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불타버린 엘레지여

EA-3혼란과 충동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5-08-28

식량 수레가 도시로 돌아왔지만, 커지는 혼란을 막지 못한다. 로흐시니와 네모스가 찾아오기 전에 진실을 알게 된 쿨란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고, 조각상을 광장으로 끌고 가 파괴하려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브리지드


테오

으앗!

침울한 주민

누구야…… 테오?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

테오

죄, 죄송합니다! 로리씨, 라그란 거리에서 혹시 감자를 좀 살 수 있을까 싶어서요……

침울한 주민

꺼져!

테오

죄송합니다……

인력거꾼의 목소리

조심해! 버든비스트가 놀랐어! 피해!

침울한 주민

어이, 미쳤어?! 차에 치여 죽을 뻔했잖아! 멈춰!

침울한 주민

도망가시겠다?!

테오

로리 씨, 저기……

침울한 주민

아, 하하. 이게 인과응보인가? 차에 치였구나?

침울한 주민

가자, 이 자식. 이번에는 아무 데도 못 가. 나랑 같이 더블린을 만나러 가자. 배신자인 너를 넘기면 감자를 받을 수……

침울한 주민

아냐, 큰길은 안 돼! 다른 사람한테 이 스파이 녀석을 뺏기기라도 하면……

남자는 테오의 뒷덜미를 잡았다. 테오의 고통스러운 신음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평소 인적이 드문 골목 안쪽으로 끌고 갔다.


침울한 주민

거 참 이상하네, 왜 아직도 밖으로 못 나가고 있는 거지? 설마 내가 길을 잘못 알고 있었나?

멀리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

이리 줘! 감자 돌려 달라고! 네가 직접 가서 사! 봐, 저기 아직 남았잖……

멀리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

돌려줘!!

침울한 주민

남았다고?!

남자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가, 자신이 붙잡고 있던,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의 소년을 보았다.

침울한 주민

곧 죽겠군…… 곧 죽을 녀석에게 정보를 캐낼 수 있긴 할까? 더블린 나리들이 나한테 먹을 거를 주려고 할까?

침울한 주민

……배신자 녀석, 운 좋은 줄 알아.

남자는 자신의 소매를 꽉 붙들고 있는 테오를 내팽개치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테오

아파…… 내 다리……

테오

못 일어나겠어……

테오

엠마 아줌마……

걱정하는 주민

……누구야? 누가 날 불렀어?!

걱정하는 주민

네가 시키는 대로 했잖아, 난 이미 했다고! 더는 날 귀찮게 하지 마!

테오

엠마…… 아줌마!

걱정하는 주민

테오? 괜찮아?

테오

버든비스트 차에 치였고, 누군가 절 여기 버렸어요.

테오

엠마 아줌마, 전 빅토리아의 스파이가 아니에요. 살려주세요, 저를 쿨란 님한테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걱정하는 주민

빅토리아인…… 스파이?

걱정하는 주민

이렇게나 빨리……

테오

엠마 아줌마, 저 너무 아파요. 정말 너무 아파요.

테오

빅토리아인이 모두를 다치게 했다는 걸 알아요. 다들 절 싫어하고 제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고, 저와 접촉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테오

그래도…… 적어도 쿨란 님을 불러주실 수는 없을까요, 너무 아프고 추워요……

테오

엠마 아줌마, 제가 커서 빅토리아인에게 복수할게요. 닐스 아저씨 대신…… 복수할게요.

걱정하는 주민

(심호흡한다)

걱정하는 주민

테오, 만약 죽은 사람이 닐스 하나였다면 널 도왔을지도 몰라.

테오

엠마…… 아줌마?

걱정하는 주민

넌 닐스가 전쟁 중에 죽었다고 알고 있겠지. 하지만 전쟁에 나가지 않았는데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

걱정하는 주민

너희 빅토리아인이 교역로를 지금까지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어. 그리고, 그리고……

걱정하는 주민

내 뱃속에 있는…… 닐스의 아기까지.

걱정하는 주민

아기도 굶어 죽었어. 너희 빅토리아인 때문에 굶어 죽은 거야.

걱정하는 주민

그러니, 쿨란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은 다른 사람한테 해. 다들 나보다 좋은 사람들일 테니까……

걱정하는 주민

……아주, 아주 좋은 사람일 테니까.


쿨란

엠마, 정말 엠마가……

쿨란

어쩌다 이렇게 변했지?

브리지드

쿨란, 엠마를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날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엠마뿐만이 아닐 거야.

