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5무임승차?
설산에서 레토는 '회색 모자'에게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물었지만, 되려 '회색 모자'가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만다. 대치하던 중에 도착한 아크토즈는 레토와 함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다. 그 후 데겐블레허가 도착해 '회색 모자'를 막는다.
내 손 잡아.
읏차!
됐다!
전에 기차에서 만난 적이 있지? 이곳에서 네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네 도움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네가 아니었다면 여기 얼마나 갇혀있게 되었을지 상상도 가질 않는군.
감사를 표하지, 로잘린드 타티야노브나 라리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 아냐, 별거 아냐. 괜찮아.
여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산에는 여행 때문에 온 거야?
그래.
그럼 왜 큰길을 따라서 가지 않고 이런 숲으로 와서 사냥용 함정에 떨어진 거야?
만약 내가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어?
산의 경치에 푹 빠져서 말이지, 눈 밑에 이런 함정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군.
만약 네가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우선 사람을 더 기다려봤겠지. 그리고 침착하게 혼자서 나올 방법을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왔지, 운이 좋았어.
음……
로잘린드, 혹시 산을 계속 올라갈 생각인가?
음? 아, 그럴 거야.
괜찮다면,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나도 쉐라그 설산 정상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거든.
……그래.
상관없어, 같이 가자.
정상까지는 아직 좀 남았어.
방금 저 사람은……
라일리 할아버지!
확인해 봤는데, 우리가 이 근처에 설치해 둔 함정에 사냥감이 빠진 건지 누군가 밟은 흔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래도 또 도망간 모양이네요.
방금 지나간 그 사람, 투리엘 녀석이 찾는다던 그 사람과 닮은 것 같지 않나?
데겐블레허 씨가 찾아달라고 하신 그 사람 말씀하시는 거예요?
새까만 옷을 입고 건들거리는 녀석이야, 모자를 쓰고 얼굴까지 가린 걸 보면 틀림없어!
가자! 돌아가서 얼른 데겐블레허 씨한테 알려야 해!
……
저기, 그…… 아참, 지금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그 뭐냐, 만나면 통성명부터 하는 거 아니었어?
이런, 잊고 있었군.
내 이름은 존 스미스,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어.
존……?
그 이름은……
이름에 문제라도 있나?
그 이름…… 예전에 박사가 보던 무슨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아!
그래, 틀림없어. 그 이름이야!
주인공에게 아름다운 파트너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신은…… 아냐. 이런 커플들이 오는 곳에 혼자 온 걸 보면, 만나는 사람은 확실히 없겠네.
……
그것참 재밌는 우연이군.
그치!
자, 본론으로 돌아가서, 정상까지 가려면 아마 좀 더 올라가야 할 거야.
듣기로는 이 설산은 올라갈수록 더 추워지고, 게다가 점점 숨 쉬는 게 힘들어질 거라고 하더라고.
어때, 괜찮아? 좀 쉴까?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로잘린드, 당신은 좀 쉴 생각인가?
난 괜찮아.
체력이 꽤 좋은가 보네, '스파이 씨'.
……하하.
아무래도 너한테 속은 것 같네.
난 거짓말하지 않았다, 데겐블레허.
'회색 모자'는 공작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밀정이야. 웬만한 거짓말로는 속일 수 없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의심'한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페일로쉬 가문의 후계자가 비밀리에 귀국했다'라는 정보는 그 사람이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이니까, 분명 믿을 거다.
상대방은 반드시 로잘린드 타티야노브나 라리나를 주시하겠지.
네 추리는 언제나 맞네.
그 여자아이는 이미 산에 올라갔어. 라타토스도 아크토즈에게 연락했지.
그리고 그 '회색 모자'도 산에 올라갔단 소식을 들었어.
날 피하고 있는 거야.
상관없다.
그 여자아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걸로 충분해.
너도 이제 출발해라.
좋아, 식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런데 정말로 '회색 모자'가 그 여자아이에게 접근하게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나중에 그 박사가 널 귀찮게 하지 않겠어?
'회색 모자'는 스파이지, 킬러가 아니야. 그자가 원하는 건 생명이 아니라 정보다.
박사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박사한테는…… 사과해야지.
꼭 그래야 할걸.
내가 어떻게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난 지금……
데겐블레허, 너도 박사를 기억하고 있겠지?
샤프는 나쁘지 않은 상대였어. 다른 어중이떠중이 기사들보다 훨씬 강했지.
그런 전사에게 존경받는 사람이고, 너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박사에 대해 궁금한 게 있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자고.
일할 시간이야.
야호!!
드디어 도착했다……!!
