀족 녀석들, 주도를 포위하고 있는 군대,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민심…… 이 모든 것들을 잠재웠지.

캐스터 공작

지금 이 사람들이 말하는 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게일 왕의 전설'이다.

캐스터 공작

단기적으로 보면, 웰링턴의 영지 내에서 일어나는 혼란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전설은 그 어떤 혼란보다도 큰 위험이 될 거야.

캐스터 공작

타라는 절대 빅토리아를 벗어날 수 없어.

캐스터 공작

웰링턴이 영지 전체를 이동도시로 옮겨 떠나지 않는 한, 난 그와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고, 모든 대공작 역시 나와 똑같이 행동할 거다.

진중한 부하

네, 공작님. 관련 내용을 장기적으로 소통할 만한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로흐시니

드디어…… 후……

네모스

잘했어요, 정말로 잘했어요.

로흐시니

고마워.

로흐시니

참, 의식 전에 에블라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잖아. 무슨 일이야?

네모스

에블라나의 시신을 아직 못 찾았어요. 그녀가 정말 죽지 않았다면, 언젠가……

네모스

붉은 용의 부활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생겨날 거예요.

로흐시니

어떤 이야기? 붉은 용의 부활은 사실 죽었다 되살아난 게 아니라, 2명의 붉은 용끼리 서로 죽였다는 얘기?

네모스

어쩌면 그것보다 더 끔찍할지도 모르죠.

로흐시니

이해했어. 넌 에블라나가 돌아와서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전부 나의 음모였다고 말하는 게 두려운 거구나.

네모스

게다가 저희에겐 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네모스

그날 밤, 당신이 에블라나를 죽인 후 에블라나의 시체는 사라졌고, 제가 끌고 간 것이 사실 유해가 아니라 텅 빈 관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로흐시니

맞아.

로흐시니

사실 언니의 창에 있던 마지막 불꽃으로 관에 불을 붙인 건 나야.

로흐시니

도시 밖으로 나가 웰링턴을 찾은 것도 나고, 웰링턴에게 우리의 계획을 전부 털어놓은 것도 나야. 그 대가로 웰링턴이 계속 관망하도록 설득해,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는 걸 미루게 했지.

로흐시니

내가 자발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에블라나에게 불꽃을 돌려주게 했고, 생명의 불꽃으로 죽음의 불꽃을 대신하게 했어…… 그리고 나는 빛나는 불꽃 속에서 걸어 나왔고.

로흐시니

나 시어셔 요새의 발코니에서 이미 다 얘기했던 내용 아니야?

로흐시니

에블라나가 남긴 건 반드시 죽어야 하는 결말이었고, 이 결말은 오직 단 하나의 기적으로만 구제할 수 있었어.

네모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으로.

로흐시니

지금, 난 되려 영혼수호자의 귀환이 더 기적이었던 것 같아.

로흐시니

에블라나가 '추방된 왕'을 깨우지 않았더라면, 브리지드가 수백 년 동안 전해진 이야기를 영혼수호자의 캠프에 전하지 않았더라면, 모란의 설득이 없었더라면……

로흐시니

이 기적은 우리 둘만의 힘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네모스

……

로흐시니

여기까지 왔는데, 더 두려워할 게 있을까?

로흐시니

에블라나는 내가 왕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길목을 다 차단했어.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 자신을 타라에 바치는 것과……

로흐시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심판을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뿐이야.


'성악가'

네모스가 빈 관을 끌고 다녔다고요?! 로흐시니가 처음 당신을 죽였을 때부터 '붉은 용의 부활'을 짜고 있었다는 건가요?

'성악가'

거짓말! 당신은……!

'성악가'

참, 웰링턴도 있죠. 웰링턴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포위 중인 군대를 철수했어요.

에블라나

하아,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네.

에블라나

진심으로 철의 공작과 양심을 논하고 싶어?

'성악가'

그에게 약속하지 않았나요? 당신의 계획으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에블라나

난 단지 '가스트렐'호에서 만약 로흐시니가 돌아오길 원한다면 타라의 항로를 바꿀 수 있다고 약속했던 것뿐이야.

