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5“새 삶을 위하여”
스승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류드밀라는 레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황야에 쓰러진 류드밀라를 우연히 지나가던 소머가 트럭 상조회로 데려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드
바실리는 매우 용맹한 황제였다.
그는 80세를 넘겼지만, 여전히 왕관을 쓰고 전장에 나갔다고 전해졌다.
우르수스는 깊은 설원에서 참패를 당했고, 전사한 동포들의 시체는 눈 속에 쌓여 벽을 이루었다.
황제는 복수를 외쳤고, 그의 분노는 눈보라를 압도했다.
남은 병사들이 막사를 둘러쌌지만, 빛나는 왕관에 모두가 황제를 숭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온 거센 북풍에 막사는 날아갔고,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왕관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설원에는 더 이상 황제가 없었다. 전해지는 얘기에 따르면, 결국 바실리는 사람들에게 밟혀 죽었다고 한다.
막사 밖에는 무릎을 꿇은 이름 모를 병사들이 수만 명 있었지만, 왕을 시해한 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오, 당신이 시라쿠사어로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 듣는데.
당신의 '크라운슬레이어'라는 이름은 책에서 나온 거였군…… 제목이 뭐야?
《정당과 정의》.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네…… 거창한 이론이 가득한 두꺼운 책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책이었던 건가?
아니. 그건 이야기책이 아니야. 그 안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지.
무엇이 '정당'이고, 무엇이 '정의'일까?
두 개념은 서로 혼용되어야 하는 걸까? 서로 모순되어야 하는 걸까? 그것들을 정의하는 건 누구일까? 우리는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그것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걸까? 마치…… 망해버린 리유니온처럼.
결국, 그럴듯한 변명이 필요할 때만 쓰이는 것뿐인 걸까.
음……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해주기 전에 물어보고 싶었던 건 이거야. 우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어…… 여기서 헤어지자.
이 방향을 따라 계속 앞으로 가면 숲의 끝에 도달할 수 있고, 그곳에서 옛 이동도시의 항로를 볼 수 있을 거야.
그 근처에는 라이타니엔 국경 검문대가 있을 수도 있고, 시라쿠사 화물 육지 함선이 지나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
넌 체르노보그와 용문의 전투를 겪었으니 그들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하아, 30명이 넘던 사람들 중에서 남은 건 나 하나야……
크라운슬레이어, 왜 우리는 함께 할 수 없지?
함께 있으면 권력자의 표적이 되거나, 아니면 다시 총알받이로 이용될 뿐이니까.
너흰 나인을 따르고 싶지 않아 하지, 그래서 떠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야.
내가 리유니온으로서…… 아니,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당신은 어디로 갈 생각인데? 당신도 혼자가 되어버리잖아.
걷고, 보고, 생각해 볼 거야.
시라쿠사를 떠나기 전, 스승님이 충고해 줬어. 복수를 위해 우르수스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난 아직 약한 데다, 각오도 충분하지 않다고…… 하지만 난 그 말을 듣지 않았지.
이제는 어쩌면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아. 스승님을 다시 찾아뵙고 싶네. 어쩌면 스승님이 다시 조언을 해줄지도 모르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 조언을 해줄지도 모르지.
당신의 스승은 어떤 사람인데?
시라쿠사의 어느 패밀리 출신이었어. 강한 전사였고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지…… 많은 것을 가르쳐 줬어.
시라쿠사라면, 갈 길이 꽤 멀겠는데.
눈 위에 있는 이 모닥불을 봐. 한때 이 불은 감염자들의 분노를, 리유니온의 이상을, 우르수스 전역을 불태울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나와 너를 따뜻하게 해줄 뿐이야.
내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줘. 탈룰라를 잊고, 체르노보그 그리고 용문을 잊어. 리유니온을 잊고 우리 모두를 잊어버려. 떠나기로 했다면 다시는 생각하지 말아줘.
