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경중집

호군

미니 스토리브릿지2025-12-11

천사부로 복귀하는 길에, 린 칭옌은 운청평의 실종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좌락의 편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녀는 한 기이한 마을에 잘못 들어서게 되고, 수수께끼의 무공 비급 약탈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이즈 더 썬더브링어, 레코드키퍼


그리 크지 않은 찻집, 애초에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이 2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게 장식은 소박했고, 1층에는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나무 탁자 10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탁자 위의 차 얼룩도 최대한 닦여 있어, 가게 주인의 부지런함을 알 수 있었다.

가게의 점원은 바닥에 물을 한 바가지씩 뿌리며 대걸레로 바닥을 광택이 날 정도로 닦고 있었다.

이 가게에는 오랫동안 손님이 찾아오지 않은 듯했고, 대체 어떤 손님이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지 알 수도 없었다.

곧이어 손님들이 들어왔다.

찻집 점원

하나, 둘…… 두 분께선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차부터 한잔하시겠습니까?

난폭한 남자

잠깐, 그보단 먼저 물어볼 게 있는데…… 여기가 망산 마을이 맞냐?

찻집 점원

예, 맞습니다.

난폭한 남자

너는 이 찻집의 주인장이냐 점원이냐?

찻집 점원

점원입니다.

난폭한 남자

주인장은 어디 갔어?

찻집 점원

주인장께선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난폭한 남자

묻는 족족 다 대답하다니, 솔직한 녀석이군.

난폭한 남자

그럼, 오늘 이 찻집에 낯선 외지인이 온 적은 있나?

찻집 점원

있습니다.

난폭한 남자

언제 왔었나? 어떻게 생겼고?

찻집 점원

바로 지금, 두 사람이고, 강도 같은 모습입니다.

거친 남자

*염국 욕설*, 이놈이 지금 우릴 갖고 노는 거냐!

거친 남자는 크게 화를 내며 힘껏 손바닥으로 점원의 뺨을 내려쳐,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하지만 점원은 화도 내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일어나 다시 두 사람 앞에 섰다.

찻집 점원

참 특이한 분들이군요. 차도 마시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시겠다면 제가 대접해 드릴 수 있는 게 딱히 없습니다만.

난폭한 남자

둘째야, 어린 친구를 괴롭히지 말거라.

난폭한 남자

주방에 가서 다른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가는 김에 뒷문도 모두 닫아라.

난폭한 남자

서두를 거 없다. 물론 차도 마셔야지.

난폭한 남자

다만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니, 그녀가 오면 그때 같이 마실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정말로 다른 한 손님이 들어왔다.

영리한 소녀

어라……?

찻집에 막 들어온 소녀가 안을 둘러보기도 전에, 화살과 칼이 그녀의 등과 목에 닿았다.

영리한 소녀

하하하……

영리한 소녀

어떻게 이런 우연이. 이거 육 씨네 형제들 아닌가?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육 씨네 첫째

네가 그걸 알았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육 씨네 첫째

그래도 기왕 만났으니, 이제 발 뺄 생각은 마라.

육 씨네 첫째

거기 점원, 미안한데 문을 닫고 영업 종료 팻말이나 걸어주지 그래.

육 씨네 첫째

그리고 차도 좀 가져오고.

찻집 점원

여기 차 내왔습니다, 천천히들 드시지요.

영리한 소녀

중원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풍운삼도'에게 차를 대접받다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육 씨네 첫째

안타깝게도 지금은 둘 뿐이다.

육 씨네 첫째

며칠 전, 네가 그 비급으로 우리 삼 형제에게 누명을 씌운 덕분에, 삼대방파에 옥문 수비군까지, 무려 100명한테 쫓기고 있거든.

육 씨네 첫째

우리 둘만 간신히 살아서 도망쳤고, 셋째는 결국 백조 밖에서 죽임을 당했다.

육 씨네 첫째

그래서…… 우리 둘이 너에게 차 한잔 대접하려고.

영리한 소녀

하하…… 두 사람은 무사히 살아남았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네. 그렇다면 술 대신 차를 줄게, 그리고 서로 기분 좋게 헤어지는 게 어때?

육 씨네 둘째

이게 아직도 그딴 소릴……!

