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T-3안녕히, 대지여
하비에르를 따르는 선원들은 마을로 돌아갔고, 후아나와 함께한 선원들은 쏜즈와 함께 바다로 갈 준비를 한다. 파스콸라는 그녀의 행복한 삶을 찾으러 떠난다. 모두 각자가 원하는 미래를 선택한다.
보름 뒤
멀쩡한 소금배는 이것뿐이야. 다른 배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보긴 했지만, 부품과 자재들 대부분은 분해해서 사용할 수 있어.
이건 소금배의 설계 도면이야. 도면 구석구석 출항에 필요한 기술들도 적혀있어. 이건 소금 사막의 지도고.
하하하, 좋습니다. 모두 다 사죠! 정말로 소금 사막을 건널 수 있다면 카라반은 꽤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군요!
가격을 제시해 보시죠. 시원시원하게 가자고요!
이 금액이야. 전액 도블론 금화로 지불하고.
하하, 문제없죠!
자, 보시죠. 액수가 틀림없겠죠?
음…… 맞아.
좋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계속 일 보시죠!
뭐가 이렇게 쉬워…… 하비에르, 내가 너무 적게 불렀나?
……
저기, 잠깐만!
어…… 무슨 일입니까?
하비에르가 성큼성큼 뒤쫓아가 밧줄을 잡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
이 타륜은 빼고! 얼마지? 타륜값은 돌려줄게!
어, 어, 타륜말이군요! 하지만 이건 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데요.
도로 가져가겠다고요? 그럼……
이 가격입니다.
……
에이, 표정 피세요, 형씨! 방금 거래했잖아요. 저 배들은 이제 제 거잖습니까?
공정한 거래입니다. 타륜이 당신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됐어……
아쉽군요. 그럼 다음 기회에 거래합시다.
……선원들! 다들 모여라!
이건 방금 소금배를 판 돈이다. 각자 한 사람 몫씩 가져갈 거야.
이 돈을 받고 나면,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자, 루스. 이건 네 거야.
……
왜 그래?
솔직히 말이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
결정을 내리는 건, 간단한 일이야.
……전에는 후아나를 떠나 평온하게 살고 싶었어. 그 후엔 너도 미친놈 같아서, 너를 따라가 봤자 편해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
지금 여기 마을 사람들을 봐 봐. 다들 여위고 마른 데다가 눈에 빛이라곤 전혀 없어…… 여기서 지내는 게 정말 평온한 삶일까?
혹시 내가 여기 말고 다른 곳에 가면, 내 해적질하는 기술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
……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난 티치가 부러웠어. 나보다 몇 살 더 많을 뿐인데, 항상 주관이 뚜렷했지.
그날, 나는 티치가 그렇게 다쳐서도 후아나를 따라 바다로 가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을 봤어…… 정말 고집스러우면서도…… 대단하더라. 내겐 그런 배짱이 없어.
하하…… 내 얘기는 됐고, 하비에르 너는?
나는 다른 곳에서 식당이라도 열든가 해야지.
그렇군…… 이쯤 할까. 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나도 가봐야겠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소금배는 점점 멀어졌고, 하비에르는 흰색 돛과 루스의 뒷모습이 함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 돈을 주머니에 넣고, 다음 갈림길을 향해 멀어져 갔다.
저기, 이거 얼마야?
은화 1개.
이건?
그것도 은화 1개.
음, 비싸지는 않네!
그럼, 이거랑 이거, 이거. 전부 다 포장해서 뒤에 있는 차에 실어줘.
알겠어! 이야,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서 어디 가는 거야?
그냥 사고 싶으니까 산 건데, 문제 있어?
아니, 아니. 원하는 거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전부 포장해서 차에 실어줄게!
흠흠, 그렇게 나와야지.
