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창백한 바다로부터의 탈출

EP-ST-2부패한 꽃을 날리며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5-06-05

쏜즈는 다시 나침반을 수리하기 시작했고, 협곡으로 도망친 사람들은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한편, 일생을 아론 마을을 위해 바친 실버는 아나스타시오에게 품지 말아야 할 욕망을 품었다고 여겨져, 다시 부활한 그에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등장 오퍼레이터: 엘리시움, 위디, 로즈솔트


해가 떨어지고 소금 사막에 밤이 찾아오자, 모두가 추위에 몸을 떨었다.

모두가 허름한 선실을 샅샅이 뒤진 끝에야, 오래된 린수 육포와 낡은 냄비 하나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시드래곤의 도움으로 냄비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위디

추워 죽겠네…… 아까 그 나뭇조각들로는 역부족이야. 금방 타버렸어. 일단 리프를 화로로 써야겠어.

위디

다만 원래 가열 능력은 손난로 정도라서, 음식을 조리한다면 이 정도가 최대야……

엘리시움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해!

후아나

식량과 식수가 부족해. 아무리 아껴도 이 정도로는 2~3일밖에 버티지 못할 거야.

후아나

비구름이 끼면 물받이용 포대를 펼쳐서 물을 좀 더 모을 수 있겠지만…… 소금 사막의 날씨는 제멋대로라 예측이 어려워.

이시드로

밖에서 분출되는 저 증기를…… 물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후아나

증기에는 소금 사막 깊은 곳의 미생물이 섞여 있어서 바로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

이시드로

내가 정화할 수 있어.

후아나

너는 우선 나침반부터 수리해.

이시드로

……

티치

하하, 일단 오늘 밤을 버티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티치

소금 사막 깊은 곳의 밤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먹을 것도 부족한 데다 부상자까지 입어서, 체온 유지에 신경 쓰지 않고 잤다가는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다고.

파스콸라

……저 …… 정말 못 깨어날 수도 있어?

파스콸라

지금 염린이라도 다시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엘리시움

괜찮아, 내가 특기를 발휘해서 염린한테 통신을 보낼게. 우리가 왔으니 얌전히 죽을 준비나 하라고 말이야.

파스콸라

……이해가 안 되네. 넌 어떻게 항상 그렇게 태평한 거야?

위디

……참아. 이럴 때 농담이라도 할 사람은 얘뿐이니까……

위디

앗, 조심해!

뼈라도 밟고 지나갔는지, 정복 선언호가 심하게 흔들리며 냄비와 그 안에 있던 음식이 전부 튕겨 나갔다.

엘리시움이 순간적으로 잽싸게 냄비를 잡으려다가 뜨거움에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이시드로가 칼끝으로 냄비 손잡이를 정확하게 찌른 덕분에 간신히 저녁 식사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옆에선, 시드래곤의 열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위디

가열 기능이…… 망가졌어. 고쳐볼 테니 기다려……!

파스콸라

흐…… 으…… 너무 추워……

파스콸라

에취!

이시드로

간단한 발열 물질이라면 연성할 수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후아나

그 재료들은 나침반을 수리하는 데 써. 추위는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파스콸라

……에취! ……에취!

파스콸라

……언니, 나 담요 좀 더 줄 수 있어? 나는 작아서 추위를 많이 타거든. 곧 얼어 죽을 것만 같아……

위디

어……

티치

이럴 땐 내 거 네 거 따지지 말고 다 같이 붙어 있어야 해! 이시드로, 고민 그만하고 어서 이리로 와!

엘리시움

나 같은 미남과 붙어 있을 영광을 누리다니……

엘리시움

으악! 담요가 내 얼굴에……!

이시드로

……


후아나는 바람이 들어오는 틈새를 막았고, 티치는 파스콸라의 얼굴만 남겨둔 채 담요로 다른 곳을 단단히 감쌌다.

