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T-1지병
꿈에서 깨어난 텍사스는 그녀의 과거가 찾아왔음을 알게 된다. 한편 먹구름으로 뒤덮인 볼시니에는 질척이는 우기가 시작되었다.
컬럼비아 거리는 전반적으로 시라쿠사보다 훨씬 넓고 번화한 편이다.
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온다. 마치 내가 여기 속하지 않는 것처럼.
야, 세차, 너 시라쿠사에서 왔다며? 뭐 좀 물어보자.
내 일은 세차야, 질문은 받지 않아.
쌀쌀맞긴.
안심해, 우리는 너 같은 비렁뱅이 촌놈 따윈 건드리진 않아.
오늘 너의 고향 사람들이 여기에 왔을 거야, 우린 그저 그 녀석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찾아서 뭐 하게?
뭐 하냐고? 음, 글쎄…… 회포라도 풀어볼까?
회포는 무슨.
헷, 우리 할아버지가 맨날 그러시잖아, 시라쿠사인이란 걸 잊지 말라고.
당신은 아무리 봐도 전혀…… '시라쿠사인'답지 않은데.
내가? 하, 시라쿠사인이라니!
야, 컬럼비아야말로 미래야! 수표가 있어야만 미래가 있는 거라고!
컬럼비아 패밀리의 젊은 사람들이라면 모두 조상들로부터 그들이 시라쿠사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출신 따윈 아무래도 좋다.
……
하지만 당신들의 뿌리는 결국 시라쿠사잖아.
늙어빠진 구닥다리들이나 아직도 그런 걸 따지지.
컬럼비아는 개척된 나라야! 뿌리? 우리한테 그딴 건 필요 없어.
맞아, 촌놈 주제에 눈치 좀 챙기고 빨리 불어. 가게에…… '깜짝 선물'이라도 해줄까?
……거리 맞은편, 저 바에 있어.
그래, 아주 눈치가 빠른 친구네. 너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늑대 녀석은 좀처럼 없는데 말이야.
개척이란 동시에 혼란을 뜻하기도 한다. 컬럼비아의 패밀리들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질서라는 것을 점차 잃어갔다.
하지만 시라쿠사에서 질서란 법 위에 있는 존재다.
세차공은 소란을 피우는 두 사람을 본체만체하며 태연하게 뒤로 돌더니 침착한 모습으로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그에게 가장 익숙한 공구를 꺼냈다.
그 공구는 세차공이 얼마 전에 정성스럽게 갈고 닦아 날카롭고 묵직하였으며, 칼날에 반사되는 빛은 마치 시라쿠사의 달을 떠올리게 했다.
세차공은 거들먹거리며 나가는 멍청이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영업 전에 바닥 청소나 하려는 평범한 세차공처럼.
마치 시라쿠사인처럼.
텍사스가 번쩍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구별할 수 있는 엑시아가 억지로 붙여둔 포스터.
손에 전해지는 것은 환절기에 크루아상이 특가를 핑계로 그녀에게 억지로 판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그리고 수면에 도움을 줄 거라며 소라가 틀어놓은 CD.
이 모든 것을 확인한 텍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에서 일어난 적 없는, 그저 꿈이라는 걸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시라쿠사 방문객에게 먼저 시비를 거는 컬럼비아 패밀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 세차공은 딱 한 번 본 사이에 불과했다.
자신이 시라쿠사인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꿈이었다.
용문에 온 이후로 텍사스는 아주 오랜만에 이런 꿈을 꿨다.
이제 와서 이런 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녀는 무심코 창밖의 야경이 보고 싶어졌다.
달빛은 여전히 밝았고,
용문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했다.
그러나 그 속에 주위의 모든 것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창밖, 달빛이 쏟아지는 지붕 위, 늑대 한 마리가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게 문명의 산물이라면, 그 늑대는 황야의 상징이 틀림없다.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절대 이곳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당하게 나타났고, 게다가 그것은 마치 주위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와라, 네 약속을 이행할 때다.
……
순간 텍사스는 자신이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꿈과 현실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꿈은 때론 일종의 전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녀가 꾼 꿈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과거가 찾아왔음을 의미했다.
시끄럽고, 오만하고, 썩어빠졌다.
이런 곳에서 태연하게 살고 있었다니, 네놈도 타락했군.
하지만 적어도 나를 본 순간 살의는 드러냈으니.