에블라나

죽음의 불꽃을 뿜는 붉은 용, 죽은 자로 가득 찬 귀혼대, 두 손에 피를 잔뜩 묻힌 더블린…… 이 모든 건 어둠 속으로 가라앉겠지. 그리고 타라인은 유일한 붉은 용 밑에서 단결할 거야.

에블라나

물론, 공작은 나 시어셔 사람들이 죽을 운명이란 건 몰랐을 거야. 난 알았지만.

에블라나

죽을 운명인 도시 하나를 내주고 탄탄하고 안정적인 타라를 얻는 게, 손해는 아니잖아?

에블라나

아쉬운 게 있다면, 공작이 로흐시니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만약 로흐시니의 성격을 좋아했다면, 일이 좀 더 순조롭게 진행됐겠지.

'성악가'

그건 궤변이에요! 당신은 웰링턴을 속였어요. 그리고 손해 볼 게 없다니, 그것도 궤변이에요! 나 시어셔인들은 죽지 않았어요, 그들은 살아 있다고요!

에블라나

그건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는 일이었어.

에블라나

그들의 목숨을 위해 로흐시니는 본인이 질색하는 권력을 잡았고, 시나 소설, 그리고 자신의 고결한 품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기적을 만들기로 선택했지.

에블라나

이건 지금의 로흐시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2~3년 전의 로흐시니였다면 할 수 없었겠지. 설마 넌 처음부터 기적이라는 것을 계산에 넣기라도 했다는 거야?

'성악가'

로흐시니가 실패했다면요?!

에블라나

실패했다면, 네가 여기서 맥주를 마실 수는 없었겠지.

에블라나

눈앞의 무언가를 반드시 제거해야 할 목표로 삼게 되면, 철의 공작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너도 익히 들어봤겠지.

이야기에는 많든 적든 늘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한때 작가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던 기억들이 마치 파도처럼 다시 머릿속에 밀려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했을 때, 그제야 그는 겨우 깨달았다. 자신에게 바다를 갈라놓을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성악가'

윽…… 악! 콜록, 콜록, 콜록……

'성악가'

……붉은 용……

'성악가'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진작 알고 있었어요!

'성악가'

다, 당신, 당신들은 나 시어셔 전체를 파괴할 뻔했어요…… 심지어 타라 전체를 우롱했어요!

에블라나

하나는 확실히 해야겠어. 난 그저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야.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건 고상한 품성이잖아?

에블라나

하물며, 너 역시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 부를만한 결말이라고 인정했잖아.

'성악가'

……!

'성악가'

아뇨……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이건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에요!

'성악가'

제 이야기는 그렇지 않아요!

작가는 눈앞이 하얘졌다. 그는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엎드리더니 흩날리는 종이를 잡으려 했다.

한 장, 두 장, 세 장. 그는 종이를 주운 뒤 만년필과 함께 종이를 손에 꽉 쥐었다.

'성악가'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에블라나

또 뭘 쓰려고? 내가 도울 수 있게 해줘.

'성악가'

아니……

'성악가'

싫어요!

작가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이 허름한 술집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벽에 등이 닿을 때까지 계속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마치 창을 쥐듯 꽉 움켜쥔 만년필로 종이를 마구잡이로 긋기 시작했다.

무언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종이에 남은 건 번진 잉크 자국일 뿐이었다. 결국, 작가가 중얼거리고 있던 것들의 음절마저 사라져 버렸다.

'성악가'

허억…… 아…… 으윽…… 으악!!

작가가 너무 시끄럽게 굴자, 술에 취한 사장이 결국 바 테이블에서 나와 작가의 멱살을 잡았다.

거친 술집 사장

미쳤어?

'성악가'

으! 컥…… 커억!

자신이 온전하게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작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를 쳐다봤다.

작가는 그녀의 손을 가리킨 다음,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무슨 의미인지는 아주 명확했다.

에블라나

넌 말을 못 해.

에블라나

방금 너무 흥분한 탓에 머리를 박았거나, 정신이 나갔던 거 아니야?

에블라나

아니면 굳게 믿고 있었던 게 사라졌기 때문인가?

에블라나

그게 너를 더블린에 들어가게 했고, 연회에서 자리에 머물게 했고, 도중에 나 시어셔로 돌아오게 했지……

에블라나

하지만, 이젠 너도 깨어날 때가 됐어.

