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5버려진 사람
스카디가 수많은 괴물들을 처치하고 기력이 다했을 때, 젊은 재판관이 또다시 나타나게 된다. 그때 스카디를 데려가려 했던 재판관을 막아선 건, 바로 그곳의 현지 주민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스카디
거리는 조용해졌다.
묵직한 가방이 다시 닫히고, 떠돌이 가수의 등으로 돌아왔다.
스카디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 걸음, 두 걸음. 바닥에 쌓인 잔해와 굳어버린 체액이 그녀의 발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풍화되었다.
세 걸음. 바닷바람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날리고,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작은 결정체가 바람을 따라 흩날리다 흩어졌다.
너, 너도 다 봤지? 방금?
봤어요.
저런 일을, 어떻게 해낸 거지?
저분은 가순데요, 가수……
재판관님, 저분이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겁니다.
가수…… 아직도 저 여자를 가수라고 부르는 거야?
아니면 뭐라고 부르죠? 당신은 재판관님이시잖아요. 알려주세요.
……
나가봐야겠어.
앗, 잠깐만요!
뭐 하는 거야? 네까짓 게 날 잡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거야? 난 재판관이야!
이, 이 미끈미끈한 것은……
후우…… 겨, 겨우 맞혔네요! 하마터면, 재판관님 위험하실 뻔했어요.
아까 재판관님이 의자를 부순 덕분에, 무기로 삼아 해치울 수 있었어요. 아니었으면 저것들이 재판관님 머리 위까지 올라갔을 거예요!
너, 너 말이야! 여기 사람들은 정말 너무 이상해!
넌 이것들을 보고도 두렵지도 않아?
조금 두렵긴 해요. 하지만 괜찮아요. 재판관님보단 무섭진 않으니까요.
……네가 감히, 날 괴물들과 비교해?!
됐어. 굳이 따지진 않을게. 너도 본 적이 없으니 이것들이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를 텐데, 어떻게 두려움을 느끼겠어?
잠깐, 밖에 또 다른 주민이 나온 것 같은데. 저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저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문제가……
문제가 뭔지 똑똑히 봐야겠어.
문제란, 눈앞의 가장 비정상적인 '그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재판관은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봤다가, 또 바깥 거리에 홀로 서 있는 에기르를 바라봤다.
마지막에 그녀의 시선은 거리에 나선 다른 주민들에게 쏠렸다.
……
모래.
……소금, 짜다.
아까 그건, 먹을 수 있는데. 없어졌다. 아쉬워.
아쉬워.
소금도 먹을 수 있어.
먹을 수 있어.
많이, 더 많이…… 으윽, 우웩.
더러워졌다.
삼켜 버려. 더 많이……
멈춰!
……
난 아직 네게 물어볼 게 남았어. 똑바로 말해…… 널 찾으러 왔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난 피를 흘렸어.
알아, 네가 장관님께 패해서 상처를 입고 도망갔으니까. 그런데 그게…… 괴물들이 갑자기 나타난 거랑 무슨 상관이지?
저 녀석들이 내 피 냄새를 맡았던 거야.
저것들이…… 너를 죽이러 온 거였어? 앞다투어 네게 달려드는 걸 보긴 했는데……
어쩌면.
어쩌면?
녀석들은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어.
너, 너 말이야! 네 그 말투, 엄청 얄미운 거 알아?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것들…… 그러니까, 그 괴물들이…… 사라졌다고.
응.
나타난 적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졌어.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못했더라면 아마 꿈인 줄 알았을 거야.
그 괴물은…… '시테러'야. 나도 전에 많이 봤어. 생김새는 다르지만 역겨운 냄새는 똑같아.
하지만 그때는 해변이었고, 이 정도로 많지도 않았어. 다 바다에 사는 거 아니었나?
사람들이 바닷가에 가야만 출몰하는 거 아니었냐고. 낮에 네가 겪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거리에 넘쳐흐를 정도로 멀리까지 기어 올라왔잖아.
그것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아. 형태를 바꿔서 확산되고 침투하는 거지.
강철로 만들어진 도시, 고원 위의 마을, 황사가 뒤덮인 황야까지도…… 내가 가는 곳은 그것들도 갈 수 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대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바닷물이 닿지 않는 것은 아니야. 그것들은 살아 있고 유동적이야. 그것들이 가져오는 재해도 마찬가지고.
