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ST-2《복수 금지령》
패밀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베네치아는 재단사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내주기로 한다. 잉그리드는 패밀리의 문장을 반납하고 공식적으로 패밀리를 떠나며 자신을 친딸처럼 여겼던 베네치아와 작별한다.
안토니오 씨, 파브리치오 씨의 치수는 다 쟀습니다.
가게에 마침 파브리치오 씨가 원하는 원단도 있어서 서두른다면 제시간에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에 방해되진 않을 겁니다.
……아버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저는 루치노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할아버지, 이 사람들은 애초부터 우리를 보내 줄 생각이 없었……
걱정 마.
걱정 말고 돌아가.
잉그리드 씨, 당신은……
아마도 패밀리의 일 때문에 남아있어야 할 것 같아.
안톤, 당신도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겠지. 사람들을 물리도록 해.
이렇게 처리할 순 없습니다, 아버님.
움베르토가 이미 나에게 약속했다. 손님을 계속 집에 붙잡아둘 순 없어, 안톤.
하지만 잉그리드, 네가 이렇게 굴면 우리가 난처해지는데 말이지.
미안.
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게 나에겐 매우 중요해.
(가.)
하아, 잉그리드, 난 뉴 볼시니에 도착한 이후 줄곧 너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베네치아는 결코 자기 식구들에게 칼을 겨누지 않아.
콜록콜록…… 가자, 루치노.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냐?
약이요!
할아버지께 드릴 약이 아직 그 방에 있어요. 원래 배달하려던 물건도…… 잡혀 올 때 저 사람들이 제 몸을 뒤졌거든요…… 할아버지, 제가 돌아가서 가져올게요.
괜찮단다. 얘야.
베네치아의 저택과 데 몬타노 사이에는 골목들이 꽤 많아, 갈 길이 멀단다.
루치노는 뒤를 돌아봤다. 저택에서 쫓아오는 베네치아의 사람들은 없었다.
늙은 재단사가 루치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루치노는 노인의 손이 떨리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 베네치아와의 만남으로 모든 기력을 소진한 듯했다.
더 끔찍한 건, 자신의 어깨가 이렇게나 허약하고 나약하다는 것을 루치노가 깨달았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정말 쓰러진다면 아마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할아버지……
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치노가 묻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어렴풋한 기억 속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두 사람은 이렇게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3살, 아니면 4살이었을까?
차가 농장을 지나갔고, 차에서 내린 노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노인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에 묻은 진흙과 허리춤에 찬 자와 가위를 바라보다가,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노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댔다……
당시 그의 얼굴 주름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노인은 자신의 손을 잡고 농장을 떠났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랐다. 아마도 두려웠던 것 같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울음소리에 파울비스트가 잠에서 깨어 날아갔다.
“착하지. 자, 루치노, 그만 울자, 뚝.”
“움베르토, 뭐라도 말을 하는 거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동화 하나 들려주마……”
“사냥꾼은 황야에 들어가기 전, 늑대를 만나게 된단다.”
“늑대는 자목으로 만든 활은 견고하고 돌을 갈아 만든 칼은 날카롭지만, 살아남길 원한다면 살과 가죽을 보호하는 옷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단다. 왜냐하면, 그것만큼은 황야와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하, 울음을 그쳤구나. 이 녀석,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든 거냐?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단다……”
할아버지.
음?
단추 다는 법을 한 번 더 가르쳐 주시겠어요?
늙은이의 조언을 듣겠다니 정말 기쁘군, 잉그리드.
난 네가 그때처럼 칼을 든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줄 알았다.
나도 극동으로 가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줄 알았어. 하지만 당신도 봤듯, 난 도망칠 수 없어.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잉그리드, 꼭 가야겠습니까?
막을 생각이라면 막아봐.
보스 말이 맞아. 베네치아 사람끼리는 칼을 겨누지 않지.
불포가 소지품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안토니오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가문의 문장이었다. 과거 자신이 파브리치오를 따르겠다고 결심했을 때, 똑같은 것을 받았었다.
결정한 건가?
용서해 줘,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일은 아마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거든.
만약 이 가문의 문장이 내 마음속 매듭을 푸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참으로 이기적이구나.
알아.
얘야, 어째서 내게 돌을 던진 거냐?
실수였어, 그냥 실수. 도망가는 저 녀석들을 맞추려고 했거든. 그, 근데 당신이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바람에……
네 얼굴에 있는 그 상처는…… 방금 그 애들이 한 짓이니?
내 귀가 크고 이상하댔어. 루포가 아니라서 시라쿠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지.
쟤들이 더 심하게 다친 거 못 봤어? 못 이기니까 말로만 설치는 거야, 다음엔 이빨을 전부 뽑아버려 주겠어!
하하, 저 아이들보다 네가 훨씬 더 루포 같구나.
가족은?