이번이 헛걸음은 아닌 것 같군.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래줄 수 있어, 자로.
결과는 변하지 않아, 7년 전처럼.
너는 오히려 기뻐해야지, 텍사스 패밀리의 마지막 늑대여. 우리 거래는 여전히 유효하다. 즉, 네겐 아직 빚을 갚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
황야는 언제나 공평하다.
황야를 자칭하는 건 좀 그만하지.
황야는 사람과 거래하지 않아, '늑대 군주'.
하, 그건 네가 아직 황야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용건이 뭐지?
나와 함께 시라쿠사로 돌아가서 내 송곳니의 힘이 되어라.
……'송곳니'.
녀석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내게 빚진 건 갚은 걸로 쳐주겠다.
그 뒤론 네가 고향에 발길을 끊든, 그대로 남든 난 간섭하지도 관심을 두지도 않겠다.
알겠어.
에이 요, 울프 로드, 자로.
갑자기 마이 씨티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마이 맨을 데려가려고?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드디어 쒯만 가득 찼나, 너의 그 스튜핏한 브레인에? 앗, 쏘리, 너는 '브레인'이라는 거 자체가 없었지.
엠퍼러, 가련한 내 동포여.
이게 얼마 만인가? 200년? 300년 만인가?
너의 그 옷차림은 참 마음에 안 드는군. 대체 꼴이 그게 뭐지?
네 악보는? 지휘봉은 어떻게 됐지? 라이타니엔 고탑에서 폼 잡으며 건반을 만지작거리는 데에 드디어 싫증이 난 건가?
낫 오브 유어 비즈니스, 자로. 롱 타임 노 씨 했는지 따윈 기억하기도 싫어. 너랑은 라스트 타임에 만난 적도, 넥스트 타임에 만날 일도 없길 바랄 뿐. 디스 타임도 깨끗이 잊길 바랄 뿐.
이해가 안 가는군. 그렇다면 거기서 물러나서, 잊어라.
아이 리피트, 시라쿠사로 꺼져. 마이 맨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네 스튜핏한 일에.
네 브로와 시스터즈는 왜 아직도 너와 너의 울프 베이비들이 시라쿠사에서 패밀리 게임을 하게 두는지 이해가 안 돼.
이길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이건 내 선택이다,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지.
헤이, 울프 로드, 내 기억으론 너희 내부에서 겟 언 어그리먼트 했을 텐데.
장난은 본인 영역에서만, 간섭은 하지 않기로 휴먼 비즈니스에.
너 자신을 봐라, 네놈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지내면서 나보고는 '인간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라'?
네 손의 그 장난감이 만 년 동안 녹은 적 없는 빙하와 무슨 상관이지? 네 꼴같잖은 그 검은 안경이 기나긴 극야와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음악'? 네놈한테 음악 같은 건 필요 없다. 이미 가장 차가운 바람을 가졌으니까.
그딴 건 버리는 게 좋을 거다, 엠퍼러.
너는 지금 네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잊고 있다.
너희들이 멋대로 정한 룰, 낫 마이 룰.
이건 나의 라이프, 낫 유어 라이프, 리틀 울프.
사람들이 만든 뉴 띵, 마음에 들면 나도 하는 것뿐, 댓츠 올.
그럼에도 우리가 속한 곳은 결국 황야다.
그게 스튜핏하다는 증거다, 네가 그 땅을 황야라 부르는 것이. 난 거기가 조금도 황량하게 느껴지지 않거든.
네가 휴먼이랑 다를 것 같아? 시라쿠사 숲속에서 뒹군다고 파워의 맛을 느낄 것 같아? 너의 디자이어, 너의 앰비션, 생각이나 해봤나 어디에서 왔는지?
자로, 넌 수백 년 동안 아무런 어드밴스도 없고, 휴먼의 가장 스튜핏한 것만 배웠어.
(그르르르)
돈 쇼 유어 티스, 빌어먹을 놈아, 잇츠 베리 루드.
……
우리끼리 싸워봤자 좋을 것도 없고 결론도 나지 않아.
난 그저 전달자로서 내가 받아야 할 보답을 요구하러 왔을 뿐이다.
이 녀석이 내 체스 말이 될 자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이 맨이라면 어떤 자격이든 있지, 널 죽이는 것까지 포함해서.
네 사람이라고?
이 녀석은 네 것이 아니다, 엠퍼러.
아니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라.
