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은심호 열차

RS-4원상 복구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6-21

자작은 엔시오데스에게, 그와 성녀를 파티에 초대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바이스에게 부탁한다. 술에 취한 레토와 아크토즈가 함께 소란을 피우는 모습은 마치 부녀처럼 보인다.

등장 오퍼레이터: 해럴드, 레토, 마터호른, 실버애쉬, 프라마닉스, 쿠리어


바이스

주인님, 접니다.

엔시오데스

들어와.

엔시오데스

무슨 일이지?

바이스

해럴드 자작이 편지를 한 통 보내왔습니다.

엔시오데스

그 자작이?

엔시오데스

아무래도 내가 널 군영으로 보내 감시한 일을 훤히 알고 있었나 보군.

바이스

제가 들킨 탓입니다. 주인님,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죠?

엔시오데스

괜찮다. 계속 말해 봐.

엔시오데스

어떻게 널 찾은 거지?

바이스

넵!

바이스

오늘 오후에……


바이스

현재는 오후 다섯 시, 오늘의 상황 기록을 시작합니다.

바이스

오늘의 상황은 지난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이스

감염자 캠프의 병사들은 늘 그렇듯 근처 산으로 가서 훈련합니다.

바이스

말이 훈련이지, 실제론 기분 전환이나 다름없습니다.

바이스

비감염자 캠프의 병사들은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이스

자유로운 활동에는 매우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일일이 기록하긴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산 아래로 내려가 먹고 마시며 노는 것입니다.

바이스

캠프에는 네 명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고, 그중 셋은 카드 게임을 하고 한 사람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바이스

잠을 자던 병사가 일어나자 나머지 셋 중 한 사람이 즐거워하며 캠프를 떠납니다.

바이스

투리엘 씨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투리엘 씨의 딸을 좋아하게 된 모양입니다……

바이스

……

바이스

이 빅토리아인 무리가 온 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갑니다.

바이스

감시하겠다고 자원하기는 했지만, 그 무리를 감시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나 점점 회의감이 듭니다……

바이스

정말 관광하러 온 것 같습니다……

바이스

아참.

바이스

그 사이에 해럴드 자작이 캠프로 돌아와서 보초 서고 있는 병사들과 카드 게임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럴드

이런, 친절한 해럴드는 홀로 산에 남겨진 바이스 님이 너무 안쓰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럴드

그래서 술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이스

……?!

해럴드

긴장하지 마세요.

해럴드

항상 저희를 감시하고 있다니, 정말 고생하고 계시는군요.

해럴드

하지만 이해합니다. 군대가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그것대로 당신들의 엔시오데스 님이 빅토리아를 무시하는 셈이 되어버리니까요.

해럴드

여기 술을 가져왔습니다. 마시고 몸을 좀 녹이시죠.

바이스

……

바이스

죄송하지만 저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해럴드

그런가요? 아쉽군요. 저도 젊었을 땐 술을 좋아하지 않았죠. 맑은 정신이어야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해럴드

하지만 말이죠, 지금은 술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스

……자작님, 그냥 말씀해 주세요. 저를 왜 찾아오셨죠?

해럴드

별일은 아닙니다. 바이스 님의 작은 도움이 필요해서요.

해럴드

엔시오데스 님께 편지 한 통을 전달해 주십시오.

바이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해럴드

앗? 이유는 안 물어보시는 건가요?

바이스

……여기로 오셨잖아요. 그건 제 감시가 당신들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는 거죠.

바이스

그리고 이곳까지 직접 오셨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일종의 태도를 의미하니까요.

바이스

이 편지와 함께 해럴드 씨의 입장도 주인님께 전하겠습니다.


바이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더 능숙했었더라면……

엔시오데스

괜찮다. 어쨌든 상대는 빅토리아의 정규군이니까.

엔시오데스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와는 실력 차이가 있지.

