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7개막 시간
라플란드는 황야에서 거의 폐차 직전인 택시를 주워 자로와 함께 뉴 볼시니로 돌아와 카르네발레에 참가한다. 교통사고가 있던 날 밤, 라플란드는 고층 건물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쯧쯧……
늦었네, 이 둘은 이미 싸움을 끝냈고, 살아남은 자는 없어.
라플란드, 나와의 결투를 중단한 게 이런 따분한 싸움을 보기 위해서였나?
한 사람과 한 마리의 늑대가 새벽녘의 황야에 서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노란색 택시 1대가 대기 중이었다.
택시의 앞은 커다란 바위에 부딪힌 탓에 움푹 파인 상태였고, 택시의 뒤에 있는 뒤틀린 타이어 자국, 흩날리는 흙먼지는 이 차가 방금 어떻게 광란의 질주를 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차 주변에는 시체 여러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바람이 피비린내를 멀리 날려 보냈고, 야수의 낮은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자로, 2가지는 확실히 알아둬.
첫째, 나는 네 무료함을 달래줄 장난감이 아니야. 둘째, 내 무료함을 달래는 장난감이 된 후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불멸의 늑대 군주도 별 재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그에 비하면, 이렇게 황야에서 갑자기 벌어진 패밀리 총격전이 더 볼만하지 않아?
……
하하,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시동이 걸리네?
원래 목적지는 어디였지?
어디 보자…… 지도에 표시된 곳은…… '뉴 볼시니', 서랍에 입국 서류도 들어있네…… 꽤 완벽하잖아!
익숙한 이름이군.
어이, 자로, 시체들을 좀 옆으로 치워봐. 후진할 공간이 필요해.
너 설마……
이건 시라쿠사가 너와 나에게 보낸 초대장이야.
설마 초대를 거절하려고? 늑대 군주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건 아니잖아?
말했지, 우리의 결투가 끝나기 전까지는 너와 동행하겠다고.
그럼 이리 와서 도와줘!
택시 운전사
1100년 10월 25일 9:00 P.M.
안녕.
어, 저에게 인사하실 필요 없어요, 카포네.
긴장하지 마. 사나운 얼굴로 놀라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니까. 어쨌든 이번 만남을 어렵게 수락해 주기도 했고.
제안하신 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만약 시청 사람들이 제가 시민 점수를 몰래 양도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많은 자격 증명서 서류 더미 중에서 몇 개를 고른 뒤, 설명을 작성하고 소유자 정보를 수정하면 되는 일이야. 아주 간단하지.
이렇게 하면 난 50점을 얻고, 너는…… 큰돈을 벌 수 있지.
우린 규정이나 법을 어기진 않았어. 만약 시청에서 정말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건 《신도시 관리법》 자체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게 증명되는 것뿐이잖아. 그건 그쪽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은 그렇지만……
신분 등록 자체가 굉장히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나는 이미 갱생했는데, 전과자라는 이유로 반년 동안 인증금도 많이 낸 데다, 사회봉사를 열심히 했는데도 시민 점수 120점 중 절반도 못 채웠어……
하지만 '깨끗한 이력'에 '법률 등 특정 기술직' 종사자인 너는…… 이제 막 뉴 볼시니에 왔지만, 시민 점수를 환산하면 뉴 볼시니의 시민을 3번이나 할 수 있을 정도야!
나에게 양도하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점수란 거지.
……조, 좋아요.
다음 주에 정식 인증을 신청할 예정이니, 그전에 당신이 필요한 자격 문서를 수정해서……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다고, 친구.
아, 급한 건 당신 아닌가요?
아니, 내 말은 뉴 볼시니 시민이 되는 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그런 생각 안 해봤어?
무, 무슨 뜻이죠?
뉴 볼시니에는 나처럼 점수가 모자란 사람이 많지만, 너처럼 점수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정식 인증을 늦게 하면 계속 양도하면서……
……
내가 기꺼이 중개인이 되어주지.
