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2그저 이별일 뿐
로흐시니와 브리지드는 테오를 찾던 중 도시의 식량 가게 사장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다. 저녁이 되어 열린 더블린의 연회…… 술집에서 술을 한창 마시던 중, 이야기 속 탐욕스러운 붉은 용이 다시 등장한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리 곳곳을 다 가봤지만 테오의 행방은 찾을 수 없네. 그리고 사람들 몸의 불꽃이…… 더 커지고 있어. 마치 거센 바람이라도 불어온 것처럼……
게다가 다들 지금 상황에 익숙해진 상태야. 불꽃을 제거하면 두려워하고, 불이 없어진 부분은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어……
설마 나 시어셔인들이……?
……아니야, 일단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테오부터 찾자. 네모스가 말한 유목민 브리지드를 만나봐야겠다.
그런데…… 검은 숲에 못 들어가고 성문 밖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는 사람이 정말 있다고?
“초소 오른쪽을 따라 걷다가, 개울을 건너서……”
아, 다 온 것 같은데.
금발의 페로, 몸집은 크지만 아주 날렵하다……
저 사람이 네모스가 말한 '브리지드'인가……
날 알아?
아니, 너와는 초면이야. 네모스가 널 찾아가라고 알려줬어. 내 이름은 '리드'야.
너……
로흐시니는 자신에게 다가와 코를 두어 번 벌렁거리는 브리지드를 가만히 보며, 이것이 유목민의 인사 방식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넌 도시의 그 붉은 용이 아니구나.
무슨 말이야? 난 붉은 용이 아니라……
넌 도시의 그 붉은 용이 아니라, 또 다른 붉은 용이지. 또 다른 붉은 용이 도시로 돌아왔다…… 많이 들어본 스토리네.
그걸 냄새만으로……?
맞아. 네 몸에서 나는 불꽃의 냄새와 도시의 붉은 용의 냄새는 전혀 다르거든.
물론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 리드. 나를 왜 찾아왔어?
테오가 사라졌어. 네가 도시로 온 뒤로 테오와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고, 그래서 네모스가 네게 물어보라고 했어.
테오가 사라졌다고?!
테오가 오늘 아침에 나간 뒤로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게다가 도시에는 난리가 난 상황이지. 처음에는 네모스가 계속 찾았고, 이제는 내가 찾고 있어. 나 시어셔 전역을 뒤졌지만, 테오의 행방을 찾지 못했어.
나 시어셔를 떠나기 전에 테오를 찾아갔을 때는 분명 멀쩡했……
아냐, 그때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어.
어쨌든 테오를 만난 후 난 요새로 갔다가 도시를 나온 거야. 그 이후로는 테오를 못 봤어.
젠장, 테오 녀석,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테오…… 테오!
빌어먹을, 아예 기절시켜서 어깨에 둘러업고 올 걸 그랬어.
테오, 대답해! 이번엔 반드시 너와 같이 가야 하니까! 테오!
브리지드, 여긴 어디야……?
이곳은 전쟁 중에 떨어져 나갔던 곳이야. 듣기로는 어떤 귀족을 평정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되찾은 뒤로는 계속 이렇게 나 시어셔에 붙어있는 상태야,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있지.
테오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으로 왔어.
어쩌면 도시 밖으로 나간 건 아닐까?
……도시 밖으로 나온 사람은 1명밖에 못 봤어. 바로 라그란 거리의 엠마야. 하지만 그때 테오가 엠마와 함께 있는 건 못 봤어.
그리고 엠마는 혼자 많은 물건을 챙겨서 검은 숲 밖에서 누군가와 접촉했어. 그 사람은 물건을 받아서 갔고, 엠마는 혼자 돌아왔지.
엠마는 널 못 봤어?
도시 사람의 눈, 코, 입은 모두 둔해. 게다가 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고.
많은 물건이 반출됐고, 엠마는 혼자 돌아왔어…… 근데 어디서 난 걸까?
엠마는 무슨 일을 해?
식량 가게 주인이야. 그곳으로 편지를 전한 적 있어.
식량 가게…… 도시 밖…… 지금은 가게가 닫혀있는 상태……
지금은 이 정도 단서가 다겠네, 어서 가보자.
브리지드? 리드?
안녕, 혹시 테오 봤어?
테오? 네모스가 테오 일을 네게 맡겼어?
응.
못 봤어. 그 녀석이 또 어디로 내뺐는지 누가 알겠어. 차라리 농지를 태워버린 스파이랑 같이 도망친 거면 좋겠네.
뭐라고?!
브리지드, 테오를 찾는 게 급선무야.
그럼, 엠마는 봤어?
엠마가 가게 문을 닫은 지가 언젠데. 나도 가게 문을 열었는지 보려고 왔던 거야…… 결국 헛수고였지만, 하아.
으윽, 또 이 냄새야. 이 차가운 불에 탄 냄새…… 요즘 나 시어셔 전체에 이 냄새가 진동하고 있어…… 너무 고약해.
