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ST-2잿더미 속으로부터
리드를 따르는 타라인 중 대다수가 계속 싸워나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에블라나와 웰링턴 공작은 고속 전함 위에서 더블린의 대군을 바라본다.
등장 오퍼레이터: 리드,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퍼즐
……'아르모니'의 스파이 신분은 확인되었습니다만, 아르모니가 배치한 정보원들은 이미 사전에 철수했습니다.
그 감염자는 또 다른 드라코가 확실합니다. 현재 그 드라코의 위치는 저희가 파악하고 있으니, 명령만 내려 주시면 제 부대가 계속해서 추격할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제넘은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화면 뒤에서 보고를 받고 계시는 당신은 리더십니까, 아니면…… 공작 각하십니까?
예리하군. 이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도 대체 몇 년 만인지.
미안해, 난 그저 이 홍차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야. 와서 앉아.
……
아니요, 감염자는 여기에 서 있는 편이 나을 겁니다.
이곳에 올 때 거리 구석에 있는 그 작은 극장 혹시 봤어?
네, 봤습니다…… 개장을 하지 않은 극장이었고, 의심스러운 인물도 주위엔 없었습니다.
그건 자신들을 타라인이라 칭하는 예술가들이 지은 극장이야. 매일 밤, 그곳에서 타라 문화에 관한 연극이 공연되고 있지.
……제가 조사해 볼까요?
아니, 난 그 존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그 드라코를 쫓는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른 적합한 인물에게 맡길 생각이니까. 자네가 가져온 정보는 매우 가치 있었어. 그런 자네의 재능을 이런 뒷정리에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자네한테 바라는 건, 특정 지점에 가서 웰링턴 공작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거야.
……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이전의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봤어?
저기, 전달자 아가씨. 혹시 편지는 어디까지 보낼 수 있는 거야? 어디든 가능한 건가?
그럼, 혹시 나 대신 편지 하나만 써 줄 수 있을까?
몇 마디면 돼, 집에 있는 가족들한테 내가 살아 있다는 얘길 전해 주고 싶어서……
방금 그 농부가 했던 말을 다 들었지? 이곳에선 정해진 시각에 카라반이 지나가는데, 30분 후면 한 카라반이 올 거야.
너희들은 카라반을 따라가, 탈 것에 숨어 들어갈 수 있다면 더 좋고. 오크 그로브 카운티 가까이에 있는 지역은 아마 웰링턴 공작의 영지일 거야. 거기선 타라인을 향한 폭력을 결코 용납하지 않아.
이번 기회를 놓치면 위험해. 수색대가 인근에 있는 이동도시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빠르면 1시간도 안 돼서 이곳에 도착할 거야.
……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간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특별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나니까. 너희들의 흔적을 놓치면, 다시는 쫓지 않을 거야.
윽, 잠깐만…… 그러니까, 백파이프가 말했던 네가 더블린의 리더니 뭐니 하던 소리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단 말이야?
맞아. 혹시 너희들 중에서, 아직도 더블린과 함께 싸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날 따라와도 좋아.
하지만 더블린이라는 신분이 너희들을 지켜주지는 않아. 어쩌면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거야…… 많은 사람들에게 감시당하고, 누군가가 계속 너희들을 쫓게 되겠지.
어이, 나 왔어.
네 말대로,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이랑 같이 이곳에서 잠깐 머물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스카타나 들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지명을 하나 지어내서 말했거든.
……그 전달자는 사람이 꽤 좋아 보이던데, 그 사람이 만약 우리 동향을 조사하러 온 게 아니라 진짜 전달자였다면, 그 사람은 괜히 나 때문에 헛걸음하는 거 아닐까?
……난 오랜 시간 동안 여기저기 숨어다니며 살았어. 그 사람처럼 전달자로 위장한 추적자도 많이 봤지.
하아, 그래.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되겠어.
한숨 쉬지 마. 어서 손에 있는 물자부터 나눠 보자고.
그렇게나 다쳤으면서, 무리해서 리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어. 타라인을 위해서 싸우는 거라면 우리가 널 도와줄게.
하하, 그렇다면 난 이미 타라인을 위해 싸웠던 거나 마찬가지려나……
……리드, 잠깐 와 봐.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원래는 내가 유서에 쓰려고 했던 말인데. 음, 결국 이렇게 살아 버렸잖아.
그래, 무슨 일이야?
……
……처음에 호미로 그 군인을 내리쳤을 때, 모두가 도망쳐야만 했던 상황을 만들었던 건 바로 나야.