음…… 옷도 샀고, 액세서리도 샀고, 잡다한 것들도 샀고……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인데……
음…… 뭐가 더 필요하지……
(작은 목소리로) ……그래, 너도 놀랐지!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이럴 줄 어떻게 알았겠어? 세상에……
(……음? 허리띠에 있는 저 버클 진짜 예쁘네…… 반짝거려……)
(뭘로 만든 거지? 금속? 보석? ……갖고 싶어……)
(갖고 싶다……)
(작은 목소리로) ……그건 저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건인데, 적당히 돈 받고 팔려고 매대에 내놓은 거야 ……
(작은 목소리로) 사려는 사람이 있어? 정말 의외네……
(눈치 못 챘어. 금방 손에 넣을 수 있겠는데……)
(작은 목소리로) ……그 정도 가격을 부를 줄이야…… 이 금액이면 남은 인생은 걱정할 필요 없겠어!
(작은 목소리로)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가는 것도 이것 때문이야?
(헤헤…… 나이스 캐치!)
(작은 목소리로) 맞아…… 컬럼비아로 가서 대박을 치는……
(대박?)
파스콸라가 손을 놓자마자, 벨트는 다시 그 사람의 허리로 돌아갔다.
대박이라니 무슨 말이야?
앗!
왜 남의 말을 엿들어!
헤헤.
그냥 남이었으면 말 안 걸었겠지. 하지만 댁들은 좀 특별해 보이는걸.
그래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 거야……
이건 내 여비거든. 컬럼비아로 가는 길은 멀고 지루할 텐데, 나한테도 이야기 좀 해줄래?
후아나 씨, 저희 정말 바다로 가는 건가요?
후우…… 정말 이런 날이 오다니……
아, 그래. 티치, 우린 바다로 갈 거야.
……정말 믿기지 않아요……
후아나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뒤쪽을 바라봤다.
이시드로, 이제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하지만 난 바다로 가기로 결심했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후아나……
내 부선장이 되어 주겠어?
……
그렇다면, 선장. 준비가 다 됐어…… 어머?
내 친구가 화를 내는 것 같은데…… 화를 풀 방법이 있나 생각해 봐야겠어.
음……
흠……
몇십 년 묵은 전동 코어라서 그런지, 역시나 새로 장착한 동력 시스템을 못 버텨내는 모양이네……
후…… 위디는 이미 자기가 개조한 보트를 타고 돌아갔어. 우리끼리 고쳐보는 수밖에. 배에 재료는 뭐가 남았어?
……
이시드로, 네 가방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불룩한 거야?
엘리시움이 챙겨준 것들이야. 아마 쓸모는 없겠지만, 나도 뭐가 뭔지 잘 몰라……
우선 꺼내 봐, 쓸모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시드로는 가방을 열고 안에 가득 담긴 물건을 한꺼번에 전부 쏟아냈다.
후아나와 티치가 다가와 물건을 살폈다.
응? 비타민? 이건 바다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이잖아!
통신 장비와 방수화도……
이 도구들…… 배를 수리하는 데 쓸 수 있겠어.
어머, 엘리시움은 정말 좋은 아이라니까. 이제 와서 이런 걸 구하려면 힘들었을 텐데.
이 두 개는 우선 내가 가져갈게. 방금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몰랐던 것 같은데? 우리가 헤어지던 날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걸 받은 거야?
아니…… 사실 그날엔 걔랑 딱히 작별 인사도 안 했어.
얼마 전부터 걔가 틈날 때마다 이것저것 하나씩 주길래, 전부 가방에 넣어뒀지.
……
아마 엘리시움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나 보네.
심지어 나보다도 더 빨리.
브라더라며. 네 마음을 모를 리가 없잖아?
……
됐다, 해결됐어!
해결됐어? 그럼, 출발할 수 있는 거야?
요호……
출항…… 출항…… 출항……!
가자, 선장.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해.
이시드로가 후아나로부터 망원경을 건네받았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 위로 바람을 타고, 소금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듯 넘실댔다. 곧 그의 시선은 가짜 바다를 떠나 더 먼 곳의 하늘, 투명한 푸른빛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그는 홀로 뱃머리에 서서 팔을 뻗어, 그 위로 흐르는 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방향을 제시하는 걸 기다렸다.
그는 거리에 서서 손바닥을 모았다. 밤하늘의 마지막 별빛 부스러기마저 모두 사라지고, 다시 한번 어둠으로 세상이 뒤덮였다.
불꽃이 꺼졌어. 이제 갈까?
