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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10-10

테레시스가 전략 중심을 빅토리아로 옮기면서 내전도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박사는 카즈델 탈환을 위한 마지막 계획을 세웠고, 바벨의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스카론, 오다, 켈시


1094년 봄

카즈델 지역, 바벨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율리에

아스카론, 네가 올 줄 알았어.

아스카론

……그야 나만 남았으니까.

율리에

그래.

율리에

몇 년 동안, 내가 아는 사람들, 친했던 사람들, 그래도 몇 마디 할 수 있었던 사람들 중엔, 이제 너만 살아있네.

아스카론

이번 네 임무는……

율리에

런디니움으로 간다는 거지, 알고 있어.

율리에

솔직히 조금 불안해. 잠입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율리에

사실 카즈델을 떠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율리에

아스카론은 몇 달 정도 밖으로 나갔던 경험이 있지 않아?

아스카론

하지만 빅토리아로 가는 거랑은 달라.

아스카론

네 임무는 테레시스의 용병 대열에 숨어 적절한 시기에 반란을 일으키는 거야.

율리에

……테레시스를 죽이면 정말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아스카론

아니. 군사위원회는 이제 더 이상 어떤 강한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아. 그건 테레시스의 목적이기도 하지.

아스카론

너희 임무의 실제 전략은, 필요할 때 소란을 피워 빅토리아 공작의 의심을 사는 거야. 남의 칼을 빌려 적을 공격하는 거지.

아스카론

런디니움은 빅토리아의 중심부니까 도망칠 곳이 없을 거야. 그곳은 군사위원회가 무너질 곳이 되겠지.

율리에

그리고 나면, 너희가 나흐체러르 왕정을 타격하고 카즈델을 점령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지?

아스카론

하지만, 율리에, 넌 아마……

율리에

그만! 나도 알고 있어, 잠입은 해본 적 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테레시스와 빅토리아인을 속이는 건…… 난 여태 필라인을 만나본 적도 몇 번 없다고!

율리에

빅토리아어도 연습해 두긴 했지만……

아스카론

……그런 얘기가 아니야.

아스카론

관두자. 이걸 줄게.

율리에

……이건? 내 옛날 옷?

율리에

옷 안감에 자수로 내 이름이…… 설마 전하가?

아스카론

전하는 이것을 직접 주고 싶어 했지만, 난 전하와 네가 둘이 만나는 걸 바라지 않았어.

아스카론

……전하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

율리에

……

아스카론

내가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알겠지. 이 계획에선 모든 사람들이 다 버려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걸.

아스카론

그건 전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너희 모두를 배웅하려 했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거야.

아스카론

그래서 난 거짓말을 했어, 예정을 앞당겨 출발했다고.

아스카론

미안 율리에. 넌 전하를 한번 만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는데.

율리에는 대답 대신 묵묵히 자수가 놓인 자신의 이름을 쓰다듬으며 천의 거친 질감을 느꼈다.

“율리에.”

율리에는 전하가 그들을 위해 수업을 해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공부보단 살인이 더 익숙했었다. 수업 중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지만, 속마음으론 전하가 옳은 말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도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

율리에

……마지막에 전하와 만나기 싫어할 사람이 어딨겠어. 하지만 네가 배웅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네. 몇 년 동안 너한테 많이 배웠어.

율리에

아. 설마 자기가 나보다 이번 임무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스카론

아니야.

율리에

사실 회의 때 네 이름이 나온 건 맞지만, 우리 모두 넌 카즈델에 남아 전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

율리에

나야 뭐 원래 의지할 데 없는 몸이니 가장 먼저 자원했지만……

아스카론

……스카우트의 부대로 갈 수도 있었잖아. 신청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율리에

그거야 그 영웅님한테 많이 배워서 어떻게든 너를 이겨보려고 했던 거고.

율리에

사람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잖아. 너를 이겨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가야 한다니, 마음이 편치 않은걸.

율리에

흥. 떠날 일이 없었으면 너한테 이런 얘긴 안 하려 했을 텐데.

아스카론

그래…… 할 말은 더 없나?

율리에

없어, 처음 고향 떠나는 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날 배웅해 주는 게 마왕 옆에서 늘 엄숙하게 있던 자객 우두머리일 줄도 몰랐고.

율리에

아스카론. 거짓말 말고 솔직히 말해 줘.

율리에

바깥의 대지는, 어때?

