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8정의로운 가시
시청과 법원의 움직임을 알게 된 베네치아 주니어는 베네치아에게 '은퇴'를 강요하고, 카르네발레를 기회 삼아 도시 전체를 장악하기로 한다. 트럭 상조회가 패밀리의 그림자에서 결코 벗어난 적이 없었음을 깨달은 에이레네는 운전기사들과 함께 패밀리와 악연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1100년 11월 8일 6:15 P.M.
보스, 저를 찾으셨나요?
안톤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다는군.
카를레, 여기입니다.
안토니오 씨……
최근에 뉴 볼시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차량이 있었나요?
여객 노선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엔 카르네발레를 위해 뉴 볼시니로 오는 사람들뿐이라,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잘됐군요.
지금 짐을 챙기면 마지막 차를 탈 수 있을 겁니다.
네……
네? 저기, 안토니오 씨, 그게 무슨 뜻이죠?
시칠리아에 형제가 있지 않나요? 뉴 볼시니에도 머물 수 없고, 몬텔루페로도 돌아갈 수 없다면, 형제를 찾아가는 수밖에요.
당신의 실수로 '타이어' 한 트럭을 통째로 잃었습니다.
전 기회를 줬습니다. 하지만 항구로 가서 가주를 마중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 했죠. 살루초 패밀리의 늙은이가 당신보다 먼저 가주를 찾았습니다.
카를레, 살아서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대한 당신에게 품위를 지킨 것입니다. 이거 받으시죠……
그건 은행 어음이었고,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패밀리 멤버는 멍한 채로 받은 뒤, 자신의 이름이 왼쪽 상단에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안토니오는 이미 그 위에 X 표시를 그어놓았다.
정착금입니다. 패밀리의 비호를 받지 못한다면, 돈이 필요한 곳이 많아지겠죠.
전 패밀리에서 10년도 넘게 있었고, 당신이 오시기 전부터 계속 보스를 모셨던 사람입니다. 보스 앞에서 저를 이렇게 대하는 건……
보스, 보스……
직원이 실수를 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일세, 자네는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의 책임자니까.
……안톤, 이 일에 대해선 사전에 말하지 않았던 것 같군.
부디 저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경찰이 방금 다녀갔고, 베네치아 산하의 차량 공장과 정비소를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카르네발레 전의 정기 점검이라고는 하지만, 공문은 임시로 발급된 거였죠.
게다가 방금 전에는 알베르토가 갑자기 기업 자격 문제로 임시 구금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틀림없이 오전의 재판이 라비니아 대법관을 자극했고, 그녀가 이런 수단으로 자신이 모르는 상황을 통제하려 하는 것일 겁니다.
현재의 상황은 제 손을 벗어났기에, 만약 카를레를 처리하지 않으면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1년 동안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는 《신도시 관리법》을 엄격히 준수했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약점도 어제 항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타버렸습니다.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도 처리했죠.
하지만 카르네발레가 끝나고 라비니아에게 여력이 생기면, 아마 전력을 다해 저희를 공격할 겁니다.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본래 제 계획은 이 도시를 천천히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효과적인 법과 함께, 시라쿠사인에게 이미 익숙한 어둠의 질서도 공존하는 도시로요.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비결은 단 2가지입니다.《신도시 관리법》을 잘 준수하는 것. 그리고《신도시 관리법》을 너무 준수하지는 않는 것.
다른 패밀리들도 분명히 이렇게 하고 있지만, 새로운 게임 규칙에 적응하는 건 어렵죠.
베네치아 패밀리는 이 2가지 질서에 완벽하게 융화할 수 있고, 이미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지금 그중 한 부분을 포기하고, 다른 한 부분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겁니다.
……
자네…… 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건가?
질서를 어지럽혔군, 안톤. 잊지 말게나, 뉴 볼시니는 시칠리아 부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네. 부인은 저 젊은이들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고.
자네가 이렇게 하는 건 그녀의 권위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걸세. 시라쿠사 전체에 맞서는 거지. 자네가 베네치아 패밀리 전체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군요.
이전에 이런 짓을 꾸몄던 건 베르나르도였고…… 베르나르도가 죽은 지는 이제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네!
혹시 시칠리아 부인을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시청에서 이상을 외치는 젊은이가 무서운 겁니까?
