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10별 사이에 흩어져
영겁의 쌍둥이 달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밤, 인류는 마침내 처음으로 진실을 엿보게 된다.
별과 대지가 서로 충돌했다.
온 바닥 가득한 새하얀 파편 속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지, 총괄? 예전보다 실력이 녹슬었군.
이번에 날 죽이지 못했으니 이젠 내가 반격할 차례다.
눈 깜빡이지 마라.
……
사리아가 떨어뜨린 별들은 다시 떠올라 새로운 궤도를 만들었다.
크리스틴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사리아는 두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중력…… 변화?
네가 이 방법으로 뮤엘시스를 내보냈지.
하지만 나한테는 소용없다.
사리아의 발밑에서 에나멜이 자라나, 마치 무거운 부츠를 신은 것처럼 그녀를 제자리에 고정시켰다.
그러면서 사리아는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다.
칼슘화 입자의 재구성 정밀도를 더 높인 게 아니라 방출 속도를 대폭 상승시켰네.
그러는 만큼, 에나멜은 더 약해졌고.
강경한 저항으로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금속 구체 하나가 에나멜 장벽을 뚫고 사리아의 어깨를 맞췄다.
하지만 사리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리아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그만 해, 사리아.
“그만 해”?
그건 내가 너한테 한 말일 텐데.
내 계획을 전부 말해 줄게……
나도 안다.
그런데 왜 날 막는 거야? 이번 계획에서 더 이상 희생자는 나오지 않을 거야. 난 그저……
넌 그저…… 트리마운츠의 하늘 위에 무해한 불꽃을 터뜨리고 싶은 거겠지.
초점이 완성되는 순간, 군부와 메이랜더는 한숨을 돌릴 거다.
트리마운츠 주민들은 하늘의 이상 현상에 순간적으로 매료되겠지. 하지만 곧 더 주목할 만한 다른 일에 시선을 빼앗길 거다.
어쩌면 라인 랩이…… 받는 영향이 제일 크겠지. 라인 랩은 총괄을 잃게 되고, 주임 몇 명과 컬럼비아 권력 기관의 신뢰도 잃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넌 더더욱 지상에 남아야 해.
사태를 수습하고 이번 사건으로 다쳤을지 모를 사람을 보호하고, 우리 라인 랩을 이끌고 고난을 극복해야지. 넌 언제나 잘해왔잖아.
또 잊었나? 난 이미…… 라인 랩을 떠났다.
……
블레이크 같은 수많은 사람은, 과학자를 '미치광이'라고 부르지.
우리는 신경 안 써.
하지만 과학은 원래 이성적이어야 한다.
크리스틴, 네 부모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은 그렇게 끝나서는 안 됐다고.
두 사람이 그 사고로 돌아가시지 않고, 차단층과 충돌하기 전에 회항하셨다면……
두 분은 사람들에게 매우 귀한 데이터와 다음 탐사의 가능성을 제공했을 거라고 말이다.
넌 분명……
……난 두 사람의 의지와 결심을 존경한다.
하지만 난 당연한 희생이라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퍼디낸드, 내스티, 파르비스…… 많은 이들은 내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규칙에 구애되어 늘 너희의 앞길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겠지.
하…… “저런 사람도 과학자라고 할 자격이 있나?”
심지어 나조차도……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진리에 집착해.
……진리라.
진리는 질서를 추구하는 성질에서 나오는 것이다. 난 과학이 진리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진리는 사람들의 광기를 제약해 인류에게 더 좋은 질서를 가져오니까.
와이번은 종족 역사의 대부분을, 본능에 휘둘리는 광기와 함께했다. 폭력과 야만……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그 혼돈의 어둠에서 빠져나왔지.
이게 바로 내가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이다. 난 이성으로 자신을 단속하고, 필사적으로…… 너희에게서도 보였던 광기에 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넌 할 수 없어.
네가 혼자서 라인 랩을 멈추게 하고 싶은 거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거야.
발전에 대한 인간의 갈망에는 이길 수 없는 법이니까.