뉴 볼시니에서 《신도시 관리법》을 시행하는 건 당신 같은 사람들을 막기 위한…… 죄, 죄송해요……
어쨌든, 이렇게 하면 이 도시를 세운 취지와 어긋나지 않나요?
하아, 긴장 풀라고 친구. 그냥 말이 나와서 한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
생각해 보라고, 이 도시에 온 이유에 대해서…… 더 안정적인 수입? 더 나은 삶?
뉴 볼시니의 합법적인 시민이 되어 법률사무소의 잡일이나 하면 정말 그걸 얻을 수 있을까?
……
(박수를 친다)
라플란드, 얼마나 더 볼 생각이지?
뭘 그렇게 서둘러? 배가 고픈데 어떻게 야간에 운전을 하겠어? 따끈따끈한 옥수수 케이크 하나 먹을래?
……
됐다. 쓸데없는 낭비는 말자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희한한 거래를 봤기 때문인가?
자로, 우리가 뉴 볼시니에 온 지 얼마나 됐지?
2달 정도.
2달 남짓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녔고, 얼마나 많은 승객을 태웠지?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정직하게 굴어서 힘들지 않았어?
시청 직원들이랑 법원 판사들은 법안을 이마에 붙이고 싶은 것처럼 굴고 있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그리고 시라쿠사의 모든 낡은 관습이나 규칙과 싸우고 있어……
하지만 패밀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를 온갖 방법으로 증명하려 하고 있지.
난 시라쿠사인이 이렇게 경직되고, 불안해하고, 가면을 얼굴에 용접해 붙인 것처럼 쓰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없거든.
이제 곧 카르네발레야. 이 사람들이 정말 이 광란의 카르네발레를 즐길 수는 있을까?
시민 점수 때문에 고민하는 저 둘에게 정말 고마워. 시라쿠사는 여전히 시라쿠사라는 거네. 그리고 모든 새로운 영역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건 시라쿠사인의 본능이라는 걸 알게 됐어.
하하, 이렇게 보니까 앞으로 있을 카르네발레가 더 기대되는걸.
……
어이, 듣고 있어?
녀석들의 냄새를 맡았어.
네 동족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다른 늑대 군주를 말하는 거야?
옛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없어?
이미 물러난 늑대 군주는 게임에 개입해선 안 된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자로. 넌 패배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네가 재미를 볼 수 없다는 말은 아니잖아.
네가 아직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
딱딱하게 굴지 마, 우리가 돌아온 이유는 이 진흙탕에서 헤엄치기 위해서라고.
하아……
그렇다면 너는? 네 과거와는 언제 작별할 거지?
사랑하는 아빠를 말하는 거야?
이미 작별 인사를 했는데…… 이번 카르네발레엔 아빠를 위한 선물도 준비했다고.
택시기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를 운전대 위에 올려 더 편한 자세를 취했다.
창문을 통해 택시 앞 벽에 붙어 있는 와이너리의 대형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와인잔을 내밀며 초대의 손짓을 하고 있었다.
“살루초 와이너리, 법률과 관련된 전문가 및 다양한 인재 채용 중,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스, 자료는 여기 다 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그래.
저희가 이 도시에서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총 13곳이고, 그중 6곳은 자격 심사를 받는 중이라 아직 운영할 수 없습니다.
외곽 부지에 있는 포도밭 2곳에서는 곧 첫 수확을 앞두고 있고, 창고, 실험실, 병입 작업 라인도 이미 다 완공되었습니다……
와이너리의 절반만 가동해서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숙성된 포도를 처리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청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 녀석들은 저희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죠……
자료는 앞에 있는 이 친구를 위해 준비한 걸세, 그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알베르토는 시음 테이블의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빨간 머리의 루포가 한참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와인 디캔팅이 끝난 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차분하게 알베르토와 마주 보았다.
