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4사람 없는 골목
사리아가 기동 장갑을 완전히 격파하려는 순간 박사가 이를 막아 기동 장갑 안의 뮤엘시스를 구한다. 한편 도시 밖의 일행은 마침내 도로시의 실험실에 들어가고, 개척자들은 바로 도로시를 향해 석궁을 겨눈다.
등장 오퍼레이터: 그레이, 사일런스, 프틸롭시스, 메커니스트, 사리아, 도로시, 그레이 더 라이트닝베어러, 아스트젠
어둠으로 가득 찬 좁은 공간. 빛, 공기, 그리고 소리마저 차단됐다.
외치고 싶다.
그러나 오리지늄 엔진 가동으로 인한 고온에 목구멍이 막혀 아무런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저항하고 싶다.
그러나 단단한 강철이 사지를 짓눌러 움직일 수조차 없다. 하물며 저항이라니.
눈물을 흘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엄마는 눈물이 가장 좋은 무기라고 했다.
하지만 눈이 거절했다.
수백 년 동안 눈은 너무나도 많은 산의 붕괴와 물이 말라붙는 모습을 봤고, 너무나도 많은 가족이 사라진 것을 봤다.
눈은 점점 말라만 갔다. 마치 이동도시가 밟고 지나간 황무지처럼.
6번째 기동 장갑, 마비 확인.
이게 전부인가?
그런 것 같아. 13분 동안 우리 발을 묶어뒀네.
잠깐……
7번째 기동 장갑이 감지됐어!
……
박사, 조심해! 그쪽으로 가고 있어!
……
내가 갈게.
사리아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두 다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리아는 이미 눈앞에 서 있었다.
컬럼비아의 거리에서 사리아가 라인 랩 방패를 착용할 일은 없다.
그녀는 자신을 방패로 삼는다.
교차시킨 사리아의 팔에서 에나멜이 빠르게 자라나 기동 장갑의 공격을 막아주었다.
……해충 녀석이.
낮게 읊조리는 사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그녀는 통제를 벗어난 컬럼비아의 기술을 이렇게 불러왔다.
표정과 자세에서 사라아의 다음 동작을 읽을 수 있었다.
해충을 소멸함에 있어서 사리아는 절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사리아의 주먹은 곧 기동 장갑의 가슴에 닿을 것이고, 그곳에는 칠흑 같은 구멍이 생길 것이다……
눈앞의 이 기동 장갑은 곧 파괴될 것이다. 혹은, '죽는다'라는 게 맞겠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났다.
- 멈춰, 사리아!
사리아가 외침의 첫 글자나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손을 멈추었다.
이건 두 사람이 오랜 기간 함께 싸우며 쌓아온 믿음이다.
그녀의 주먹이 가까스로 코어를 빗나갔지만, 공격의 여파로 기동 장갑의 외피는 산산이 조각났다.
흩날리는 무수한 금속 파편 속에 한 줄기의 섬광이 보였다.
마치…… 머리카락과도 같은……
박사, 위험해! 다가가지 마!
저건……
기동 장갑이 쓰러졌다.
더 많은 조각이 흩날리면서, 안쪽에서부터 더 많은 머리카락, 약간의 피부 그리고 한쪽 눈이 드러났다.
그 눈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노, 공포, 곤혹…… 짧은 찰나였지만, 그 눈빛에서 수많은 감정이 스쳐 갔다.
모든 감정이 외피와 함께 벗겨지자, 당신은 그 눈동자가 도움을 청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당신은 손을 내밀었다.
- 안녕, 뮤엘시스.
마이어스, 왜 그래?
몰라…… 나도 모르겠어, 대장……
일단 무어 씨를 놔줘.
선생님……
……
그럴 수 없어.
내 명령을 어기겠다는 거야?
대장, 왜 아직도 이 녀석들 편을 드는 거야?
독하게 마음먹고 이 녀석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대장이 그랬잖아? 우리는…… 이 녀석들이 키우는 실험 동물이라고 했잖아!
대장이 같이하자고 설득한 거야. 난 원래…… 무어 의사를 아주 좋아했다고.
……설마 제일 먼저 배신하는 사람이 너일 줄이야.
오히려 나는 샘이나 다른 사람이 배신할 줄 알았어…… 마이어스, 넌 그동안 가장 내 말을 가장 잘 따랐잖아.
내가 너무 순종적이라고도 했지.
예전에 나는 사장 말을 듣다가 공장에서 광석병에 걸렸고…… 여기에 온 뒤로는 대장 말에 따랐어.
너희들은 모두 능력 있는 사람이야.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했고. 그래서 너희 말을 들으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 죽게 생겼잖아.
사니, 우리는 곧 저 연구원들에게 죽임을 당할 거야! 놈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
못 믿겠으면 저 사람 몸을 뒤져 봐. 분명 녹음기가 있을 거야. 저 여자가 우리를 쫓아온 건 우리랑 은색 괴물을 관찰하기 위해서라고!
……우르비카 박사,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제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엘레나……
올리비아, 너한테 실험 정보를 말하지 않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절대 널 속인 적은 없어.
사니, 마이어스, 너희들도 속인 적 없고.
난…… 저것을 상대하는 방법을 정말 몰라.
저것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연구한 건 나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야…… 말했다시피 이건 내 일이니까.
음……
마이어스 씨, 엘레나의 말이 거짓말은 아닐 거야.
그러니까 조이스를 풀어줄래?
하…… 하하하……
프틸롭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개척자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고함소리가 사일런스의 목구멍까지 나옴과 동시에, 드론은 주인의 뜻을 받아 개척자의 몸을 세차게 들이받았다.
