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이상적인 도시: 엔드리스 카니발

IC-8금속 냄새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3-01-13

아브도티야의 연설에 쎄루에르차 시민들은 감동했고, 가비알도 스티치 앞에 나타난다. 스승님을 초월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스티치는 다시 한번 도피를 선택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가비알, 가비알 디 인빈서블, 미니멀리스트, 파죰카


엣지 어스하트

크, 크흠, 쎄루에르차 주민 여러분, 나는 환경 및 기후 대표인 엣지 어스하트다.

엣지 어스하트

음, 모두를 여기로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쎄루에르차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엣지 어스하트

오리지늄 탐사 결과도 나왔고, 우리 대표들이 논의 끝에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냈다. 오늘은 이 방안 중에서 선택하려고 한다.

엣지 어스하트

또한, 최종적으로 이 도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서도 결정하고자 한다.

엣지 어스하트

하지만, 오늘 회의는 내가 아니라 아브도티야가 진행할 거다.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아브도티야, 정말 괜찮겠어?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쎄루에르차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다들 너를 알고는 있지만, 모두의 앞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아브도티야

네.

엣지 어스하트

그래, 아브도티야, 나갈 차례다.

아브도티야

마스터 엣지, 얘기가 좀 길어질 텐데 괜찮을까요?

엣지 어스하트

흠, 그래봤자 내가 사람들 중 절반을 잠들게 한 기록은 깨지 못할걸.

아브도티야

그런 일도 있었나요?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아, 기억나. 그때 마스터는 지질학에 관한 지식까지 얘기했지.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오후부터 저녁까지 얘기했는데, 본인이 더는 못 버틸 때가 돼서야 겨우 끝났어.

아브도티야

저는 그렇게까지 길게는 못해요.

엣지 어스하트

가라, 아브도티야. 지상인으로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한 생활에 대한 최종 평가이기도 할 테니까.

아브도티야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진짜 아브도티야 씨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브도티야 씨! 어떤 말을 하든 응원할 거야!

엣지 어스하트

내가 연설할 때는 저렇게 반기지 않았지 않나?

디컬처 실버민트

최장 기록을 빼도, 당신이 한 연설은 항상 길었으니까.

엣지 어스하트

이 녀석, 내가 모를 줄 알아? 매번 가장 먼저 잠드는 게 바로 너잖아.

디컬처 실버민트

오늘은 안 자. 아브도티야가 평소와는 좀 다르거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격동된 두린족

다행이다. 마스터 엣지가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만, 장편 연설은 너무 괴로워.

느긋한 두린족

아브도티야 씨는 예쁘고 목소리도 듣기 좋잖아. 그런 사람이 얘기한다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아브도티야

쎄루에르차 주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 대표 아브도티야입니다.

아브도티야

오늘은 제가 쎄루에르차의 미래에 관한 회의를 진행할 겁니다.

아브도티야

재난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쎄루에르차를 떠날지에 대해 마스터 엣지와 논의를 거쳐 세 가지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아브도티야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여러분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브도티야

바로 제 과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브도티야

아브도티야 라조르펜이 아닌, 아브도티야 니콜라예브나 이바노바의 과거입니다.

아브도티야

두린 도시에 와서 생활하고 나서부터 저는 수많은 이야기를 창작했고, 많은 분들과 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브도티야

하지만 이 점만은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아브도티야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브도티야

……

아브도티야

저는 우르수스의 한 귀족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CG: 30_i07]

아브도티야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입을 열자 지난 기억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두린들은 이게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아브도티야는 똑똑히 알고 있다.

두린 도시에 온 뒤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브도티야는 시간이 과거를 지워 주길 바랐고, 우르수스인으로서의 모든 걸 지우려고 수도 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 아브도티야는 자신의 출신을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고, 과거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가비알을 만나고, 가비알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그녀는 진정으로 이해했다……

그게 그렇게까지 심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과거의 이야기는 밀물처럼 밀려와 그녀를 조금씩 가라앉혔고, 두린들도 그녀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브도티야는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두린들도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스티치는 방 안에 앉아 애써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알고 있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포기하면 영영 스승님을 이길 수 없다.

그는 어떤 예감이 들었다. 이번에 이기지 못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영원히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스티치도 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없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감싸 안았다.

“쾅쾅쾅……”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가비알

야, 스티치, 안에 있지?

스티치 캔버스

……

가비알

없는 척하지 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스티치 캔버스

나 좀 내버려 둬, 가비알!

가비알

그건 안 되지. 너한테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스티치 캔버스

돔에 대한 일이라면 캐치를 찾아.

가비알

안 돼.