이건 욕망이자 '광기'지만, 생명의 본능이기도 해.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해 준 연료인 거야.
그렇기에 난 대항하려 여기에 온 게 아니다.
묵직한 구체들이 낙석처럼 그녀를 향해 쏟아져 내렸고, 중력으로 인해 기류가 그녀 주변을 맴돌며 폭풍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칼슘 결정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지만, 등산객은 맨몸으로 폭풍을 맞이할 것을 다짐했다.
크리스틴, 널 찾는 동안 난 하마터면 내 실패를 인정할 뻔했다.
그러다 누군가 내게 근원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지.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난…… 우리 모두의 시작을 돌이켜 봤다.
맞아, 나는 통제할 수 없는 걸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건 혼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혼돈이 가져오는 후퇴가 두려워서야.
나는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건 인류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래, 지금도 인류는 어두운 밤 속에 살고 있지.
우리는…… 머리 위에 있는 하늘조차 꿰뚫어 볼 수 없으니까.
길은 아직 멀다. 무척이나 멀지.
우리는 주변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을 습득했기에 반드시 더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우리는 앞장서서 고난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이끌며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선구자라면 모든 인류를 위해 길을 열어야지, 돌아오지 못할 심연에 먼저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이게 내 근원이자, 내가 지켜내려는 것이다.
……
잡았다, 크리스틴.
사리아는 은하를 뛰어넘었고 폭풍을 관통했다.
마지막 칼슘 결정이 한 사람의 손바닥에서 다른 사람의 손등으로 퍼져나갔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외골격은 떨리기 시작했다.
인공 별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아츠의 여파로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수호자의 의지만큼은 대지와도 같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너는 항상 조금씩 늦는군.
당신이 항상 조금씩 일찍 오는 거예요, 켈시 선생님. 오래 기다렸나요?
그렇게 오래는 아니다.
……
아마 너일 거라고 예상했다. 우르수스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너는 그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니까.
진심으로 미안하다.
……미안? 어떤 게 말인가요?
저와 남편이 연구소에서 그 결정을 내렸을 때, 우리에게 좋은 결과는 없을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애초에 당신이 그런 감성적인 사람도 아니고……
……아니, 뭔가 요 100년 동안 당신은 감성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아니다.
너희가 안타까웠고 후회한 적도 있어. 하지만 그 정도로 슬픈 감정은 아니다.
네 딸을 말하는 거야. 폴리닉은 네가 바랐던 더 좋은 시대, 원한과 폭력이 없는 시대에서 살고 있지 않으니까. 류드밀라도 마찬가지고.
……
아까 네가 축소판 같다고 말했지, 릴리아.
너와 폴리닉처럼 원한과 혈연이 모여서 만들어진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축소판 같다는 거다. 난 허무한 파멸을 너무 많이 봤어.
뭔가 좀 지친 것 같네요.
당신도 구세주로서 창조된 건 아니잖아요. 손가락으로 산을 옮길 수도 없고, 눈빛만으로 도시를 파멸시킬 수도 없죠.
후훗…… 대체 어떤 속물이 폭력의 관점에서 당신이 무적이길 바란 걸까요? 그 멍청이들은 설마 폭력으로 휘청거리는 문명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내가 자신들에게 미래를 가져다주길 바라고, 내가 자신들의 나라에서 살길 바라고, 내가 자신들의 밑에서 승리하길 바라지.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들을 저버렸네요. 왜냐하면 당신은 그저 켈시일 뿐이니까요.
……우리의 대화로는 답이 나오지 않아.
맞아요. 드디어 지친 걸 인정하셨네요.
왜 그럴까요? 당신은 언제나 그 사람들이 자멸을 피하도록 도와주려 하지만…… 정작 당신의 힘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죠.
당신은 빅토리아에서 우르수스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없고, 이 땅에 있는 모든 살카즈가 위험한 주술을 연구하는지 감시할 수도 없어요.