엘리시움과 위디는 얼어버린 손가락을 열심히 녹이며, 음식을 먹으려고 애를 썼다.

이시드로는 조형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탐침을 드는 순간, 꽁꽁 얼어 버린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정복 선언호는 목적지 없이 바람을 타고 표류했다.


파스콸라

후……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시드로

몰라. 더 먼 곳이겠지.

파스콸라

……

파스콸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파스콸라

그 지긋지긋한 놈들이 언제 다시 쫓아올지도 모르겠고……

파스콸라

이 추위 속에서 깨어날 수 있을지도, 배가 또다시 무언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니……

파스콸라

……

엘리시움

……얘 갑자기 왜 이래?

엘리시움

평소라면 제일 먼저 따뜻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잖아? 한밤중에 우리 담요까지 다 뺏고도 남을 애인데.

티치

겨우 열 살 남짓한 여자애일 뿐이야.

후아나

휴……

후아나

잠들었어, 그리고 열이 좀 있는 것 같아. 얘 주머니에 쓸 만한 약초가 있는지 찾아봐.

파스콸라

만약 내가 내일 여기서 죽는다면…… 나,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서 자고 싶어……

파스콸라

큰 집에는 여전히……내 침대, 내 이불, 내 욕조가 있겠지……

파스콸라

가장 좋은 옷을 하나씩 입어볼 거야……!

파스콸라

그리고 배 터지도록 먹고, 한도 없이 돈을 쓰고,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도 발로 차이지 않고……

파스콸라

차이면 너무 아파…… 거리 여기저기 구르면 아프다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파스콸라

나도 잘 살고 싶어……!

파스콸라

나는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파스콸라

……후……

파스콸라

……

엘리시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할 줄은 몰랐어…… 미안해, 위디 씨. 섣불리 데리고 오지 말아야 했는데……

위디

이미 온 이상, 최선을 다할 뿐이야.

엘리시움

무사히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간다면, 내 이번 달 월급을 전부 줄게!

위디

됐네요. 하암…… 나는 먼저 좀 쉴게……

엘리시움

응……

엘리시움

쏜즈? 아직도 거기서 뭐 해?

이시드로

나침반을 고치고 있어. 이게 아니면 해골 암초 협곡에서 빠져나갈 수 없잖아.

이시드로

배가 요동치니 코라소닉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복잡한 아츠 역장을 구성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나침반을 분해하는 순간 부서질 거야.

이시드로

역장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내가 아츠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해. 물질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이시드로

코라소닉스 내부에 유체 오리지늄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손을 조금이라도 떨었다간 재료를 통째로 폐기해야 할 거야……

이시드로

그리고, 엘리시움. 우리가 내일도 버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잖아……

엘리시움

……후……

후아나

엘리시움도 많이 지쳐 보이네. 오늘 내내 키 잡는 법을 익히느라 많이 힘들었겠지. 이런 일은 처음이려나?

이시드로

……처음이야. 원래 통신 관련 업무만 했으니까.

후아나

너도 가까이 와서 앉아. 기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좀 더 붙어 앉으면 따뜻할 거야.

후아나

작은 진주야, 너도……?

티치

……

티치

……후아나 씨……

후아나

응?

티치

후아나 씨…… 아버지는 당신들이 바다에 갔었다고 했었죠…… 바다는 정말 푸른가요?

티치

아빠, 나도 바다로 데려다줄 거지? 나도 이제 다 컸어…… 바다에 갈 수 있다고……!

후아나

작은 진주? 너 왜……

그건 어릴 적 티치가 자신의 품에 안겨 듣던 이야기였다.

후아나는 티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제 그녀의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후아나

……

후아나

이시드로, 티치도 열이 나. 약초 남은 거 있어?

이시드로

찾아볼게……

이시드로

이게 다야.

약을 만드는 소리가 잠든 사람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선실에 울려 퍼졌다. 이시드로는 간신히 고친 시드래곤 위에 냄비를 올려 약을 달일 준비를 했다.