……아버님, 늙으셨군요.
베네치아는 그레이홀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일세. '잡종'으로 이루어진 패밀리, 혈연관계가 없는 외톨이 루포, 잉그리드 같은 불포, 자네와 같은 페로……
다른 패밀리는 우리를 그다지 대단하게 보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네. 여기엔 모든 베네치아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네.
우리의 유대는 혈연보다 더 끈끈하지. 나는 패밀리의 모든 사람이 품위 있는 결말을 맞이하길 바란다네.
하지만 자네는 패밀리를 이런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으려 하고 있지…… 안톤, 내 가르침을 잊은 것 같군.
아버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저 같은 페로가 어떻게 시라쿠사에 오게 됐는지 아십니까?
……
……저는 군인이었습니다, '진정한 볼리바르인 해방 운동' 소속이었죠.
볼리바르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네……
사실 볼리바르에서는 누구를 위해 싸우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3개 세력이 왜 싸우는지 이해할 필요도 없었죠. 어차피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살길을 찾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제가 있던 게릴라 부대는 싱가스 왕조의 한 마을을 소탕하다가 위치가 노출되었고, 부대원 전원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저희 20명은 주머니를 털어 가진 걸 모두 모아 사형 집행관을 매수했고, 명단에 있는 저희의 신분을 '사형수'에서 '노역수'로 바꿔 달라고 애원했죠.
저희를 이송하기로 한 상급 장교는 배가 불룩한 귀족이었습니다만, 그날 술에 취해서 심사를 잘못 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트럭을 1대밖에 안 가져왔더군요…… 10여 명밖에 탈 수 없는.
집행관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자의 반응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
그자는 술에 취해 딸꾹질을 하면서 펜을 꺼냈고, 명단에 대충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말하더군요. “명단에는 분명 10명밖에 없는데, 그렇지 않나?”
우리는 그 장교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잘라낸 뒤, 볼리바르를 탈출했죠. 그 후의 일은 아버님도 알고 계십니다.
안톤, 자네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네……
너무 오래된 일이라, 하하, 거의 잊어버릴 뻔했죠.
제가 이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젊고 유망한 시장님을 만나 뉴 볼시니의 물류 건설에 대해 논의했을 때, 그는 제 제안을 거절했고, 이 신도시의 유래와 사명에 대해 이야기해 주더군요……
이른바 '실험장'이라는 것, 옛사람들을 데리고 와 시라쿠사의 전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로 관리한다는 거였죠……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있을 것이며,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희생될 거란 걸…… 하지만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지 젊은 사람 넷이 그레이홀의 원탁에 앉아서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칠리아 부인이 시라쿠사의 23개 이동도시 중 하나를 그들에게 줬다는 겁니다……
마치 그때 그 귀족이 저희의 이름 위에 대충 동그라미를 그렸던 것처럼요.
아버님, 레온투초의 연설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감동적이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어리석은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방금, 제가 질서를 어지럽혔다 하셨던가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변한 적 없습니다.
저는 그 귀족이 싫고, 시칠리아 부인이 싫습니다. 저는 자기들 마음대로 동그라미를 그렸던 그 권력이 싫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겁니다!
안톤……
후우…… 아버님, 말이 좀 많았군요. 전 오늘 아버님께 품위가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거나, 시라쿠사의 정세를 분석하러 온 게 아닙니다.
1년 동안의 사업 운영만으로는 저희가 도박판에 앉기에 부족합니다……
아버님,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항로에 패밀리의 육지 함선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의 긴급 배치 권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가주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밖에 있는 녀석들이 카를레에게 한 것처럼 나를 대할 건가?
그렇진 않을 겁니다. 아버님은 진정으로 품위 있는 분이시니까요.
……
아버님은 늙었습니다. 계속 은퇴를 얘기하지 않으셨던가요?
실례지만, 에이레네는 캠프에 없나요?
……대, 대법관님?
어, 어, 에이레네는 없어요. 모두들 에이레네의 무죄 석방을 축하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가지 않았나요?
아, 그게, 저는 보시다시피 이 트럭들을 정비 중이니까요?
내일이 카르네발레라 차가 많이 필요해서……
누군가는 정비를 해야 하죠.
……
거짓말이군요.