계속 물어보고 싶었는데, 넌 보랏빛 불꽃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응, 붉은 용 몸에서 나는 보랏빛 불꽃의 탄내. 최근에는 도시 사람들한테서도 이 냄새가 나.
냄새뿐만이 아니야…… 이미 도시 사람들의 몸에도 불꽃이 번진 상태지.
뭐라고? 난 그 사람들 몸에서 불꽃은 못 봤는데?
너도 안 보였구나?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그게 보여?
……근데 그게, 아, 하긴, 너도 붉은 용이지.
도시의 주민들은 붉은 용과 아주 가까이 있고, 게다가 그 사람을 신처럼 모시고 있으니까 불이 몸에 옮겨붙는 것은 시간문제이긴 했어.
엠마! 나야, 브리지드.
엠마!
없어?
열쇠 구멍으로 네가 말한 보랏빛 불꽃의 냄새가 나. 분명 안에 누가 있어. 어떻게 할까, 밀고 들어갈까?
……선택의 여지가 없네.
붉은 용의 불꽃으로 자물쇠도 태울 수 있었구나?
……일단 들어가자.
자, '폭정자' 씨 한잔하자고. 연회는 없어도 술은 충분하니까 말이야.
건배.
이게 누구야? 우리의 '영혼수호자' 아닌가? 너도 리더한테 초대를 받았나?
전…… '영혼수호자'가 붉은 용에게 올리는 제기를 바치러 온 겁니다.
자, '영혼수호자'가 어떤 좋을 걸 갖고 왔는지 어디 한번 볼까…… 피리랑, 또 없나?
사윈이 곧 시작되지만, '영혼수호자'에게 여분의 제기가 없습니다. 드릴 거라고는 이 피리뿐이죠……
이게 끝이라고?
정말 죄송합니다……
연회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제기를 가져오겠다고 자신 있게 약속하지 않았나?
죄송해요,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자, 그만들 하시죠. 이건 네모스 씨가 꺼냈던 말도 아니잖아요.
애초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온종일 고인이니, 영혼이니 하는 것들과 어울리는 자들이 보내온 물건은 아무래도 불길하다고요. 차라리 피리가 나아요.
넌 '영혼수호자'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편을 들어주는 거겠지! 이 건은 절대 이렇게 넘어갈 수 없어! '영혼수호자', 네가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
조용!
이건 네모스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만약 정말 추궁할 생각이라면, 리더에게 불경을 저지른 영혼수호자의 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돼.
제기에 관한 일은 잠시 제쳐두도록 하지. 리더는 우선 나를 보내 너희들에게 마음껏 즐기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어.
힘든 시기인 만큼 모든 것은 간소하게 할 거야. 이번 의식에는 연회가 없으니 리더가 도착하기 전에 각자 알아서 즐겨줘.
그리고 '영혼수호자', 너는 우선 남아있어. 리더가 도착한 뒤, 네가 직접 설명해.
아니면, 지금 이 간부들의 비위라도 맞춰주는 건 어때? 너를 두둔해 줄지도 모르니까.
전…… 못합니다.
쓸데없이 정직하군.
저기, '교관' 씨, 이 사람들은…… 항상 이랬습니까?
항상 이랬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우선 '관료', 저 사람은 실버록 블러프스 전선의 후방 지원을 위해 전력을 다했고, 몇 날 며칠 동안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 하마터면 나 시어셔의 농지에서 기절할 뻔했어.
그리고 '폭정자', 저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깡패야. 하지만 전쟁 중에 나 시어셔 인근에 식량을 쌓아두고 있던 거상들과 귀족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고 하지.
그다음은 '고문자', 난 저 사람이 누군가의 통곡과 비명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어. 그리고, 마치 미쳐버린 터스크비스트처럼 적진으로 뛰어드는 것도 보았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만약 전하께서 거부하지 않았다면, 도시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이 사람들은 푸짐한 연회를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아, 우리 '교관' 씨는 아직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네.
그것보다, '관료', 너는 왜 그래? 별로 내키지 않아 보이는데?
지금 도시의 식량 부족에는 내 책임도 있어.
하하, 흉작인 걸 어떻게 하겠어?
(귓속말) 게다가, 빅토리아인들에게 뒤집어씌우자는 아이디어를 줬잖아? 엠마 역시 네가 알려준 대로 말했고, 도시 사람들 역시 그렇게 속고 있어. 뭐가 불안해서 그래?
(귓속말) 설령 도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해도, 리더를 마치 무언가처럼 섬기고 있잖아. 우리에겐 지장 없을 거야.
(귓속말) 설마 엠마가 배신이라도 할까 봐?
(귓속말) 그건 아닐 거야. 물론 엠마는 돌아온 이후로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말하는 대로 했지. 그래서 불안하진 않아.
(귓속말) 내가 지금 걱정하는 건 엠마와 접촉한 상인이야. 아무런 소식이 없어. 원래대로라면 오늘 오전에는 연락이 왔어야 했는데.
(귓속말) 그냥 좀 지체되는 거겠……
거기 둘, 뭘 그렇게 속닥거려?