후아나는 선실 내부의 앙상한 뼈대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무언가 아름다운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약초를 냄비에 넣었다. 배가 흔들리자, 냄비에서 작은 파도 소리가 났다.

후아나

이시드로, 바다를 본 적이 있어?

후아나

하늘보다 더 짙푸른 바다, 우윳빛 거품을 일으키는 파도, 나를 향해 내리칠 것 같은 구름 사이의 번개……

후아나

이시드로, 우리와 함께 바다로 가지 않을래?

후아나

너는 훌륭한 선장이 될 거야.

이시드로

……

어둠 속에서 후아나의 눈이 반짝였다. 뼈대의 틈새로 차가운 별빛이 들어왔다.

이시드로는 답변하려 입을 뻐끔거렸지만, 결국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도망쳐 온 방향에는 추격자들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시드로

……


실버

범포, 린수 가죽, 대량의 목재, 황금시대의 유물……

실버

하지만 식량과 물은 거의 없군. 자네들은 확실히 막다른 길에 서 있어.

실버

인간은 항상 이렇다네. 꼭 이 지경이 돼야 질서의 중요성을 깨닫곤 하지.

하비에르

……그럴지도.

실버

질서를 따라야 음식, 깨끗한 물, 그리고 거처를 마련할 수 있네. 이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비에르

……우리 녀석들도 협상이 뭔지는 잘 알아. 합의한 사항은 지킬 거다.

실버

좋군. 자네는 사략선의 훌륭한 리더가 될 걸세.

실버

물론 나의 지도 아래에서 말이지.

실버

압수한 물자들은 창고에 정리해 두고, 강도들 역시 이름을 기록한 뒤 마을 외곽의 빈집으로 보내게.

실버

가는 길에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조심하게나.

무도 선교사

네.

실버

그리고 그들이 설계한 소금 사막 항해가 가능한 배도 온전하게 운반해 와야 한다. 그건 마을의 희망이다.

무도 선교사

알겠습니다, 실버 님.

실버

좋아. 또 전할 말이 있나?

무도 선교사

저희가……

무도 선교사

집행관님을 계속 찾아봤지만…… 찢어진 옷밖에 찾지 못했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 뒀습니다.

실버

알겠네.

실버

후속 조처들은 내가 처리하겠네. 자넨 물러가게. 잠시 혼자 있고 싶군.

실버

……

실버

아나스타시오, 아나스타시오……

실버

나는 그대가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실버

하지만 그대는 사실 자신만을 생각했던 것인가?

누더기에 묻은 그을음 때문에, 매일 정성껏 닦았던 책상이 더러워졌다. 실버는 그 천을 집어 들고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그는 결국 벽난로에 그것을 던져버린 뒤 책상을 다시 닦기 시작했다.

마치 매일 아침 정시에 종탑에 올라, 수많은 재앙과 인재 속에서도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마을을 응시하던 것처럼.

실버

그대는 이 나라, 이 마을, 이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네. 그러니 이해할 수 없었겠지, 아나스타시오.

실버

이베리아…… 번성했던 무역항, 척박한 어촌, 운 좋게 바다에 휩쓸리지 않고 버틴 촌락까지. 이 혼란 앞에서 모두 붕괴했지.

실버

과거의 아론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반평생을 바쳐, 이 마을을 동족상잔의 비극과 참혹했던 폭정 속에서 구해냈지……

실버

지금도 나는 그것을 위해 대지를 누빌 소금배를 얻었고, 아론을 이 불모의 땅으로 해방시키려 하고 있다.

실버

그러나 아나스타시오, 그대는 오직 자신의 편협하고 낡은 신념만 고집했지.

실버

그대는 영원히 아론에 속할 수 없도, 아론의 일에 간섭할 수도 없을 것이네.

실버

……나의 아론에.


