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4원상 복구
자작은 캠프로 돌아와 부하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공작의 임무를 완수할 방법을 찾기로 한다. 레토를 데리고 페일로쉬 가문으로 돌아온 늙은 수도사는 사실 아크토즈의 부친이었다. 방에서 늙은 수도사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한다.
풀 하우스!
스트레이트 플러시!
*빅토리아 욕설*, 너 이 자식, 그거 숨겨둔 카드 아냐?!
널 상대하는데, 카드를 숨길 필요까지 있겠어? 자, 어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빅토리아 욕설*, 말도 안 돼!
잭, 네 소매.
앗? 어…… 어떻게 알았어?
잭, 너 이 *빅토리아 명사*, 날 속이다니!
눈치 못 챈 네 잘못이지.
*빅토리아식 인사*.
카드 섞어.
됐어. 섞어, 섞어.
쳇, 진짜 운도 없지. 오늘 함께 교대근무 하는 사람이 너라니.
누구랑 교대근무를 했든 카드 게임이나 했을 거잖아. 카드 게임할 때 속임수 쓰지 않는 놈이 몇이나 된다고.
흥.
그래도 요즘 정말 여유롭네.
그러니까 말이야. 보스가 우리를 데리고 관광하러 간다고 했을 땐 정말 믿기지가 않았단 말이지.
결국 온 지 한 달 만에, 이젠 믿게 됐어.
잘 먹고, 잘 마시고.
그러게. 내 입맛이 막 입대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으악……!!!
찰스, 왜 소리를 질러! 놀랐잖아!
*빅토리아 욕설*, 또 악몽인가.
꿈에서 살카즈의 검에 두 동강이 나버렸어.
아, 큰일난 줄 알았잖아. 난 그저께 정찰하다가 오리지늄 폭탄에 터져서 산산조각 나는 꿈을 꿨어.
난 지금 폭탄을 찾아 네 입에 쑤셔 넣고 싶다.
해 보든가.
전장에 나가면 *빅토리아 욕설* 뱀파이어보다 더 미쳐있는 녀석이 전장 밖에서는 제일 엄살이라니까.
뭐 어떡해. 그렇다고 악몽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좋게 생각해. 지난번엔 난도질당했다고 했는데, 이번엔 고작 두 동강 났을 뿐이잖아.
좋은 징조일지도 모르지.
……*빅토리아 욕설*, 일리는 있네.
됐어. 한잔하고 일어나서 게임이나 하자.
아, 마침 잘 일어났어. 나 대신 좀 해봐.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산 아래에 일손이 부족한 농가가 있어서 가서 도와주려고.
농가?
우리한테 자주 밀크를 주던 집 말이야. 투리엘 씨 댁.
아, 생각났다. 그 집 딸이 참 예뻤는데 말이야.
쯧쯧, 넌 안 그럴 줄 알았더니. 리스번
……그냥 일 도와주러 가는 거야. 멍청한 생각 하지 마.
뭐 하는 겁니까? 저 멀리서도 떠드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대단한 분들이군요, 부대가 게임 센터로 변하겠어요.
애초에 보스가 관광하러 온 거라고 하셨잖습니까.
저희는 명령에 따르는 겁니다.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현지인들에게 착한 일 좀 하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다녀오신 건가요?
리스번이 지금 막 가려던 참입니다. 그런데 다녀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흠?
보스, 저 녀석 말 듣지 마. 그냥 도와주러 가는 거야.
어쨌든 우리가 여기에 온 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죠.
빨리 가기나 하세요. 언제부터 당신이 걱정할 입장이었습니까?
뭐 정말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의 능력이겠죠.
네!
보스, 냄새가 지독하군요.
또 그 수의학 기술을 연습하고 온 겁니까?
말도 마세요, 레온 댁의 릴리가 조산했습니다.
늦는 바람에 산후조리밖에 도와드리지 못했죠.
하아, 게다가 불길한 녀석과 만났습니다.
불길한 녀석?
같은 고향 사람입니다.
같은 고향 사람요? 제가 지난 한 달 동안 본 빅토리아인 관광객이 1000명은 안 돼도 800명은 될 겁니다.
그건 당신이 밖을 돌아다니기 좋아해서 그런 거잖습니까.
카드나 주시죠.
제가 하죠.
보스, 찰스가 좀 전에 또 악몽을 꿨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어디 봅시다.
별거 아닌 일로 보스를 귀찮게 할 순 없습니다.
당신들이 죽으면, 누가 절 위해 싸우겠습니까?
……싸우는 겁니까?
일단 조용히 하시고, 참으세요.
큭……
음…… 확실히 악화된 건 아니네요.
아직도 많이 아픈가요?
쉐라그에 온 이후로 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흠, 기껏 제가 큰돈을 들여 인맥을 쌓아 얻은 기회인데요. 당신들의 건강에 진전이 없다면 모두 허사 아닌가요?
물론,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요양 정도뿐이지만요.