……
7년 전, 내가 컬럼비아를 떠날 때 자로와 거래를 했어.
그 녀석들이 날 놔주는 대신, 그 대가로 언젠가는 자로를 한 번 돕기로 했어.
자로의 승인이 없었다면, 난 아마 살아서 컬럼비아를 떠나지 못했을 거야.
쒯, 그건 알아. 쏘 왓, 지금 쟤 따라가겠다는 거?
미안, 보스.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
아이 돈 기브 어 쉿, 약속이니 거래니. 근데 자로, 텍사스는 내 직원이다.
텍사스, 내가 머시를 베풀어서 베이케이션 줄 테니까, 하나도 임포턴트 해 보이지 않는 그 쒯 같은 일을 다 처리하고 와.
어쨌든 우리 펭귄 로지스틱스는 프리하니까, 그건 시라쿠사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유, 자로, 감히 방해 따위를 한다면 내가 바로 찾아가서 너와 네 브로, 시스터즈 꼬리털을 모조리 뽑아 빗자루를 만든다.
훗.
텍사스 패밀리의 아이야, 준비하거라. 예를 들어, 작별 인사라든지.
필요 없어. 보스, 애들한테는 잠시 떠나지만 금방 돌아올 거라고 전해줘.
놉, 너를 못 말렸다고 할 거야, 네가 갑자기 베이케이션 내서 시라쿠사에 간다고 떼써서.
그럼…… 올 때 선물을 잔뜩 사서 사과하는 수밖에 없겠네.
작별 인사가 필요 없는 거라면 이만 가지.
그래.
그렇게 인간 한 명과 늑대 한 마리가 서쪽을 향해 걸어갔고,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깜빡이는 가로등만 남겨둔 채.
볼시니, 어느 골목
하아…… 후우…… 피한 건가?
오, 좋은 질문이네.
아니, 언제?!
너 운이 좋구나. 너를 쐈을 때, 하필 의자 밑으로 떨어진 열쇠를 줍느라 몸을 숙일 줄이야.
너, 너희는 도대체 누구냐? 내가 너희한테 뭘 했다고 이러는 거야!
“피한 건가?” 하하! “피한 건가?”라고?
사람이 공기와 물로부터 피한다고? 시라쿠사에 살면서 이곳의 우기를 피할 수 있나 보지?
그놈들…… 아니, 우리한테서 숨을 놈이 어디 있기나 할까?
너는 어디 패밀리야? 난 그저 얌전히 분수에 맞게 살았다고. 도박도 안 하고 빚도 없어. 그저 건설부 사무실에서 일한 게 다야, 진짜야!
그래, 건설부. 요즘 볼시니에서 제일 화제지.
나…… 난 벨로네 패밀리 도련님과도 아는 사이야!
쓸데없는 얘기도 이젠 끝이야.
나는……
(지금이다!)
쳇, 성가시네. 그래봤자 뭔 소용이 있겠냐마는.
……이 비도 참 지긋지긋하다.
안 먹어? 여긴 피자의 나라, 시라쿠사야!
내가 맛집 잡지에서 추천하는 꼭 먹어야 할 맛을 다 주문했지!
멘탈 하나만큼은 진짜 인정한다.
이번에 우리 목적이 뭔지 잊아뿐 건 아니제?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우리도 소식을 알아보려고 시도해 봤고. 그런데 시라쿠사의 검은 양복들 입이 무거운 걸 어떡해!
벨로네라는 패밀리에 손님 한 명이 왔다는 말을 들어서, 그 저택 주위를 보러 갔다 왔는데.
그 삼엄한 분위기, 거기는 파울비스트라도 피해서 날아가겠더라.
그럼 더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긴 그 녀석 고향이고, 텍사스의 능력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게다가 우리도 그 녀석을 바로 만날 수 없다는 걸 예상하고 왔잖아. 안 그래, 소라?
응.
시라쿠사는 뮤지컬이 매우 발달해서, 작은 바든 큰 극장이든 공연이 넘쳐나. 계층과 상관없이 시라쿠사인은 공연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
듣기로는 패밀리 사람들도 마찬가지라지.
그러니까 만약 내가 어느 극단이든 들어간다면, 어쩌면……
나 참, 몬스터 사이렌 레코드 이름을 팔아서 극단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우연이지. 마침 예전에 매니저가 시라쿠사에 가서 활동할 생각 있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땐 용문을 떠나기 싫어서 거절했거든.
