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ST-3공배, 끝내기
마침내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웨이 옌우와 태부는 다른 근심이 있는 듯하다. 총웨는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옥문을 떠난다. 도시 밖의 사막에서 그는 성루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듣게 된다.
아저씨는 어때?
의사 말로는 큰 문제 없대.
다만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오리지늄 아츠를 써서 과로한 거래.
아버지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가끔은 아저씨가 용문을 위해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걸 잊어버리곤 해……
아버지는 웨이 장관이랑 달라. 웨이 장관은 용문의 상징이니까 수시로 대중 앞에 나서야 해.
하지만 모두가 항상 다운타운에 있는 래트킹을 기억한다면, 용문 입장에선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야.
이번엔 웨이 옌우가 너를 끌어들였다며?
내가 받아들였으니 내 일이지.
게다가 누구 덕분에 결국 이렇게 무사하잖아.
흥.
이번에 몇 가지 깨달은 게 있어.
왜, 빅토리아에 가려고?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
아니.
용문에 돌아갈 거야.
'돌아간다'니……?
남을 거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멋진 표현이긴 하지만, 누군가 내려놓은 짐은 누군가가 짊어져야 하니까.
떠나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누군가는 용문을 돌봐야 하잖아.
그래……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야. 너를 탓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더 좋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까 이제 마음이 놓이네.
래트킹의 딸은 래트킹이 아니지만, 래트킹이 될 수도 있어.
어쩌면 또 다른 '래트킹'이 될 수도 있고.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거야.
용문에는 슬럼가가 있지만, 슬럼가가 있어서는 안 돼. 이건 어려운 일이야.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일이고.
시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뒤처지는 사람은 없어야 해.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믿음이 간다.
그런데……
할 말 있으면 시원하게 해. 왜 너까지 우물쭈물 대는 거야?
요 며칠, 웨이 옌우는 못 봤어……?
종사님, 떠나시는 겁니까?
그래.
인수인계도 끝냈으니 이젠 가야지.
그러고 보니 귀공에게 감사를 전해야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웨이 장관은 옥문을 믿어 주었지.
내 친구들도, 믿어줬고.
다 끝난 일이잖습니까.
피해가 좀 있었지만, 사태가 통제됐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여기 사람들은 여전히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다는 거지.
옥문은 여전히 그 옥문이야. '인간이 하늘을 이긴다'는 건 결코 허언이 아니었어.
이제 나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네.
……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가는 길이 무사하길 빕니다, 종사님.
조정의 정세도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으니, 귀공도 조심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종사께서 어젯밤 첸의 검술을 평가했었죠.
“물이 오르긴 했으나, 절정에 이른 것 같진 않네.”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지.
첸은 검술에 재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소 검법을 수련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죠.
그래서 아직 적소의 정수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더군요.
설마 귀공이 내게 무공을 보여주려는 건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운렬의 검은 적소 검법의 마지막 초식이 아닙니다.
손가락을 검으로 삼아 휘둘렀다.
요동치는 검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은은하게 바람이 불어 찻잔의 찻물이 잔물결을 일으켰다.
적소의 마지막 초식은 천당, 즉 '하늘을 꿰뚫는 눈'입니다.
검의는?
천당의 검, 끊어야 할 땐 끊어야 하느니.
심법은?
낡은 것을 타파하지 않으면 새것이 없고, 구름이 갈라져야만 창공의 눈이 보인다.
마음속 안개가 걷히지 않는 한 검의 뜻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관문은?
검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며, 휘두름에 후회란 없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순간, 검은 날을 잃어 도리어 자신을 해치게 되죠.
다시 뵐 수 있기를, 그럼.
사람은 떠났지만 바람은 오래도록 떠돌았다.
남자는 찻잔 속의 물결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는 그런 검법도 있었군.
들어오게.
태부님을 뵙겠습니다.
멋대로 옥문에 들어오면 역적으로 의심받는다는 걸 자네들도 잘 알 텐데.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웨이 장관은 암살당할 뻔했고, 현재 옥문에 갇혀 있으며, 옥문은 또 경성으로 향하고 있기에……
웨이 장관의 안위가 걱정됐을 뿐입니다. 갑작스럽게 터진 일이라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웨이 장관의 은혜는 목숨으로 갚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웨이 옌우가 사흘 내에 용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옥문으로 찾아오라고 명령했는가?
태부님의 식견 역시 뛰어나십니다.
웨이 옌우의 암살 시도와 옥문의 위기는 뜻밖의 사고였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네.
알고 있습니다.
재앙이 발생했을 때 자네들은 어디 있었나?
몰래 병사들을 도와 역적을 토벌했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군.
이만 떠나게.
……태부님, 처벌은 내리지 않으십니까?
금위군 명부에서 자네들은 이미 죽은 사람이야.
난 오늘 자네들을 만난 적도 없고.
예.
