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4너를 위해 목숨을 버렸거늘
성상이 불길에 무너지자 의심의 화살은 현장에 있던 살카즈에게로 향했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불길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악마다.
귀중한 것도, 소중한 것도, 단 한 번의 불길이면 모든 게 사라진다.
제럴드는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살카즈에게는 고향이 없고 그들을 따라다니는 건 전쟁의 불길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보금자리를 원했고, 그 때문에 그는 대단한 인물을 따랐다고 했다.
다만, 후에는 실망해서 그를 떠났지만.
당시에 나는 그가 실망한 이유를 물어볼 수 없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우리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다들 힘들었지만, 모두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그들이 곧 떠난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설마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곳 생활에 실망했기 때문일까?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나는…… 내가 소중히 아끼던 것들이 눈앞에서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불길이 치솟는다.
그리고 모든 게 재가 되어 간다.
……
전부…… 타 버렸어……
앗, 뜨거……! 불길이 너무 세!
불이 났어! 서…… 성당이 불타오르고 있어! 빨리! 빨리 물을 길어다 불을 꺼!
무슨 일인데? 저기 불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어?
라이문트! 너 왜 여기에 있어? 너, 너흰 이미……
……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아! 맞다, 그래……!
마침 잘 왔다! 성당에 불이 났어, 빨리 도와줘!
성당에?!
성당에 어…… 어떻게 갑자기 불이 났지?
나도 그게 궁금해! 예전에도 이맘때 화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심하진 않았어. 하필이면 왜 이때 이런 사고가 났을까?
하아, 아무튼, 일단 불부터 끄자! 불이 난 곳이 거주지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
불 끄고 있어. 내가 사람 불러올게!
물! 콜록…… 콜록콜록, 물 더 없어? 물 좀 길어 와!
안 돼, 불길이 너무 세.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조심해…… 일단 대문을 닫자. 그러면 불길이 밖에까지 번지지 않을 수도……
안 돼!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여긴 성당이야! 안에는 성상도 있다고! 문을 닫으면, 쿨럭, 문을 닫으면 불이 알아서 꺼지나?!
그런 뜻이 아니라! 지금은 너무 위험해!
정확한 판단입니다.
뭐? 너 따위가 뭘 안다고 그래…… 그런데 너, 누구야?
……
이 두 아이는…… 아니다. 너, 왜 아이들을 이렇게 위험한 곳에 데려온 거야?!
빨리 가! 여긴 위험해!
당신 말이 맞습니다. 여긴 위험합니다.
당신은 이미 많은 연기를 마셨어요. 즉시 방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곧 현기증이나 환각 증세 같은 생리 반응이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뭐? 계속 떠들지만 말고,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거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너…… 너, 너는 산크타잖아. 라테라노에서 왔나? 무슨 방법이라도 좀 말해 봐, 저 안에 성상이 있다고!
성상은 제 임무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임무고 나발이고 할 게 어디 있어!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잖아!
너, 그 무슨 아츠인가 하는 걸로 저 망할 불을 끌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저리 꺼져! 방해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제게는 그런 오리지늄 아츠가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사람들을 불러올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왔군요.
너희들……
라이문트가 알려줘서 도우러 왔어.
잔말 말고 얼른 양동이나 받아! 내가 두 통 더 길어올게!
아, 그래, 알았어!
이쪽에도 있어!
자한테 맡겨주세요.
당신들은 안전한 곳에 가서 기다리세요.
넌, 라테라노에서 온……
이 두 아이는 뭔데?
지금 그 문제를 얘기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쳇.
자, 양동이나 받아, 임마!
클레망!
야,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마, 거기 서…… 클레망!
지금은 화재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이거 놔요!
충분한 방호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이 젊은이 말이 맞아!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
저는, 가지 않으면……
저는……
……
……죄송합니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네가 가장 괴로울 거란 걸 알아. 하지만 정신 차려. 이건 장난이 아니야.
꽃은…… 꽃은 얼마든지 다시 심으면 되니까.
……
양동이가 다 비었네요. 다시 물을 길어올게요.
안 돼, 더 이상은 들어가면 안 돼! 불길이 너무 세고, 연기도…… 콜록……
당신은 여기 남아 있어도 됩니다.
연기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저를 따라올 필요는 없습니다.
……넌 믿을 수 없어. 너를 감시해야 하니까.
잠깐, 무슨 소리 안 들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총을 든 성상이 불길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뜨거운 그림자가 라이문트에게 드리워졌다. 마치 무례하게 산크타 성당에 들어온 살카즈에게 심판을 내리듯, 거대한 성상은 불길의 바닷속에서 쓰러졌다.
……!
물러나세요!
귀가 찢어질 듯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지만, 예상했던 아픔은 찾아오지 않았다.
집행자가 살카즈 앞을 막아서며 총을 꼭 쥔 팔을 들어 올렸다.
2차 붕괴 위험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너, 팔이……!
아니, 잠깐. 너, 설마 성상을 부순 거야?!
부수진 않았습니다. 만약 쓰러지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아마 깔렸을 겁니다.
하지만, 저건 너희들의 성상이잖아……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이상합니다. 불길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요.