당신의 행동은 점점 더 부질없이 느껴지고, 당신도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죠. 안 그래요?
특히나……
알아.
나도 알아……
후훗…… 본인이 뭘 두려워하는지 잘 알면서, 또 그걸 생각하지 않도록 잘 통제하는군요.
당신은 테레시아와 테레시스가 당신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죠. 심지어 무의식중의 애원에서도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당신의 의지에 따라, 켈시 선생님, 당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그 남매가 이런 식으로 당신과 대화하지 않는 거예요.
참 이상하네요. 당신이 예전에 얼마나 차가웠는데요. 타인의 온정 같은 건 필요 없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보니 당신이 연약해진 건 확실하네요.
……
봄바람이 아직은 차네요. 여기 있으려니 감기에 걸릴 것 같아요. 더 따스한 곳으로 가야겠어요.
들어갈까요?
……그래.
눈……?
……음? 외지인이라, 드문 일이군. 성산으로 가는 건가?
여기까지 도착하는 젊은 순례자는 매우 드문데, 왜 안 가는 겐가? 너무 추워서 발이 얼었나?
성산이라면, 여기는 쉐라그인가?
쉐라그? 그게 어딘가?
자네 고향인가?
그건 아니야.
테라에서 가장 장관인 설산 중 하나다. 살 곳을 잃은 난민들이 그곳에 도착해 재앙이 없는 낙원을 만들어 살아가는 걸 본 적이 있지.
오, 그렇다면 정말 아름다운 곳이겠군.
테라라…… 아주 작은 곳처럼 들리는군. 거기에서 왔는가?
그래.
……난 테라에서 왔어……
당신은?
성산으로 가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그 목적 하나밖에 없거든.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어렸을 때 푸르른 평원에서 초목과 놀고 암석을 보며 배운다네. 그러다 청년이 되면 높은 산에 오르기 시작하지.
우리는 산자락에서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하네. 예를 들면 아침 햇살을 한 가닥씩 모아 밧줄로 뭉치거나, 어두운 밤에 물들지 않는 신발을 준비하지.
그리고서 등산을 시작하는 게야.
힘들고 긴 여정이라 산에서만 재료를 얻을 수 있다네. 다행히 성산은 자비로워서 죽음으로 우리를 먹여 살리지. 그리고 우리는 보답으로 긴 일생을 산길에 바치는 것이지.
여기까지 오는 건 힘든 여정이었겠군.
고생? 그렇지 않네.
눈도 녹는다고 스스로 슬퍼하지 않잖나. 이 모든 건 타인의 착각이고 우리는 그저 오르기만 할 뿐이지.
성산의 이름은 뭐지? 당신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
……이 산의 이름은 '시간'일세. 그리고 우리? 우리는 그저 하찮은 생명일 뿐이지.
시간은 언제나 위대하지. 그렇지 않은가? 자네가 가장 잘 알 텐데 말이야.
산도 변하는 건가? 정상에 오른 사람은 있나?
나도 모르네. 모른다는 건……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지.
시간의 골짜기에 대고 소리쳐 보게. 자네가 얻는 응답이 바로 성산이 베푸는 은혜니까.
이건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야. 시간은 먼저 대답하지 않지만, 응답은 해준다네. 옛사람들은 이런 응답을 '운명'이라고 불렀지.
운명은 바로 생명이 시간을 향해 외치는 메아리라네.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는 겐가?
……
음……아무래도 오늘 밤은 눈바람이 몰아치겠군.
슬슬 야영할 곳을 찾고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겠어…… 쉬어갈 곳이 필요한가? 나와 함께하지.
그렇게 하지…… 노인장.
여기에 배를 채울만한 것은 있나?
아마도 '절망'을 먹어야 할 걸세.
저녁 식사 전에 기도라도 하게. 그리고 눈바람이 시야를 가리기 전에 힘껏 소리쳐 보게.
……
나는……
더 크게!
나는……
너는 네가 될지어다.
켈시, 네 판단은 이성적이었다. 내가 사과하지.