아스카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율리에도 애초에 그녀에게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율리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곳을 떠났다.

좋은 술을 한 병 가지러 가는 듯한, 그런 유유한 뒷모습이었다.

아스카론은 그렇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돌연 율리에가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그림자와 또 다른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3개월 뒤

빅토리아, 런디니움 교외의 어느 마을

율리에

나와. 숨어도 소용없어.

율리에

우리도 도시에서 소식 들었어. 카즈델에서 행동하려는 부대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너희지?

율리에

이 마을의 다른 길은 다 우리가 막았어. 뚫고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

……

율리에

이 자식이, 잡았다.

율리에

그렇게 다친 몸으론 건장한 민간인 하나도 못 이길걸?

여자는 싫은 티를 내며 칼을 휘둘렀다. 칼에 묻은 핏방울이 흩뿌려졌다.

율리에

아직 네 동료들이 와주길 바라는 건가?

수수께끼 자객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었나?

율리에

모두 죽었어.

율리에

동료들이 다 죽었는데, 왜 그렇게 안도하는 거지?

수수께끼 자객

죽음은 일종의 해탈이니까…… 동포여.

율리에

……

율리에

너희는 대체 누구지?

수수께끼 자객

신경 쓸 필요 없다.

수수께끼 자객

으윽…… 윽……

수수께끼 자객

칼 쓰는 솜씨가 제법이군. 커헉……

자신이 벤 자객의 해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누워 있던 자객이 숨을 거뒀고, 율리에는 자객의 마스크를 벗겼다.

율리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참을 생각한 후, 그 살카즈의 눈가에 엉망으로 난 반점을 보곤 마침내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흉터의 상점에서 봤던 일화집 속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많은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진짜 이름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가 활약했던 세월은, 용병들이 술자리에서 허풍을 섞어 술안주로 삼기 충분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의 핏줄과 신분을 상징하는 머리 위의 두 뿔은 송두리째 잘려 나가 있었고, 칼은 그의 머리에 영원한 흉터를 남겼다.

율리에

이 얼굴을 가린 전사들은…… 다 너처럼 자해하는 걸 좋아하나?

율리에

이렇게 해야만 전하를 암살할 용기가 생기기라도 하나? '마왕'을 향해 칼을 들었기 때문에? 아니면 '여섯 영웅'을 향해 칼을 들었기 때문에??

율리에

……뭐 됐어. 아무래도 테레시아 전하를 진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네.

율리에

안심하고 눈 감아, 얼굴은 불로 태워줄게. 숯이 되어버리는 게 죄인으로 기억되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율리에

너희가 카즈델로 돌아갈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뿐이야…… 우리나 너희나 별반 차이는 없는 거 같네.

율리에

하아, 나도 못 돌아가는 처지니까.

율리에와 동료들은 자객들의 시체를 쌓아놓고 불을 지른 뒤, 런디니움 방향으로 향했다.

화염이 뒤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율리에는 순간, 카즈델의 용광로는 이런 소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저건 무슨 소리일까…… 어렸을 때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율리에

……기억이 안 나네.


박사

켈시.

켈시

정예 병력은 모든 주요 전략 지점에 배치해 뒀어.

박사

그래. 다들, 우리와 군사위원회는 확실히 군사력의 차이가 있어. 카즈델을 포위 공격하는 건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야.

박사

하지만 테레시스는 캐번디시 공작의 최후통첩으로 인해 먼저 런디니움으로 향했어.

박사

지금 카즈델엔 군사위원회의 일부 왕정의 일원들만 주둔 중일 뿐, 게다가 그들은 이 도시를 거의 포기한 상태야.


박사

분명 카즈델 사람들과 남아있는 병사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거야.

박사

군사위원회가 깃발을 내리는 순간, 테레시아 전하는 군사위원회가 카즈델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카즈델이 바벨에 의해 해방되었다고 선포할 거야.


박사

전선은 면이 아닌, 점의 형태로 전개돼. 우린 반드시 정확하게, 빠르게 타격하고 끝내야 해.

켈시

병력 차이를 고려해서 이번 작전은 대부분 바벨의 명령을 들을 수 있는 모든 무장 인원을 배치했어.


켈시

그렇기 때문에, 본함의 방어는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거야.

박사

그래서 테레시아 전하는 본함을 지킬 거야. 우리도 본함을 호위할 수 있는 병력을 적당히 남길 거고, 지휘는 내가 하겠어.