……죽었어. 우린 도망쳐서 이곳에 온 거야. 근데 아빠 엄마가 시청에 구호품을 신청하러 가던 중에 운 나쁘게 패밀리의 싸움에 휘말렸어.
갈 곳이 없는 거냐?
응.
나랑 같이 갈까?
당신 대신 싸우게 하려고?
……그건 네가 좀 더 자란 뒤에 얘기하자꾸나.
내 딸 벨라는 몸이 약해서 평소에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단다. 만약 같이 놀 친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그 애가 불포랑 놀고 싶다면야, 나는 상관없어.
이렇게 빨리 승낙하는 거냐?
난 아직 약해. 그리고 계속 공원에 있어 봤는데, 모든 사람을 이길 수는 없었어.
이걸 받아라.
이게 뭐야?
베네치아의 문장이다. 이걸 받으면 우리는 한 가족이 되는 거야.
……하지만 난 루포가 아닌데.
우리 패밀리에는 루포가 아닌 사람도 많단다. 하지만 우리의 유대는 그 어떤 패밀리보다도 돈독하지. 너도 이해하게 될 거다.
엄마 뒤에 숨지 말거라. 몸은 가릴 수 있어도 꼬리를 봤단다.
……
이 아이가 리사?
이 아이는 네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르구나, 잉그리드.
미안, 말하지도 않고 데려와 버려서.
신사에 있는 그 노친네들이 이 아이를 발견해서 더는 극동에 둘 수 없었어.
아홉 꼬리의 혈통이라며 평생을 신사에서 살아야 한다느니, 아버지처럼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길조의 상징처럼 모셔져야 한다느니, 바보 같아.
아이의 방도 정리해 뒀다. 시라쿠사 생활에 적응하고 나면 패밀리의 다른 아이와 함께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거야.
저기, 리사가 극동 녀석들과 멀어지는 걸 바라고는 있지만, '시라쿠사식 생존 방식'을 배우게 하고 싶지는 않아.
……
안톤에게 가서 인사라도 하려무나. 아이를 위한 전담 교사를 구해보마. 음악, 문학, 미술, 천체, 오리지늄 아츠…… 뭘 좋아하든 다 배울 수 있게 하겠다.
날 질책하지 않는 거야?
여전히 내 앞에 있지 않느냐, 잉그리드.
칼을 잡는 손이 느려지기라도 했나? 그게 아니면 수행하는 임무가 적어졌나?
아니.
그렇다면 너는 여전히 우리 패밀리에서 내가 짊어진 무게를 이어받기 가장 적합한 사람이란 뜻이다.
응.
게다가, 나는 이 아이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가장 시급한 건, 이 아이가 나를 무서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겠지, 하하하.
아직 아무것도 못 건졌나?
손발과 꼬리의 힘줄을 잘랐지만, 죽어도 누가 암살을 계획했는지 밝히려 하지 않고 있어. 계속 모른다고만 할 뿐이야……
이전의 17명과 똑같아.
……리사는 방금 잠들었군.
감염 상태가 굉장히 심각해. 오리지늄 결정이 이미 어깨까지 퍼졌어. 그리고 당신이 직접 돌봐줄 필요까진 없어.
방호를 위한 조치는 해뒀다. 게다가 리사는 나 때문에 다친 거야. 잉그리드, 넌 이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리사는 아이일 뿐이야. 그동안 밖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아이는 몰랐겠지만, 저택 안의 사람들이 모두 긴장한 걸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야.
네가 안토니오를 구하러 갔을 때, 리사는 내 곁에 있으면 네가 덜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다.
……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람들이 도착했어.
……벌써 리사가 갈 곳을 찾아뒀구나.
패밀리가 시라쿠사 안에서 리사를 위한 최고의 광석병 의사를 찾아줄 수 있었다. 굳이 몰래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회사에 연락할 필요는 없었어.
……잉그리드, 너희가 떠날 필요는 없다.
시칠리아 부인이 내일 테르니에 도착할 거야. 탄크레디 패밀리와 베네치아 패밀리가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겠지.
이때, 반드시 나를 패밀리에서 제명해 줘. 마치 탄크레디의 사람이 죽어도 당신을 겨냥한 암살을 계획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건 이미 얘기가 끝난 일이잖아.
……그래.
미안, 가문의 문장을 돌려줄게.
갖고 있거라. 잉그리드, 그냥 넣어둬.
나는 네가 리사를 위한 복수를 하는 것을 묵인했다. 난 그 아이가 좋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어째서 패밀리가 2주 동안 네 행동을 내버려뒀을까?
우리는 한 가족이야, 잉그리드.
“우리는 한 가족.”
이 문장은 당신의 축복이지만, 내 족쇄이기도 해.
……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느냐?
리사는 이제 그 회사의 직원이야. 몇 년 전에는 라이타니엔으로 가서 로도스 아일랜드의 감염자와 관련된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일도 했지.