그라믄 시라쿠사의 뮤지컬은 평소 소라의 스타일과는 좀 다르다는 거제?
맞아, 악기든 창법이든 큰 도전이 될 거야. 무대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서.
그런데 그쪽에서 내 공연을 보더니 한번 해 보자고 했나 봐.
하아, 만약 몬스터 사이렌 레코드에서 컨택할 수 있는 극단을 찾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마냥 기다릴 수밖엔 없었겠지.
설마 자고 일어났더니 너까지 말도 없이 사라지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안 그래!
……난 그럴 용기도 없어.
그건 그렇고, 그 극단 아트 디렉터랑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된 거 아이가?
예전에는 회사나 무대 같은 곳에서 오디션을 보더만, 이번에는 우째 이런 레스토랑에서 만나자 카는 기고?
이런 상황도 있어. 평소 모습대로 얘기 나누면서 연기자의 소질을 관찰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거든.
평소의 모습이라...
이런 상황에서 시라쿠사에 오는 거 자체가 이미 평소의 모습이 아닌데, 아무튼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네.
……용문으로 돌아가면 텍사스한테 석 달…… 아니, 반년 동안 우리한테 밀크티 쏘라고 할 끼다!
겨우 반년? 텍사스 등골을 제대로 뽑아 먹을 좋은 기회인데!
디렉터가 드디어 온 것 같다……
사, 살려 주세요!
어라? 무슨 일이지?
조심해라!
퍼펙트! 방금 리허설 장면 내가 다 촬영해뒀어!
베르나르도 씨, 제 연기…… 어떠셨나요?
……
나쁘지 않군.
정말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정도지.
자네는 표현을 너무 많이 하려고 해, 레나. 평론가들이 네 연기에서 수많은 감정을 읽어주길 바라지.
하지만 난 그렇게 많은 걸 필요로 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한 가지일세. 자네의 슬픔, 너의 울분, 그리고 산산조각이 난 감정 말이야.
배우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넌 무대 위의 소품이 아니야, 레나. 소품이 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돼.
아, 알겠습니다!
디렉터님, 용문에서 온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알겠네.
그런데 정말 직접 만나러 가실 겁니까? 용문에서 이름 조금 알린 가수일 뿐이라 저 혼자 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로레노, 자네가 레나의 삼촌으로서 레나의 라이벌을 줄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네.
하지만 조금은 속마음을 감출 줄도 알아야지.
그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극장은 몬스터 사이렌 레코드와 별로 친분이 없습니다.
게다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라쿠사 시장에 파고들려는 그 회사를 시라쿠사의 극단 모두 그리 환영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디렉터님께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쪽에 소속된 가수에게 저희 극장 내 연수를 받아들이셨죠.
이건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건데, 디렉터님께서 직접 맞이하러까지 가시겠다니요.
로렌, 자네가 말한 것처럼 그저 용문에서 이름 조금 알린 가수일 뿐이잖나. 난 그 가수를 눈여겨보는 게 아니야.
다만 이런 시기에 '용문에서 왔다'라는 건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세.
그 말씀은……
(귓속말)
알겠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전해두게.
이게 우리의 삶 아니겠나?
저 녀석들, 폭발 화살을 쓰고 있어!
저기, 괜찮아요?
괜, 괜찮아.
그것보다…… 너희 외국인이지?
나를 도와주지 말았어야 했어. 저 사람들과 엮이면 목숨을 잃을 거야.
훤한 대낮에 사람을 해칠라 카는데, 상관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이가?
쳇, 용문에 있는 건달들보다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워.
외지인, 오지랖 떨지 마.
이걸 어쩌나, 내가 두 번째로 잘하는 게 바로 오지랖인데.
참고로, 제일 잘하는 건 오지랖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여긴 시라쿠사다.
그게 뭐?
그 말은 즉, 네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모른다는 거야.
엑시아 언니야, 조심해라!
당신들은 어느 패밀리 사람입니까. 감히 민간인을 건드리다니.
이곳에는 엄연히 질서가 있다는 걸 잊은 겁니까?
젠장…… 하필이면 지금……
어쩐지 저 녀석이 라비니아가 출퇴근하는 길로 계속 뛰어가더니, 큿.
가자.
거기 서!
라비니아 판사님!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건설부의…… 도대체 무슨 일이죠?