엔시오데스

너는 네 페이스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바이스

……알겠습니다.

엔시오데스

그리고 네 말처럼 그자가 전하고자 하는 건 태도야.

엔시오데스

넌 1달 가까이 그자들의 캠프를 감시했지.

엔시오데스

네 생각을 얘기해 봐라, 바이스.

바이스

네.

바이스

빅토리아 군대가 투리쿰 입구에 도착하기 전, 저희는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바이스

하지만 그런 준비는 전혀 쓸모없었죠.

바이스

그들은 내일 당장 쉐라그를 점령할 듯한 기세였습니다.

바이스

하지만 막상 오고 난 이후에는 지금처럼 산 아래에 주둔한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입니다.

바이스

그 자작은……

바이스

주민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큰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캠프를 세웠습니다.

바이스

그리고 캠프를 감염자 캠프와 비감염자 캠프로 나누고, 방문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안내문을 만들었죠.

바이스

게다가 제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부하들에게 현지인을 많이 도우라고 명령했다더군요.

바이스

뭐랄까……

바이스

그 자작은 자신의 사람을 존중하고, 우리를 존중합니다.

바이스

그러니 그 사람은 우리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스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께서 야카 형님을 시켜서 그들에게 약과 생활용품을 보내지 않으셨겠죠.

바이스는 말을 마쳤다. 그의 보고는 끝이 났지만, 엔시오데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검지로 의자의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도 같은 맑은 소리가 방안에 느리고 선명하게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엔시오데스

이 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바이스

……어쨌든 그 사람들은 빅토리아를 대표하는 침입자, 하지만 지금 이런 식으로 주인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바이스

그러니 자작이 전하고자 한 입장은 충고와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스

그 사람들…… 이젠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엔시오데스

……

엔시오데스

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바이스.

바이스

……죄송합니다, 주인님.

엔시오데스

아니, 그게 너의 장점이다.

엔시오데스

네 말이 맞아. 일부러 너를 찾아온 건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거니까.

엔시오데스

하지만 네가 내 가까운 부하라는 걸 그자가 모를 리 없어.

엔시오데스

그자의 입장이라면, 직접 나를 찾아와서 이 봉투 안에 든 걸 나에게 줘도 됐을 것이다.

엔시오데스

허나 너를 통해서 전달했지.

엔시오데스

귀족의 예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바이스

……그리고 겸손한 모습이기도 하죠.

바이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엔시오데스

그자는 대공작의 의지를 대변하지만, 이건……

엔시오데스

모든 장기 말이, 기꺼이 꼭두각시가 되길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바이스

……주인님, 대체 봉투에 뭐가 들었습니까?

엔시오데스는 말없이 봉투에 담긴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바이스에게 내밀었다.

바이스

이건…… 초대장?

엔시오데스

나와 우리의 성녀님을 자기가 주최하는 파티에 초대했다.

바이스

주인님과 엔야 님을……

바이스

설마……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자가 정말 뭔가를 알아차렸다면 이렇게 온화한 방법을 쓰진 않았을 겁니다.

엔시오데스

……

엔시오데스

마터호른에게 가서 양조장 저장고에서 제일 좋은 술을 하나 고르라고 해라.

엔시오데스

아니. 바이스, 잠깐.

바이스

주인님……?

엔시오데스

양조장에 갈 필요 없다. 실버애쉬 가문의 술 저장고로 같이 가지. 내가 직접 술을 가져올 테니.

바이스

그러니까 옛 저택의 술 저장고를 여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바이스

하지만 거기에 있는 술은 다……

엔시오데스

내 말대로 해라.

엔시오데스

그자가 나에게 성의를 보였으니, 이젠 내 차례야.


늙은 수도사

이, 이건 대체……

레토

말해두겠는데, 우르수스에서 마시던 게 이것보다 훨씬 독하거든!

레토

다음에 우르수스로 오면 내가 대접해 줄게!

