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6식욕 부진
궁지에 몰린 스카디는 도망갈 생각뿐이었고, 아니타는 그녀를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게 된다. 한편, 해안의 다른 쪽에서 재판관들은 식량 구걸 의식의 실체를 알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스카디
끝이 없다…… 안개가 자욱해……
빛을 발하는 안개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피어올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감쌌다.
안개가 시각, 청각, 후각, 촉각까지 감싼 그 순간, 그녀는 외부 세계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앞에 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앞은 전체가 바다였다.
너무나 거대하고 형태가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향해,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일격을 가했다.
그 순간, 그녀가 느낀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차갑고 뜨거운 액체가 그녀를 삼켰다. 그것은 해류, 바다의 피였다.
마지막 춤은 이미 끝이 났다. 바닷물이 고요해지자, 그녀는 더 이상 동료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구해냈다…… 아니, 사실 그녀는 무엇을 구해낸 것인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이겨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힘껏 두 다리와 두 팔을 저어댔지만, 바닷물은 그녀의 의지를 배반이라도 하듯 더 차갑고 거세게 변했다. 그리곤 굳은 쇳덩이처럼 사방팔방에서 그녀의 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몸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바다에 맡겼다.
그녀는 바닷속으로 떨어졌고, 칠흑 같은 그림자가 그녀를 휘감았다.
무수히 많은 소리가 실체를 드러내며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중에는 울부짖는 소리도 있었고, 비명 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속삭이는 소리도 있었다.
바다가 그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깊은 바다는 차갑고 빛이 없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그녀의 두 눈도 마찬가지였다. 위로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가라앉았다가 또 쉬지 않고 위로 올라가곤 했다.
깊은 바다보다 더 깊은 곳에서 따뜻한 바닷물이 그녀를 받쳐 올리는 모습은, 마치 수많은 혈족의 팔뚝과도 같았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바닷물이 그녀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었고, 그녀는 완전히 용해된 뒤 다시 결합하였다.
그녀는 노랫소리를 되찾았다.
흐응~ 흥……♪
윽……
가수님, 깨어나셨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누가 노랠 부르는 거야?
이, 이게 노랜가요? 전 노랠 부를 줄 몰라요. 당신이 잠들었을 때, 계속 이렇게 흥얼거리시더라고요.
내가……
아야! 가수님…… 너무 세게 잡진 말아 주세요……
너……
소녀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했다. 마치 바닷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바닷속에 있는 건 그녀였다.
그 꿈은 그녀의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음표가 요동치더니 그녀 가족들의 울부짖음으로 왜곡되어 나타났다.
엄마……
가족들이 스카디의 눈앞에서 죽었다. 그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괴물……
괴물이야.
괴물!
그녀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 주위 사람 모두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꽉 쥐어야 했다.
아!
콜록콜록…… 가수님, 당신 가방이…… 제 가슴을 눌러서 너무 아파요……
그녀는 사람을 갉아먹고 있던 괴물의 몸을 한칼에 찔렀다.
괴물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녀는 늘 거울 속에서 보던 얼굴을 보았다.
내가……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며 몇 차례 흔들리는 바람에 안의 물건들이 쨍그랑 소리를 냈지만, 밖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소, 손을 놓았네요? 방금 깜짝 놀랐어요……
가수님이 절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어요.
……
난 널 죽일 수 있어.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하지만 절 죽일 생각 없잖아요.
알고 있었어?
알아요.
하지만, 난 모르겠어.
네?
또, 또? 갑자기 뛰쳐나가다니…… 가수님, 어디 가시는 거예요!
……장관님, 곧 밀물 때가 돼요.
바다 빛이…… 저곳의 색이 변했습니다.
물속에 뭐가 있는 걸까요…… 조, 조개껍데기와 '핀'류일까요? 왜 갑자기 바닷물에 이런 것들이 나타난 거죠? 게다가 해안으로 계속 다가오고 있는데요?
존재해서는 안 될 해류를 따라 더 깊은 곳에서 흘러왔지.
네?!
전 또…… 저들이 바다에 가면 먹을 것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한 게 터무니없는 미신인 줄 알았어요. 전 저들이 절망 속에서 누군가에게 매혹되어 망언을 일삼는 줄 알았거든요……
저, 저들이 정말 바다와 거래를 한 걸까요? 자신을 미끼로 바다의 괴물을 사육하고, 그 괴물로 자신들을 사육하는 걸까요?
이 끔찍하고 기형적인 공생관계라니…… 여기에 시테러가 이렇게 많은 이유가 있었네요!
그런데 어제는…… 어젠 제가 그들을 막았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시정 행위가 다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넌 그걸 배워야 해.
제가……
제가 잘못한 건가요, 장관님? 전 단지 저들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잘못된 걸 바른길로 되돌리던가……
하지만…… 저들에겐 무엇이 바른길이죠?
살비엔토…… 이 땅과 해안은 이제 어떤 음식도 키울 수 없어요.