저, 저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출근하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저 사람들 옷차림을 보아하니 분명 규칙을 아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전 그저 본분을 다하는 시민일 뿐이에요. 패밀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요! 그, 그런데 왜……
라비니아 판사님, 요즘 어딘가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나요?
……
당신들은 괜찮습니까?
난 괜찮아, 그 녀석들은 도망가 버렸지만……
아니, 그런데 시라쿠사가 이렇게 사나운 느낌이었어? 정말 몰랐네.
시라쿠사는, 밖에서 오신 분들이라면 역시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쪽은……
전 이 도시의 판사인 라비니아입니다. 당신들은요?
난 엑시아. 이쪽은 소라야.
그리고 여기는 크루아상.
먼저 당신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합니다. 당신들 덕분에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내가 저놈들을 쫓을까?
아니에요. 이 도시를 손바닥 보듯이 아는 사람들이라 당신이 쫓아가도 잡을 수 없을 거예요. 제가 알아서 하죠.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용문에서 왔어요.
응, 이건 우리 명함이다. 물건 운송할 일이 있으면 연락하래이~
용문, 펭귄 로지스틱스…… 물류회사 직원이신가요?
응, 크게는 버든비스트부터 작게는 동전까지 어떤 물건이든 배달하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우리의 사명이거든!
아, 그 전제로 그만큼의 보수는 받겠지만!
……풉.
엥? 우리 홍보 멘트가 그렇게 웃겨?
아니요,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신경이 좀 곤두서 있었거든요.
볼시니에는 영업차 오신 건가요? 아니면 여행으로?
안타깝지만, 뭐가 됐든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은 우리 친구가……
라비니아, 곧 축제인데 시기가 좋지 않다니?
신도시가 볼시니에서 탄생하려 하고 있잖나. 이건 시라쿠사 역사상 전례 없는 아주 중대한 일이지.
운이 좋으면 이 친구들도 신도시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겠군.
……베르나르도.
안심하게, 내 손님들이니까.
당신의 손님입니까? 아니면 극단의 손님입니까?
어느 쪽이었으면 좋겠나?
전…… 어느 쪽도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아쉽겠군. 정답은 둘 다거든.
……
엑시아 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용문으로 돌아가세요.
왜 그래?
자네는 언제나 날 오해하는군, 라비니아.
내가 여기 계신 분들을 초대한 게 아니라, 이쪽 소라 양이 스스로 볼시니에 온 거라고. 그렇지?
네. 오히려 절 받아주신 델 알바 극단에 감사하고 있는걸요.
……그렇군요, 당신들이 베르나르도…… 씨의 손님이라면 안전은 확실히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래도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괜찮죠? 이건 제 번호입니다.
오케이~
그럼 전 우선 이분과 아까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여러분도…… 천천히 대화 나누세요.
베르나르도…… 베르나르도…… 아!!!
혹시 델 알바 극단의 아트 디렉터인 그 베르나르도 씨인가요?
그럼.
아니…… 디렉터께서 직접 와주시다니……
배우 선택은 언제나 내가 하니까. 직접 선택해야 가장 안심도 되고, 안 그런가?
여기 두 분은?
시라쿠사에 같이 와준 친구들이에요.
동시에 보디가드이기도 하고. 크루아상이다.
난 엑시아라고 불러줘.
아주 재미있는 이름이군.
저기…… 자리를 옮겨야 되지 않겠나?
괜찮을 걸세. 패밀리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 저 직원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시라쿠사에는 시라쿠사의 질서가 있네.
이런…… '질서'는, 드물제.
그런가? 이쪽 산크타 아가씨라면 익숙할 줄 알았는데.
아니야, 아무리 라테라노였다고 해도 저건 완전히 습격이었어!
훗, 시라쿠사의 안방마님은 늘 라테라노에서 '총과 질서'를 가져왔다고 말하던데, 아무래도 실제 상황과는 많이 다른가 보군.
외지인에게 이곳의 풍습은 조금 과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만, 시라쿠사에서 한동안 지내기 위해선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걸세.
방금 전의 해프닝은 일단 이만하고, 소라 양, 새로운 작업에 관한 얘기를 시작해도 되겠나?
앗, 그럼요!
아직 대본은 못 봤겠지? 이건 우리 극단에서 요즘 가장 공들이는 작품인데, 소라 양도 여기에 나오는 배역을 맡게 될 거야.