태부님도 이미 알고 계셨군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
자네도 딱히 숨길 생각이 없더군.
제가 주제넘게 나섰다고 혼내시지 않을 겁니까?
이번 사태를 통제할 수 있었던 것도, 자네가 용문에서 데려온 그 젊은 특사 덕분이지.
이번 옥문 사태는 태위께서도 곧 알게 될 겁니다.
'곧'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그래서 제가 옥문에 온 겁니다.
쉐이에 대해 적대적이어야 하는지 우호적이어야 하는지, 어떤 게 최선일지 지금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안에 있어 전체를 보기 힘드니까요.
문제는 안에 있는 사람 중 일부는 그 정답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을까 봐 우려됩니다.
자네가 평숭후를 도와 역적을 제거한 건 염국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지.
자네가 직책만 잊지 않았다면, 내가 따로 가르칠 필요가 있겠나.
태부님의 가르침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자네는 참 훌륭한 학생이었어.
자네가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내 밑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아직도 기억나네. 자네는 언제나 남들보다 빨리 배웠지.
……
다친 것이냐?
조금이요, 별거 아니에요.
토목천사의 얘기를 들어 보니 네 덕분에 모래 방아를 지킬 수 있었던 모양이구나.
뭐, 사람은 놓쳤지만요.
참, 작별 인사를 드리려 왔어요.
……그래.
앞으로는 당신을 따라다니지 않더라도, 이 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을 거예요.
너라면, 어렵지 않을 거다.
이제 우리 사이에 원한은 없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검술이 완성되면 다시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내가 말했지, 준비되면 언제든지 찾아오거라.
그럼.
아쉽지 않아?
뭐가 말이냐?
언젠가 그것이 꿈에서 깨어나 우리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 저 아이 혼자 남아 어딜 가서 오라버니를 찾겠어?
저 나이에 이미 '원한'이라는 집념을 내려놓았으니, 훗날 내가 사라져도 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고 나면 또 하나의 집념을 내려놓게 되는 게야.
그렇게 되면 무학이라는 길에서, 저 아이의 미래는 더 무궁무진해지지 않을까?
무공을 전수하는 건 결국 '종사'인 오라버니의 일인데, 나야 당연히 말로 이길 수 없지.
그건 그렇고, 이번에 네가 옹성에서 홀로 재앙을 물리쳤다던데, 이렇게 또 하나의 전설이 탄생하는 건가?
몰라, 그땐 나도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나.
술에서 깨어 항아리를 들고 떠나니, 상전벽해를 시에 담는구나. 이번 일도 정리됐는데, 이제 어디로 갈 셈이야?
니엔과 시가 있는 곳에 가 봐야지.
저기 저 사람 봐, 자기 자신과 바둑을 두고 있는데 오후 내내 저러고 있었어. 말도 없고, 다른 사람과 대국도 하는 것도 아니고.
기법은 확실히 교묘한데 기풍이 뭔가 교활하고 기이하단 말이지. 몇 수는 도저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이름 없는 고수인가? 그런데 왜 옥문에 왔지……
호오……?
기원 밖에 홀로 바둑을 두는 사람이 있었다. 기보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확실히 한 수를 둘 때마다 오랫동안 생각하며 힘겹게 자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
거친 목제 바둑판 위, 흑돌과 백돌이 서로 엇갈리며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고, 구경꾼들의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바둑을 둘 줄 아는가?
조금은.
그럼 이 판세는 어떤 것 같나?
세 곳은 이미 싸움이 끝났으니 판세는 이제 반반으로 갈리겠군.
하지만 중앙에 백돌의 기세가 넓고 전체적으로 뜬 돌이 없어, 이대로 가면 흑돌은 반집 차 패배를 면치 못할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 보겠나?
내가 가르쳐 줬을 텐데.
모퉁이에, 패가 하나 남았군.
……공배를 메우고 끝내기라.
백의 기세가 넓다는 건 그만큼 뒷걱정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나의 팻감도 더 많다는 의미지.
아직 안 끝났다.
너는 포기하지 않을 테니, 어차피 승부를 봐야겠지.
대국은 재미없어. 승부를 겨룰 것은, 나와 나야.
너의 검 덕분에 내가 배운 게 있었어. 이 판은 내가 주는 보답이라고 생각해.
그럴 것 같았다. 내 곁에 네가 둔 돌이 분명 있었겠지.
다만, 그때부터 네가 인간에게 희망을 잃은 줄은 몰랐군.
인수, 유별.
너는 자신을 검에 봉인하고 인간의 몸을 얻으면서까지 자신을 그들의 일원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얻은 게 뭐지?
친구는 모두 사라져 홀로 남게 됐고,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
너는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야. 아니, 너무 잘 알아. 수백 년 동안, 너는 그들과 가장 가깝게 지냈는데 어떻게 모르겠어?