몸에 있는 결정까지 잊어버려. 모두 잊어버린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아……
우리 모두 떠나기로 선택했지만, 당신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늘 들었어……
당신은 아는 것도 많아 보이는 데다, 책도 많이 읽은 것 같아. 가끔이지만 당신은 대위님이나 탈룰라 같은 부류와 더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
하아…… 그러니까 내 말은, 어릴 적 할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책을 너무 많이 읽는 사람들은 외골수라고.
어쨌든…… 이쯤 하자고. 잘 가, 크라운슬레이어. 행운을 빌지. 아무래도 당신은 정말 행운이 필요할 것 같아.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윽, 꼬리가 젖었잖아.
여긴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지저분한 거리에, 짜증 나는 비까지도.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우르수스의 눈보다, 이곳의 비가 더 불쾌한 이유는 뭘까.
선생님 집에 드라이기가 있었으면……
선생님!!
진동하는 피비린내.
류드밀라의 선생님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단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류드밀라는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선생님에게 다가가 상처를 눌러 지혈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한 발짝도, 심지어 시선조차 움직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류드밀라는 익숙하면서 무서운 기운이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 후드를 입은 회색 머리의 늑대.
진랑은 죽었다. 레드는, 할머니의 말을 들었다.
……너였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레드는 울프 헌터다. 레드는 할머니의 말을 듣는다.
진랑은 죽었다. 진랑은 저항하지 않았다.
왜……
어째서일까?
어째서 염국에서 시라쿠사까지 이 빨간 후드를 입은 녀석이 계속 내 뒤를 쫓아다녔던 걸까? 마치 떨쳐낼 수 없는 유령처럼.
너는……
너는…… 대체……
뭐 하는 자식이야?!
……
류드밀라는 침묵한 채 눈앞의 불을 바라보았다. 여행 가방이 불타고 있었고, 그 안에는 자신의 선생님이 있었다.
류드밀라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어떻게 소금과 물로 방 안의 핏자국을 지웠는지, 어떻게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선생님의 시신을 이 황야로 끌고 왔는지를 회상했다.
돌아가시기 전의 선생님은 아주 야위었었기에, 이 행동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류드밀라는 늘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기억했다.
온통 핏자국이었다…… 세상에서 유일한 친척인 삼촌과 삼촌의 친척들 그리고 하인들 모두, 저택 전체가 그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자신을 시라쿠사로 데려온 사람이 말했다. 삼촌은 거리 2~3곳의 장사를 꽉 잡고 있고, 세력은 크지 않지만 시라쿠사의 이 작은 도시에서 살기에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도 전에…… 조잡한 오리지늄 폭탄이 유리창을 깨뜨렸다. 혼란 속, 팔을 다친 류드밀라는 덜덜 떨면서 침대 밑으로 숨었다.
저택에 난입한 마피아들은 연구소를 쳐들어온 우르수스 헌병과 다를 바 없었다. 마치 자신이 체르노보그에 있던 날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아버지를 잃은 그날 밤으로.
마침내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때, 류드밀라는 겨우 용기를 내어 방에서 나왔다.
마피아들도 모두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었다. 저택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과 가장 천한 하인뿐이었다.
그 하인은 항상 수위실에 살며 편지를 받거나 보내는 일을 했고, 편지를 전할 때만 다리를 절뚝거리며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카펫 위를 걸을 때도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서 큰 소리가 나지 않게 했었다.
“패밀리의 보복이야. 네 삼촌이 이 사람들의 미움을 산 까닭이지. 난 이제 떠날 거야…… 갈 곳은 있니?”
“이, 이 나쁜 사람들을 전부 당신이 죽인 거야?”
“죽이지 않았다면 난 죽었을 것이고, 너도 죽었을 거야.”
“왜 처음부터 이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지?”
“타깃이 나인 줄 알았거든…… 이런 몸으로는 가까이 와야만 공격할 수 있어.”