하하, 알고 있습니다. 보스.
진작에 이 팔을 못 쓰게 됐는데도 저를 돌봐준 건 보스뿐입니다.
하지만 두 팔을 다 못 쓰게 되고 입만 남는다 해도, 무기를 물고 전장에 나갈 순 있습니다.
손 없는 병사가 뭘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강한 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당신들이 여기 온 건……
다시 한번 말하지, 자작님.
자신의 임무를 잊지 마. 공작님께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은 없도록 말이야.
이건 관광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고.
저기, 보스, 보스?
결국 노망이라도 난 겁니까?
……
전 당신들처럼 자신의 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바보와는 다릅니다.
설령 당신들이 노망이 난다 한들, 전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하, 저흰 그때까지 살지도 못할걸요.
……
휴……
여기까지 하죠.
노후 계획을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겠군요.
보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쉐라그인들의 미적 기준에 따르면, 보스처럼 느끼하게 생긴 귀족은 좋아하지 않을걸요.
하지만 성대한 파티를 마다할 사람은 없겠죠.
당신들끼리 놀고 계세요.
패가 안 좋아서 핑계 대고 도망가신 건 아니겠지?
어디 보자……
포카드 J라,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패네.
크아! 술맛 좋군!
이게 바로 엔시오데스가 낙성식 전날 캠프파이어에서 홍보하겠다며 보낸 거로군. 그 뭐, 뭐더라……
주인님, '성산 장원·히라의 봄'입니다!
한동안 TV에 매일 같이 나와서 어쩌다 보니 외워버렸습니다.
그럴싸한 이름이구만!
음, 그런데 이 술은 맛이 정말 괜찮군. 엔시오데스가 모처럼 좋은 일을 했어.
하지만, 우리 가문의 숙성 와인도 이 술 못지않아!
주인님, 그럼 계속 마실까요?
브라운테일 가문이 보내온 것까지 하면 앞으로 세 가지 술이 더 있습니다.
물론 계속 마셔야지! 직접 마시지 않으면 어떤 게 제일 좋은지 어떻게 알겠나?
성녀님이 이번 파티를 우리 페일로쉬 가문에 맡겼으니 내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지.
술이 제일 중요해. 성녀님이 절대 실망하지 않도록 우리 쉐라그에서 가장 좋은 술을 골라야 해!
자, 다른 술도 다 가져와!
네!
어이! 같이 가서 술 좀 갖고 오자고!
장군님,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 봐.
주인님께서 파티 준비를 한다고 하시긴 했지만, 요즘 술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형제들이 모두 지쳐 쓰러질 겁니다.
쓸데없는 생각 마, 쉐라간드 동상 낙성식은 아주 큰 일이라고. 술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야.
조금만 참아. 바쁜 일이 끝나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지.
알겠습니다.
(페일로쉬 가문 사람들이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쉽게 섞여 들어올 수 있을 줄은.)
(가주님이 이미 로잘린드 양을 데리고 이쪽으로 왔어.)
(다음에는 페일로쉬 가문이 가진 속셈이 무엇인지 조사해 볼까.)
(그리고 엄청난 양의 술…… 아크토즈 말대로 정말 파티를 열기 위한 걸까?)
(이것도 단서겠지.)
거기서 어물쩍대지 말고 와서 도와.
네!
(하지만 페일로쉬 가문에 정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다면, 그 비밀은 분명 로잘린드와 관련이 있을 테지.)
(일단은 로잘린드 쪽이 우선이야.)
다 왔다.
할아버지, 여기가 할아버지 집이야?
진짜 크다. 전혀 몰랐는데, 부자였나 보네?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좀 물려받은 게 있을 뿐이지.
크흠, 이것 좀 보거라……
이 집은 산을 끼고 있으니 내일 산에 오르고 싶다면 이 집의 뒤편에 있는 지름길로 가면 된다.
알았어.
고마워 할아버지.
……
얘야, 미리 사과하마……
응? 왜? 갑자기?
널 손님으로 초대한 건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단다.
쉐라간드 신이시여, 이 일을, 이 일을 숨기지 말았어야 했거늘.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심각한 거야?
말해 봐, 할아버지. 듣고 있으니까.
잘 컸구나, 참으로 잘 컸어……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단다.
그 녀석은……
큰 주인님?!
……
저기 키가 큰 사람이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어.
혹시 아들이야?
난 저런 아들 없다.
얘야, 잠시만 기다리거라.
어르신, 어째서 갑자기 돌아오신 겁니까?
……돌아오면 안 되는 거냐?
그런 뜻이 아니라!
다만, 하필 타이밍이……
내가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는 거지! 네 놈이 무슨 참견이냐!
네 주인은 어디에 있느냐?
주, 주인님은……
우물쭈물하지 말고! 어서 말해!
네!
주인님은 지금 내일 있을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럴듯한 것만 골라서 말하지 말고. 또 뭘 하고 있지?