아크토즈

하하하! 좋아! 약속이다!

아크토즈

마셔! 자, 더 마시라고!

아크토즈

술맛 좋다!

레토

아니, 아니. 술이 아니라 벌꿀 음료라니까!

레토

쉐라그 특산품인 고원의 꿀…… 딸꾹, 맛이 기가 막히네.

레토

기차에서 몇 병 가지고 왔어. 마셔보라고!

아크토즈

꿀 좋지! 좋아…… 딸꾹, 술이 깨는 것 같은데!

아크토즈

맛도 좋군! 나 아크토즈가 그 호의를 받아주지! 자, 마셔!

늙은 수도사

……?!

아크토즈

어? 어이 꼬맹이, 왜 갑자기 주름이 많아진 거냐?

레토

하하하, 아저씨. 거기가 아니야, 난 여기 있다고!

늙은 수도사

손 놔라…… 이 불효자 같으니라고! 놓지 못하겠느냐!

아크토즈

이 녀석 왜 이렇게 손힘이 센 거야? 내 술을 마시기 싫은 거냐?

아크토즈

……

아크토즈

안 되겠다. 기다려 봐. 나한테 정말 조, 좋은 술이 있거든!

아크토즈

딱 기다려!

레토

앗, 아저씨……

레토

그쪽이 아니라니까, 잠깐!

늙은 수도사

이, 이 녀석들……

늙은 수도사

굴로, 굴로!

굴로

어르신, 저 왔습니다.

늙은 수도사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굴로

주인님이 원래도 좀 취하신 상태였는데, 로잘린드 아가씨를 보고서는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했습니다.

굴로

저로서는…… 도무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늙은 수도사

아크토즈 이 한심한 놈!

늙은 수도사

로잘린드를 보고서도 저, 정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냐?

굴로

그건 아닙니다.

늙은 수도사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라!

굴로

로잘린드 아가씨를 보고 주인님이 먼저 낯이 익다고 말씀하셨어요.

굴로

그런데 너무 취하셨는지 한참 동안 다른 얘기는 더 하지 않으셨습니다.

늙은 수도사

그다음엔?

굴로

그다음엔 로잘린드 아가씨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싶었는지 가져오신 벌꿀 음료를 같이 마시자고 꺼냈고……

굴로

그 뒤로…… 이렇게 된 겁니다.

늙은 수도사

……

늙은 수도사

아크토즈는 그 나이에 아직도 꿀에 취하는 병을 못 고친 게냐?

굴로

꿀에 취하는 건 타고난 거라, 고치고 싶어도 방법이 없지요.

굴로

따지자면 그건 어르신께 물려받은……

늙은 수도사

(노려본다)

굴로

크, 크흠.

굴로

어르신, 이제 어떡하죠?

늙은 수도사

어떡하긴. 나한테 물어본들 내가 어쩌겠나?

늙은 수도사

아크토즈가 술에서 깰 때까지 기다려야지. 너도나도 알아차린 걸 저 녀석이 맑은 정신에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으니.

늙은 수도사

로잘린드를 보니 아크토즈가 젊었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굴로

그때 주인님께서는 지금처럼 수염을 기르지 않으셨죠.

늙은 수도사

흥, 저 녀석은 자신이 진중하지 않은 인상을 사람들에게 남길까 걱정돼서 저런 잔꾀를 부린 것 아니냐!

늙은 수도사

처음부터 진중했더라면 이럴 필요까지……

레토

할아버지! 왔구나!

레토

근데 진중? 처음부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늙은 수도사

아니다. 그냥 옛날 일이란다……

레토

쳇, 또 말 돌리는 거야?

레토

됐어, 이젠 상관없는 일이니까.

레토

자 할아버지, 받아.

레토

마지막 벌꿀 음료를 남겨두고 있었거든, 같이 마시자!

늙은 수도사

……알았다.


호위?

(들리는 얘기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네.)