목제 벤치 같은 내부 진열물이 쉽게 불타는 건 맞습니다만, 최초의 발화 위치부터가 이상합니다. 내부에 다른 조연성 물질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슨 뜻이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
음?
이건……
(여긴…… 살카즈들의 거주지인가?)
(……이렇게 얇은 판자로는 황무지의 찬 바람을 막을 수 없을 텐데.)
(후우…… 엄청 추워졌네.)
(벌써 날이 어두워졌어.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는걸.)
(음?)
(저기 옥상에…… 불이?)
(하필 이런 때 화재라니……)
(아무래도 페데리코 쪽에도 큰일이 생겼나 보네.)
(……! 누가 온다!)
다들 수도원에 도우러 갔어. 우리도 가 볼까?
스테파노는 우리한테 잘해줬잖아. 우린 곧 떠날 거지만……
갈 거면 혼자 가, 나는 안 가!
오늘 라테라노에서 온 사람들도 있잖아? 그놈들이 불을 끄면 되겠네! 우리는 그럴 능력도 없어. 괜히 가서 미움이나 사지 말고!
(이런, 습관적으로 숨어버렸네.)
(다투고 있나? 나랑 오렌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여긴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화내지 마. 레일라도……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야.
일부러 말한 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분명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네!
레일라는 내가 자기 겨울옷을 훔쳤다고 의심했어! 내가 언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거야? 예전부터 내가 담당했는데, 그때는 왜 의심하지 않았대?
그쪽은…… 하아.
그 녀석은 우리가 눈에 거슬렸던 거야! 다 한통속이야! 애초에 우리를 동료로 취급하지도 않았을걸!
스테파노가 우리를 두고 라테라노에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까, 우릴 원망했던 거겠지! 이제야 알았어…… 지금까지는 우리만의 착각이었어. 놈들은 애초에 우리를 동료로 생각한 적도 없다고!
……
보스가 우린 떠날 거라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좀 망설였거든.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정확한 결정이었어!
떠나면 그만이야.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이 황야를 벗어날 수 있을까? 답사하러 간 애들은 아직 돌아오지도 못했어……
그래도 여기 있는 것보단 나아.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갈 거 같으니까!
(……)
……후우, 춥다.
방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었더니, 밖이 이렇게 추운 줄 몰랐네.
큰 실수를 저질렀어. 벨리브가 알면 월급을 깎겠다고 하겠지?
으, 만약 정말 깎인다면 다다음 달에 모스티마한테 6단 샤이닝 과일 도보슈토르터는 사주지 말자. 내가 직접 만들어서 돈이나 아껴야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찾았다!
드디어 꺼졌네……
물건은 거의 다 타버렸지만, 다행히 아래층 방까지 번지진 않았어.
다행? 뭐가 다행이야!
성상도 타버려서 이 꼴이 됐고, 꽃밭도…… 으악.
……
다들 무사하면 됐어.
야, 라이문트, 너희 쪽은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
네 녀석도 참 끈질겨. 어떻게 저 안으로 뛰어들 생각을 했지!
제럴드가 알면 너 무조건 혼날걸!
……보스한테는 비밀로 해줘.
이제 와서 쫄았어?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주교님은 왜 안 오시지? 누구 주교님께 알린 사람 없어?
오늘은 이쯤으로 하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단 주교님께 알리자.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들 조심해……
사고가 아닙니다.
형(오빠)!
……뭐?
이건 사고가 아닙니다. 현재 추측으로는 인위적인 방화로 보입니다.
라테라노에서 온 젊은이,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지.
그럴 리가…… 성당에 불을 지를 인간이 어디 있어?
야, 네가 그렇게 추측하는 근거는 뭔데?
제가 얘기했을 텐데요.
뭐가?
불이 붙는 기세가 이상했습니다. 다른 조연성 물질이 있었던 거죠.
……고작 그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엔 충분합니다.
이 자식이……
잠깐, 라이문트.
왜? 너도 누가 인위적인 방화라고 말하고 싶어?
아니, 그건…… 확실치 않지만, 조금 전에……
조금 전에 내가 사람을 부르러 갔잖아. 이곳은 평소에 오는 사람들이 적어. 트, 특히 너희 살카즈는 더더욱 여기에 오는 일이 없지……
하지만 내가 근처에서 너를 봤어……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페르난드, 말 끊지 마!
계속 말하게 둬.
벼, 별다른 뜻은 없어. 그냥 물어보고 싶었어……
라이문트, 넌 왜 때마침 여기 나타난 거야?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건 가, 제럴드?
우리 둘이 있으면 다들 눈치를 보느라 속마음을 들을 수 없으니까.
……
이게 바로 우리의 현 상황이야. 스테파노.
알고 있네, 다 알고 있어.
누구를 탓하는 게 아니야. 아무도 잘못한 게 없어. 다들 그저 평온하고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을 뿐이지.
살카즈는…… 계속 방랑할 운명이야.
……내가 말했지, 여긴 자네들의 집이라고.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자네도 이렇게 말했네. 적어도 그 아이들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어쩌면 내 잘못일 수도 있겠어.
아니야, 자네도 말했듯이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네.
……스테파노, 요즘은 걱정이 퍽 많아 보이는군.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이렇게 물어봐야 할까. 이번 화재…… 너와 관련이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