작가는 몸을 떨며 만년필을 꽉 쥐고 자신의 손바닥에 글을 쓰려 했지만, 삐뚤빼뚤한 선만 몇 개 그을 뿐이었다.

에블라나

넌 결국 타라를 위한 완벽한 이야기, 그래, 도중에 끝나버리지 않은 완벽한 이야기를 썼어. 아주 마음에 들어, 멋진 이야기였어.

에블라나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네 것이 아니야, 나만의 것이지.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에블라나

잘 있어, '성악가'…… 아니, '작가'.

에블라나

안녕, 마지막 남은 더블린.

에블라나

죽음이 너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을 때, 넌 내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정말 기대돼.

여인은 작가를 힐끗 쳐다보고는 동전 몇 개를 테이블 위에 던진 뒤, 홀연히 그곳을 떠났다.

작가는 문득 생각났다.

1년하고도 6개월 전의 그날 밤, 양쪽 모두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리더의 그림자가 출발하고 난 뒤 보고하러 갔던 그날 밤에도 에블라나는 이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봤다.


선택지
  1. 그래서,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 분기 합류 —
???

지금 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든 상관없어. 이곳에서 난 그냥 네크라스일 뿐이니까.

???

네가 서명만 하면 되는 그 종잇장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선택지
  1. 오퍼레이터 네크라스.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뭐, 접두사가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 학자.

네크라스

지금 내가 더 신경 쓰이는 건, 이야기를 다 들은 네가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거야.

선택지
  1. 나 시어셔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읽어봤어.
  2. 누군가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어.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아무래도 내가 빼먹은 게 있나 보네, 그렇지?

네크라스

미리 나 시어셔에서 보낸 편지, 그리고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전달된 이야기…… 점점 더 잘하고 있네, 로흐시니.

네크라스

아마 나에 대한 모든 상황을 이미 네게 알렸겠지. 그래야 네가 나와 단둘이 만나, 이 암시로 가득한 이야기를 전부 들어줬을 테니까.

선택지
  1. 아니, 리드는 아직 네 '시신'을 찾지 못했어.
  2. 리드는 네가 여기 앉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몰라.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그렇다면 더욱 네 용기를 칭찬해야겠네, 학자.

네크라스

아, 로흐시니도 마찬가지야. 이제 로흐시니는 단순히 자격을 갖춘 댄스 파트너 정도가 아니야, 리드 댄서지.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네.

선택지
  1. 새로 손에 넣은 권력이 꽤 만족스러운 모양이군.
  2. 새로 손에 넣은 장난감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물론이야. 죽은 자의 권력이 살아있는 사람보다 크진 않겠지만, 더 오래 지속되고, 제한하기도 어려우니까.

선택지
  1. 하지만, 결국 싫증 내게 될 거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예전에 네가 손에 쥐었던 모든 것들처럼.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추종자, 충직한 부하, 국가, 고귀한 지위……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학자, 삶은 짧고 죽음은 아주 길어.

네크라스

아직 흥미를 돋우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많이 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죽음이 그들을 맞이할 때까지 꽤 흥미롭게 기다릴 수 있고.

선택지
  1. 그래서 남은 장난감을 리드에게 줬어?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날카로운 지적이야, 학자. 하지만 네 지적을 용서하지.

네크라스

네 지적은 편파적이긴 하지만 예리하기도 하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너 역시 내 흥미를 돋우는 사람이기도 하고.

선택지
  1. 도대체 네 목적이 뭐야?
  2. 내가 무엇으로 네 흥미를 끌 수 있다는 거지?
— 선택 1 —
네크라스

왜 일을 하는 데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하지?

— 선택 2 —
네크라스

나와 죽음은 이미 뗄 수 없는 관계야. 이런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끌리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네크라스

난 끌렸고, 그래서 이곳에 온 거야. 어쨌든 이곳은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거든. 네 곁에는 더더욱 가득하고 말이야, 친애하는 학자.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분기 합류 —
네크라스

훗……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네크라스

홍수가 모든 것을 덮치고 죽음이 밤처럼 따라올 때, 내가 너희의 재난을 비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내게 감사하게 될 거야.

네크라스

그때의 나?

네크라스

난 타라 리더의 아주 작은 그림자, '네크라스'일 뿐이지.

네크라스

그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