호위?

(그냥 오랜만의 재회 같은데?)

호위?

(아니지. 저런 상황에서 암호로 정보를 교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호위?

(계속 지켜봐야 해.)

늙은 수도사

너, 거기 서서 뭐 하는 거냐?

호위?

아, 어르신. 그게…… 새 술이 들어왔는데, 누군가 확인을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늙은 수도사

굴로, 가봐라.

굴로

넵!

굴로

어르신, 그럼 전 먼저 가도 되겠습니까?

늙은 수도사

가라. 여긴 내가 있으니 사고는 안 날 거다.

늙은 수도사

휴우……


아크토즈

술 가져왔다!

[CG: 45_i07]
레토

이렇게 많이?

레토

하하 아저씨, 술 저장고를 통째로 옮겨온 거야?

아크토즈

우리 쉐라그인들은 손님을 대접할 때 아끼는 법이 없단 말씀!

아크토즈

네가 꿀을 줬으니, 나도 제대로 된 무언가를 꺼내야지. 너 같은 어린 소녀에게 무시당할 순 없지 않겠나?

아크토즈

자! 한번 맛보라고!

아크토즈

먹을 복이 있구나. 이건 내가 가장 아끼는 거야. 내일 파티에 꺼내기도 아까운 술이지!

레토

'히라의 봄'? 연도도 적혀 있네. 음, 낯이 익는데. 박사 쪽에서도 이 브랜드를 본 것 같기도……

레토

뭐 상관없나, 마셔보자고!

레토

캬……!

레토

좋다, 이거 진짜 맛있네!

레토

독하긴 한데 목 넘김은 좋아. 게다가 깔끔하고, 코도 맵지 않아…… 진짜 좋은 술이구나!

아크토즈

하하하! 이 녀석, 꽤나 그럴싸한 평가를 하는군!

아크토즈

그땐 정말 구하기 어려운 술이었다고.

아크토즈

나조차도 연줄을 찾았고, 게다가 아버지에게 숨기기까지 했어. 그래도 겨우 이만큼을 얻을 수 있었지.

늙은 수도사

……

레토

왜 숨긴 거야?

레토

뭐야, 아버지가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거야?

아크토즈

그럴 리가. 우리 쉐라그 사내 중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없어. 마셨다 하면 쓰러지는 빅토리아에서 온 기생오라비도 아니고 말이야! 하하하!

아크토즈

아아, 이 술은 그땐 좀 그랬는데. 아무래도 우리 페일로쉬 가문은……

아크토즈

그땐 지금과는 달랐지, 많이 달랐어.

아크토즈

……아, 아냐! 괜한 말을 했군!

아크토즈

자, 아가씨, 이것도 마셔 보라고!

레토

좋아!

아크토즈

이건 아까 그거보다 더 좋은 거다. 왜인진 모르겠는데, 널 딱 보자마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게 아니었으면 죽어도 이걸 꺼내지 않았겠지!

아크토즈

잘 음미하면서 마셔 봐! 자, 딸꾹, 천천히 음미해 보라고!

레토

아냐, 거기 아냐. 난 여기야. 그건 기둥이라니까!

레토

어디 마셔볼까…… 음, 왜 시큼한 맛이 나는 거지?

아크토즈

시큼하다고? 말도 안 돼!

아크토즈

……

아크토즈

정말 시큼하잖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늙은 수도사

……술은 잘 숙성해도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중요하지.

늙은 수도사

그땐 보관법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늙은 수도사

상해서 시큼해질 만도 하지.

아크토즈

상했다고……?

아크토즈

그, 그때 나는 원래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 술을 꺼내서 모두와 함께 마시려고 했어.

아크토즈

나는 그 녀석과, 그 녀석과 함께 이 술을 마실 수 있을 줄 알았지……

아크토즈

난……


늙은 수도사

취했다, 아크토즈.

늙은 수도사

그만 마셔라.