육 씨네 첫째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 비급, 아직도 네가 갖고 있나?

영리한 소녀

아무래도 두 사람은 거래 소식을 알고 이 찻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네!

육 씨네 첫째

그렇다.

영리한 소녀

그렇다면 원래 오기로 했던 포 선생은? 그 사람도 죽일 건가?

육 씨네 첫째

네가 알 필요는 없다.

영리한 소녀

하아…… 아무래도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 비급을 가져가기로 마음먹은 거네?

육 씨네 첫째

너 때문에 누명을 쓴 이상, 오늘 그 비급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누명과 셋째의 죽음은 헛되이 되겠지.

영리한 소녀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두 사람은 내가 가진 비급의 내력을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육 씨네 첫째

물론.

육 씨네 첫째

소문에 따르면, 무공이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옥문의 종사가 은퇴하기 전에 평생의 무학을 책 한 권에 담았다고 하지.

육 씨네 첫째

그리고 얼마 전, 그 책이 민간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그걸 본 사람은 극히 드물고.

육 씨네 첫째

우리 형제도 이미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봤다. 그리고 그중 가장 믿을 만한 소식은 그 책이 네게 있다는 거였고.

영리한 소녀

지금 두 사람이 이 비급을 원하는 이유는, 당연히 절세 무공을 익혀 천하제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겠지?

영리한 소녀

하지만 무공을 열심히 익힌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무림에서 마음대로 권세를 휘두를 수 있나? 아니면 죽은 형제의 복수라도 할 수 있을까?

영리한 소녀

게다가 천하제일이 되고자 한다면, 둘 사이에 먼저 피바람이 불 텐데?

육 씨네 첫째

내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다…… 어서 비급이나 내놔라.

남자는 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소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행낭 속에서 작은 소포를 꺼냈다. 네모반듯한 것이 꼭 책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영리한 소녀

뭐, 어쩔 수 없네. 애초에 내겐 무용지물이고, 어차피 팔려고 했으니까, 누구에게 팔아도 상관없겠지.

영리한 소녀

그렇다면, 두 사람은 값을 얼마나 치를 생각이야? 참고로, 전에 구매하려 했던 자는 꽤 괜찮은 가격을 불렀거든.

소녀는 말하며 손가락으로 '7'을 그려 보였다.

육 씨네 첫째

그보단 더 나은 가격을 제시하지.

육 씨네 첫째

바로 네 목숨이다.

영리한 소녀

하아…… 그건 상도덕에 어긋나지.

육 씨네 첫째

글쎄, 나는 충분히 공정한 가격으로 보이는데.

육 씨네 첫째

내가 들은 소식이 틀림없다면, 종사는 이 비급을 옥문의 수비대장에게 남겼어.

육 씨네 첫째

네가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나 마나 떳떳한 수단은 아닐 테지.

육 씨네 첫째

우리는 뺏는 쪽이고, 너는 훔치는 쪽이잖아. 각자 가는 길이 다른데, 상도덕이고 뭐고 어디 있겠나.

영리한 소녀

정말 재미없는 사람들이네…… 그래, 좋아. 오늘은 재수가 없는 셈 치지. 그럼 이제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이만 가봐도 될까?

육 씨네 첫째

……그럴 수는 없어.

육 씨네 첫째

내가 못 배운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귀한 것일수록 화를 부른다'라는 도리는 잘 알고 있어. 네가 비급이 우리한테 넘어갔다는 소식을 퍼뜨린다면, 우린 아마 비급의 무공을 배우기도 전에 저세상에 가겠지.

영리한 소녀

만약 두 사람이 좀 더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육 씨네 첫째

남은 말은 다음 생에서나 해.

육 씨네 첫째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불을 갖고 놀면 자신에게 불이 붙게 된다는 도리를 꼭 명심하고.

육 씨네 첫째

이럴 수가……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바라보았다.

강호에서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항상 손에 단단히 쥐고 있었던 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칼을 집어들 수 없었다.

육 씨네 둘째

큭…… 크윽…… 형님…… 큰일…… 크윽…… 누가……

육 씨네 둘째

차에…… 약을……!

찻집 점원

제가 탔습니다.