그날 밤, 난 병사가 누군가를 때리고 있는 걸 발견했어, 맞고 있었던 건 툴리네 딸이었고. 그래서 난 남의 집 호미를 들고 병사를 기습했었어.
나 지금 엄청나게 떨고 있지 않아? ……미안, 하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 있었던 일이 꿈에 나와.
그 여자아이는 고작 14살이었어. 귀를 찌르는 것 같은 소리로 울고 있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거든.
그땐 날도 어둡고, 불도 못 켜게 했으니 호미로 놈의 머리를 내려쳐서 피가 나고, 그게 아무리 끔찍한 모습이라도 난 제대로 안 보일 테니까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지.
그런데…… 그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게 될지는 몰랐어.
나중에 난 그 사람들이랑 함께하면서 정착시킬 방법을 찾고 싶었지. 그 후엔 내 잘못을 속죄하는 의미에서 혼자 떠나려고 했고……
하지만 누군가는, 결국 정착할 수 있는 곳까지 가지 못했어.
……서류가 부족한 몇몇 죄목들은, 너 스스로 만든 거야?
하아, 미안.
처음 체포령엔 내가 없었어. 사람들이 의심할까 봐 두려웠던 난 일부러 퍼갤이랑 약국을 털었던 거야…… 결국 그 일 때문에 너까지 휘말리게 만들었지만.
그런 말 마, 핀. 어차피 신분 때문에라도 난 언젠간 이런 일을 겪을 운명이었으니까.
……타라인들의 슬픔도, 언젠간 모든 이들에게 찾아왔을 테고.
……그래, 그래. 하아.
모란, 너 혹시……
왜 그래요, 핀?
……아니야, 아무것도. 끈 이리 줘, 내가 묶을게. 짐을 그렇게 묶으면 얼마 못 가서 풀려버릴 거야.
하하, 완전 전문가시네요.
너도 리드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싸울 거야?
네. 전 힘이 강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셀몬이 그랬어요.
……하지만 넌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잘 못 봐서, 불편할 텐데.
게다가 이건 전쟁이야. 적들도 우리가 그날 밤에 봤던 것보다 훨씬 많고 강할 거라고.
놈들은 대포도 있어. 싸움은 칼에 베여서 피 조금 흘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연극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사람은 한순간에 죽어, 그것도 엄청 꼴사납게 말이지……
……하지만 이건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저는, 제 인생에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카라반이 가까워지고 있어.
좋아, 교섭은 내가 할 테니까 부상 당한 사람들부터 보내자.
……
……
리드…… 나는 가도 되는 걸까?
지금의 내가 정말로 가도 되는 걸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내 여동생뿐이다. 그 녀석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내 여동생이라면 분명 올바른 선택을 내릴 것이다.
'가스트렐'호 고속 전함 갑판
과거 가장 거대한 이동도시에서 분리되어, 빅토리아 군사 기술의 순수한 결정체를 탑재한 이 고속 전함은, 타게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느껴야 할 거야.
테라 전체를 뒤져 봐도 이토록 완벽한 군사 기계는 없을 테니까.
그 정도도 되지 않고서야 어찌 드라코 휘하에 있는 전설적인 장군의 이름에 걸맞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이 전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걸 통해서 당신의 입장을 추측하려는 것 같아……
장장 7년 동안의 순항 끝에, 오늘 드디어 정박을 하게 되는군.
우리가 방향을 튼 뒤로, 소식을 보고하는 전달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캐스터 공작을 제외한 모든 공작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지만, 그 휘하에 있는 어떤 병력도 현재로선 개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크 그로브 카운티는 이미 운행을 멈췄고, 연결할 준비도 끝마쳤습니다. 이동도시에 접근하는 건 7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지만, 머무는 과정에 물자 보급이나 기계 유지 보수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백작은 때가 되면 직접 항구로 가서 당신을 맞이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우물쭈물대던 아슬란의 속국들은, 이 함선이 오크 그로브 카운티로 향할 때 이 도시의 진짜 주인이 바로 누군지 똑똑히 알게 될 겁니다.
또한 이곳에서 어떠한 불길이 다시 타오르게 될지, 알지 못하지.
더블린의 군대, 그 불공평함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타라인들은 이미 빅토리아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어.
나의 책사가…… 참으로 잘해 주었다.
나의 도시는, 내가 바라던 위치에 멈춰 있나?
네. 지형이나 안전을 고려하면 이곳이 바로 항로상에서 버려진 도시 유적에 가장 가까운 위치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에블라나 전하? 당신은 오는 길에 그 유적지를 방문하셨으니까요.