어째서 사과하는 거지?
난 그저……
내가 너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류에 대한 너의 불신, 너의 슬픔, 너의 막연함, 너의 초조함, 그리고 속수무책, 전부 다 내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몸에서 너는 한가지 가능성을 보았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 탓에 너는 이러한 감정이 그저 조바심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라 의심했지…… 세상은 너의 인지와 너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으니까. 게다가 새로운 너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하지만 너는 그 사람들을 믿으면 자신이 훨씬 편해질 것이라 수없이 생각했다.
……나는 너의 시간이다. 켈시, 모든 걸 다 아는 어리석은 이여……
네가 망각한 사소한 부분이 있을 거다. 너는 하늘이 선택한 구세주가 아니고, 하늘이 선택한 구세주가 되어서도 안 된다. 너도 항상 옳은 게 아니다.
네가 이미 결심한 것처럼 말이야.
시간이 얼마나 한정적인지 너는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 필사적으로 싸워야 할 때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믿어야 해.
네가 '켈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믿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믿는다고 '켈시'가 된 것도 아니야.
너는 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이자, 바위를 뚫는 물방울이야. 너는 네 능력을 훨씬 뛰어넘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그 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지.
수백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너는 지나치게 길어 진화와 변화밖에 할 수 없는 세월보다도 훨씬 많은 걸 잃었고 또 얻었어.
하지만 이 모든 게 끝을 맞이하게 될 거야. 켈시, 너도 잘 알고 있고. 그런데도 여전히 수동적이고 비관적인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네 최초의 질문을 잊지 마. 하마터면 얻을 뻔했던 그 답도 잊지 말고.
계속 나아가, AMa-10. 네가 존재하는 의미는 네 자신을 이미 훨씬 뛰어넘었어.
……
……
……그만하지.
확실히.
확실히…… 충분하네.
……
박사는?
……다른 곳에서 진정 중이네. 잠시 자네와 둘이 있고 싶기도 하고.
물어볼 게 있네, AMa-10, 켈시.
이 1만여 년 동안…… 자넨 정말 이 땅에서 착실하게 살아왔나?
그렇다.
아무래도, 자네는 많이 변한 것 같군. 우리 사이에 그리 많은 교류는 없었지만, 오늘과 같은 모습이 되진 않아야 했겠지.
자넨 뭘 선택했지?
나는 수천 년의 전쟁과 국가의 발전, 여러 나라의 공존과 사람들이 갈등과 충돌 속에서 변화하는 걸 봐왔다.
……결국, 모두 사르곤의 모래바람처럼 사라지더군.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역사는 또 새로운 아이를 낳았지.
나는 이러한 반복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이러한 반복은 위대하고 중후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
그 이후, 나는 다시없을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만나게 됐다.
그 어떤 시대의 그 어떤 생물보다 문명 존속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갔던 두 티카즈가 있었지.
하지만 지금의 자네들은 소행성 고리의 쓰레기처럼 취약하다네. 무엇을 존속하겠다는……
……잠깐, 자네 말은……
그 검은색 왕관이 아직 테라에 남아 있다는 건가?
'마왕'. 옛 티카즈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지.
티카즈…… 사람? 그 기괴한 본토 생물들 말인가?
운이 좋았나 보군. 난 이미 잃어버린 줄 알았거늘……
……검은색 왕관. 난 그것의 물질적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네. 왕관이라? 악취미로군.
왕관은 왕권을 의미하지. 이 오래된 이미지는 권력의 상징이야.
끊임없이 분열하고 있는 지금, 이데올로기와 종족 갈등이 지상 문명을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지금, 평화와 단결이 모두 사치와 환상인 지금……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그 힘을 이용해 모든 생명의 의지를 다시 조각하여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뿐이지.
기억, 감정, 지식으로 만들어 낸 거짓된 지도자가 뭘 할 수 있겠는가?
- 아미야를 얕보지 마.
- 로도스 아일랜드를 얕보지 마.
- 우리를 얕보지 마.
박사, 괜찮나?