그러나 그는 프틸롭시스 손에서 어떤 물건만 집어 들었을 뿐이었다.
그건 몇 시간 전에 그가 직접 프틸롭시스에게 채워준 긴급 의료 팔찌였다.
……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무어 의사……
나를 원망할까? 나한테 잘해준 게 후회돼?
나 같은 놈은…… 구해줄 가치도 없지.
의사는 친구들 곁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상처 하나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이 실험실은 그들을 위해 준비된 무덤과도 같았다.
아무도 살아날 수 없다. 이 끔찍한 팔찌는 그 망할 회사가 그들에게 채운 족쇄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개척자가 갑자기 긴급 의료 팔찌를 입 안에 밀어 넣었다.
마이어스!
대, 대장……
무슨 짓이야? 당장 뱉어!
이 의료 팔찌는……
안에 진통제가 많이 남아 있어.
한입에 저렇게 많이 먹으면 심장이 버티질 못해. 쇼크가 올 거야!
내가 봤어…… 누가 몰래 이걸 삼키더라고……
그래서 다 죽었잖아!
그럼 다들 지금쯤이면…… 행복하겠지.
젠장, 빨리 뱉어!
내가 입을 누를 테니까, 샘, 이 녀석 배를 때려!
쿨럭…… 쿨럭, 쿨럭!
더 세게, 의료 팔찌가 보여!
올리비아, 우리도 도와……
……올리비아?
……조이스.
……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깨어났어?!
어둡네……
밖이…… 왜 이렇게 어둡지?
어, 어둡다고? 복도에 불이 다 켜져 있는데.
조이스, 눈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빛.
빛을 원해…… 빛이 있는 곳은…… 따뜻할 거야.
함께 나아가자……
두려워할 것 없어……
너…… 우리 말이 들려?
안 들릴 거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근데 이건 조이스가 말하는 것 같지 않아.
윽, 조이스의 병이……
조이스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아. 수술 전에도 후에도 이런 말투는 아니었어.
……확실히.
많이 놀란 것 같은데? 조이스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고 있네.
그 말은 상황이 네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거야.
엘레나, 이번 실험에 대해…… 이제 진짜로 얘기해 줘야 해.
설마 도로시가 정말……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우리는 애초에 이 문제를 함께 해결했어야 해……
어쨌든 난 이번 실험 때문에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해. 조이스라면 더더욱.
괜찮아, 엘레나. 더는 망설이지 않아도 돼.
여기까지 모두를 데려온 건 나야. 사일런스 씨든 개척자 친구들이든, 다들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
여태……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나?
너희가 너무 걱정됐거든.
너희가 걸음을 멈추고 얘기할 때, 누군가는 대신 문을 닫아야 하잖아……
저 은색 괴물을 막은 게 너야?
사니, 그들을 그렇게 부르지 말아줘.
그들도 말을 알아들으니까.
……
엘레나, 내 사랑하는 조수님, 하나만 더 부탁할게.
모두를 데리고 나한테로 와.
네가 설명하기 곤란한 건 내가 설명할게.
그리고…… 내 실험실이 가장 안전한 건 너도 잘 알잖아.
밖에는 이제 적이 없는 것 같네.
대장님이랑 사일런스 씨를 쫓아간 것 같은데……
……통신은 아직도 차단되어 있고.
분명 흔히 사용하는 통신 방해일 거야. 메커니스트 씨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냈을 텐데……
누구세요?
혹시…… 대장님?
움직이지 마.
이 목소리는……
메리 씨?
기억력이 좋구나.
왜…… 여기 계세요?
그 녀석은 어디로 숨었어?
그 녀석이라면…… 사니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장 나오라고 해. 꼬마 뒤에 숨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저기, 메리 씨, 저도 어른인걸요……
그래, 막 컸겠지.
알려줘, 다들 어디로 갔지?
개척자분들이라면 근처 집에 계시겠지만……
너 속이려고 할 때 귀 움직이는 거 알아?
앗…… 네?
거짓말이야.
그래도, 너 너무 잘 속는 거 아냐?
네가 아는 것을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야.
아니면…… 넌 이 전력을 복구시켰으니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할 수 있지.
내가 진짜 나쁜 놈을 끌고 나가지 못한다면 널 데려갈 수도 있어.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저, 전 박사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뭘 망설여? 얼른 말해.
메리 씨,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아까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형태가 변하는 은색 물체에 습격당했어요.
그러니까 이 안에 있다는 거구나.
맞아. 여기가 바로 도로시의 실험실이자 실험 구역 전체의 중심이야.
확실해?
사니 씨, 왜 그래? 갑자기 안색이 나빠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나 진실에 다가설 때는 긴장하는 법이니까.
샘, 내가 한 말 기억나지? 준비해.
알았어, 대장.
우르비카 박사, 이 문을 열 수 있어?
물론이지.
(작은 목소리로) 엘레나.
(작은 목소리로) 응?
(작은 목소리로) 개척자들의 표정이 좀 이상해……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잖아.
(작은 목소리로) 올리비아, 아까 네가 날 설득하길래 우리 모두 문제를 해결하러 온 줄 알았는데.
(작은 목소리로) 나도 잘 모르겠어……
박사, 기다리다 지치겠는데.
나도 그래.
자, 들어와.
엘레나의 손은 생체 인식 잠금장치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주인의 조종으로 모두 앞에서 실험실의 문이 열렸다.
여러분, 안녕.
난 라인 랩 오리지늄 아츠 응용과 주임이자 359호 실험 기지의 책임자야.
내 실험실에 온 걸 환영해.
……드디어 만났군.
샘,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