어떤 곳의 바다는 매우 위험하단 걸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베리아 밖의 육지도…… 위협을 받을 줄이야.
위협은 어디에든 존재해.
그래도 이번에 온 것들은 내가 불러온 것들이야. 내 곁에 있으면, 너도 피해받게 될 거야.
너…… 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말했을 텐데.
떠돌이 가수라고 하지 마! 다 봤으니까.
너, 그것들이랑 싸우는 게 꽤 익숙하더라.
그것들을 죽일 때 쓰는 기술이 나와 장관님과 싸울 때보다 더 능숙하던데.
인간은 손맛이 별로거든.
콜록, 콜록, 그런 괴상한 말은 하지 마…… 설령 네가 진짜 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넌 예전에…… 헌터였지? 네 눈빛에 그런 느낌이 있어.
편할 대로 생각해.
네가 사냥하는 상대가…… 시테러인 거야?
그것들은 모두 제거되어야만 해.
하아…… 이 얄미운 말투는 여전하네. 왠지 모르겠지만, 허풍 같지는 않단 말이지.
가수, 헌터…… 뭐가 됐든……
아까의 상황으로 봤을 때 너는 나를 구해줬어. 이 거리도, 심지어 이 도시를 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너는 아마도 적군의 적이겠지. 그래도 난 너를 친구로 볼 순 없어.
어쨌든, 난 나의 역할 때문에라도 널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해.
……
나한테 여기 온 의도를 물어봤었지?
난 답을 찾고 싶어서 여기에 왔어. 그 답은 오직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찾는 사람하고만 관련이 있어.
좀 전엔 그런 얘기 안 해줬잖아.
……너도 내게 말할 기회를 별로 주진 않았잖아.
……
지금 말했다고 해도, 내 판결은 변하지 않아.
넌 이 도시에 속하지 않아. 그런 네가 여기에 나타난 것 자체가 잘못이야.
게다가…… 네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너도 시인했고.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야.
하지만, 에기르, 넌 아주 위험해. 넌 이 도시에서 위험한 존재야. 이 도시 역시 네겐 위험한 곳이고.
응?
저 사람들 봐. 저들은 지금…… 시테러가 남긴 시체 찌꺼기를 먹고 있어. 저들은 그 괴물들을 두려워하지 않아…… 아니, 저들은 심지어 무엇이 괴물인지조차 몰라.
그냥 배고픔을 느끼면 음식을 집어넣는 거야. 괴물들도 마찬가지고. 인간만이…… 인간만이 두려움을 느끼지.
저들이…… 아직 인간이긴 할까?
난 저들이 애써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아.
살고 싶은 건 인간이든 괴물이든 다 똑같은 거지.
산다는 것……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관님께서 왜 내게 직접 보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어.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기 주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저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야……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정상적인 일이지.
저들은 너만큼이나 위험해. 그리고 위험은 반드시 통제되어야 하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이제 더더욱 너를 가만둘 수 없겠어.
……말했잖아. 난 아직 할 일이 있고,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고.
그럼 다시 한번 싸우는 수밖에 없겠네.
에기르, 네가 다쳤다는 것 알아. 이 많은 시테러를 해치우느라 힘들었겠지.
그렇다고 사정을 봐주진 않을 거야.
어? 이게 뭐지? 조개껍데기?
네가 던진 건 아니겠지, 에기르…… 넌 내게 조개껍데기를 던질 정도는 아닐 테니깐.
엎드려 구토하고 있는 이 현지인들인가? 아니, 그럴 리 없어. 저들은 뱃속에 들어간 것이 무엇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내게 손을 썼을 리 없어.
여…… 옆에 있는 창문에서?
……
누구냐?!
누가 이런 짓을? 어서 나와!
휴우……
너? 네가 조개껍데기를 던진 거였어? 넌 아직도 이 에기르를 보호하기 위해 날 막을 셈이야?
윽, 네, 저예요!
아니타, 함부로 말하지 마라.
페트라 할머니?! 하, 할머니 나오시지 마세……
내가 던졌소, 재판관 나리.
날 나리라고 부른 건가?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오.
……이곳에도 정상적인 사람이 있었다니?
노부인, 시력이 안 좋은가 본데, 물러나 있어. 당장 해결해야 할 위험한 일들이 있으니.
이보시오, 재판관 나리. 난 시력이 아주 좋다오. 날이 어두워져도 맞힐 수 있지, 당신이 피하는 걸 잊어주기만 한다면야.