- 그냥 잠깐 숨 좀 돌리고 왔어……
- ……
-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
내가 자네들을 얕보든 말든, 이미 정해진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네.
그 작은 전승으로 정말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건가?
고대 조상들이 도구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이룩한 유일한 쾌거는 바로 '전승'이다.
지식, 문화, 역사. 이게 문명의 전부다.
언젠가 검은 왕관이 더는 아미야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는 존속을 위해 싸울 것이다. 그 적이 누가 됐든.
……테라를 위해 싸우는 걸 선택했군.
이게 자네의 선택인가? 그 몸으로, 그 신분으로? 자넨 크리스틴과 그 종족과는 달라.
자네들의 분투는…… 애초의 뜻과 너무 달라졌네.
로도스 아일랜드의 예비작전팀 오퍼레이터들조차도,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과 남을 위해 싸우는 것의 차이를 알아.
그리고 우리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테라는 내가 나고 자란 땅이야.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다.
테라의 대지를 누비는, 그 함선의 일원이지.
……'감염자'는 너무나 하찮은 명제에 불과해…… 하지만…… 감염자…… 오리지늄인가……
흠……
그럼, 자네는 어떻나?
박사'.
-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다.
-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다.
-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다……
……
나도 궁금한 게 있다, 트레버 프리스턴.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된 거지? 이…… 기나긴 시간 속에서 말이야.
'파동' 시스템이 해제됐다.
크리스틴, 에너지 집중을 멈추는 방법을 알려 줘. 에너지원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
……이건 아주 긴 이야기야.
다 듣기 전에 최대한 스텔라리아의 메인 제어판을 설명해 줄게.
사리아, 너도 알겠지만, 이 땅의 역사는……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길어.
그 어떤 시대라도 나와 우리 부모님 같은 회의론자가 있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의 탐구는 정말 아무런 수확이 없었을까?
그리고…… 아득히 먼 옛날, 그때의 하늘도 지금 우리가 보는 하늘이었을까?
……기억난다. 이건 라인 랩이 과학조사과를 구성한 최초 목적 중 하나였지.
그저 일반적인 탐사인데도 나는 수많은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어.
네가 라인 랩을 떠난 뒤에 난 과거의 취미를 되찾았고, 실험실을 떠나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구석진 곳으로 가기 시작했어.
이 여정의 목적은 하늘을 관측하기 위한 게 아니야.
별은 관측할 가치가 없어…… 수도 없는 계산을 통해 나는 진작 이러한 결론을 얻었어.
난 그저…… 더 많은 협력자를 찾고 싶었어.
……라이타니엔의 마지막 아츠 탐지구가 차단층과 겨우 500미터 떨어진 높이에서 추락한 뒤로, 각국의 학계는 차단층 연구를 거의 포기했지.
그래서 내가 찾는 건…… 이 시대에 속하지 않는 목소리였어.
……오리지늄 아츠에 의지해 생명의 제약에서 벗어난 장생자들? 아니면 나라보다 더 오래된 베헤모스?
어쩌면 사람들이 신으로 모시는 생명보다 더 오래되어 이미 역사 속으로 잊힌 것일 수도 있지.
출발하기 전까지 난 내가 뭘 찾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어. 난 그저…… 어떤 부름을 들었지. 그 부름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나를 그 문 앞으로 이끌었어.
문 안에…… 뭐가 있었지?
……
모든 것.
난 모든 의문의 답을 찾았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먼 길을 왔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 땅의 비밀,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이 있는 미래까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한 문명의 종결을 봤고, 시간에 잊힌 한 망령도 봤어.
……시간. 시간은 그저 고약한 농담일 뿐.
바닷물이 마르고 돌이 썩을 만큼의 시간 동안, 난 이 어두운 지하에 숨어서 의미도 없는 단 한 가지 일만 반복했네……
……외침.
내 외침은 모든 위성과 공간을 넘었고, 모든 터널과 항성을 뛰어넘었지.