아크토즈

안 취했어! 난…… 안……

아크토즈

……

레토

……쯧.

레토

아저씨, 술병 이리 내!

소녀가 아크토즈의 손에서 시큼한 술을 받아 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더니 망설임 없이 술병을 높이 들었다.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갔고, 쌉싸름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났다.

레토

캬!!

레토

괜찮아, 조금 시큼하긴 해도 정말 좋은 술이야!

레토

잘 음미해 보면, 여전히 중독성 있는 맛이 있다고.

늙은 수도사

이 녀석이……! 무슨 터무니없는 짓을!

늙은 수도사

누가, 누가 의사를 불러오거라……!

레토

괜찮아, 의사는 부르지 않아도 돼.

아크토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크토즈

그건 상한 술이다. 그래도 마신다는 거냐? 속이 상할까 걱정되지도 않는 거야?!

레토

괜찮아, 정말, 진짜로 괜찮아.

레토

예전엔 다 썩어 문드러진 빵도, 하수구의 오염된 물도 다 먹고 마시고 해 봤는걸.

레토

근데 겨우 이 정도 술로 호들갑은.

늙은 수도사

뭐라고?

아크토즈

오염된 물……

아크토즈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 있지……?!

레토

다 옛날 일이야. 얘기하고 싶진 않아.

레토

아무튼, 무슨 상황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충 알 것 같아.

레토

이거, 아저씨한테 중요한 거지?

아크토즈

……

레토

그렇다는 걸로 알고 있을게.

레토

그렇게 소중했던 물건을 살짝 맛이 변했다고 버리다니, 그건 좀 아깝잖아?

아크토즈

꼬맹이, 너……

레토

하하, 그런 얼굴 짓지 마 아저씨. 아저씨가 미남이라면 모를까, 그 수염은 진짜 아니야.

레토

자, 계속 안 마실 거야?

레토

또 좋은 술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오라고!

레토

오늘은 셋이서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시는 거야!


해럴드

확실한가요?

교활한 병사

그렇습니다.

해럴드

참 곤란하군요.

해럴드

당신, 평소에는 이런저런 말이 많더니. 왜 이럴 땐 가만히 있는 건가요?

교활한 병사

보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십쇼.

교활한 병사

갑자기 파티를 열라고 하셔서 여기를 비우는 데만 다들 꽤 고생했어요.

해럴드

그래봤자 여긴 평범한 바깥손님을 대접하는 곳, 높은 사람 두 분을 모시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교활한 병사

하아, 그건 저도 압니다.

교활한 병사

근처에 있는 큰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을 특별히 모셨습니다. 식재료도 현지인들과의 괜찮은 관계 덕분에 좋은 걸 샀고요.

교활한 병사

하지만 술은 정말 방법이 없어요.

교활한 병사

이 '히라의 봄 1095' 세 병은 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술이에요.

해럴드

이 술…… 목 넘김도 좋고 향도 풍부하군요.

해럴드

하지만 맛이 깊지 않고 신맛과 떫은맛의 균형이 썩 좋지 않죠.

해럴드

저와 비슷한 직급의 사람을 초대하는 거라면 모를까. 높은 분들을 초대하기엔…… 너무 부족합니다.

교활한 병사

……보스도 이럴 땐 귀족 같단 말이죠.

해럴드

이래 봬도 저도 꽤 노력하고 있답니다.

교활한 병사

됐어요. 보스가 술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귀족을 상대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셨을 뿐이죠.

해럴드

자, 이만 가시죠. 나머지는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교활한 병사

……보스, 여기에 온 지도 한 달이 됐습니다. 쉐라그인은 자신들의 성녀와 그 엔시오데스를 매우 받들고 있어요.

교활한 병사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관광하러 왔다'던 보스의 말을 기억해요.

해럴드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나요? 정말 손을 쓸 거였으면 진작 당신들을 매복시켰을 겁니다.