작은 조개껍데기, 아름다운 물보라♪
하나씩 하나씩, 한 송이 또 한 송이씩…… 한 송이 또 한 송이씩……
당신이라고 인정했으니, 그럼……
재판관…… 나리! 페트라 할머니께선 아프세요…… 그러니 책망하지 말아 주세요.
아프다고? 어쩐지. 그래 보이는구나.
오, 아니타, 또 허튼 소릴 하는구나. 내가 어디가 아프다는 게야?
페트라 할머니, 그만 하세요, 제발요.
아프다니…… 내가 아프다니!
병에 걸린 건 분명히 이 살비엔토야! 그래…… 여기,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야! 그리고 당신, 높은 자리에 있는, 재판관 나리…… 당신도 병이 심한 게 분명하오!
너, 이 노부인 모시고 집에 돌아가.
난 아직 처리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남았으니까.
무슨 중요한 일? 어떤 일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오?
……재판관으로서 목숨 걸고 지켜낼 만한 것은 많지. 이를테면, 율법이 말하는 옳은 일, 그리고 우리의 이 나라도 그렇고.
목숨을 걸고 지켜내다니…… 누구의 목숨을?
나의…… 그만하지. 이런 이야길 해서 어쩌겠어? 당신은 늙고 병들어 이성을 잃었어. 노부인, 더 중요한 일을 위해 길을 양보해 준다면, 난 당신의 광기를 용서해 줄 수 있어.
재판관 나리, 무슨 말씀이오? 옳은 일, 나라? 난 다 못 알아듣겠수다.
내 하나 여쭤보지. 당신이 보호하려는 그것에, 우리가 포함되었던 적이 있었소?
뭐라고……?!
당신들, 전에 사람 몇 명 데려갔었지. 그때 당신들은 그 사람들이 식량을 뺏겠다고 상해죄를 저질렀다고 했고. 그 사람들은 그저 목숨을 부지하려 한 것인데 말이오.
그땐 내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죄를 지었으니 그렇게 처리하는 건 당연해.
그들은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데려가면 삶이 더 나아지나?
혼란을 주는 요인을 제때 제거하면 자연히 질서정연해지겠지.
하지만 식량은 점점 줄어들고…. 나이 든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고, 이젠 젊은이들조차 견디지 못하고 있소.
당신이 말끝마다 하는 질서란 게…… 실은 우리더러 그냥 조용히 죽으라는 거 아뇨? 그래야만 잡음이 안 생기니까, 고귀한 나리님들은 그래야만 푹신한 침대 위에서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
당신들뿐 아니라, 온 이베리아가 고통받고 있어.
자원을 빼앗기 위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죄인은 제지해야겠지? 만일 우리 앞에 십 인분의 식량이 있다면 열 명의 이베리아 주민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겠지.
자기 몫이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으면 싸움이 끊이지 않기 마련. 결국에는 이 열 명 중 한 명만 살아남게 되고 말겠지.
그래서 이런 혼란 속에서, 재판소가 옳고 그름의 경계를 나누고,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이끄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날 테니까.
당신이 말한 이런 것들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 아뇨.
우리한텐 더 남은 길이 없소. 나리, 당신이 말씀하신 길은 어디에 있는 게요? 우리에게 정말 길이 필요했을 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냐고.
난…… 당신들을 돕고 싶었어. 재판관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 내가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당신들을 돕고 싶어서였으니까. 난 이것이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
우릴…… 돕는다고?
이 늙은이도 희망을 품었었소. 꿈도 꿨었고, 갈망도 했었지. 꿈에서마저도 누군가 우릴 구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소. 수많은 밤 동안 목이 쉬어라 외치면서.
그런데 당신들은 오지 않았지.
혹시, 누군가가 꼭 잘못을 저질러야만 오는 게요?
이 늙은이는 놀랍게도 지금까지 구차하게 살아남았소만, 비참한 것도 이렇게 비참한 게 또 없더구먼. 삶이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소.
자, 보쇼. 이 늙은이가 지금 재판관 나리를 공격했지 않소.
그러니 어서 이 몸을 데려가시구려! 데려가서 이 얼마 안 남은 목숨 좀 끊어주쇼!
어서, 어서! 난 더는 못 기다릴라니까…… 이미 그렇게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 콜록, 콜록콜록……
난……
난 반격하고 싶지 않아. 당신의 분노는…… 아주 정상이니까. 내 검은……
노부인, 내게 강요하지 마.