가자, 집에 가야지.
흥……
행인들은 흩어졌고 그를 보려고 모였던 사람들도 자리를 떴다.
……
……
후아나는 그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티치도 그녀를 따라 뱃머리 갑판에 올랐다.
선원들은 한 명씩 앞으로 다가갔고, 새로운 선장이 대체 무얼 봤는지 보려 했다.
이시드로 주위로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들었고, 뒤처진 선원들은 고개를 빼고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봐야 할 정도였다.
뭔데, 뭔데? 선장, 대체 뭘 본 건데?
방향을 아직 못 찾았어?
어디로 가야 바다야?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거야?
이시드로는 그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팔에 집중하고 바라봤다.
왜 계속 맴도는 거지?
언제 방향을 알려주는 거야? 어느 쪽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데?
아……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서두르지 마. 우리 선장이 답을 알려 줄 테니까.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마치 그의 질문에 대답하듯, 그의 팔에서 흐르던 빛은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하늘 저편을 향해 곧고 단호하게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그는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전설 속의 광활한 바다로 나아가기를 꿈꿨다. 그렇게 코라소닉스는 그에게 바다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선원들은 기뻐하며 럼주를 들이부었다……
저쪽이다! 저쪽이야!
바다야!
모두의 시선이 이시드로에 집중됐다.
명령을 내려줘, 선장!
선원들은 이미 돛 줄을 잡고 있었고, 후아나 역시 타륜을 쥔 채 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시드로는 크게 심호흡하고 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진지한 눈빛들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이들의 기대를 짊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음을 마음속으로 느꼈다.
소금 사막의 바람이 그를 향해 불었고,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원들!
닻을 올리고 돛을 펼쳐라……
……출항이다!
출항이다……
요…… 호……!♪
돛을 올려라 헤이, 닻을 내려라 헤이♪
광풍이 우리의 옷깃을 찢어버리고♪
폭우가 우리의 술기운을 깨워주네♪
준비! 출발! 항구에 배들이 수없이 많구나! ♪
나는 파도와 싸울 거야! 나는 파도 위를 항해하고! 번개와 싸울 거야……
나는 깊은 바닷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거야! 반짝이는 금화를!
하지만…… 하지만…… 방금 생각해 봤는데, 우린 그냥 같이 바다에 가고 싶어서 모인 거잖아……
언젠가 우리 생각이 엇갈리면, 함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 언젠가? 그건 너무 먼일이야, 애송아!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지금 우리는 함께고, 함께 바다로 나아갈 거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밧줄 꽉 잡아!
이시드로 선장, 술도 손에 들었는데 한마디 해 줘!
이시드로는 뱃머리에 섰다. 공기 중에 수분이 점점 많아졌고, 이 흥분을 부르는 습기를 느꼈다.
저 먼 곳을 위하여.
……크앙……
……크앙…… 크앙……
응? 무슨 소리지? 어디서 들어본 소리인데……?
……크앙……
뀨우!
네네?!
네네! 아직 살아 있었구나!
(후아나의 뺨을 마구 핥는다)
으윽……
우리랑 같이 바다에 가려고?
(흥분해서 퍼덕인다)
어머, 기특해라 우리 네네!
한 줄기 핏자국이 자욱한 증기 속에서 뻗어 나가, 끝없는 소금 사막으로 깊숙이 퍼져 나갔다.
차가운 혀는 입안의 피비린내를 음미했고, 잘려나간 사지는 주인 없는 강렬한 욕망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촉수 하나가 몸부림치며 소금층을 뚫고 나와 오랜만에 느끼는 햇빛을 향해 기어나갔다. 이윽고 두 번째, 세 번째……
또 다른 주인 없는 강렬한 욕망에 이끌린 어두운 발광 기관은 태양을 향해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거기서 빛을 빌려오려는 듯이.
그는 그저 살고 싶을 뿐이었고, 그것 역시 그저 살고 싶을 뿐이었다.
수단도, 형태도 가리지 않고.
사람의 잔해와 시본의 잔해는 몸부림치고 꿈틀거리며 굶주린 듯 서로를 집어삼켰다.
그들은 영원히 대지를 떠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