난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타라 문화의 부흥자들이 아무리 게일 왕의 왕성에 대해 상상해 봤자, 그건 결국 낡아빠진 폐허일 뿐이야.
때가 되어 낭만적인 몽상가들이 아침 안개를 뚫고 그쪽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 과거 언덕에 우뚝 솟아있던 왕성이 재앙으로 인해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해.
타라 왕조가 몰락하고 드라코 일족이 도망쳐 나온 뒤 아슬란들이 그 성을 방치했고, 그 뒤 왕성이 재앙으로 인해 무너지면서 타라인들에게 잊혀졌다고 들었습니다.
그 옛 왕조의 남은 것들은…… 원래부터 하찮은 것들이었지.
빅토리아 군주가 하사한 게일 왕이라는 칭호는 가신을 미화한 말에 불과하다. 난 왕관이 남아 있다면 그 왕관을 파괴할 것이고, 왕좌가 남아 있다면 그 왕좌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물론, 지금 그곳엔 그런 것조차 없을 테지만.
그래서 젊은 워릭이 게일 왕의 전설로부터 타라의 역사를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겠죠.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 '찬미자' 워릭 말인가, 아니면 '북방 전선의 워릭' 말인가? ……아, 혹시 아는 사이야?
전에 워릭의 파티에 사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전함이 순행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멀리 내다보는군.
이 정도는 오래 기다린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오크 그로브 카운티…… 그 도시에 가보시겠습니까?
물론. 그렇게나 큰불이 났었던 오크 그로브 카운티가, 과연 어떻게 재건되었을지 궁금하군.
어찌 됐든, 그곳은 내 고향이니까.
나는 언니의 창을 손에 쥐고, 복도에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저택의 모든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애써 바쁘게 일하다가도, 나와 마주치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았던 선생님은 밤에 눈보라를 맞으며 돌아온 이후로, 한 번도 자신의 방을 떠난 적이 없었다. 의사 데일은 그를 위해 단술을 준비했지만, 빈 잔은 제때에 챙겨가지 않았다.
문틈 사이로 나무가 터지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눈 내리는 밤의 화롯불은 따뜻할 텐데, 불꽃이 조용히 타오르는 소리에 내 이빨이 떨려왔다.
그래도 난 문을 열었다.
……네가 내 고용인들을 설득해 나를 배신하게 했다면…… 내가 이 술을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겠군?
난 당신이 뭘 잘못했기에 당신의 고용인들이 나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궁금해할 줄 알았어.
콜록……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에블라나……
중요한 건,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너를 신뢰할 수 있는 거지.
아, 물론이지.
당신은 내가 왜 그들의 부탁을 들어 줬는지도 묻지 않는군.
콜록…… 넌 내가 죽으면 이 도시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나?
귀족 간의 힘의 균형은 무너질 테고, 의회에서 필립 백작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겠지. 그리고 스태포드 공작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그 두 명의 젊은 남작들은 암암리에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그와 동시에, 막 이름을 되찾은 타라인들은 그들의 리더와 수호자를 잃게 되겠지.
타라인들은 가혹한 법과 귀족들의 변덕 사이에 뒤섞이고, 짓밟힐 거야…… 더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하지만 당신이 살아 있다고 해도, 이 모든 유혈 사태와 폭력, 그리고 혼란은 조만간 닥쳐오게 될 거야.
내 말이 맞지, 선생님?
하하…… 그럼 그때가 오면, 넌 어쩔 생각이지?
난…… 손을 뻗어 타라인들을 잿더미 속에서 일으켜 세워줄 거야.
……
선생님의 핏기가 사라진 얼굴에는 왠지 안도의 미소가 서려 있었다.
탐욕스러운 드라코, 끝없는 야망을 가진 드라코…… 내가 반평생 동안 조사해 왔던 건 역시 틀리지 않았구나…… 후……
그는 안경을 벗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이 흩날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10년 전 겨울밤, 그는 전기 소설을 읽은 뒤 책등 위에 금박이 입혀진 타라 문자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을 때에도, 이렇듯 애틋하고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인 적이 있었다.
타라의 새로운 시대가…… 눈앞에 보이는구나……
하지만……
로흐시니여……
그리고……
너……
나는 입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유리창에, 차가운 화염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두려워하고 있는 그 얼굴은, 연민의 얼굴과 다를 게 없었다.
……로흐시니, 넌 과연 누가 가르친 길을 걷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