“당신은 무섭지만…… 대단해. 당신을 따라가도 될까?”
“복수하고 싶니? 네 삼촌을 위해서? 너희는 친하지도 않았잖아. 내가 기억하기로는 널 이곳에 데려온 사람은 네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하긴,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해졌구나.”
“류드밀라, 내 제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니?”
“나는 이미 불구가 되어 큰 쓸모가 없을 거란다. 그럼에도 기꺼이 나의 제자, 그리고 나의 도구가 되어주겠다는 거니?”
“얘야, 우린 둘 다 후회하게 될 거란다.”
“후회하지 않아. 잘 가르쳐만 준다면, 칼을 쥐는 법, 복수하는 법을 가르쳐만 준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아!”
“칼을 잡는다고? 아니, 칼을 잡기엔 아직 일러.”
“먼저 불을 붙이는 법을 배워보자. 이 집을 태워버리고, 여기 있는 모든 것을 태워.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찾지 못하게.”
“류드밀라, 불은 모든 것을 감출 수 있어.”
류드밀라는 선생님의 시신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처음 가르쳤던 것처럼.
하지만 그다음은?
리유니온을 떠난 후, 시라쿠사로 돌아오는 데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마지막 안식처마저 잃었다……
불이 꺼졌고, 아침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재를 날려버렸다. 황야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류드밀라,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복수해야 해.
찾았다.
너, 레드를 찾는 중?
이 도시에서 외부에서 온 살인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
너는 매우 눈에 띄거든.
레드의 길을 막지 마.
도망칠 생각 마라!
음.
죽이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왜지?
나는 선생님한테 너 같은 원수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 왜 켈시와 함께 있는 사람이 내 선생님을 알고 있는 거지?
진랑…… 죽어야 해.
그건 게임의 규칙이야.
게임이라니 그건 또 뭐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넌 내게 남은 마지막 가족을 죽였으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너는 약해. 레드를 이길 수 없어.
얕보지 마!
지난번엔 네가 기습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야. 내가 널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성가셔.
더 이상 레드를 따라오지 마.
멈…… 멈춰!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
젠장……!
낯선 도시…… 낯선 음식……
조금 이상해, 하지만 괜찮아.
흥, 꽤 민첩한데!
……또 너야.
말했잖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도망갈 생각 마. 내가 죽거나, 네가 죽거나. 우리 사이에는 이 2가지 결말뿐이야.
(짜증 난다는 듯이 이를 드러낸다)
화났어?
좋아, 그럼 네 진짜 실력을 보여줘……
어이, 이봐요!
어느 댁 아가씨들인지 모르겠는데, 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워요!
……
안 좋은 냄새, 이상한 소리.
……위험해.
……
이상한 인간……
너…… 언제까지 레드를 따라다닐 거야?
말했잖아…… 내가 죽거나, 네가 죽거나야.
이미 여러 번 했어, 넌 레드를 죽일 수 없어.
그리고 넌 매우 지쳤어……
그럼 네가 날 죽여.
지칠 대로 지친 리프로바는 쓰러졌다. 의식을 잃기 전까지 그녀는 빨간 옷을 입은 루포의 바지 자락을 꽉 붙들고 있었다.
너…… 불쌍해 보여.
이봐, 이봐…… 어떻게 된 일이야? 괜찮아?
멈춰…… 가지 마……
하아, 차가 고장 나서 가고 싶어도 못 가.
여기서 왜 이러고 누워있어? 다쳤어? 연락할 가족은?
없어…… 아무도……
뭐라고? 잘 안 들려…… 마스크를 좀 벗길게, 숨 좀 쉬게……
이, 이건…… 입안까지 결정이 있잖아. 감염이 너무 심각해……
갈 곳 없는 감염자라니, 아아, 어쩌지?
참나, 상조회의 장거리 업무를 처음으로 맡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우리 둘 다 운이 없네.
재수 없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