결말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정해져 있어, 발버둥을 쳐봤자 모두 헛수고였어요. 이동도시, 문명과 이곳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어요.
저들이 제게 물었어요. 만약…… 더는 갈 길이 없어진다면 잘잘못을 어떻게 가릴 수 있냐고요?
……혹은 잘못을 저지르는 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장관님……! 그 말씀은 제가……
넌 의심하고 있군.
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전 그저……
저들이 지금은…… 저렇게 변해버렸지만, 저들도 한때는 이베리아 주민이었어요. 전 저들을 보호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의 사람들을…… 그리고 이 나라를 바꿀 수 있길 바랍니다.
넌 의심해야 돼.
네?
판결을 내리려면 네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니 말이다!
네, 장관님……
저 바다를 봐봐. 넌 무엇이 보이느냐?
위…… 위협이 보입니다!
답안을 외우진 말고.
네, 장관님!
바닷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요.
네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거라.
변화는 이미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또 일어날 것이다. 만약 확실하게 볼 수 없다면, 너는 망설일 것이다.
장관님, 발아래에?!
무엇인 것 같나?
시테러 한 마리…… 어젯밤 거리를 공격했다 살아남은?! 아, 아닌 것 같아요…… 바닷가를 배회하는…… 아주 먼 길을 기어 온…… 것도 같지 않아요……
음…… 윽, 제가 알아야 하는데……
정화해야 할 악이다.
……알겠습니다. 전 똑똑히 봤습니다…… 거래의 전모를요.
바닷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이렇게 되는 거였군요…… 이곳은 단순히 괴물의 소굴이 아니라 침대이기도 하네요.
윽……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괴물로 변하겠네요!
……
(칼집을 꽉 쥔다)
장관님, 도시에 다시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스카디가 해변에 앉아 있다.
바람에 바닷물이 출렁이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그녀의 치맛자락에는 끝내 닿지 않았다.
헉…… 헉헉…… 가, 가수님…… 너무 빨라요……
그렇게 빠른 것 같진 않은데.
네?
또 쫓아왔군.
하…… 하하…… 가수님, 여긴 저희 집이에요…… 이곳은 제가 가수님보다 더 익숙해요.
난 가봐야 해.
가다뇨?
여길 떠나야 해.
흠, 당신은 동료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시나요?
……어쨌든, 너희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해.
네? 왜요?
그 재판관이 한 가지 맞는 말을 했어.
재판관님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너희들에게 난 너무 위험해.
어젯밤 일 때문에요? 우릴 구해 주셨잖아요. 가수님, 우린 모두 당신께 감사하고 있어요.
너희들을 살려줬다고? 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만약 그 시테러 중 한 마리라도 내 손에서 도망쳤더라면, 그것들이 가는 길에 널 갈아버렸을지도 몰라.
넌 그것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거야.
그것들은 내가 끌고 온 것이니, 넌 결국 나 때문에 죽게 되는 거지.
아니요, 그게 아니에요……
왜 아니란 거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그들은 나 때문에 죽었어. 그들은 날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원망하고 있어.
그건…… 그들이 잘못된 거예요!
가수님이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난 정말 고의가 아니었을까?
난 모르겠어.
윽……
그날 이후로는…… 나도 모르겠어.
그녀는 또 자신이 꾼 꿈을 떠올렸다.
그런 꿈을, 그녀는 마지막 전투가 끝난 후에도 수없이 꾸었다.
어비설 헌터스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들은 계속하여 나아간다.
하지만 스카디는 그곳에 갇혀 있다.
스카디도 자신이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난, 그것을 죽이면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
가장 큰 그 괴물을 죽이면 말이다.
모두가 평안해지고, 더 이상 우는 사람도, 비명 지르는 사람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을 죽이기만 하면 말이다.
그녀는 그것을 죽였다……
더 큰 문제가 그녀를 뒤덮었다.
어비설 헌터스는 절대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녀들은 행동부터 한다.
하지만 스카디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스카디도 자신이 왜 그런지는 몰랐다.
가수님…… 안색이 안 좋아요.
얼마 전에 부상을 당한 데다 그렇게 많은 체력을 소모했으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거죠?
저랑 같이 돌아가 푹 쉬어요. 잠을 좀 더 자면 괜찮아질 거예요.
……
넌 왜 날 무서워하지 않지?
네?
네 할머니는 날 괴물이라고 부르고, 네 동료가 날 보는 눈빛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어.
어딜 가든…… 모두 그런 눈빛이었어. 그런 눈빛에는 이미 익숙해졌지.
넌? 네 눈엔 내가 뭐로 보이니?
당신…… 당신은 가수잖아요.
가수라. 내가 말하는 걸 넌 다 믿는군. 그 재판관은 믿지 않았는데. 지금 내가 괴물이라고 말해도 넌 믿을 거야?
……믿지 않아요.
……
넌 도대체 왜 계속 날 따라다니는 거지?
네?