……내일 파티를 직접 주관해야 해서 각지에서 온 술을 맛보고 계십니다……
한심한 녀석……!
지난달에 술을 끊는다고 하고서는 지금 또 술을 마시고 있는 건가, 어이가 없구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는 녀석이 앞으로 어떻게 신뢰를 얻으려고 그러는 건지!
주인님은 나라의 일을 위해 그러시는 겁니다. 성녀님에 대한 충성심이기도 하고요……
흥! 그 주둥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하하…… 아, 이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굴로, 무례하게 굴지 마라!
이 아가씨는 로잘린드, 내 손님이다.
로잘린드 아가씨, 환영합니다.
……
(어르신, 저 로잘린드 아가씨는 도대체 누굽니까?)
(왠지 주인님을 닮……)
(조용히 해!)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더 묻지는 마라.)
굴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라.
가서…… 아크토즈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그리고, 하인들에게 손님을 위한 방과 식사를 준비하라고 하고. 반드시 잘 대접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괜찮아.
대화는 끝난 거야?
저 키 큰 사람이 나오기 전에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한 거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니?
……네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집 안에 있다.
우선 저 키 큰 사람을 따라 들어가거라 로잘린드,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
알았어.
그럼 할아버지는? 같이 안 가?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곧……
이쪽으로 오시죠, 로잘린드 아가씨.
응……
아, 이름이 굴로였지?
아까 할아버지랑 뭔가 얘기하던데, 혹시 무슨 얘기 한 거야?
……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
……
저기, 뭐라고 대답 좀 해봐.
(두 검지 손가락을 교차한다)
진짜 안돼?
(다시 한번 교차한다)
음…… 알았어. 더 물어보진 않을게.
어쨌든 이따가 만나면 알게 되는 거지? 진짜 궁금하네, 도대체 뭐길래 둘 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 걸까?
혹시 내가 누구랑 닮았어? 아님 누가 날 닮은 건가?
설마 할아버지가 보여주려고 한 사람이……
앗, 아닙니다. 아니에요……!
칫, 됐어. 딱 봐도 거짓말은 못 하는 사람 같네.
솔직히 말하자면, 두 사람 눈빛이 뭔가 이상해.
악의가 없다는 걸 몰랐다면 분명 참지 못하고 손을 썼을 거야.
……!
들어가려던 거 아냐? 가자.
앗! 로잘린드 아가씨!
주인님, 어르신께서 손님을 데리고 오셨는데……
주인님?!
으하하하! 술맛이 좋구나! 좋은 술이야!
자, 함께 건배하자고!
하하하!
……
혹시 할아버지가 말한 사람이 저 사람?
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술꾼이야?
음?
어떤 녀석이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냐!
나 페일로쉬 가문의 가주 아크토즈가 겨우 이 정도로 취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하.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지.
난 있잖아……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우리 아빠는 미남이어야 하거든.
아버지의 손님이군, 딸꾹. 뭐라고 하진 않겠다.
하지만……
내가 자세히 볼 수 있게 이쪽으로 와라.
뭐, 뭐야?
네 얼굴…… 알 것 같군.
넌……
콜록, 콜록……
……
노인이 방에 들어서자 두껍게 쌓인 먼지가 일었다.
문은 흔들렸고, 바닥은 삐걱거렸다.
노인의 명령에 따라 이 방은 아주 오랫동안 손님을 맞지 않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방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늙어간다.
그걸 어디에 뒀더라?
분명 여기에……
……그래. 여기야.
노인은 구석에 있는 목제 수납장을 손으로 더듬어 열고 그 속에서 어떤 물건을 꺼냈다.
그건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투박한 돌이었다.
돌에는 쉐라간드의 축복을 상징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직접 구한 그 돌을 손에 꼭 쥐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걸 가져오긴 했지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타티야나, 로잘린드는 착한 아이다……
노인의 기억 속, 그때 또한 겨울이었다.
노인은 이 창문으로 슬프고도 조용한 이별을 지켜보았다.
외국에서 온,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그 젊은 여인이 얼음에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분노와 실망감을 안고 떠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품에 안긴 채 어머니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어린아이를 보았다.
노인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눈보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구나.
그때 로잘린드에게 주려고 했는데, 어쩌다……
당시에 아크토즈는 너희가 비난 받는 걸 원치 않았거늘, 내가 아크토즈를 나뭇간에 가둬서 아무 말도 못 하게 했지.
그리고 페일로쉬 가문을 위해 너희를 내쫓은 것도 나다.
타티야나, 원망이 있다면 나를 탓하거라.
이제 페일로쉬 가문은 아크토즈의 손에 넘어갔다.
쉐라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
나는 맹세했다. 평범한 수도사가 되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쉐라간드를 위해 길을 청소하겠다고.
만약 그때도 이랬다면……
……
이런 꿈을 꾸다니. 나도 늙었군.
쉐라간드 신이시여.
쉐라간드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