콜록콜록……
페트라 할머니!
아…… 아니타구나. 너도 광장에 갔었던 게냐?
날이 저물었는데도 왜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지?
가수, 가수라면서? 왜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게야? 하프는 또 어따 팔아먹었어? 난 춤을 추고 싶구나. 반주 좀 쳐주렴.
……
이보쇼, 재판관 나리. 당신은 떠돌이 가수보다도 쓸모가 없구려. 가수는 우리한테 노래라도 해줄 수 있지…… 게다가 용감하게 우리 앞에 서주기도 할 테고.
난 괴물도 두렵지 않고, 죽음도 무섭지 않소. 오히려 이렇게 사는 게 더 무섭지. 이런 내가 미친 것 같으냐, 아니타?
페트라 할머니, 괜찮아요. 할머니가 떨고 계시는 건 추워서일 뿐이에요. 우리 안으로 들어갈까요? 돌아가서 좀 누우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그…… 그래. 가자, 돌아가자꾸나. 어차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뭐.
당신들……!
생각이 바뀌었소? 그렇다면 날 데려가든가, 아니면 그냥 죽이시오…… 그러면 적어도 사람답게 죽을 순 있으니까.
내가 아직 살아있을 때 말이오. 재판관 나리, 며칠 남지 않았소.
가자, 가…… 가수도 우리랑 같이 가지. 노래가 듣고 싶구먼.
……
내가…… 잠시, 당신들을 놓아주지.
하지만 난 돌아올 거야!
그리고 너, 에기르. 난 이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낼 거야. 그러니 내 시야에서 벗어날 생각하지 마!
후…… 후우, 정말 위험했어요.
가수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창백해지셨어요.
괜찮아.
무리하지 마세요. 재판관님은 정말 가셨어요.
난 그녀가 두렵지 않아.
알아요. 당신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뭘 무서워하겠어요?
그녀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날 떠나게 하는 건 너희에겐 좋은 일이야.
좋은 일이요? 여기에는 아마 좋은 일이 없을 거예요.
저래 봬도 페트라 할머니께선 재판관을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할머니께서 미워하는 건 다른 것이죠, 전 알아요.
춤을 추자꾸나, 하하, 난 노랫소리가 좋단다……
돌지 마세요, 할머니. 피곤하시잖아요. 가수님께서 노래 불러 주실 거예요, 그렇죠?
……
지금, 가수님, 손 좀 줘보세요. 얼마나 다치셨는지 좀 볼게요.
……안 돼.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건, 제가 위험해질까 봐 그러는 거죠?
상관없어요. 전 당신을 믿어요. 정말 무슨 일이 있다 해도 당신은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
보세요, 상처가 그리 깊지 않네요. 이미 피도 멈췄어요.
가수님, 정말 대단하세요. 상처도 이렇게 빨리 아물다니.
그래도 좀 느린 편이야.
상처는 괜찮은데, 몰골은 별로네요. 방금 고른 집이 다 망가져서 제대로 누워있을 수도 없겠죠? 아무래도 저랑, 페트라 할머니랑 같이 가는 게 낫겠어요.
그래, 함께 있으면 그들도 귀찮게 하지 못할 게야.
아니……
그만요, '아니', '필요 없어', '아직 할 일이 있어', 이런 소린 지겹도록 들었어요.
난 아직……
흠.
봐요, 힘이 빠졌죠? 지금은요, 정말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푹 주무세요.
당신이 찾는 사람도 분명 당신이 이렇게 무리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
방금 그게…… 다 뭐였지?
……나하고는 상관없다.
더는 묻지 말았어야 했어. 난 답을 얻었어. 난 길을 알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
앞으로…… 앞으로만 가는 거야.
내일은 모두에게 식량이 생길 거야. 난…… 아니, 우린, 모두 살 수 있을 거야.
“우린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더 긴밀히 연결됐다.”
“나는 더 강해질 거고……”
“우리 종족도 더 강해질 것이다.”
남자는 칠흑 같은 바다를 향해 홀로 걸어갔다. 무언가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기 전까지……
……
이건……
그녀의 하프야. 여기에 떨어뜨렸군.
(스카디의 자세를 따라 하며 하프 줄을 튕긴다)
(띠링, 띠리링)
못 들어주겠어.
의미 없는 물건, 버려야 해. 썩어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