후아, 몇 시간이나 걸린 거지?
힘들어 죽겠네. 어쩐지 다들 산 중턱에 있더라니. 아으 피곤해라.
그래도……
여기 경치가 진짜 끝내주네…… 저기 있는 게 은심호인가?
하하하, 여기서 보니까 쉐라간드 동상이 내 엄지보다도 작네!
겨울에는 은심호가 얼어붙지, 이곳에서 보면 마치 맑고 깨끗한 보석처럼 보여.
그래서 쉐라그 현지인들은 은심호를 쉐라간드가 주신 보물이라고 여기고 있지.
확실히 높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이긴 하군.
그러고 보니 정말 보석같이 생겼네.
우와, 저쪽에 기차역도 보여!
이렇게 보니 쉐라그엔 철로도 꽤 많구나. 기차가 꼭 장난감 같아……
발전 중인 나라 치고는 철로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야.
여기가 은심호고, 쉐라간드 동상도 여기에 있어서 많아 보일 뿐이지.
아직 성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미 개통된 노선은 모두 이곳을 지나……
……모든 노선이 은심호를 지나간다고……?
……
저기, 멍하니 있지 말고 잠깐만 도와줘.
이 근처에서 함께 자란 두 나무가 있는지 좀 찾아봐 줄래?
아마 오래된 나무일 거야. 줄기가 하나로 엉켜 있어서 모양이 이상해 보이는 나무 두 그루!
기꺼이 돕지.
고마워!
그러고 보니, 있잖아.
나무를 찾는 이유는 물어보지 않는 거야?
내가 산에 온 이유도 물어보지 않았지?
생각을 해 봤는데…… 역시 내가 잘하는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할래.
무슨……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
……로잘린드 양, 지금 무엇을 하려는 거지?
그런 말은 하지 마,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말해, 계속 날 몰래 따라다녔잖아. 산꼭대기까지 와서 아무 짓도 안 한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모르는 척은 그만둬.
너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적 없으니까.
……그건 오해다.
알다시피 나는 해럴드 크레이개번 자작과 오랜 친분이 있지. 그 사람이 내게 로잘린드 양의 이름을 알려줬다.
뭐?
저기,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것 같아?
난 그 아저씨한테 내 이름 전체를 알려준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네게 알려줬다는 거지?
게다가 단숨에 산 정상까지 오르면서 숨을 헐떡이지도 않는 사람이 평범한 사냥꾼이 파둔 함정에 빠질 리가 없잖아!
설령 빠졌다 해도 못 올라오진 않았겠지.
안나는 항상 나더러 충분히 생각한 다음 움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게 도움 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
생각보다 상당히 주의가 깊군, 로잘린드 양.
인정하는 거지?
존 스미스라는 이름도 가짜? 설마…… 정말 스파이인 거야?
그렇다고 하면 어쩔 거지?
그런 거라면 그쪽 일은 적성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나조차도 이상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
정확한 지적이야.
사실 난 부주의한 실수를 여러 번 저질렀어. 쉐라그에서 지내다 보니 좀 허술해졌더군.
아무래도 쉐라그 안에서는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이고,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참나, 말은 잘하네.
경고하겠는데, 허튼짓하지 마.
네가 서있는 곳은 절벽이야, 발밑에 있는 건 눈뿐이지.
내가 발을 구르기만 해도 여기 있는 눈이 전부 무너져 내릴 거야. 그때 내가 너를 붙잡을지 어쩔지는 모르는 거지.
좋아, 로잘린드 양. 솔직히 말하지, 넌 어제……
이 빅토리아 자식!!
아크토즈가 왔다!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으악! 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아저씨!
으아아악, 잠깐! 발 구르지 마, 잠깐……
으아악!!
로, 로잘린드!!
날 잡아라!!
……
좀 우스꽝스럽긴 해도, 아크토즈가 날 노린 건 분명해……
설마 로잘린드가 정말 목적이 있어서 이 산에 온 건가?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뛰어내릴 수밖에.
……!
……어둠의 기사.
잘 쉬었어?
아직.
그건 참 안됐네.
이곳에서 싸워봐야 재미는 없을 텐데.
그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가?
안 될 게 있나?
그렇다면 나도 말하지.
당신은 해럴드에게 기차 안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오해라고 했었지. 물론 그땐 나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젠 알겠군. 어둠의 기사도 당당하게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걸.
그만큼 네가 나를 모른다는 뜻이겠지.
지금 돌아서서 산에서 내려간다면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거야.
미안하지만, 난 일을 시작하면 일에 완전히 몰두해 버리는 타입이라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