박사

모두가 카즈델의 성문을 열고 용광로로 가는 길이 안전해지면, 전하는 최대한 빠르게 본대로 합류할 거야.

박사

돌격 시간제한은 6시간, 그렇지 않으면 군사위원회가 반격할 기회를 잡을 거고, 방어에 취약해진 바벨이 위험에 빠지게 돼.

박사

용광로에 석양이 내려올 때, 바벨은 용광로와 의사당을 점령해야 하고, 달이 뜰 때에는 바벨의 깃발도 함께 올라가야 하지.

박사

그때쯤이면……


박사

……정전 선언이 카즈델 전체에 퍼질 거야.

박사

모두 성공할 거라고 믿어.

박사

……후우.

테레시아

대단해, 박사.

박사

방금은 그냥 사기를 올려주려고 했던 연설이었을 뿐이야. 베테랑들이나 켈시는 분명 알아차렸겠지.

박사

바벨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될 거야.

테레시아

테레시스가 그렇게나 큰 허점을 남기는 건, 전혀 테레시스답지 않아.

테레시아

하지만 난 박사를 믿어. 그 대가를 치르면 카즈델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믿어.

테레시아

테레시스는 런디니움에서 자기가 가장 갈구하는 힘을 빼앗을 거야. 우리의 예측이 맞다면, 제국을 파괴한 뒤 분명 이 도시로 다시 눈을 돌리겠지.

박사

……이 대지에 두 개의 카즈델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을까?

테레시아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합쳐진 힘을 둘로 나눈다면, 그다음에 올 외적의 침입을 막아낼 수 없을 거야.

테레시아

게다가 도시는 재건할 수 있어. 하지만 살카즈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진정으로 이뤄내지 못했던 건, 사실 단결이야.

테레시아

군사위원회조차 결국 남아 있는 모든 왕정을 소집하는 데는 실패했는걸.

박사

……

테레시아

설마 너는 테레시스가 왕관을 쓰게 되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박사

……아니. 전쟁이 싫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식사를 위해 각지에서 달려온 살카즈들은 앞으로도 단결해서 '마왕'에게 저항할 거야.

박사

단결, 정말 간단하면서도 불가사의한 단어야.

테레시아

……그러게.

테레시아

켈시가 대략적으로 추산한 바로는, 지금 이 도시에 있는 살카즈 인구는 테라 전체에 있는 살카즈의 30~40%에 불과해.

테레시아

증오 속에서의 단결은 효과적이지만 짧아. 평화 속에서 단결해야만 발전과 미래를 논할 수 있지.

테레시아

테레시스는 이것을 알고 있어, 살카즈도 알고 있지…… 하지만 전쟁은 결국 일어나 버렸어.

테레시아

박사…… 카즈델을 되찾아 온다 해도, 우리의 전쟁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

테레시아

하지만, 어쩌면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할지도 몰라.

박사

……

테레시아

승리한 뒤엔, 난 박사를 도시로 초대하고 싶어.

테레시아

거긴 내 집이거든. 많은 바벨 멤버들의 집이기도 하고…… 켈시의 집이기도 해.

테레시아

박사는 바벨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줬어, 하지만 우리가 말했던 고향에는 한 번도 오지 못했지. 그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 박사.

테레시아

영혼 용광로가 카즈델에 가져오는 빛과 열을 보러 가자. 카즈델은 고통 위에 세워졌지만, 우린 평화로운 내일을 갈망하고 있어.

박사

……그래.


카즈델 지역, 버려진 마을 밖

아스카론

오다. 마을 안쪽 상황은 어떻지?

오다

아직 남은 용병들을 추격 중이야! 남은 용병들은 대부분 폐건물 안에 숨어 있어서, 다 찾아내려면 시간이 좀 걸려.

아스카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시간을 잘 봐. 박사가 분부했던 것도 잊지 말고.

아스카론

측면을 소탕한 뒤, 신속하게 정면으로 합류하는 게 우리 목표야.

오다

알아. 박사가 미리 예방책을 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녀석들의 매복에 당해버렸을지도 몰라.

오다

그래도…… 이상해. 이 마을은 딱 봐도 재앙이 지나가는 경로에 있어, 근데 용병들이 왜 이런 곳에 위험을 무릅쓰고 매복하려 했을까?

아스카론

그건 아직 조사 중이야.

오다

아스카론, 놈들의 리더를 찾아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스카론

알고 있어. 조심해.