찻집 점원은 말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어디서 난지도 모르는 끈으로 세 사람을 짚단 묶듯이 꽁꽁 포박하고, 벽 구석에 가지런히 앉혀두었다.

육 씨네 첫째

너를 일개 점원으로 보다니, 내 눈이 멀었구나.

육 씨네 첫째

독을 다루는 솜씨가 비범한 걸 보아, 필시 노련한 강호인이겠지? 죽을 땐 죽더라도, 이름은 알고 싶다.

찻집 점원

잘못 본 게 아닙니다. 저는 일개 찻집 점원이 맞고, 무슨 노련한 강호인도 아니에요. 친우들은 저를 '호군'이라 부릅니다.

육 씨네 첫째

그렇다면 너도 그 포 선생을 알고 있나?

호군

그분이 바로 저의 친우지요.

육 씨네 첫째

하하하……

육 씨네 첫째

하나만 더 묻지. 너는 어째서 이 비급을 원하는 거냐?

호군

이 마을을 떠나려고요.

호군

이 작은 마을에는 총 520여 가구가 있고, 2900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죠.

호군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 두 숫자는 전혀 변하질 않더군요. 더는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요.

호군

떠나려면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 법. 그리고 변하려면, 저는 이 비급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죠.

육 씨네 첫째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호군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원래 세상일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육 씨네 첫째

그래, 맞는 말이야.

육 씨네 첫째

난 네게 졌다, 내 패배를 인정하마! 죽이든지 말든지, 네가 알아서 해라.

호군

이미 제 손에 당한 이상,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문약한 소년

원하는 걸 이미 손에 넣었는데, 어째서 목숨마저 해치려는 겁니까?

호군

당신은 누구죠? 언제 들어온 건가요?

운청평

저는 운청평이라 합니다. 지나가던 여행자일 뿐이죠.

운청평

실은 정오부터 이곳에 앉아 있었지만, 선생께서는 오직 비급만을 눈에 담고 있었던지라, 저를 못 보셨던 겁니다.

호군은 구석에서 일어선 사람을 보자마자 손에 든 칼을 움켜쥐었으나,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손을 풀었다.

호군

당신을 겁낼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이 찻집의 물에 약을 풀었으니, 당신도 중독됐을 겁니다.

운청평

애초에 선생께서 저를 두려워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아무런 힘도 없는 서생일 뿐이라, 당신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호군

그런데도 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건가요?

운청평

예. 저는 선생께 저들을 놓아주고 더는 살인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호군

이자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호군

만약 저자가 비급을 손에 넣었다면, 마찬가지로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 입막음했을 거예요. 이건 본인이 직접 한 말이고요.

운청평

어쩌면 이들이 정말로 만행을 일삼는 악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선생께선 천성이 착한 분이잖습니까. 굳이 이들 때문에 자신의 손까지 더럽힐 필요가 있을까요?

운청평

선생께서 이들을 관청에 넘긴다면, 이들은 자연스레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급에 관한 일은, 제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드리지요.

운청평

어떻습니까?

호군

당신의 말투는 꼭 제 친우를 닮았군요. 제 친우는 좋은 사람이니, 당신도 좋은 분이겠죠.

호군

……하지만 아직은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호군

당신을 죽일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당신을 일단 묶어둬야겠어요.

운청평

하아……

운청평

선생께선 성가신 일을 피하려 하셨겠지만, 결국 성가신 일이 선생님을 찾아오게 될 겁니다.

호군

그 입 다물어요. 안 그러면 넷 다 죽일 겁니다.

운청평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린 칭옌

실례합니다, 아직 영업 중인가요?


칭옌 이모께 올립니다.



평안하신지요.



이모께서 사직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비록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오나, 이모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더러 늘 이모를 본받으라 하신 까닭을 이제야 알 듯합니다.



이렇게 서신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저에게는 운청평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백조로 왔고, 본디라면 저와 함께 사세대에 전입 신고를 해야 하였으나, 사흘 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늘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친구인지라,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난 일이 심상치 않게 여겨집니다. 아마도 예기치 못한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 친구는 백조를 떠난 뒤 북쪽 망산 방면으로 향한 듯합니다. 이는 이모께서 천사부로 돌아가시는 길과도 겹치는 듯하여, 혹여 이모께서 그 행방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 하여 감히 부탁을 드립니다.