살루초 패밀리가 뉴 볼시니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업들, 정상 운영 중인 것과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것까지…… 통합하고 재편성해서 새로운 법인으로 등록하고……
그다음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실제 경영 관리 책임자로 임명하면, 《신도시 관리법》 내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이 사업들을 자네에게 양도하는 건가.
벨로네 패밀리는 사업 규모도 작고, 승인 절차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 하지만 자네는 벌써 열 번도 넘게 거절당했지.
아무래도 '벨로네' 혹은 '살루초'가 얽혀있으면, 시청과 법원, 아니지 레온투초와 라비니아라고 해야겠군. 그 둘이 늘 과민하게 반응한다네.
제가 거절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드미트리,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레온투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그가 만든 규칙을 어떻게 활용할지 자네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자네는 이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지.
《신도시 관리법》을 준수하면서 합법적으로 두 패밀리를 다시 결속시킨다면, 시청이 여전히 노골적으로 자네와 나를 압박할 수 있을지 보고 싶군.
내 말이 맞지 않나? 벨로네 패밀리의 새로운 가주.
……
저를 꼭두각시 취급하지 마세요, 알베르토.
인정하죠. 벨로네 기업의 신청은 순조롭지 않았고, 당신의 제안은 아주 시의적절합니다.
당신은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고, 저는 뉴 볼시니에 진출할 자격을 얻게 되죠. 당신과 저는 각자 필요한 걸 얻는 철저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일 뿐입니다.
설령 시라쿠사에 있는 벨로네 패밀리가 예전 같지 않다 하더라도, 이 신도시에 패밀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살루초 와이너리에서 일하기로 한 건, 결코 벨로네 패밀리가 살루초 패밀리에 복종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니 호칭을 바꾸는 게 좋겠군요. 저는 벨로네 패밀리의 새로운 가주 자격으로 여기 앉아 있는 게 아닙니다.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다네, 젊은이.
자네와 나의 이 협력이 '벨로네가 살루초 편에 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지…… 레온투초가 어떻게 이해할지가 궁금하군.
아, 잊고 있었군. 어쩌면 이제 전혀 신경 쓰지 않을지도.
그는 이미 자네를 버렸으니까.
굳이 그 얘기를 꺼내다니…… 알베르토, 당신 역시 외톨이 아니었던가요?
살루초 패밀리의 하얀 늑대, 당신의 딸은 당신의 명령을 계속 어기더니, 결국 영원히 패밀리를 떠나버렸죠.
제가 알기로는 최근 몇 달 전에 뉴 볼시니에 와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더군요.
매우 궁금하네요. 곤란한 상황에 빠진 틈을 타 상황을 더 악화시킬지, 아니면 패밀리로 돌아와서 지금의 살루초를 위해 힘을 보탤지.
……라플란드?
그 아이를 쫓아낸 건 나일세.
제가 아는 라플란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드미트리, 이건 자네가 무례하게 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네. 자네는 베르나르도와는 달리 상황 파악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이런 사소한 의견 차이가 우리의 공통된 이익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테니, 이걸 협력의 좋은 시작으로 보면 어떻겠나?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만 말을 줄이죠.
이 주식 문서에 먼저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알베르토.
이번 달 배당금은 제가 레온과 옛정을 나누는 활동비로 쓰도록 하죠.
1100년 11월 5일 10:45 P.M.
네 동족을 찾으러 갔었나 봐?
그래, 위선적이고 교활한 늑대였지.
카이사르는 이미 자신의 송곳니를 단순히 물어뜯기만 하고 피를 빨아먹는 바보로 변하게 했다. 코가 문드러질 정도로 냄새를 맡는다 한들, 바르고의 송곳니는 찾을 수 없겠지.
그 녀석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아주 깊숙이 숨어있다.
하지만 베르나르도의 영향력을 이용하면 다르다. 시라쿠사 사회에서 시라쿠사인 하나를 찾는 건, 마치 바람이 황야의 잡초더미에서 작은 동물을 찾아내는 것처럼 쉬운 일이지.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번 게임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자로, 네가 이렇게 말이 많은 건 정말 드문 일이네.
