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ST-3오열
다가올 전쟁 앞에서, 삶은 누구 할 것 없이 위태로울 뿐이다.
전방의 날씨는 작은비가 내리고 있고, 항로가 확인된 상태이며, 항로 상에 존재하는 관측소는 통행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도슨 자작의 전보를 받았습니다. 도슨 자작 측은 이번 통과를 계기로, 더블린의 대표와 면담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귀족이 우리 쪽에 붙었군.
안심해, 리더도 그 사람들한텐 딱히 뭘 어쩌진 않을 거니까.
단순히 비위 좀 맞춰 주는 걸로 더블린한테 평화를 보장받으려고 들면서, 거기에 타라인들의 격앙된 감정까지 통제하려는 건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냐?
녀석들은 조만간 제대로 된 성의를 보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야.
리더는 아직도 널 교섭에 내보낼 생각인가?
어쩌면, 일단은 모두가 날 잊어버릴 수 있도록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몰라.
그건 좋은 소식이로군. 내 기준에서 넌 실수가 잦은 편이거든.
하하…… 네가 혼자 배에 올라서 보고하는 걸 보니, 역시 로흐시니를 붙잡진 못했나 보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물어보지 마라.
넌 내 팀이 계속해서 수색하려는 걸 저지했고, 그다음엔 목표가 이미 떠나간 위치를 내 병사들한테 암시해 줬어. 너답지 않게 아쉬운 구조 방식이었지.
내가 그 녀석들을 도운 건지, 아니면 널 도운 건지 어떻게 알아?
내 기억상, 리더는 로흐시니를 죽이라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리더는 로흐시니가 멋대로 빠져나가는 걸 허락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 독자적인 판단에 맡긴다고 했지.
내가 네 친구에게 너무 야박하게 군다고 서운해하지 마라, 아르모니. 드라코가 빅토리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나랑 로흐시니의 사이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니까.
안 그래도 로흐시니가 전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 의료 회사에 가 볼 생각이야.
후훗, 어쩌면 로흐시니를 먼저 붙잡게 되는 사람은 내가 될지도 모르겠네.
……어이, 잠깐만. 항로상에 건물이 있잖아? 시야가 나빠서 너무 늦게 발견했어!
이 일대의 항로 계획, 대체 누가 짠 거야? 엊그제 탐사는 어느 팀이 갔었지?
지금 전 함대가 방향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어. 우선적으로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좋아. 벽돌과 목재로 만들어진 구조물이군.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전함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것 같아. 예정된 항로대로 운항을 계속한다.
……아, 또 이렇게 사소한 실수를.
전쟁에선 언제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지.
네 뜻은 잘 알겠어. 하지만 나도 나만의 '독자적인 판단'이 있다고.
로흐시니를 희생시켜? 그건 아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 아이의 몸속에는 드라코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아무리 광석병에 걸렸다고 해도, 상당히 쓸 만하다고.
그래, 하지만 난 로흐시니를 데려오지 않았다.
로흐시니는 싸울 결심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도망만 잘 다니고 있지.
또 한 가지…… 우린 로흐시니를 쫓아 타라의 왕성이 있던 옛터에 갔었지만, 유적 안에 있던 불은 꺼진 상태였다.
감염자가 된 이후로, 로흐시니의 오리지늄 아츠에도 모종의 변화가 생겼을 수 있어.
넌 광석병이 로흐시니의 힘을 강화시켰다고 보는 거야?
후훗…… 그건 당연히 아니야.
그 아이는 내 여동생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맞설 만한 힘이 조금도 없다면, 그거야말로 실망스러운 일이겠지.
그 아이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였어?
몇몇 유랑민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리더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너도 로흐시니를 계속 따라다닐 필요는 없어.
로흐시니가 드라코의 권능에 눈을 뜨게 된 이상……
그 아이는 금방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정말로 여기서 장거리 화물차를 탈 수 있는 거야?
그렇다니, 내가 예전에 빅토리아를 탈출할 때 탔었아.
……
……백파이프.
응?
……혹시 예전에, 내가 너한테 알고 싶은 진실이 뭐냐고 물어봤던 거 기억해? 그리고 그거 말고도, 네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었잖아.
결과는 너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빅토리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대부분, 이렇게 권력 싸움으로 이어져.
응, 근데 말은 그렇게 한다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휘말리게 되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 아니나.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아. 난 반드시 내가 쓴 보고서를 전달하고 말 거라니.