본래는 제가 직접 나서려 했으나, 사세대의 업무가 막중할 뿐 아니라, 아버지의 병영에도 변고가 생겨 몸을 뺄 수 없는 형편이오니, 부득이 이모께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널리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친구의 사진을 이 서신에 동봉하였으니, 이모께서 무언가 발견하거나 알게 된다면 부디 소식을 제게 전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좌락 삼가 올림

이모의 건승과 평안,



그리고 즐거운 휴가를 기원합니다.



추신. 다음 집안 연회에는 꼭 참석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도 이모의 사직에 관한 말씀을 듣고 싶어 하십니다.


반나절 전

린 칭옌

이 녀석, 이젠 내게 임무도 떠넘기네……

린 칭옌

……용기 있는 결단은 무슨……

린 칭옌

위아래가 없어……

린 칭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낯선 마을에 들어섰다.

고풍스럽고 작은 마을, 길가에는 낮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행인들이 적어 그런지 마을에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린 칭옌

망산 산자락에 이런 마을이 있었던가?

린 칭옌

이상한데? 마을에 들어서니 신호가 잡히질 않네. 천사부 근처에 아직도 기지국이 없는 마을이 있다니……

???

아가씨, 아가씨……

린 칭옌

예?

웃는 얼굴의 행인

아가씨, 아가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외지에서 왔는가? 희한하네, 정말 희한해.

린 칭옌

맞습니다…… 이 마을엔 외지인이 드문가요?

웃는 얼굴의 행인

예전에는 드물었지. 요즘엔 좀 많아졌어.

린 칭옌

그럴 법도 하겠네요. 마을 입구가 원체 눈에 띄지 않는 데다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으니……

린 칭옌

저기 실례지만, 혹시 천사부로 가는 길을 아십니까?

웃는 얼굴의 행인

천사부라, 천사부라, 음……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네.

린 칭옌

그럼 마을을 나가는 길은 어느 쪽인가요? 들어올 때 딱히 기억해 두지 않아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겠네요.

웃는 얼굴의 행인

나가는 길이라, 나가는 길이라, 흠…… 나도 나가 본 적이 없네. 그래서 몰라.

린 칭옌

모르신다고요?

웃는 얼굴의 행인

서두르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전병이라도 먹으면서 천천히 둘러보게.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법이라, 서두를 필요 없어.

린 칭옌

어르신은 이 마을에 사시나요?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웃는 얼굴의 행인

나, 나…… 그렇지. 첫 번째 불길이 내 뱃속에서 타오를 때부터 줄곧 여기 있었지.

린 칭옌

뱃속에서 불이 타올라요……?

린 칭옌

크흠…… 고맙습니다. 저는 다시 길이나 찾아볼게요.

웃는 얼굴의 행인

아가씨, 아가씨…… 따끈따끈한 전병이야, 하나 먹어봐.

린 칭옌

괜찮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요…… 그런데 따끈따끈한 전병이라면, 설마 품에서 꺼냈다는 말인가요?

웃는 얼굴의 행인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야.

린 칭옌

……앗 뜨거! 아니, 이렇게 뜨거운 걸 줄곧 품속에 넣어둔 거예요?!

웃는 얼굴의 행인

서두를 필요 없어. 아가씨의 때는 스스로 좀 더 찾아보면 돼.

린 칭옌

잠깐만요!

???

팔천구백구십일, 팔천구백구십이, 팔천……

???

앗.

린 칭옌

미안해요! 괜찮아요?

고개를 숙이고 길을 가던 소녀가 린 칭옌과 부딪혀 쓰러졌고, 소녀가 품에 안고 있던 물건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린 칭옌은 서둘러 그녀의 상태를 살폈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전병을 주었던 그 노인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

우산, 내 우산…… 선생님께서 우산을 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린 칭옌

자, 여기 편지봉투도 있어요. 소매에서 떨어졌어요.

소녀는 다급히 우산을 받아 펴고는, 편지봉투를 한 손으로 힘겹게 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린 칭옌은 고개를 들어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린 칭옌

아가씨, 우선 일어나세요. 제가 부축해 줄 테니.