스티치 캔버스

왜?

가비알

그건 네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가비알

일단 문 열어, 들어가서 얘기할게.

스티치 캔버스

안 돼, 들어오지 마!

가비알

그건, 네 뜻대로 안 되지.

[CG: 30_i08]

'쿵'하는 굉음과 함께 문과 벽이 모두 쓰러졌다. 가비알은 거대한 도끼를 끌며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방안에 들어온 가비알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책상 옆에 앉아 있는 스티치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스티치 손에는 새하얀 원고지가 쥐여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몇 줄 그리지 않은 수많은 원고지가 마구 찢겨 있거나 구겨져 있었다.

가비알

이건…… 돔의 설계도잖아.

가비알

사실 너도 하고 싶지?

스티치 캔버스

가비알, 왜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가비알

내 생각에, 너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건 내가 아니라……

가비알

좁은 방에 틀어박혀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면서, 자기 생각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네가……

가비알

너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는 거겠지, 스티치.

스티치 캔버스

아무것도 모르면서……

가비알

나도 알아. 그러니까 억지로 널 데려갈 생각은 없어.

가비알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 네가 알려주면 되잖아?

스티치 캔버스

그럼 왜 문을 부수고 난리야!

가비알

부수지 않으면 네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하니까.

스티치 캔버스

당신 지금 명백히 날 위협하고 있잖아……

가비알

난 아주 논리적인 사람이야. 네가 날 설득하면 널 도와줄지도 몰라.

스티치 캔버스

……

가비알

여기 오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

가비알

너는 처음부터 돔을 수리하는 걸 반대했지?

스티치 캔버스

……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지상의 생활은 아주 다채로운 것 같네. 지금까지 아브도티야가 이런 말을 한 적은 없는데…… 안 그래, 마스터 엣지?

엣지 어스하트

음? 뭐가?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아니다. 그런데 당신이 이럴 때 딴생각하는 건 참 드문데. 무슨 일이야?

엣지 어스하트

스티치 녀석을 생각하고 있었다.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스티치? 거긴 가비알과 캐치가 찾으러 갔잖아. 별일 없을 거야.

엣지 어스하트

일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엣지 어스하트

오늘 스티치의 모습을 보고 문득 떠올랐는데, 어쩌면 그동안 내가 녀석을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닌가 싶군. 나는 몰랐지만.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돔 수리를 말하는 거야?

엣지 어스하트

그래.

엣지 어스하트

돔을 수리하지 않는 건, 나도 동의한다.

엣지 어스하트

하지만 오리지늄 탐사 장치가 망가진 것 때문에 내가 초조했던 것도 사실이지.

엣지 어스하트

그리고, 스승이 사라지고 나서 스티치의 상태가 어땠는지는 너도 봤을 것이고.

엣지 어스하트

녀석의 돔 수리 방안이 몇 번이나 거절당하자, 언제부터인가 설계부 회의도 안 나오면서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더군.

엣지 어스하트

그래서 내가 좀 몰아붙이면 그 녀석도 새로운 돔 수리 방안을 낼 거라 생각했지.

엣지 어스하트

물론, 나도 도와줄 수 있었는데.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그런데 지상에 가서 철도를 수리할 지상인들을 불러왔잖아.

엣지 어스하트

그래. 돔 수리를 안 하려고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엣지 어스하트

그래서 일단은 관두자고 생각했지. 오리지늄 광맥 탐사가 더 시급하니까.

엣지 어스하트

그렇게 싫다는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잖나. 나중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지.

엣지 어스하트

그런데 이제는 기회마저 사라져 버렸군.

크로크 다이아몬드페이스

하지만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 굳이 따지자면, 지금까지 계속 외면한 스티치의 잘못이지.

엣지 어스하트

녀석에게 돔이 정말 그렇게 중요하다면……

엣지 어스하트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아쉬워할 테지.


가비알

그래서, 넌 대체 왜 돔을 수리하는 걸 이렇게까지 거부하는 거야?

스티치 캔버스

스승님이 남긴 임무 때문이야.

가비알

스승? 임무? 하지만 캐치 말로는 네 스승이 실종됐다면서?

스티치 캔버스

스승님은…… 갑자기 실종되신 게 아니야.

스티치 캔버스

누구한테도 말씀하지 않았지만, 나한테 과제 하나를 남겼어.

스티치 캔버스

모두를 설득할 돔 방안을 내놓고, 쎄루에르차의 돔을 내 설계로 바꿔야 해.

스티치 캔버스

그래야만 나를 다시 보러 올 거야.

스티치 캔버스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

가비알

너도 성이 캔버스니까, 스승이랑 친척이야?