재앙, 불러온 포악한 기류가 아스카론을 향해 돌진했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폭발 소리, 마치 아스카론에게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

여긴 우리가 걷게 될 길인데.

아스카론

……너였나.

'스카 아이'

오랜만이군.

'스카 아이'

꽤 성장했구나 아스카론, 몇 년 동안 전장에서 많이 굴러먹은 모양이군.

아스카론

일찌감치 테레시스를 따라서 런디니움으로 간 뒤에 꼭꼭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스카 아이'

섭정왕을 따라가? 하하, 잘못 짚었다 아스카론.

'스카 아이'

용병은 절대 '누군가 따르지' 않아. 우린 오직 이익만을 따르지.

'스카 아이'

그리고 카즈델에서 이익과 관련된 건 폭력뿐이지. 다행히 우린 늘 그 냄새를 귀신같이 맡아낼 수 있었어.

'스카 아이'

물론 나도 '적당히' 다른 사람들 대신 의뢰의 전망이 어떤지 미리 보기도 하지만, 흉터의 상점은 절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아.

아스카론은 암살검으로 거인의 등 뒤를 노렸지만, 거인의 손은 공격을 막아냈다.

그의 손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스카론

네가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라면, 아무래도 틀린 것 같은데.

'스카 아이'

또 틀렸어, 아스카론.

'스카 아이'

용병들이 여기 나타난 건 섭정왕이 의뢰했기 때문이다. 녀석들이 의뢰받는 걸 내가 관여할 순 없으니까. 훗, 자 그렇다면 난 여기 왜 있는 걸까?

'스카 아이'

너를 만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아스카론. 용병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오다

(치직……) 으윽…… 아스카론, 마을에……

오다

(치직……) 매복이 더 있어!

아스카론

오다? 오다!

'스카 아이'

아스카론, 가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데.

'스카 아이'

그놈들은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넌 그놈들을 못 구해.

'스카 아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나?

'스카 아이'

아스카론, 우린 이미 운명의 갈림길에 선 거다.

'스카 아이'

이곳에서, 난 갑자기 끊겨버린 종점을 보았다.

'스카 아이'

줄곧 확인해 보고 싶었지. 내가 과연 이 종점을 옮길 수 있을까? 난 과연 운명의 난기류 속에서 돌멩이를 건져 올려서……

'스카 아이'

그 돌멩이를 내가 좋아하는 위치에 놓고, 난기류 속에서 원래의 운명에 없었던 물결을 일으키면……

'스카 아이'

……사이클롭스는 예언을 조종할 수 있을까?

아스카론

……비켜.

아스카론

죽기 싫으면.

'스카 아이'

말했잖아 아스카론, 기습 공격은 그만둬. 내겐 '보이니까'.

아스카론

테레시스가 나한테 많은 걸 가르쳐 줬었는데,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게 하나 있어.

아스카론

대부분의 문제는 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

아스카론

너는…… 허무함도 볼 수 있나? '스카 아이'.

노을처럼 피어오르는 연기가 먼지 속에 섞여 흩어졌다.

희미하게 퍼진 안갯속, 자객의 윤곽이 서서히 흐려졌다.

아스카론

운명이든, 예언이든, 이제 네 수법은 충분히 봤어.

'스카 아이'

……

아스카론

넌 네가 시간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생각하지……

아스카론

네가 운명에 의지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스카론

하지만 결국 넌 그저 운명을 갖고 노는 것에 중독된 중독자일 뿐이야…… '스카 아이'.

아스카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거인의 귀에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고, 거인의 눈에 들어온 건 안개뿐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잠에서 깨어나 수없이 많은 자신의 죽음을 보았지만, 이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CG: 49_i11]

“챙”.

가면이 깨졌다.

그는 거의 백 년 동안 자신의 두 눈을 가면 속에 숨겨왔다. 그는 두 눈으로 진실을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일, 그는 전부 볼 가치가 없다고 여겨왔다.

마침내 노을이 부서진 가면 속으로 들어왔고, 흥분으로 커진 그의 눈동자 속으로 스며들어 갈 때……

아스카론

이제 너의 죽음이 보이나?

아니었다. 그가 보았던 건 낭떠러지였다……

교차하는 운명의 물길이 쏟아져 내렸다.

'스카 아이'

아스카론, 싸움을 계속하기 전에 내가 예언 하나 선물해 주지. 공짜다.

'스카 아이'

어떤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