린 칭옌

(이 아가씨, 엄청 가볍네……)

우산을 든 소녀

제가 방금 몇까지 셌었죠?

린 칭옌

음, 팔천구백구십삼?

우산을 든 소녀

팔천구백구십사, 팔천구백구십오……

린 칭옌

아가씨, 괜찮아요?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우산을 든 소녀

집이요? 안 돼요, 전 돌아갈 수 없어요. 그와 두부 가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우산을 든 소녀

앗…… 이런,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중요한 일이니 죽어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우산을 든 소녀

혹시 제가 그를 만나러 두부 가게로 가야 한다는 비밀을 들으셨나요?

린 칭옌

……그건 당신의 사적인 일이니,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우산을 든 소녀

다행이네요, 저는 죽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디까지 셌죠?

린 칭옌

……팔천구백구십육? 대체 뭘 세고 있는 건가요?

우산을 든 소녀

그를 만나러 갈 시간이요. 제가 구천까지 세면…… 아, 또 말해버렸다. 이러다 정말 죽게 생겼네!

린 칭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염국 말에서 '죽어도 안 된다'는 건 보통 과장된 표현에 불과해요.

린 칭옌

설마 아가씨, 정말로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건……

우산을 든 소녀

팔천구백구십칠, 팔천구백구십팔……

린 칭옌

음……

우산을 든 소녀

팔천구백구십구, 구천! 시간이 됐어요, 이제 전 만나러 갈 거예요……

린 칭옌

이 마을 사람들, 뭔가 이상한데……

린 칭옌

……음? 이 편지는…… 방금 소녀의 편지봉투에서 떨어진 건가?

린 칭옌

“기밀문서, 타인에게 발설 금지”?

린 칭옌

아가씨, 잠깐만요!


우산을 든 소녀

호군, 호군…… 제가 만나러 왔어요!

???

쉿, 조용히 해. 이쪽으로.

우산을 든 소녀

호군, 어째서 구천까지 센 후에야 찾아오라고 한 건가요? 숫자를 세느라 입술이 터질 뻔했다고요.

호군

그야 네가 그런 방식으로밖에 시간을 셀 수 없으니까 그랬지, 나도 다른 방법이 없었어.

호군

혹시 찾아올 때 너를 본 사람이 있어?

우산을 든 소녀

본 사람은 많았지만, 제가 당신을 보러 왔다는 건 몰라요!

호군

물건은?

우산을 든 소녀

선생님의 서랍 두 번째 칸, 위에 “기밀문서, 타인에게 발설 금지”라고 쓰여 있었죠?

호군

됐으니까, 얼른 줘 봐.

우산을 든 소녀

아, 예……

우산을 든 소녀

어머, 내 편지…… 편지가 없어요. 오는 길에 잃어버렸나 봐요!

우산을 든 소녀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편지 내용을 봤거든요. 편지에는 “미시 삼각, 오래된 찻집에서 거래”라고 쓰여 있었어요.

호군

편지를 훔쳐본 것도 모자라, 그걸 잃어버리기까지 하다니.

우산을 든 소녀

호군, 왜 그래요. 눈썹을 찌푸리니까 정말 무서워 보여요. 그런 얼굴은 싫어요.

호군

제대로 본 거 맞지? 편지에 쓰인 시간이 미시 삼각이라고?

우산을 든 소녀

틀림없어요! 전 시간을 볼 줄은 모르지만, 기억력은 좋으니까요.

호군

……

우산을 든 소녀

호군, 왜 또 말이 없나요? 제가 또 구천까지 세야만 저를 상대해 줄 건가요? 좋아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호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우산을 든 소녀

호군, 호군…… 당신의 이런 모습, 정말 싫어요. 얼굴이 너무 무서운걸요.

호군

소서, 난 너를 믿어. 만약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너를 데리고 함께 떠나려고 했어. 우린 함께 떠날 수 있었어.

호군

하지만 너는 아직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데다, 비밀을 지키지도 못해. 그래서 너를……

호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우산을 든 소녀

당신의 눈이 젖은 걸 보았어요. 지금은 아주 슬픈 거죠, 그렇죠?

우산을 든 소녀

선생님께선 물건이 젖었을 때 닦아줄 순 없어도, 불어서 말릴 수는 있다고 하셨었거든요. 이제 당신의 눈이 조금은 말랐을까요?