하지만 우주는 내 말에 그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네. 난 칠흑 같은 절망을 향해 수만 년 동안 기도했지만, 돌아오는 건 오직 파멸의 메아리였지……
내가 생존자들의 응답을 갈망할 때마다, 내 앞에 나타나는 건 별 사이를 맴도는 붕괴 소리와 함락된 빛이었네……
그 허무함은 마치 블랙홀 같았고, 그런 느낌은 수명을 가진 그 어떤 형체도 공감할 수 없는 것이지.
……
끝없는 적막 속에 유일하게 들리는 건 동포들의 점점 약해지는 심장 소리였네. 하지만 휴면 중인 그들은 애초에 심장이 뛰어서는 안 됐어.
난 잠들 수 없었기에 악몽에서 깨어날 수도 없었고.
내게 이런 감정이 있는 게 몹시 원망스러웠네. 차라리 단순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걸 바랐지. 그래서 나는 내게 이런 운명을 준 또 다른 나를 증오했네.
난 계획이 끝났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네. 이…… '석관'에 남은 에너지로는 다음 소생 단계의 계획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이었으니까.
그 뒤로 허무함이 몰려왔고, 남은 건 끝없는 무감각이었지……
그래서 크리스틴이 접촉해 오자 또 다른 도박을 선택한 거로군.
동포들이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아니.
그 작은 생명을 처음 봤을 때의…… 내 첫 소감은…… 놀라움이었어.
나는 너무 먼 하늘을 주시하느라 지구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네. 생명의 성장을 눈치채긴 했다만, 나를 직접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지.
……우리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네. 현실 속에서는 수개월에 불과하지만.
크리스틴은 진리 그 자체를 만난 것처럼 지칠 줄 모르고 질문했네.
기특한 건 모든 질문이 크리스틴을 장시간 반성하고 침묵하게 만들었다는 점이지. 단순히 알려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말이야.
그렇게 크리스틴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정작 본인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 크리스틴은 계획의 실행자가 되는 걸 거절했네.
- 계획?
- ……
- 라인 랩을 이용해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게 아니었나?
……크리스틴은 이 땅에 언젠가 정치와 종족을 떠나 하나로 단결하는 무리가 필요할 거라 생각했어. 이렇게 멀리 보는 자들은 곁에 있는 모든 걸 이용하지……
……한 척의 방주를 만드는 것.
선구자들은 이해받지 못하는 고민을 감당해야 하고 분열과 고난을 마주해야 하네.
하지만 현실은 신화가 아니야. 바벨이 그 점을 이미 증명했지.
자네가 정말 이 모든 것에 희망을 품지 않는다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자네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 말이 맞아.
그럼 그 '희망'이라는 것에 관해 얘기하도록 하지.
크리스틴의 조수가 '석관'의 기술을 만지기 시작했네. 나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건 분명히 테라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겠지.
잘만 활용하면 되네. 크리스틴은 정치 쪽으로는 확실히 약간의 결점이 있으니까.
로켄의 연구는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어. 컬럼비아라는 나라는 믿지 않지만, 메이랜더 재단의 배후에 교섭해 볼 만한 대상이 있지.
더 잘 됐군. 그렇다면 말해보게, 심해에 사는 에기르는 정말 육지 문명과 큰 차이가 있는가?
크리스틴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확실히. 심해에서 생존할 수 없는 신체 구조를 가진 동물이 왜 바다 문명을 세웠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
하지만 이건 그들이 해저에서 얻은 산물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지. 외력이 그들의 문명 형태를 왜곡하였고, 그들을 강하게 만듦과 동시에 문제도 불러일으킨 것이지.
에기르는 반드시 단결해야 하네. 통제를 벗어난…… '바다 괴물'?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만…… 바다 괴물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든 간에, 테라에는 그렇게 발달한 나라가 필요한 법이야.
에기르의 대략적인 지리 위치를 감안했을 때, 정말로 많은 걸 얻고 적절히 이용한다면, 크리스틴이 지금 하는 일은 에기르에게 그리 먼 미래가 아니겠지.