저, 정말 영광이네요……
대외적인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 제작팀은 이 3막의 비극을……
《텍사스의 죽음》이라고 부르지.
……뭐, 뭐라꼬예?
오? 아무래도 자네들도 이 극에 관심이 많은 것 같군. 그럼 천천히 얘기 나눠보지.
참, 아까 어수선한 탓에 깜빡했군.
시라쿠사에 온 걸 환영하네.
쳇…… 또 라비니아를 만나다니, 재수도 없지.
그리고 그 산크타도 있었잖아. 이런 시기에 외지인이 시라쿠사에는 무슨 일이지? 게다가 실력도 보통이 아니던데……
설마 시칠리아 부인 곁의 그 녀석이 이미 볼시니에 왔다는 것도 사실인가……
쳇, 됐어. 일단 패밀리에 돌아가서……
누구냐?
긴장하지 마. 난 네 적이 아니야.
……어느 패밀리 소속이냐?
음…… 굳이 말하자면 시칠리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
시칠리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시칠리안들은 진작에 전부 추방당했어.
그렇군.
너랑 얘기할 시간 없으니까 죽기 싫으면 저리 꺼져.
충고하러 왔어. 저쪽엔 법원 놈들이 매복하고 있으니 그쪽으론 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뭐?!
넌 대체 누구지? 우릴 마중하러 온 사람이 있다는 얘긴 못 들었는데.
당연히 못 들었겠지. 난 너희를 마중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게 바로 두 번째로 전할 얘긴데……
시칠리안들이 추방된 건 맞지만, 다 죽지는 않았어.
뭐라……
커헉…… 하악……
그리고, 우리는 입을 막으러 왔지.
쓸데없는 말이 참 많네, 설마 라플란드한테 옮은 거 아니지?
……그렇지 않기를 빈다.
여보세요, 나야. 다 처리했어.
여기서 기다리라고?
쳇, 네가 보스인데, 보스가 까라면 까야지.
……
……
아무래도 우리가 날을 잘못 잡은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비 오잖아.
난 비가 제일 싫거든.
오기 전에 내가 우기라고 말해줬잖아.
이제는 매일 네 털을 정리해 줄 애도 없는데, 건너편에 있는 바버샵 가서 털을 다 밀어버리는 건 어때?
조심해, 네 머리털을 확 다 밀어버릴라니까.
사실 나도 그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이발사가 난 두상이 안 예뻐서 머리 밀면 엄청 별로일 거라고 하더라고.
……
……
그건 그렇고, 이렇게 빨리 돈 벌 방법을 찾다니, 대단한데.
훗, 아무래도 넌 용문에 너무 오래 있었나 보다, 카포네.
용문의 린 씨가 수완이 좋은 건 인정해. 그런데도 용문 총독한테 눌려서 숨죽이고 살고 있잖아?
하지만 여기는 시라쿠사야. 모든 배후에는 패밀리가 있지.
일거리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잖아.
이 도시에 뿌리내린 패밀리가 얼마나 많은데, 누구에게나 일손은 필요해.
그래, 내가 정말 용문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네. 설마 시라쿠사를 떠나기 전부터 있던 방법이 아직도 이렇게 성행하고 있을 줄이야.
패밀리는 도시의 모든 걸 지배하지만, 절대 겉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지?
신도시의 탄생을 앞두고, 겉으로는 책임자를 뽑는 선거로 후끈 달아올라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는 어때? 후보자 뒤에 있는 패밀리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있잖아.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스스로 도시를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도 그렇게 했을 거야.
난 이미 오래전에 시라쿠사를 떠났어, 감비노. 8년? 아니 10년은 됐나?
겨우 그 정도의 시간으로 뭘 바꿀 수 있는데?
많은 일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었지. 물론 네 얄팍한 시야는 바뀌지 않은 것 같지만.
카포네, 우리는 휴전을 한 게 아니야.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죽고 싶은 거면 내가 그렇게 해주지.
네가 내 손에 죽는 건 아니고?
훗……
흥……
뭐야?!
어떻게 눈치챈 거지……
바텐더, 당장 이리 나와!
두 분의 호흡이 이렇게 잘 맞을 줄은 몰랐는데요.
하하, 아무래도 네 돈줄이 그리 믿을만한 건 아닌가 보다, 감비노.
오해하지 마세요. 두 분이 제 의뢰를 완료해주신다면 섭섭지 않게 챙겨드릴 겁니다.
