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S-1괴로운 마음
퍼디낸드는 도로시를 위해 로켄 수조 실험에서 회수한 데이터를 가져왔지만, 도로시가 데이터를 필요로 했던 이유는 퍼디낸드가 예상치도 못한 이유였다.
등장 오퍼레이터: 도로시
네가 찾던 데이터다.
고마워, 퍼디낸드. 설마 네가 직접 가져다주다니.
네가 정부 쪽을 알선해 준 덕분에 우리가 로켄 수조 데이터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어. 뭐, 이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만.
게다가…… 나도 너한테 이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를 알고 싶어.
……
도로시는 조용히 눈앞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집중해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화면에는 어떤 영상이 재생됐는데, 그 영상의 주인공은 백발의 소녀였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녀는 자거나 먹거나, 또는 빈방에서 멍하니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가끔 소녀는 실험실에 끌려가 두께가 1미터 정도 되는 격리벽을 사이에 두고, 또 다른 실험실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종이처럼 구겨버렸다.
참 예쁜 아이네.
로켄 윌리엄스처럼 말하지 마. 정신 나간 놈이나 피실험자를 '걸작'이라 생각하며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지.
알아. 그가 최소한의 도덕마저 어겼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지.
도덕? 그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위험을 피하려고 스스로 옭아매는 족쇄에 불과해.
과학이란 원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고. 도덕을 기준으로 한 과학자를 평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모욕이지.
윌리엄스의 가장 큰 문제는 눈앞의 끝없는 미지에 정신이 나가서 과학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이성을 잃은 거야.
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봐봐. 네가 말하는 '예쁜 아이'가 어떻게 실험실을 재앙 현장으로 만드는지……
화면 속 장면이 바뀌었다.
당시 CCTV에는 아무런 소리도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 너머로 연이어 터져 나오는 비명은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또 다른 실험실에까지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은 잔해가 쌓여도 바닥 곳곳에 묻은 핏빛을 가릴 수는 없었다.
……
저 아이…… 결국에는 어디로 갔어?
글쎄…… 저 아이와 관련된 데이터는 조작된 흔적이 있어. 그러나 로켄 수조의 모든 유산과 마찬가지로 이 아이도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퍼디낸드, 저 아이를 찾고 싶어.
……
네가 저 피실험체를 찾고 싶은 게 윌리엄스의 실험을 이어가기 위한 건 아닐 거라고 일단은 생각해 두지.
저 아이는 통제할 수 없어. 라인 랩은 이 거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도 없고.
……저 아이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실험실에 들어간 적이 없어. 나는 그런 잔혹한 요구를 하지도 않을 거고.
너 설마, 치료하려고?
우리가 의사는 아니지만, 실험 과정 전체를 본 사람으로서 충고하지. 그런 망상은 버려.
아니, 퍼디낸드.
나는 그저 아이를 찾아서…… 안아주고 싶을 뿐이야.
아…… 안아줘?
저 아이는…… 너무 외로웠을 거야.
저 아이는 가족을 빼앗겼고, 그 누구와도 다른 존재로 변해버렸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나…… 저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새로운 친구가 생겼을까? 다른 적이라도 만나지 않았을까?
나는 저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내가 저 아이의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쁘지 않은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어.
도로시, 그거 알아? 너는 종종…… 속을 알 수가 없어.
너처럼 감정적인 과학자는 아주 드물어. 마찬가지로 이성도 너를 제약할 수 없지. 어쩌면 나중에 네가 윌리엄스보다 더 미쳐버릴지도 몰라.
……내가 미친다고? 흥, 꿈에서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봤지.
그래서 저 아이를 더 찾고 싶은 거야.
저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누군가 비극적인 과거로부터 저 아이를 구해낼 수만 있다면……
그럼 언젠가 내가 정말 미쳐버린다 해도…… 분명 나를 말려줄 사람이 있을 거라 나는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