……힘은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지. 에기르는 쉽게 설득당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행인 건, 우연한 계기로 내가 몇몇 에기르인과 소중한 우정을 쌓았다는 것이지.
이건 강력한 돌파구가 될 거야. 고요함 이후엔 에기르도 계속 침묵할 수만은 없게 됐지.
- 스카디……
- 글래디아……
- 스펙터……
아주 좋군.
나이츠모라의 원정은 컬럼비아의 데이터베이스에 전설의 형식으로 남아 있지만, 제대로 된 역사 문헌은 없었네.
하지만 그 전설이 정말 꾸며낸 게 아니라면…… 그자는 경이로운 영웅이 틀림없겠지.
오리지늄이 힘의 원천이 된다고 해도, 그러한 폭군이 천 년 전의 테라에서 태어나 더 원시적인 환경에서 그렇게 위대한 업적을 완성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일세.
하지만…… 남쪽은 이미 폐허가 되었지. 자네들은 북쪽으로 향해야 하네.
그곳에 가 봤나?
- 우르수스?
- 사미?
아니. 그보다 더 북쪽인…… 끝없는 빙원의 끝까지 가봤다.
나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내 힘이 닿는 범위에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하지만 자넨 거기에 뭐가 있는지 알겠지.
……그래.
그쪽에 있는 문도 간과하지 말게. 필요에 따라 문을 열면 또 다른 경치가 펼쳐질 터이니.
그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힘이 닿는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
그건 자네들이 스스로 해결해야지.
땅은 이렇게 넓고 문명도 지금까지 발전했는데, 어디 크리스틴 한 명만 있겠는가?
당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 땅의 사람들을 훨씬 더 신뢰하는 것 같군.
신뢰? 난 그저 불씨를 자네들에게 넘겼을 뿐. 난 이미 내 모든 걸 포기했네.
자네들이…… 성공하든 말든…… 내 실패는 변하지 않아. 신뢰라?
글쎄…… 나도 모르겠군.
어쩌면 난 그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계속 존재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
자네도 알잖나. 하늘 저 멀리의 난제보다 코앞의 전쟁이 더 시급하다는걸 말이야.
컬럼비아의 눈으로 관찰해도 이 땅은 몹시 불안하고 언제라도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게 느껴지네.
그러니까 단단히 준비하고 자네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불을 끄든 그 불로 다시 태어나든, 그건 자네들의 선택이지.
진정으로 테라를 구할 수 있는 건 언제나 테라인들 자신인 게야.
이러한 각성의 필요성은 영원히 변하지 않네. 왜냐하면 모두가 '인류'이기 때문이지.
- 고마워.
- ……
- 우리가 진실을 찾아낼 거야.
곧 하늘이 열릴 걸세. 하지만 차단층은 금방 복원될 걸세. 며칠, 몇 달, 어쩌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테라인들은 그 협소하지만 실존하는 광경을 영원히 눈에 담을 거고, 달과 더 멀리에 있는 천체를 영원히 기억할 걸세.
나는…… 크리스틴은 이것이 위대한 신호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
이건 다음 시대를 열 수 있네.
사리아, 한 번 더 나와 함께 별하늘을 구경하지 않을래? 예전에 네가 늘 그랬던 것처럼.
일단 내려가서 다시 얘기하지.
……별하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건 소위 '별깍지'라는 차단층이지.
1천 미터 남았어…… 우리는 지금 인류가 범접할 수 있는 한계에 거의 다다른 거야.
전리 반응이 너무 강하다. 이 거리에서 기기를 작동하는 건 이렇게나 큰 방해를 받는군.
제어판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는데. 애초에 넌 스텔라리아를 오랫동안 버티게 할 생각이 없었던 건가.
응, 내가 차단층을 돌파할 때까지만 버티면 돼.
차단층…… 우리가 흔히 '차단층'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차단층의 형태는 '층'이라는 개념을 훨씬 벗어났을 수도 있다.