넌 판을 흔들고 있어, 그리고 그걸 즐기고 있구나.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맞아, 바로 그거야. 승패에 너무 연연하지 마. 게임 자체를 즐기는 법을 배우고, 거기서 더 많은 재미를 찾는 게 게임의 진정한 의미야.
너희 늑대들은 어떻게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는 건지……
뉴 볼시니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의 늑대가 건물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고요한 밤하늘이, 발아래로는 시끌벅적한 도시가 있었다.
카르네발레를 앞두고 열리는 여러 신기하고 다양한 사전 행사들, 빠르게 달리는 차량, 오가는 행인들, 크고 작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들은 가면으로 자신의 송곳니를 가린 채 카르네발레를 이용해 뼛속에 새겨진 정복욕을 배출하려 하겠지. 비참하군.
하지만 라플란드, 너는 이 높은 곳에 서서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군. 언제부터 이런 지루한 행사에 관심이 있었지?
시끄러워, 자로. 예전에 내 곁에 있던 사람은 너보다 훨씬 조용했는데.
그냥 바람 쐬고 있는 거야.
……
이 자리는 귀빈석이야. 가만히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면 돼.
배우들은 이미 모두 무대 위에 올랐으니까……
늦었군요, 레온.
미안해, 오늘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어.
취임 연설 준비 때문에 아직 바쁜 겁니까?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야…… 어쨌든 지금은 도시 전체를 위한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거나 다름없어. 근데 우린 집에서 파티를 연 경험밖에 없지, 그렇지 않아?
아직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그때의 일을.
어떻게 잊겠어? 네가 가족 모임에서 준비한 흑맥주를 진저에일로 바꿔놓고, 거기서 남긴 금액으로 차를 샀단 이야기를 잊어주길 바라는 거야?
하하…… 그런 적이 있었죠.
드미트리…… 어쩐지…… 마음이 붕 떠 있는 것 같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못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 것 같네요.
오는 길 조심하세요, 레온.
하하, 뉴 볼시니가 아니었다면 그 말이 더 위협적으로 들렸겠지.
농담은 그만하고 빨리 오시죠. 창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승용차는 거리 옆에서 뛰어가는 테일러샵 견습생을 지나 큰길의 끝으로 향했다.
조금 더 빨리 가자, 알베르토 님께 옷을 전달하기로 한 시간을 절대 어겨선 안 돼.
……살루초 패밀리의 수장……
알베르토 님은 어떤 분일까?
루치노는 숨을 헐떡이며 정장을 안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을 달렸다. 골목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불빛만이 켜져 있었다.
주스는 3잔, 피자는 5조각 째야…… 배가 그렇게 고팠어?
입 다물고 남은 에스프레소나 마셔.
윽…… 너무 쓰잖아.
이거 마시고 배탈이 나서 임무에 차질이 생기면, 네 목숨 좀 빌려줄래?
좀 참고 마셔, 그냥 아무거나 산 거니까.
여긴 우회로라 원래 인적이 드물어. 그리고, '타이어' 좀 옮기는 건데 문제 될 게 있겠어?
도로에서 접선하는 거라고 했지만, 결국은 잡일을 할 뿐이잖아. 챙길만한 실적 자체가 없는데 뭘 그렇게 신경 써?
네 불평은 몇 달 동안이나 충분히 들었어, 감비노.
아직도 새 보스의 성격을 모르겠어? 너무 급하게 어필하려고 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야.
우리는 이제 막 들어왔잖아. 기회를 잘 노려야 해.
넌 정말 보스를 꿰뚫어 보고 있구나, 카포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네가 어느 정도 수치심을 느낄 줄 알았어. 지금의 시라쿠사에 '시칠리안'이 설 자리는 없으니까.
아니, 난 더 이상 '시칠리안'이 아니야. 그리고 그건 네 수치고.