단지, 빅토리아에 언제쯤 이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해 줄 만한 곳이 생길까 걱정일 뿐이야.
어떻게 해야, 이 두 손으로 빅토리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겠나?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아직도 빅토리아를 바꾸고 싶어? 넌 정말……
정말 뭐? 바보 같나? 아니면 고집이 쎄다고 말하는 거나?
……넌 정말 굳세구나.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좋은 친구인 거 아니나? 한번 정한 목표는 절대로 바꾸지 않으니까! 첸 햇아, 나랑 너랑, 그리고 우리 대장도 전부 마찬가지라니!
하핫. 근데 네가 말하니까 칭찬 같지가 않네.
게다가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다른 사람의 꿈에다가, 그건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고 함부로 말해선 안 되는 거겠지?
(치지직 소리)
핀이 준 물건을 아직도 갖고 있었네.
아, 이상하나?
……내가 한번 볼게. 너무 낡은 라디오라서, 네가 건들면 진짜 고철 더미가 돼 버릴 것 같아.
됐다.
……모든 영지민들은 주의하십시오, 현재 런디니움 주변에서 벌어진 빅토리아와 카즈델의 충돌이 계속 격화되고 있어……
전쟁이…… 치지직…… 발발하고……
웰링턴 공작은…… 치직……
전쟁을 준비해 주십시오……
……
……
네, 현재 차를 타고 복귀 중입니다. 정찰 임무는 완수하였고,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이전 신분 때 사용했던 사무실 말입니까? 흔적들은 전부 파기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저는 당연히 공작으로부터 주어진 승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결코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때가 되면 제 개인적인 신분과 겉모습 또한 모두 버려지게 될 테니, 지금의 신분으로는 당신께 무엇을 말하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겠죠.
……
차에서 내려 조금 걸을까요?
아, 안녕하세요. 이 나무 장난감 필요하신가요? 이건 제가 강 옆에 있는 마을에서 가져온 겁니다. 그 할머니, 솜씨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필요 없습니다.
네…… 저기, 혹시 이 부근에 사는 분이신가요?
……무슨 일인가요?
음, 당신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전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이 주변 사람들 얼굴은 잘 모르거든요.
전 핀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팔고 있죠.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제가 가져다드릴 테니까요.
전 저쪽에 살고 있어요. 저기 보세요, 어제 지은 집이에요.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큰길 옆에 있어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아, 이게 당신의 차였군요…… 혹시 제가 사람을 착각이라도 한 건가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계속……
우렁찬 굉음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거대한 그림자가 지평선 위에 떠오르더니, 두 사람의 발밑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아니아니, 저건 뭐야?
……군대?
……어제 저는 4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 부대에 대한 정찰 임무를 마쳤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전 항상 강경한 군사 수단으로 유명한 철의 공작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지지 아래 더블린은 민중의 증오를 부추겼고, 결국 무고한 일반인들까지도 폭동과 전면적인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우린 반드시 철의 공작을 견제할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제 행동 하나하나에, 수백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이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콰앙. 콰아앙.
고속 전함이 이끄는 전투 집단은 정해진 항로를 달렸다.
이곳은 캐스터 공작의 영지이다.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을 묵인했고, 전쟁이 그녀의 길을 통해 빅토리아의 땅으로 향하는 것 또한 묵인했다.
……도망치세요, 타라인.
집터를 잘못 잡은 것 같군요.
어, 어째서죠?
이 일대는 여전히 캐스터 공작의 영지입니다. 당신들은 아직 그 애매한 경계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시간이 흐른 뒤에도, 트렌트 후작은 결국 웰링턴 공작의 손을 잡지 않을 것이고, 타라인에 대한 관리도 더욱더 엄격해질 것입니다.
이틀 안에 그 난폭한 순찰대를 다시 마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순찰대는 사건 기록에 나왔던 당신의 얼굴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혹시 후작이 공작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닐까요? 후작도 결국 이 전쟁에서 희생될 장기 말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 중 그 누구도 그 질문에 답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면, 이 고독한 집도 이렇게 잘못된 위치에 지어지진 않았겠죠.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인지……
……잠깐, 생각났다. 다, 당신 그때 우릴 잡으러 왔던 사람이었어!
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피셔는 대답 없이 그냥 돌아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벽돌집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주민들의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으나, 그조차도 이내 고속 전함의 소음에 묻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