다만 아직 의뢰가 끝나지 않아서 말이죠.
감히 나를 속여?!
속이다니요…… 겨우 이 정도로 속인다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식견을 높이는 편이 좋겠군요. 시칠리안.
그래서 지금 어쩌자는 거지?
두 분의 실력을 봐야겠어요.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게 다예요.
살아서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당신들이 성공한 것으로 하죠.
너 혼자 우리 둘을 상대하겠다고 할 줄 알았더니.
후훗, 그럼 제 친구들이 한 소리 할 거예요. 애초부터 여러분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고 말이죠.
배짱은 좋네.
그럼 다음에 또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허세 부리기는. 도시에 익숙해진 짐승 주제에 자기가 진짜 사람이 된 줄 아는군.
……하하, 네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아무래도 우리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 같아.
선택지가 없는 건 저놈이라는 사실을 내가 깨닫게 해주지.
하아, 시라쿠사로 돌아오자마자 목숨 걸고 싸워야 할 줄 알았으면 난 안 돌아왔을 건데.
선택할 여지가 있나?
……하긴, 안 왔으면 우리는 다음 날 밀푀유가 되었겠지.
그런데 우리가 그 여자를 따라 이 도시까지 왔는데, 그 여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버렸네.
이건 마치…… “고향까지 데려왔으니까 너희는 자유야, 이제부터 알아서 살아.”라고 하는 것 같잖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음 날 그 여자가 앞에 딱 나타나겠지. 그럼 기분이 완전 뭣 같겠는데.
넌 이런 생활에 이미 익숙해졌나 보네.
그 여자가 우리를 찾아올 거야.
그래?
야, 시라쿠사에서 무리를 떠난 통제 불능인 늑대 한 마리와 주인을 잃은 개 두 마리 중에, 어느 쪽 상황이 더 위험할 것 같아?
설마 네가 스스로 주인을 잃은 개라고 인정할 줄은 몰랐는데.
이미 모든 걸 잃었다고 인정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아.
네가 진작에 인정하길 바랐는데.
하지만 그 여자는 지금 시칠리아 부인이 보는 앞에서 불장난을 하려는 게 확실해.
맞아. 그 여자에겐 애초에 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거야.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 기회만 생기면 내가 바로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그 여자는 시칠리아 부인조차 안중에 없는 것 같던데.
우리는 편지만 봐도 두려워서 벌벌 떠는 시칠리아 부인인데 말이야.
게다가 그 여자, 그때는 시라쿠사로 돌아가지도 않았으면서, 지금은 무리를 떠난 늑대 때문에 시라쿠사로 돌아왔잖아.
그때, 그 여자가 뭐라고 물었더라? 맞다, 시칠리아 부인이 그렇게 무섭냐고 했지?
넌 안 무섭냐, 카포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 시칠리아 부인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시라쿠사인이라면 누구라도 시칠리아 부인을 두려워하지.
그래서, 그 여자가 어떻게 죽나 보고 싶은 건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고 싶어.
……모처럼 나와 같은 생각이군.
그러니까 일단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또 관리가 습격당했다고? 그것도 벨로네 패밀리 쪽에 선 녀석이?
맞아, 이건 명백한 도발이야.
하, 꼴 좋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로사티 쪽 짓이야. 그 역겨운 놈들, 뒤에서 수작 부리는 걸 좋아하잖아.
하지만 열두 패밀리 중에 이미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벨로네 패밀리가 신도시를 관리하는 것에 지지한다고 표명했잖아.
새삼스럽게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쳇, 그거야 모를 일이지. 레온투초 도련님이 지금 건설부 비서를 하고 있으니까.
누군가 그 장관이랑 같이 도련님도 해치워버리면 기회가 오는 거 아니겠어?
어차피 그 자식은 패밀리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정부에 가서 남에게 굽실거릴 정도로 멍청하니까.
말이야 쉽지. 최근 2년 동안, 그 녀석을 깔봤다가 혼쭐 난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아, 깜빡했다. 너도 당했잖아.
쳇, 그 녀석 실력이 제법인 건 인정해. 하지만 이건 다 우리 어르신께서 계속 시기를 엿보고 계시기 때문이야! 어르신께서 명령만 하시면……
하긴, 어르신께서 아직 아무 말씀이 없으셨으니 벨로네 패밀리도 아직 본인들이 이겼다고 말할 수 없겠지.