난 뉴 볼시니에 정식으로 정착할 자격을 빨리 얻고 싶을 뿐이야. 반년 동안 애도 많이 쓰고 인증금도 많이 냈는데, 이제야 겨우 시민 점수의 절반을 모았어……
절반이라고? 어떻게 나보다 50점이 더 많지? 몰래 봉사활동이라도 했어?
시끄러워. 우리에겐 두 번째 기회는 없어, 감비노.
……
앞에 있는 이 거리를 잘 지켜봐. 차가 곧 올 거야……
피자 남았어? 나도 1조각 줘.
참나, 다 식었는데도 먹고 싶다는 거냐……
두 사람이 서로 불평하는 사이, 한 그림자가 조용히 골목을 지나갔다.
(킁킁)
이 냄새, 틀림없어. 진랑이야.
트럭 1대가 레드의 앞을 지나가며 이목을 끌었다.
안에 숨었나?
(킁킁)
아니야. 음, 저쪽 거리?
레드는 거리 반대편을 바라봤다.
……
할머니, 레드는 울프 헌터야. 레드, 기억해.
저 사람들인가?
바르고, 당신이 남긴 식별 방법이 틀리지 않길 바랄게.
하아……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머리가 아플 것 같은데 말이야.
칼을 든 불포는 벽면의 그림자 속에 기대어 최적의 타이밍을 가만히 노리고 있었다.
불포는 움베르토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목표 2개를 한 번에 제거한 다음, 우두머리 늑대에게 보상을 요구하려 했다.
쯧,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아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네?
……
(저 사람은…… 잘못 봤나?)
류드밀라, 류드밀라…… 갑자기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좀 피곤하네.
곧 교차로에 도착할 거야. 거기서 내려서 날 기다려줘. 이제 곧 도착이야. 베네치아 사람들이 내가 낯선 사람을 데리고 온 걸 보면, 귀찮아질 거야.
……
류드밀라……
됐어, 더 말하지 마. 난 이미 차에 탔고, 오늘 밤 이 일을 끝까지 함께할 거니까.
고마워, 류드밀라.
어찌 되었든, 너와 함께해서 다행이야.
흠흠♪ 흠흠흠♪ 흠~~♪
소머, 아까부터 이 노래를 몇 번이나 듣고 있잖아, 질리지 않아?
질리긴!
《뜻밖의 만남》, 아주 좋은 노래라고. 소라의 목소리가 얼마나 예쁜데!
이번 주에 가장 핫한 솔로곡이야. 인터뷰에서 소라가 이번 카르네발레를 위해 특별히 이 노래를 녹음한 거라고 했다더라고.
소머는 차 안 스피커에서 반복되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곧, 이 트럭은 앞에 있는 교차로로 달려갈 것이고, 거기서 다른 승용차와 부딪힐 것이다.
카르네발레의 서막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이 좁은 구역에 있는 게, 젊고 유망한 시장 대행, 송곳니, 귀향한 사람, 그리고 이제는 또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모를 시칠리안이라니…… 참 떠들썩하네.
더 떠들썩하게 할 수 있다.
……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마, 자로.
시간에 맞춰 라디오를 켜는 택시 기사처럼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자고.
인간들의 게임은 너희가 사람들 골라서 서로 싸우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으니까.
……
카이사르의 어린 늑대가 아녜제의 어린 늑대를 발견했군.
봐, 항구 쪽에서 또 다른 차가 달려오고 있는 거 아니야?
“쾅!”
트럭은 승용차와 충돌한 후 황급히 도망쳤다. 눈을 찌르는 듯한 불빛, 그리고 당황하는 사람들.
역시 같은 무대 위에 있으면 멋진 공연이 펼쳐지는 법이라니까.
혼란스럽기만 하군. 그다지 재미는 느낄 수 없다, 라플란드.
뭐가 그렇게 급해?
본 공연을 보기 전에, 먼저 착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볼까?
여보세요, 혹시 경찰서야?
나? 나는 택시 기사야, 신고해야 할 게 있어서.
……맞아, 항구 구역. 맞아. 방금 이곳에서 교통사고가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