애초에 '층'이 아니라 매우 드넓은 공간일 수도 있어.
심지어 끝이 없을 수도 있다. 이 6천 미터 높이가…… 우리가 인지하는 '정상적인 공간'이야말로 '비정상적 공간'일 수도 있지.
그런 상황에서 저걸 '돌파'한다는 건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다.
……분명히 돌파할 수 있어.
……
너는 언제나 그렇다고 굳게 믿어왔지.
6972미터. 이 각도로 직진해서 이 거리만 벗어날 수 있다면 스텔라리아는 전리 반응의 방해를 받지 않을 거야.
……그래, 네가 그 망령으로부터 믿을만한 데이터를 얻었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하늘 탐사의 위험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네 말대로 차단층이 장막처럼 우리가 사는 이 땅을 감싸고 있는 거라면, 그 밖은 차단층 자체보다 더 알 수 없는 공간인 셈이지.
네 행동은 더욱 위험하고, 어쩌면 이 땅에 재난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나도 알아.
사람들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준비'는 영원히 부족해. 만약 우리 머리 위에 정말로 재난이 있다면, 인류는 그저 정해진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되겠지.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리아,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더 완벽한 탐사팀을 만들어서, 더 많은 데이터와 더 좋은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 눈앞의 이 높은 하늘 깊숙이 들어갈 거라고 믿어.
이게 내가 바라는 미래이기도 해.
……하지만 네가 계획한 그 미래에 너 자신은 없다.
응.
난 선구자는 아니야. 이 점에 있어서는 너와 내 관점이 여전히 완벽하게 일치하지.
가능하다면…… 난 시작이 되고 싶어.
예전에…… 내가 하늘에서 봤던 타오르는 불빛처럼……
그건 부모님이 내게 남겨 준 마지막 물건이야……
……하나의 시작점이지.
……
가장 가까운 탈출 포드는 어디에 있지?
……없어. 복귀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듈은 이미 이탈했어.
알겠다.
그럼 날 잡아라. 내가 칼슘화로 우리 둘을 감싸겠다. 생존할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시도는 해 볼 수 있다.
……
사리아, 아래를 봐.
뭐……
이번에 발밑을 제대로 못 본 건 너네.
급작스러운 중력의 변화로 사리아는 발밑이 텅 빈 것을 느꼈다.
크리스틴이 스텔라리아의 가장 중심에 긴급 탈출구를 설치해 놨을 줄은 몰랐다.
아니, 사리아는 진작 예상했어야 했다. 이 탈출구는 스텔라리아의 주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크리스틴은 마지막 순간에 사리아가 반드시 이곳에 올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변한 공기 밀도가 사리아의 목소리를 빼앗아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리아는 손을 뻗었다.
별빛과 대지가 함께 시리아의 눈에 들어왔지만, 유독 그녀만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사리아…… 너는 늘 내가 이 땅을 제대로 보길 바랐잖아.
난 봤어.
이 땅도…… 너무 아름다워.
난 알아, 네가 나 대신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돌봐줄 거란 걸.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그리고 난……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그저 눈이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낯설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눈.
……
……프리스턴.
진짜 별하늘이 보여…… 정말 당신이 알려준 것과 거의 다를 게 없네.
1만 년이 넘는 시간……
나와 당신, 우리 문명과 당신의 문명은……
우주라는 기준에선, 역시나 보잘것없는 것이었네.
에너지 다발이 공중에 있는 이 거대한 구조물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고공에 떠 있는 고리형 구조물은 이런 거대한 에너지에 거의 삼켜지기 직전이었다.
얼마 안 가, 더 방대한 에너지가 중심에 모였다.
그 어떤 대형 이동도시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좁고 얕은 이 대지가, 어떻게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곳에 모인 빛은 땅을 버리고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전례 없는 에너지의 충격으로, 여태 생기라고는 없었던 검은 장막에 드디어 찬란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마침내, 거짓된 하늘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고 오래된 두 달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밤, 인류는 드디어 진실을 엿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