교활한 병사

보스가 말씀하신 겁니다. 무슨 일 생기면 병사들이 와서 구해줄 거라 기대하지 마세요.

해럴드

재수 없기는, 그런 재수 없는 소리는 삼가해 주시죠.

해럴드

……

해럴드

출발할 때 알았더라면 부인에게 집에 있는 그 와인을 달라고 했을 텐데.

해럴드

……하아.

엔시오데스

자작님, 왜 한숨을 쉬시는 겁니까?

해럴드

엔시오데스 님……

해럴드

하하, 부끄럽게도 제가 파티를 열어놓고 두 분께 대접할 좋은 술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해럴드

고민 중에 제 집에 있는 좋은 와인이 떠오르긴 했는데, 덕분에 집이 그리워지더군요.

엔시오데스

자작님의 영지는……

해럴드

발리입니다.

엔시오데스

발리라, 토룬에서 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해럴드

네. 발리와 토룬은 항로 계획에 있어서 늘 서로 도움을 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시오데스

그렇다면 저와 자작님은 인연이 있는 셈이군요. 저도 예전에 토룬에서 잠시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해럴드

……그렇군요. 어쩌면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해럴드

아아, 엔시오데스 님. 진작에 이런 관계를 알았더라면, 이전까지 이렇게 적대적일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엔시오데스

그러게나 말입니다.

엔시오데스

저도 자작님이 이렇게 재밌는 분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친해질 걸 그랬습니다.

엔시오데스

쉐라그에 온 왕실 귀족은 많이 만나봤지만, 술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한 분은 자작님뿐입니다.

엔시오데스

자작님은 분명 가정적인 분이시겠군요.

해럴드

하하하, 제 딸이 들으면 웃을 것 같네요.

해럴드

딸의 눈에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자격 없는 아버지거든요.

엔시오데스

가족의 견해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법이죠.

해럴드

……네. 집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요.

엔시오데스

고향이 그리운 그 마음을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대접해 드릴 순 있습니다.

마터호른

자작님, 이건 주인님의 마음입니다.

해럴드

이건…… '히라의 봄'…… '1072'?

해럴드

'히라의 봄'은 90년대에 양조하기 시작한 신제품 말고도 70년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소장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해럴드

그게 사실이었던 겁니까?!

엔시오데스

쉐라그의 첫 번째 양조장은 제 아버지의 지원으로 설립됐습니다. 뜻밖의 사고로 돌아가신 후에 양조장은 운영이 거의 중단됐죠.

엔시오데스

그리고 카란 무역회사가 설립된 후, 제가 다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엔시오데스

보관 기술이 좋지 않아서 70년대의 술은 대부분 지금 마실 수 없게 됐지만, 일부 잘 보관된 술도 있습니다.

엔시오데스

70년대 번호가 붙은 그 술들은 지금 실버애쉬 가문의 지하 술 저장고에 보관되어 있죠.

엔시오데스

앞에 있는 이 술이 그중 하나입니다.

해럴드

흐읍…… 병 입구에서 느껴지는 향만으로도 빅토리아의 술꾼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하군요.

해럴드

멋집니다, 좋은 술이에요.

해럴드

이렇게 좋은 술을 마신다면 집처럼 편안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여기에서 삼 년을 더 살래도 살 수 있겠어요.

엔시오데스

정말 그럴 생각이 있다면, 쉐라그는 당연히 자작님을 환영할 겁니다.

해럴드

엔시오데스 님은 제가 빅토리아 군인인 게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엔시오데스

빅토리아 군인이 자작님처럼 사리에 밝다면, 두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해럴드

엔시오데스 님께서 저를 오해하신 것 같군요.

엔시오데스

오해가 있으면 당연히 풀어야겠죠. 앉아서 얘기할까요?

해럴드

그게…… 성녀님이 아직 안 오셨는데, 괜찮으신가요?