스티치 캔버스

아니, 내 성은 나중에 바꿨어.

스티치 캔버스

8년 전, 내가 활성 오리지늄 폭발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어. 그리고 스승님이 갈 곳 없는 나를 거둬줬거든.

가비알

그럼 네 광석병은……

스티치 캔버스

맞아, 그때 감염된 거야.

스티치 캔버스

지상에서는 이런 병에 걸린 사람을 감염자라고 부르며 배척한다고 들었어.

스티치 캔버스

두린은 그렇지 않지만, 우리도 광석병을 고칠 수는 없어. 약물로 병세를 억제할 뿐이지.

가비알

그건 지상이랑 똑같네.

스티치 캔버스

그때부터 난 스승님의 성을 따랐어. 그리고 건축 설계를 배웠지.

가비알

네 스승은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며?

스티치 캔버스

당연하지! 내 스승님은 핀치 캔버스, 쎄루에르차의 전임 설계 대표야.

스티치 캔버스

지상의 분류로 우리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

스티치 캔버스

우리는 요란하고 과장된 스타일을 반대해. 그건 오랫동안 계속된 산만한 생활로 인한 끝없는 욕망의 확산이라고 생각하거든.

스티치 캔버스

계속 그러다가는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어.

스티치 캔버스

그래서 우리는 사물의 본성을 부각하는 생활 방식을 주장했지.

가비알

사물의 본성이 뭔데?

스티치 캔버스

……하아. 사물의 본성이란 사물의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을 말해. 우리는 불필요한 모든 기능에 반대하고, 사물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길 바랐지.

스티치 캔버스

욕망으로 가득 찬 우리의 삶에 대한 반항이랄까.

가비알

아, 음, 그러니까 네 집처럼 바깥과는 다른 아주 간단한 설계를 말하는 거야?

스티치 캔버스

……

스티치 캔버스

아니, 나랑 스승님의 스타일이 똑같지는 않아.

스티치 캔버스

내 스타일은 스승님을 따르긴 했지만, 방향이 완전히 다르지.

스티치 캔버스

도시를 최고의 모습으로 파괴되게 하려는 건 단지 우리의 생산력이 남아돌아서 그런 거야.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고 낭비인지.

스티치 캔버스

왜냐하면 생명엔 한계가 있고, 내 생명은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단 말이야!

스티치 캔버스

가비알, 너도 감염자면서 이해가 안 돼?

스티치 캔버스

생명에는 한계가 있어. 그러니까 한정된 에너지를 더 의미 있는 곳에 써야지.

가비알

그야 당연하지. 그래서 나도 의학을 공부한 거야. 날 치료하고, 나와 같은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비알

그런데,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마지막 기회를 잡지 않는 거야?

스티치 캔버스

……나라고 하기 싫겠어?

스티치 캔버스

이 설계도들을 봐봐!

스티치 캔버스

그동안 내가 실패했다는 증명이야!

스티치 캔버스

내가 몇 번이고 새로운 방안을 설계했는데도, 채용된 건 하나도 없어!

스티치 캔버스

그 뒤로는 내 마음에 드는 설계도조차 그릴 수 없었어.

스티치 캔버스

쎄루에르차 사람들의 머리가 이상한지, 내 머리가 이상한지 모르겠어.

스티치 캔버스

이제는 그 돔만 쳐다봐도 두려워져!

스티치 캔버스

마치 스승님이 날 가두기 위해 만든 새장처럼 영원히 벗어날 수가 없어!

스티치 캔버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스티치 캔버스

난 이제 할 수 없다고!

스티치 캔버스

새로운 방안을 내도 어차피 채용되지도 못할 게 뻔한데.

스티치 캔버스

게다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새로운 방안을 떠올려서 또 채용까지 되겠냐고?!

가비알

……

스티치 캔버스

그러니까 날 내버려 둬, 가비알.

스티치 캔버스

난 이미 패배자야.

스티치 캔버스

가서 마스터 엣지한테 전해. 돔을 꼭 수리해야 한다면 캐치를 시키라고.

스티치 캔버스

캐치라면 분명 나보다 더 잘할 거야.

가비알

너의 생각은 대충 이해했어.

가비알

그렇다면 더더욱 나랑 같이 가야지.

스티치 캔버스

사람 말 못 알아들어?

가비알

알아들었어.

가비알

하지만 너의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잖아.

스티치 캔버스

쳇……

수상한 기계 A

스티치 위험, 스티치 위험.

수상한 기계 B

스티치 보호, 스티치 보호.

가비알

어? 갑자기 로봇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스티치 캔버스

……!

가비알

어딜 도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