쿨란

그래, 혼자가 아니었겠지……

브리지드

……내가 뭐라도 잘못 얘기했어?

쿨란

아니, 아니야.

쿨란

전에 테오를 데리고 떠나고 싶어 했었지? 뭘 봤던 거야?

브리지드

테오가 괴롭힘을 당했어. 그리고 그건 아이들끼리의 싸움이 아니었어, 어른의 짓이었지.

쿨란

테오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처음 봤을 때, 내가 나섰었지. 그래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브리지드

사실…… 몇 번이고 계속 있었어. 그런 일은.

브리지드

이전에는 테오가 이 도시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불안, 나 시어셔가 테오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뿐이었지만, 설마 이런 일이……

쿨란

알겠어. 가 봐.

쿨란

알겠다고 했잖아.

브리지드

너……

쿨란

알겠으니까 가! 지금 당장! 지금은……

쿨란

지금은…… 나 혼자 있게 해줘, 부탁할게.

브리지드

……미안해.

대장장이는 멍하게 서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불꽃이 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쿨란

테오, 난……

쿨란이 놓친 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 그 속의 인과와 본질을 정리할 여력조차 없었다.

오직 하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었다.

쿨란

나 따위가 무슨 영웅이라고!

???

맞아, 네 따위가 무슨 영웅이냐?

대장장이는 주위를 둘러봤다. 공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거대한 용의 조각상만이 텅 빈 눈으로 자신을 의심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용

너 따위가 무슨 영웅이란 거지?

쿨란

나 따위가…… 무슨 영웅이냐고?

거대한 용

어떤 영웅이 날마다 무수한 적의에 노출되는 아이를 항상 욕설을 퍼붓는 인파 속으로 내던지는가?

거대한 용

어떤 영웅이 자신의 코앞에서 식량이 밖으로 빼돌려지는 것도 모른 채, 먹을 게 없는 사람들에게 고작 감자 몇 알만 나눠주는가?

거대한 용

어떤 영웅이 도시가 혼란에 빠졌는데도 조각상의 대좌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으로 알량한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종일 공방에 틀어박혀 쇠만 계속 두드리는가?

쿨란

뭐라고?!

쿨란

그건…… 절대 내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게 아니야. 난…… 영웅의 이름으로……

거대한 용

과거, 네가 네모스에게 말했던 것처럼,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은 동포들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건가?

거대한 용

지금처럼?

쿨란

……지금 ……처럼?

거대한 용

네가 지켜야 할 약자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용

네가 실현하려던 정의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거대한 용

행복하게 해주려던 동포들…… 엠마, 로리. 그들이 정말 네 동포가 맞나?

거대한 용

과거에 살고 있는 죽은 자라 생각하지 않나?

쿨란

과거에 살고 있는…… 죽은 자?!

거대한 용

게다가 그들은 너와 다르다. 네 알량한 허영심은 아직도 미래를 꿈꾸지만, 그들은 어떻지? 그들은 과거에 얽매인 썩어가는 좀비일 뿐이다.

거대한 용

네 동포라는 건, 불길 속에서 가져온 고물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불쌍한 녀석인가?

거대한 용

아니면, 유산된 태아 때문에 무고한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외면한 밀수꾼인가?

거대한 용

그것도 아니면, 이변을 직면했음에도 오직 증오의 시선으로만 모든 것을 바라보는 '도시의 사람들'인가?

거대한 용

지금 당장 아무나 붙잡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라. 과연 네가 듣게 될 대답은 무엇일까?

대장장이가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큰 망치가 '쾅'하고 땅에 떨어졌다.

쿨란은 거대한 용의 머리를 노려보았다.

쿨란

아니, 아니야……

쿨란

정말로 사람들을 과거에 가둔 건…… 너잖아?!

쿨란

난 동포들이 쓰던 식기를 모으고, 동포들이 어둠을 밝힐 때 쓰는 연료를 태웠어…… 오직 너……

쿨란

너와 같은 괴물을 기르기 위해서.

쿨란

식량에 대해서는 나도 몰라. 하지만 금속, 연료……

쿨란

그래, 내가, 내 손으로 냄비, 그릇 그리고 동포들의 삶을 네게 먹였어. 네게 먹여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어줬지……

쿨란

그리고 내 삶조차 네게 먹였어. 그리고 그다음은 테오의 목숨……

쿨란

테오, 테오……

쿨란

그래, 내가 이 괴물을 길렀어. 이 괴물이 네 목숨을 집어삼켰어!