내게 보낸 편지에서는 굳이 이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리사를 보러 갔을 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모두들 리사의 활약에 대해 칭찬하더라고.
리사가 많이 보고 싶구나.
만약 그 아이가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난 막지 않을 거야…… 당신은 지금 내가 옛날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란 건 알고 있겠지.
어쩌면 내게 이 문장을 갖고 있으라고 했었을 때, 아마 여러 계획이 있었던 거겠지……
잉그리드는 가만히 서 있는 안토니오를 한번 쳐다보았다.
잉그리드, 갖고 계세요. 카르네발레가 끝나면 몬텔루페에 다 같이 가자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음?
안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이르구나.
시칠리아 부인이 어쩌면 봐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
끔찍할 만큼 혐오했던 카르네발레도 다른 형태로 시라쿠사에 다시 생겼습니다. 그에 비하면 잉그리드가 저지른 일은 별것도 아니죠.
더군다나 벌써 6년이나 지난 일입니다. 지금의 탄크레디 패밀리는 이제 시칠리아 부인이 신경 쓸 가치도 없어졌고요.
6년 동안, 제가 그때 지켜냈던 마지막 자동차 공장으로 테르니 시에 있던 탄크레디 패밀리의 모든 사업을 먹어버렸죠.
시칠리아 부인은 결과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게 바로 결과예요.
그게 자네의 생각인가, 안톤?
네, 아버님.
안토니오가 당신 옆에서 잘 해주고 있잖아, 이제 패밀리에 나는 필요 없어.
안톤은…… 벨라가 죽은 뒤 나를 약간 경계하고 있지. 난 느낄 수 있어.
……
벨라가 죽었으니, 사위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던 거겠지. 그래서 늘 쳇바퀴 돌듯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거고.
아버님, 전……
난 자네가 그렇게 많은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군. 패밀리의 영역은 이미 충분히 크고, 이렇게 새로 지은 뉴 볼시니에서도 베네치아는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갖고 있어.
이미 충분히 잘해줬다네. 안톤.
나는 잉그리드가 떠나는 걸 보았고, 벨라가 죽는 것도 보았지. 내가 진정으로 신경 쓰는 건, 내 곁에 남은 '가족'이 얼마 없다는 거야…… 나도 이젠 늙었어.
둘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네.
……
……
잉그리드는 눈앞에 있는 백발의 노인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잉그리드, 아버님의 말씀을 들었잖습니까. 적어도 지금은……
안토니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잉그리드는 돌아섰다.
미안해……
당신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지만…… 내겐 무리야.
잉그리드?
지금까지 살인을 제외하면,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어.
아무리 뛰어난 킬러라도 '베네치아 주니어'가 될 순 없어. 안토니오는 나보다 그 자리에 더 적합하고, 내가 떠난다고 해도 그렇게 큰 손실은 없을 거야.
6년 동안,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나는 당신에게 실망스러운 존재였다는 것을.
……
하지만 리사가 다친 이유에 대한 진실은 끝내 찾지 못했지, 나라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광석병은 불치병이야. 그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어째서 시라쿠사로 돌아가지 않았는지를.
6년 전에 찾지 못한 그 사람, 그 사람을 찾아내서 죽일 거야…… 그것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없어.
하지만 문장을 내려놓고 그대로 떠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당신과 대립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
패밀리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란 약속은 못 해.
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한 마지막 품위는 남기겠어. 이건 내가 당신에게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거야.
아버님, 제가 다시 설득을……
그럴 필요 없다.
노인은 손에 있는 문장을 어루만지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에 넣었다.
잉그리드의 성격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
잉그리드는 마음먹은 것을 쉽게 바꾸지 않아. 이 문장은 내가 대신 보관하다가, 생각을 바꾸면 돌려주도록 하마.
……
자네도 요 며칠은 외출을 자제하게나. 마침 나와 함께 집에 있을 수 있겠군.
하지만 회사 일이……
직접 데려온 부하들조차 못 믿겠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자네가 뉴 볼시니에서 하는 일에 크게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패밀리의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 아닐세.
움베르토 데 몬타노는 내 오랜 벗이다. 그는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어. 그러니까 더는 그들을 괴롭히지 마라.
……네.
잉그리드가 자네에게 하는 질문을 들었네. 리사가 다치게 된 진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그냥 몇 가지 단서일 뿐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요.
그런가? 안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선 직접 판단해도 좋다……
하지만 패밀리의 체면과 연관된 일이라면, 제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게나.
알겠습니다.
……
안토니오, 새로운 소식입니다!
카포네와 감비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잃어버렸던 물건을 항구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하, 하지만…… 누군가 퍼레이드 차량 사이에 숨겨 두고 불을 질렀습니다.
……누구의 짓이죠?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경찰이 트럭 조합의 리더인 '에이레네'라는 사람을 조사하기 위해 데려갔습니다. 그 사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