그게, 우린 그냥……
영웅 쿨란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어.
쿨란? 쿨란은 왜?
그때 쿨란이 검은 숲에서 지형을 이용해 빅토리아 정찰 부대 하나를 전멸시켰다고 했어. 4~5명 정도라고 했지만, 마지막에 남은 아이는 차마 죽이지 못했다 했고, 맞지?
그런데, 생각해 봐. 정찰 부대가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지?
응? '영혼수호자'가 설명했잖아. 그 정찰 부대는 타라와 빅토리아를 오가던 카라반 무리를 납치해 검은 숲의 길을 안내하게 했다고……
카라반은 그럴 수 있겠지만, 정찰 부대는…… 흠, 난 잘 모르겠어.
“정찰 부대는…… 흠, 난 잘 모르겠어.”
말을 하다가 갈증을 느낀 작가는 컵을 들고 맥주를 마시려고 했으나 맥주는 이미 다 마신 뒤였다.
맥주 한 잔 더 주문해 줄게.
신비한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고, 작가는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오래된 습관 탓에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해야 사람들을 더 끌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계속 머리를 굴리던 중,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느꼈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과 함께한 동료라 할 수 있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아는 게 있긴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전개될 부분에 대해서 모두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녀가 밖에서 함부로 떠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야기다. 이야기란 불꽃이 벽에 비친 그림자이지, 불꽃 그 자체는 아니다. 이야기꾼이라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불꽃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자, 맥주.
고마워요. 어디 보자, 방금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더블린이 연회에서 벌인 추태.
아, 맞아요. 추태.
이제 연회의 진짜 주인공이 곧 등장할 거예요……
연회의 진짜 주인공이 곧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 더블린이 보인 추태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아, 나는……
쳇.
왜 그래?
내 머리에 뭔가 기어다니고 있지 않아?
참나,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나 시어셔에 벌레가 있군. 움직이지 마, 내가 잡아줄게……
잠깐, 이건……
연회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 '관료' 머리 위에 있던 딱정벌레에 시선이 쏠렸다.
그건 순금 딱정벌레였다.
……음, 네 뒤에 있는 진열품이 떨어진 거였네. 자, 직접 가져다 놔.
'폭정자'는 '관료' 머리 위의 딱정벌레를 잡아 '관료'의 손에 놓았다.
'관료'는 숨을 내쉰 뒤 딱정벌레를 제자리에 놓으려 했지만, 딱정벌레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날개를 흔들며 문 쪽으로 날아가다 홀 중앙에 떨어졌다.
'관료'는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고, 딱정벌레는 마치 그를 유인하는 듯 앞으로 기어갔다.
꽤 즐거워 보이는군, '관료'.
전하?!
저, 전하를 위해 멋대로 돌아다니는 딱정벌레를 잡으려 했을 뿐입니다!
물론이야. 내가 어떻게 널 탓하겠어?
절 꾸짖지 않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아, 일전에 전하께 보고한 제기와 관련해서……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정말 중요한 건 이거야, 나의 충성스러운 신하들…… 너희는 이 승리의 보상을 받아야 마땅해.
에블라나는 바닥에서 딱정벌레를 잡았고, 손바닥을 펼치자 벌레는 '윙' 소리를 내며 문 쪽으로 날아갔다.
모두 들어라, 우리가 있는 이곳은 과거 게일 왕이 진귀한 보물을 진열했던 홀이다.
이곳의 진열품들은 몇 번이나 빅토리아인들에 의해 빼앗겼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마침내 대부분의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리고 '관료', 방금 그 딱정벌레는 게일 왕께서 능력 있는 신하에게 하사한 포상이다. 그 신하는 마치 지칠 줄 모르는 딱정벌레처럼, 한 톨의 곡물도 빠뜨리지 않고 창고에 넣어두었고, 게일 왕은 크게 칭찬했지.
넌 칭찬을 받을 가치가 있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 군대는 굶주림 때문에 몇 번이고 무너졌겠지.
딱정벌레를 쫓아라, 그건 너의 것이니까. 딱정벌레가 네 곁에 있고 싶어 한다면, 넌 곡물을 징수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에블라나가 홀 안의 사람들을 훑어봤다.
누군가는 '관료'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자신은 무엇을 받을지 생각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성을 잃은 채 홀 안의 다른 보물들을 바라봤다.
형을 집행하는 보검, 청원을 경청하는 클라우드비스트, 역사를 기록하는 매듭, 연민을 상징하는 수정 눈물……
아무래도 다들 기대에 부푼 모양이군.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다들 머뭇거리지 말고 본인이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잡아. 어때?
눈 깜짝할 사이, 모든 보물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클라우드비스트는 질주했고, 수정은 떨어졌으며, 매듭은 꼬여버렸다. 사르곤 보석이 가득 박힌 의식용 검 역시 선반을 이탈해 우스꽝스럽게 문밖으로 깡충깡충 뛰어갔다.
자, 가거라 나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아. 이건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상이다.
누가 첫발을 내디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첫발을 내디딘 순간, 모든 것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보물들을 쫓아 연회장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