그쯤 하지.
방금까지 시끌벅적했던 공간이 마치 허상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당분간은 방심하지 마라,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나도 이해한다.
지금 열두 패밀리 중에 아직 베팅하지 않은 건 우리 살루초 패밀리 뿐이지.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예.
살루초 패밀리는 늘 이랬다.
생각은 허용했으나 의견은 낼 수 없었다. 모든 건 알베르토 살루초가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알베르토는 다른 사람이 본인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패밀리에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살루초의 번영은 알베르토의 결정이 항상 옳았기 때문이라고.
다들 있었네. 어머, 자세히 보니까 아는 얼굴도 꽤 많잖아.
다, 당신은……
하지만, 그렇다고 반항자가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대부분 패밀리에서 지워져,
이제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뿐.
라플란드라는 이름의 하얀 늑대를 제외하고.
라플란드는 의자를 당기더니 마치 이 방의 주인인 양 두 다리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누가 들여보냈지?
어르신, 아, 아가씨가 혼자 바깥에 있는 모두를 해치우고 억지로 들어오셨습니다……
지금은 패밀리 회의 중이다. 당장 내쫓아.
아가씨, 아니, 라플란드 씨. 어르신께서 나가라십니다.
내가 시칠리아 부인의 점심 초대도 거절하고 서둘러 둥지로 돌아가는 파울비스트처럼 달려왔는데.
여기…… 볼시니 거점은 살루초 본거지에 비해 너무 초라하네.
안톤, 나한테 정말 매정하게 이럴 거야?
당신은 이제 패밀리 일원이 아니잖습니까.
내가 설마 저 늙다리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 빌어먹을, 아, 아니지, 이 위대한 패밀리에 돌아오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온 줄 알아?
말씀 가려서 하시죠, 라플란드 씨.
물론 내가 예전에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제명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패밀리를 걱정한단 말이야.
그래서 이런 시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패밀리에 돌아온 거야. 아빠의 저 미움 가득한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패밀리만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지.
감동적이지 않아?
라플란드…… 아무리 어르신의 친딸이라고 해도 너무 제멋대로잖아 임마.
여긴 네가 행패를 부릴 곳이 아니……
너…… 커헉…… 윽……
처음 보는 녀석인데, 새로 왔나?
그, 그렇습니다! 아가…… 라플란드 씨.
내 진심을 의심하다니 너무 섭섭한데. 안 그래, 아빠?
……
내 책상을 더럽혔구나, 라플란드.
책상이야 언제든지 바꿀 수 있잖아?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자. 네가 말한 아주 중요한 정보라는 게 뭔지.
텍사스.
네가 놓친 그 텍사스 말이냐?
맞아, 벨로네가 다시 불러들였어.
……
라플란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봤다.
라플란드는 패밀리로 돌아온 것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흥미로울 뿐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면 본인이 무슨 일을 일으키게 될지.
과거에도 라플란드는 수도 없이 이러한 환경에 처했으니까.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생각 때문에 우스워 견딜 수가 없었다.
첼……
그냥 텍사스라고 불러.
그러지, 텍사스. 시라쿠사로 돌아온 기분이 어때?
썩 좋지는 않아.
하긴, 나라도 갑자기 어디론가 강제로 끌려가게 되면 기분이 별로일 것 같아. 설령 그곳이 고향이라 할지라도 말이야.
하지만, 물론 가능하다면 내 입장도 좀 생각해주면 좋겠어. 아버지가 갑자기 나한테 나 자신보다 훨씬 강한 '보디가드'를 억지로 붙여준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이해해.
……
그렇다면 다행이고.
하지만 아쉽게도, 난 널 돌려보낼 힘이 없어.
아무래도 우리는 각자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네.
그럼 옷 갈아입어. 옛 텍사스 패밀리의 제식에 따라 특별히 맞춤 제작한 거야. 오늘 밤, 내 호위로서 파티에 참석해 줘.
……알았어.
벨로네 패밀리가 준비한 깔끔하게 다림질된 예복이 텍사스 옆에 놓여 있었다.
텍사스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자로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녀는 이 방을 나가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 몇 명을 죽여 혼란을 일으키고, 그러고 나서 중요한 사람 몇 명을 죽여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 이게 바로 시라쿠사인이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텍사스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무리 달리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다 하더라도, 이 도시에 몸을 담고 있는 지금,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생각 때문에 역겨워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