엔시오데스

성녀님은 일이 많아 바쁘십니다. 모든 일에 신경을 쓸 수는 없죠.

해럴드

하지만……

엔야

엔시오데스 님의 말씀처럼, 저 없이 두 분이 먼저 대화를 나누셔도 괜찮아요.

엔야

어차피 마지막엔 제 승인을 받아야 하니까요.

엔야

그렇죠, 엔시오데스 님?

해럴드

성녀님, 오늘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엔야

쉐라그에 처음 오신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자작님.

엔야

그동안 쉐라그에 마음 써주신 걸 다 전해 들었어요. 안 그래도 조만간 얘기를 나눠보려고 했는데.

엔야

오늘 이렇게 뵙게 됐네요.

엔시오데스

성녀님, 오랜만입니다.

엔야

엔시오데스 님…… 방금 질문에 아직 답을 하지 않으셨어요.

엔시오데스

……성녀님 말씀이 맞습니다.

엔시오데스

하지만 성녀님은 모든 쉐라그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엔시오데스

날마다 수많은 신도의 소망에 귀 기울이고, 쉐라간드 님의 믿음을 전파하셔야 하죠.

엔시오데스

최근 쉐라간드의 명성이 테라의 여러 나라에 알려지면서 각국이 주목하고 있어서 성녀님의 관심이 더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엔시오데스

이런 자잘한 업무까지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엔야

엔시오데스 님도 참, 농담을 잘하시네요.

엔야

쉐라간드가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사람들의 소망에 주목하고 쉐라그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희망하기 때문이에요.

엔야

그러니 자잘한 업무 같은 건 없습니다.

엔야

사람들의 생계에 직결되는 한,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에요.

엔야

이렇게 간단한 것을 엔시오데스 님이 이해하지 못하시는 건 아니겠죠?

엔시오데스

물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가 집안일이든 나랏일이든 모두 손에 쥐려고 하면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고 제게 일러주었죠.

엔야

저도 한 친구가 집안일이든 나랏일이든 모든 걸 직접 할 순 없어도 한 번은 직접 보고 해 보라고 하더군요.

엔야

엔시오데스 님은 집안일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나랏일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엔시오데스

성녀님은 무엇을 보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엔야

……

엔시오데스

……

해럴드

……

해럴드

성녀님, 좀 전에 엔시오데스 님이 술을 한 병 주셨는데 말입니다.

엔야

음?

해럴드

'히라의 봄 1072'입니다.

엔야

……

해럴드

이 술은 다 좋은데 주객이 전도되는 게 유일한 단점이란 말이죠.

엔시오데스

그건 제 선물인데, 어떻게 주최자인 자작님의 체면을 빼앗겠습니까?

해럴드

틀렸습니다.

해럴드

제가 주최자이긴 하지만, 어떻게 감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해럴드

오늘밤의 주인공은 성녀님이어야 합니다.

엔시오데스

……제가 주제넘었군요.

해럴드

성녀님,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엔야

말씀하세요.

해럴드

잠시 후 파티에서 이 '히라의 봄 1072'를 메인 코스의 술로 삼으시죠.

해럴드

어떠신가요?

엔야

엔시오데스 님 생각은 어떻죠?

엔시오데스

……1072년에 저희 아버지께서 이 술을 저장고에 넣으실 때, 쉐라그의 봄이 곧 올 거라 생각하셨어요.

엔시오데스

그리고 우린 20여 년을 기다렸지만, 그 봄은 여전히 오지 않았죠.

엔시오데스

지금 기회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 술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엔야

역시 엔시오데스 님은 말씀을 참 잘하시네요.

엔야

그렇다면, 키야르 씨.

키야르

네.

엔야

이 술을 주방에 가져다주세요.

키야르

네.

엔야

그럼, 자작님?

해럴드

귀빈 두 분이 도착하셨으니……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해럴드

이쪽으로 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