내가 줄 수 있는 건 네게 다 줄 수 있어. 그런데도 넌 싫다고 하고.
그렇다고 날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주, 죽여요? 아니요, 가수님.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내가 일을 해 주면 상대는 보수를 줘. 혹은 그 반대로 말이야. 육지 사람들은 다 그래.
거래는 곧 약속이야. 약속이 있어야 믿음이 있어.
약속이요?
넌 약속이 뭔지 모르는군.
(고개를 젓는다)
잘 들어. 네가 날 도와주면, 내가 너한테 네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 그게 바로 약속이야.
……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거짓말.
헌터…… 내 코는 눈만큼이나 예민해.
윽……
네가 말했지. 여긴 네 집이라서, 네가 금방 이곳을 찾을 수 있었다고. 너도 거짓말을 하고 있어.
네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난 널 믿지 않을 거야.
안 돼요. 가수님, 가지 마세요!
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단지…… 모르겠어요.
가수님, 당신은 우리에게…… 저에게는 하나의 수수께끼 같아요. 당신은 밖에서 온 사람이고, 전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어떻게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예측했는지 알고 싶으시군요. 진실을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전…… 죄송해요.
여긴…… 변경 지역이에요. 시내에서 가장 멀어요.
전 당신이 우릴 피하고 있단 걸 알았어요. 그래서 떠난다면, 당신도 이곳에 왔을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도?
저도 이곳에 몰래 자주 오거든요. 물론 철판이랑 그 친구들에겐 비밀로 하고요. 그 녀석들은 제가 이렇게 멀리까지 다니는 걸 알면 싫어할 거예요.
저기 좀 보세요. 정말 높죠. 전 가끔씩 저길 올라가요.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서 더 멀리 볼 수 있거든요.
넌 바깥세상이 궁금한 거로군.
모르겠어요. 전…… 가끔 바깥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요. 이건 매우 무의미한 일이란 걸, 저도 알아요. 모두들 그렇게 말해요, 그래서 전 혼자 몰래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전 물건을 주우러 제일 멀리 나갈 때, 여기까지 걸어와요. 더 바깥으로 가면…… 바깥에는 별로 쓸모 있는 게 없겠죠.
궁금하면, 더 멀리 가보면 알 수 있어.
예전에는 제가 서쪽 끝으로 가려고 하면 철판이 절 위협했어요. 바깥에는 모두 괴물뿐이라 우린 나가는 즉시 죽을 거라면서요.
가수님은 밖에서 오셨죠. 제가 가수님을 따라다니는 건, 사실 제가 궁금한 게 엄청 엄청 많기 때문이에요…… 전 알고 싶어요. 철판이 말한 게 사실인가요?
그럴지도.
바깥에 나가면, 넌 죽게 될 거야.
후우…… 진짜였군요.
그다지 실망한 것 같지 않은데.
가수님. 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어요.
괴물이 있든 없든…… 전 그다지 무섭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
재판관님 말씀으론, 제가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괴물이 제게 뭘 할지 모르기 때문이래요.
그분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허튼소리야.
콜록콜록……
나도 안 무서워.
하하…… 그거야, 가수님 앞에서는 괴물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단 걸 가수님은 잘 아니까 그런 거죠.
전 달라요. 어젯밤에야 처음으로 괴물을 똑똑히 봤어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제 심장이 그렇게 격렬하게 뛰는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깨어났을 때 전, 놀랍게도 생전 처음으로, 날씨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파도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죠.
이런 하루는, 날이 밝으면 금방 해가 졌던 지난날들과는 달랐어요. 그건,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었겠죠.
너무 흥분했는데.
이게 너무 흥분한 건가요?
두려움과 흥분은 별반 차이가 없어. 모두 심장이 빠르게 뛰고 피가 뜨거워지게 하지.
병에 걸린 걸까요?
그건 병이 아니야.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
살아 있는 느낌이 이렇게 좋은 거였군요. 바깥 세상에선, 매일 이렇게 사는 건가요?
어쨌든 여기보단 낫겠지.
……저 정말 밖에 나가도 될까요?
제 상자…… 제 상자가 다 차면……
저…… 식량을 많이 모아야겠어요. 먼저 페트라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셔야 하거든요.
전…… 으앗!
소녀는 흥분한 나머지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그녀가 바다에 빠지려고 하던 찰나, 손 하나가 그녀를 잡아줬다.
그렇게 조심하지 않다간 괴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어.
가수님…… 절 또 구해 주셨네요.
……네가 이렇게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하하…… 죄, 죄송해요……
어? 뭐지?
제 다리를…… 뭔가가 제 다릴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미, 미끈거리고…… 너무 무거워요!
……또 왔네. 여기저기에 성가신 것들 투성이야.
으으…… 가수님, 저, 저 가수님을 놓칠 것 같아요……
눈을 감아.
네?
그리고 손을 놓아.
……그래도 돼요?
날 믿을지 말지는 너한테 달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