너는 사람 속은 모른다는 걸 잘 알기에, 그 속에 섞일 수 없었어. 너는 언제나 이종이었으니까.
지에가 사라진 뒤, 그동안 네가 한 모든 것은 단지 말이 통하는 상대를 찾기 위한 거였나.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쓸쓸하게 지냈어. 그래서 말이 통하는 자를 찾으려고 하지.
우리는 오랫동안 싸워왔지만, 뜻밖에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군.
내 적은, 네가 아니야.
나는 결코 단 한 번도 너를 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 그때 나를 막았던 게, 너였을지라도.
네가 짠 판에 더 많은 사람이 엮이게 되면, 나는 또다시 막아낼 거다.
당연히 그러겠지. 물론, 네가 판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면 말이야.
또 만나게 될 거야.
잘 있어, 형제여.
……
총웨는 백돌을 들어 바둑판에 놓았다.
'탁'.
불편부당한 정통의 한 수였다.
장군님.
이 책은……
20년 전, 선생님은 이 《무공전》을 쓰고 싶어 하셨습니다. 다만, 옥문을 지키느라 공사다망하시어 계속 미뤄졌죠.
5년 전, 선생님의 말씀을 토대로 제가 대신 집필하며 정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어제 탈고했습니다……
책에는 천하 무학에 대한 선생님의 관찰과 깨달음, 원류의 진화, 수많은 종법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 책을 장군님께 드리라 했습니다.
《무공전》 본편 외에 공법 한 권이 더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권법의 형태와 의식은 병리와도 같으니, 성실히 연습하면 장군님의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
종사는?
반 시진 전에 옥문을 떠났습니다.
선생님은 '손님'을 이미 보냈으니, 장군께서는 안심하고 재앙 뒷수습을 해도 된다고 하셨고……
따로 작별 인사는 못 드린다 하셨습니다.
……
그렇군.
자네는 왜 함께 가지 않았는가?
10살이 되던 해, 선생님께서 저를 재난에서 구해주셨고 그 뒤로 저는 선생님을 따라다녔죠. 크고 나서는 무공을 기록하며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영웅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무학에 뜻이 있다면, 10여 년간 듣고 기록하고 깨달은 것이 있으니, 계속 연구하면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뜻이 없다면 《무공전》은 완성되었으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고 하셨고요.
“인생은 긴 여정이다.”라고 하셨죠.
……
그의 평생은 늘 이랬지.
쉬운 만남이 많을수록 미련을 가지면 안 되는 갈등도 많은 법이다.
사람은 무기보다 중하고 짐승은 감정보다 가여우니.
장군님, 군령을 모두 전달했으며 구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래.
……해가 졌군.
그래, 망봉절은……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으나, 재앙에 대비하느라 봉화 의식은 중단했습니다.
계속할까요?
당연히 그래야지.
장군은 성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양쪽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했고, 아득히 펼쳐진 사막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직접 북을 쳐야겠다.
장군님, 꼬박 하루 동안 성루를 지키셨잖습니까. 저희가 하면 됩니다. 장군님은 휴식하시는 게……
갈 길이 멀 터이니, 누군가는 배웅해야 하지 않겠나.
모두가 변방의 요새에 돌아왔는데, 그대는 홀로 어디를 향하는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겁고, 또렷했으며, 아득히 멀리 퍼져나갔다.
열일곱 번의 북소리, 이는 지난 1년간 옥문이 겪은 크고 작은 재난을 상징한다.
재앙은 막 지나갔고, 폭풍은 하늘의 온갖 잡다한 색을 함께 휩쓸어 갔다.
석양에 붉게 물든 노을이 한동안 비단처럼 살랑거렸다.
그는 사막을 계속 걸어갔고 바람은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을 하나씩 지워갔다. 뒤에 있던 거대한 옥문도 점점 작아져 갔다.
둥……
열여덟 번째.
남자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열여덟 번째 북소리는 옥문이 방금 무사히 넘긴 또 하나의 재앙을 상징한다.
그리고……
가볼까.
구름은 만상을 밝히고,
외로운 길엔 연기가 흔들리며,
은하수를 잡아당겨 고독을 함께 하는구나.
드디어 도망쳐 나왔군.
네가 미리 순방영의 일정을 알아봤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도 안에서 죽었을 거야.
방금 디서우한테 소식을 받았는데, 두목과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대. 우리도 서둘러서 합류해야지.
(이를 갈며) 부득부득……
두고 봐라 옥문, 다음에는……
잠깐, 저기 저 녀석은 우리를 몇 번이나 방해했던……
우릴 쫓아온 거냐?
쫓았다고요? 전 그저 옥문을 떠나 여기서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만.
그런데 하필이면 또 이렇게 당신들을 만나다니, 보통 인연이 아닌가 보군요.
……
……
잘 됐습니다. 당신들을 배웅하도록 하죠.
그리고 다시 출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