쿨란

이제 이 괴물은 사윈이 시작되면 광장에 서서, 양 날개를 펴고 주민들에게 말하겠지. 과거에 사로잡힌 죽은 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거대한 용

……

쿨란

괴물, 네 말이 맞아. 난 영웅이 아니야.

쿨란

난 그저 불쌍하고, 허영심 가득한 사기꾼일 뿐이야. 과거에는 사람들을 속였고, 지금은 나를 속이고 있어.

쿨란

하지만 그들에겐 내가 필요해.

거대한 용

네가 필요하다고?

쿨란

그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해. 그들을 일깨워 줄 사람, 전쟁이 끝났다고 알려줄 사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일이라고, 미래라고, 곧 시작될 삶이라고 알려줄 영웅이 필요해.

거대한 용

그게 너라는 건가?

쿨란

맞아, 나야.

대장장이는 용광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쿨란은 가장 굵고 튼튼한 쇠사슬을 꺼냈고, 사슬을 질질 끌며 아직도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용의 머리 아래로 다가갔다.

쿨란

나랑 가자.

거대한 용

어디로?

쿨란

광장으로.

거대한 용

오늘은 사윈이 아니다.

쿨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계속 기다렸다간 네 불길한 예언이 현실이 되고 말 거야.

쿨란

가자……

쿨란

그러고, 널 부숴버릴 거야……

쿨란

네가 모든 사람들에게 삶을 되돌려 주게 할 거야.

거대한 용은 꿈쩍도 안 했지만, 대장장이는 분명히 본인에게 고개를 숙인 것을 보았다. 마치 자신을 경멸하는 것 같기도 했고, 자신을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브리지드

리드, 네모스. 나 왔어. 쿨란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너희들도 가 봐야 할 것 같아.

브리지드

너희 쪽 상황은 어때? 주민들 상태는?

로흐시니

사람들은 여전히 스파이를 찾고 있어…… 빅토리아 스파이.

브리지드

다들 미쳤어! 타라인도, 빅토리아인도, 전부 같은 사람이잖아? 게다가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왜 자꾸 서로를 죽이려 드는 거야?

브리지드

네모스, 사람들한테 설명 좀 해줘. 식량 부족으로 사람들의 배를 곯게 만든 더블린은 이미 붉은 용한테 벌을 받았고, 식량도……

네모스

브리지드 씨, 더블린이란 단어는 안 됩니다. 절대로요. 이건 리더의 명령입니다.

네모스

그리고…… 식량에 대한 문제는, 저 역시 연회에서 그 사람들이 소곤대는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증거도, 재판도 없었죠.

네모스

식량이 대체 어떻게 돌아왔는지조차 하나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네모스

더군다나…… 그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주민들에게 아예 먹히지도 않을 텐데…… 제가 대체 뭘 어떻게 설명하라는 겁니까?

로흐시니

이성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을 쓰는 수밖에.

네모스

네?

로흐시니

원래는 이곳에 돌아와서도 그림자가 되지 않으려고 했어.

로흐시니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진정한 리더가 끝까지 나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내가 나서야 해. 일시적으로라도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야 해.

로흐시니

참, 그 쿨란이라는 사람은? 어쨌든 그 사람은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이니까 우리를 도와준다면 일이 훨씬 순조롭게 풀릴 거야.

네모스

쿨란 씨는 본인의 공방에 있을 겁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죠.

네모스

브리지드 씨, 당신은 이 틈에 도시를 빠져나가세요.

네모스

만약…… 저희와 쿨란 씨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당신과 주민들 사이에서……

브리지드

이해했어. 주민들은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일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네모스

죄송해요, 브리지드 씨.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브리지드

근데 네 말이 맞아. 난 방해가 될 거야.

브리지드

걱정 마, 지금 떠날게. 검은 숲으로 가서 운을 시험해 봐야겠어. 어쩌면 이제 날 놓아주고 싶어 할지도 모르니까.


네모스

쿨란 씨!

네모스

쿨란……

로흐시니

없나?

네모스

쿨란 씨가……

로흐시니

이건?!

네모스

……

두 사람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공방의 문……

아니, 두 사람을 마주 보고 있던 공방의 벽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조각상이 완성되면 허물어져야 할 벽은 이미 잔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잔해들이 가리지 못한 건 광장으로 이어지는 무언가 끌린 흔적이었다.

마치 도로처럼 넓은, 길게 끌린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