실버

……어디 보자, 정교한 전동 구조를 이용해 풍력을 동력 삼아 배를 움직이게 하다니……

실버

애초부터 육지 함선을 기반으로 구상한 것이 아니었군. 풍력으로 움직이는 보행 기계라니…… 확실히 천재적인 발상이야.

실버

아깝군. 그 에기르 여자는 확실히 재능이 있어……

실버

3척에서 5척 정도를 더 건조하고 해적들에게 압수한 것까지 더하면, 아론 주민 모두를 태울 수 있겠어.

실버

몇십 년 만에…… 드디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이 소금 사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군.


실버

윽, 갑자기 어디서 바람이……

실버

……무슨 일이지.

실버

집에 바람이 새는 건가, 불도 붙질 않는군.

성냥 끝에 작은 불꽃이 일었지만 금세 꺼졌다.

그는 희미한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고, 깜빡이는 빛이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퍼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주변의 사물들이 하나둘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CG: 57_i06_1]

그리고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소금처럼 창백한 피부에 얼룩덜룩한 적갈색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축축한 머리카락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죽은 자의 얼굴이었다.

실버

……자, 자네……

실버

……그런 폭발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니……

실버

대체 어떻게…… 자네는 대체 뭔가?

아나스타시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전 부상을 당한 채 소금 사막을 건너 아론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아나스타시오

그때 당신은 제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었죠.

아나스타시오

그때의 당신은 타인을 돕고 싶다는 갈망이 가득했습니다.

실버

난……

[CG: 57_i06_2]
아나스타시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선교사들이 저를 구하려는 걸 계속 방해했고, 멋대로 제 죽음을 상상했죠…… 당신은 무엇을 바라는 겁니까?

아나스타시오

당신도 욕망에 사로잡혀 타락한 것이죠, 아닙니까?

실버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무언가 붙잡으려 했지만, 애꿎은 서랍만 뽑혀 나왔다.

서랍에서 꽃잎이 쏟아졌고, 실버의 몸을 반쯤 덮었다.

시든 꽃, 썩은 꽃, 검게 변해 버린 꽃. 몇 년 전의 꽃, 십여 년 전의 꽃, 수십 년 전의 꽃까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심사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달한 각종 꽃들이, 지금 이 순간 모두 쏟아진 것이다.

아나스타시오

……꽃?


칼 가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문밖에서 사람들이 시끄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그의 어머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며 변명했다. 칼을 가는 건 채소를 썰기 위해서라고.

그러나 집에는 이미 오랫동안 채소 이파리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재판소 선교사

이제 너는 안전하다, 꼬마야.

재판소 선교사

네 어머니는 미쳐버렸지만 우리가 잘 제압했단다.

어린 아나스타시오

나, 나는……

재판소 선교사

맙소사, 얘가 뭘 먹고 있는 거지……

어린 아나스타시오

싫어! 안 돼!!

그는 어머니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고, 두 손을 마구 휘두르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

그는 선교사가 고깃덩어리의 비린내를 맡을까 봐, 자신의 입가에 묻은 고기 찌꺼기를 볼까 봐 두려웠다.

그는 분명 죽음으로서 이 죄악을 끝내기 위해 결심했건만, 왜 이 선량한 선교사 앞에서 자신의 악행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을까?

어린 아나스타시오

나, 나는……

어린 아나스타시오

죄를 지었어…… 죽게 해줘……

재판소 선교사

아니, 꼬마야. 너는 단지 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너를 심판할 수 없구나.

재판소 선교사

너의 죄는 네가 살아가면서 갚아야 한단다.

재판소 선교사

죄인은 무수히 많다. 우리가 이 대지를 누비는 것은, 스스로를 속죄할 힘이 없는 이들을 돕고 그들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서지.

재판소 선교사

너도 그리할 수 있다. 그래야만 네 죄를 갚을 수 있을 거다.

재판소 선교사

언젠가 가장 순수한 꽃이…… 네 손길에 의해 피어날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