호군

……

우산을 든 소녀

아, 손을 너무 꽉 잡고 있잖아요. 손이 구겨져 버리겠어요.

호군

잘 가, 소서.


린 칭옌

분명 이쪽으로 갔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라진 거지?

린 칭옌

두부 가게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으니까, 아마 이쯤이면…… 아, 보인다.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린 칭옌의 눈에 소녀가 썼던 우산이 들어왔다.

소녀가 떨어뜨린 편지를 돌려주기 위해 린 칭옌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바닥엔 우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소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호군

어서 오세요, 편한 곳에 앉으세요.

린 칭옌

밖에서 봤을 땐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던데요?

호군

차를 마시는 손님이 계시는 한, 영업이 끝났다고 할 순 없지요.

호군

우선 차 한 잔 드릴까요?

린 칭옌

부탁드려요.

린 칭옌

……

녹차의 향이 풍겨왔다. 하지만, 린 칭옌은 손을 뻗다가 동작을 멈췄다.

린 칭옌

당신은 이 찻집의 점원인가요? 그럼 혹시 몇 가지 좀 물어봐도 될까요?

호군

여쭤보신다면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린 칭옌

이 찻집이 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있는데,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있는 거죠?

호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차를 마시고 싶어 하는 분이 항상 계시는 건 아니니까요.

린 칭옌

그렇다면, 이곳에 오는 손님이라고 꼭 차를 마시는 건 아닌가 봐요?

호군

종종 비를 피하거나 잠깐 쉬려고 들어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호군

차를 마시든 안 마시든 상관은 없습니다만, 차를 마시지도 않으면서 소란을 피우는 건 절대 안 되지요.

린 칭옌

그렇긴 한데…… 도리어 궁금해지네요. 혹시 오늘 영업 중에도 소란을 피운 손님이 있었나요?

호군

……

호군

오늘 오신 손님들은 모두 차를 마시고 갔습니다.

린 칭옌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더……

린 칭옌

사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당신의 옷 앞섶에 방금 묻은 것 같은 물감이 있거든요.

린 칭옌

당신은 찻집의 점원이지, 화방의 선생도 아닌데 어떻게 옷에 물감이 묻을 수 있나요?

린 칭옌

게다가, 그 물감의 색은 아까 한 우산에서 봤던 물감의 색과 일치합니다.

호군

……

린 칭옌

굉장히 초조해 보이네요. 어째서죠?

린 칭옌

지금쯤이면…… 미시 삼각의 거래는 이미 끝났겠죠?

호군

……!

호군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눈앞의 탁자를 뒤집었다. 뒤집힌 탁자는 린 칭옌의 시야를 가렸고, 호군은 그 틈을 타 2층으로 도망쳤다.

린 칭옌

거기 서!!

나지막한 외침

사, 사람 살려……

린 칭옌

……!


호군

너인가.

냉혹한 검객

비급을 들고 있군…… 역시 나를 속인 건가……

냉혹한 검객

비급을 넘겨.

호군

……

냉혹한 검객

그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다.


운청평

고맙습니다, 린소경…… 설마 여기서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린 칭옌

저를 어떻게…… 잠깐, 혹시 당신이…… 운청평인가요?

운청평

당신의 존함은 좌공자를 통해 익히 들었습니다.

린 칭옌

좌락은 당신이 실종됐다고 하던데요?

운청평

실종이요? 설마, 좌공자께서 제가 남긴 편지를 못 보셨다는 겁니까? 이런, 아무래도 제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군요……

린 칭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 어떻게 된 일이죠?

운청평

이 세 분은 아무래도 보물을 두고 다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린 칭옌

셋? 세 명이라뇨?

린 칭옌이 옆을 바라봤을 땐, 꽁꽁 묶여있는 강도 두 명과 끊어진 밧줄밖에 없었다.

운청평

이거 참 기이하군요……

린 칭옌

젠장……!


린 칭옌이 황급히 찻집 밖으로 나갔지만, 이미 많은 주민들이 소동을 듣고 몰려와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고, 창문 너머로 그 사람이 2층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원래는 부상자나 시체를 보게 될 줄 알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산산이 부서진 찻주전자 파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