에이레네를 보게 되면, 제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주세요. 언제든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에이레네, 자, 올해의 스케줄이야.
말한 대로,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와 관련된 기록을 모두 표시해 뒀어. 모든 운행 시간, 실었던 화물에 대한 설명, 운전기사 이름…… 다 여기 있어.
음, 소머의 노트에 적힌 것과 모두 일치하네.
소머는 구리를 뉴 볼시니로 데려오려고 했어. 카멜로는 몰래몰래 술에 의지해 부상을 버텨냈지만, 어쩔 수 없이 상조회가 아닌 다른 곳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 지아니와 루지에로도 각자 사정이 있고……
우리 기사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노리고 선택했었던 거야.
출차 기록이 많진 않지만, 빈도는 매우 규칙적이야. 무기를 도시로 몰래 들여온 게 그날 밤이 처음은 아니었겠지……
에이레네, 네 추측대로야. 그 판사가 정말 너를 찾으러 캠프에 왔었어. 판사가 떠난 후에 몇몇 패밀리 멤버들이 판사의 뒤를 몰래 뒤쫓았고.
그렇다는 건……
난 계속 차를 타고 따라가다가 판사가 법원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돌아왔어.
잘됐네.
한 가지 더 있어.
뭔데?
살루초 와이너리의 법무팀이 급하게 법원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얼마 전 경찰이 예고도 없이 살루초의 와이너리로 가서 알베르토를 데려갔다고 해.
동시에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도 찾아갔어. 지금 경찰과 판사가 공장을 점검하고 있을 거야.
라비니아는 아직 무기에 대해서는 모를 거야. 하지만 교통사고와 항구 화재가 보낸 신호는 이미 아주 위험해……
레온투초는 부상으로 지금까지 병원에 있고, 판사님은 뉴 볼시니의 대법관으로서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하려고 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트럭 상조회에는 같은 방법을 쓰지 않았어…… 우리에게 경고를 하러 온 거야.
아니면 최후통첩이거나.
잠깐, 그러면 류드밀라가 방금 말한……
알베르토든 베네치아 주니어든 상관없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겠어.
지금 라비니아는 매우 위험해.
그자들은 그저 판사의 뒤를 쫓을 뿐, 뭔가를 할 의도는 없어 보였어.
어쨌든 이곳은 뉴 볼시니고,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더 좋은 타이밍이 있잖아?
카르네발레를 말하는 건가……
우리가 판사에게 미리 말해줄 수 있잖아.
에이레네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뒤, 고개를 저었다.
넌 아직도 그 판사에게 상조회의 일을 알리고 싶지 않은 거야? 그 사람이 다치는 걸 정말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겠어?
적어도, 그 판사는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
……오해야, 류드밀라.
지금은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
만약 패밀리가 카르네발레에서 직접 라비니아를 해치려고 하는 거라면, 트럭 상조회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린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이야. 소머와 같은 일은 더 이상……
……
라비니아에게 직접 말하는 게 최선의 선택은 아닐 거야.
류드밀라, 그 무기들을 봤어? 양은 얼마나 돼?
업무량과 스케줄 기록으로 추정해 보면……
베네치아가 도시 안에 숨겨둔 무기는 몇 개의 전술 소대, 수십 명을 무장시킬 정도야.
우리는 정식 등록된 조합원만 해도 200명이 넘고, 임시 고용직과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몇 배는 더 돼.
문득 깨달은 건데, 트럭 상조회가 사실은 뉴 볼시니에서 가장 큰 조직이었구나.
한 사람을 은밀히 보호해야 하는 거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어.
……넌 정말 그 판사를 보호하고 싶은 것뿐이야?
소머는 적어도 한 가지를 가르쳐줬지, 우리 자신 외에는 이 도시에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거.
우리를 지키는 건 우리 자신뿐이야…… 그게 폭력이라고 해도.
……
우르수스에 있었던 시절, 난 네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을 알고 있었어. 그 사람은 결국 자신을 잃어버렸지.
날 막으려는 거야?
아니…… 소머의 사건은 끝을 맺어야 해.
하지만 분명한 건, 소머도 이런 네 모습을 보고 싶진 않을 거야.
에이레네, 난 반드시 네가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겠어……
약속할게, 류드밀라.
난 내가 하려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