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3외부자
스카디는 주민들이 바다로부터 식량을 구걸하는 특별한 의식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분노한 젊은 재판관은 의식을 중단했고, 스카디를 사악한 에기르인이라 하며 스카디와 한바탕 격투를 벌이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스카디
아, 돌아오셨네요! 당신을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몸에 왜 모래가…… 해변에 갔었나요?
응.
가지 말라고 했는데 한사코 듣지 않는군요.
빨리 안으로 들어가요. 안은 좀 더 따뜻해요.
됐어.
그래요. 그럼 이걸 드릴게요. 제가 먹을 것을 찾았어요. 제가 반쯤 꿰맨 옷을 벽난로 아저씨에게 드리고 이것들을 받아왔어요. 아저씨에게는 아직 먹을 것이 많이 남아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아직 겨울이 되려면 한참 남았으니, 제가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쓸만한 재료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 조갯살들은……
너희들, 도대체 뭘 먹는 거야?
아악, 아파요…… 너무 세게 잡지 마세요! 힘이 정말 세시네요!
너희들 도대체 무얼 먹는 거야……
바, 바닷가에서 주운 거예요!
이 바다에는 식량이 없던데, 아무것도 구하지 못했어. 이 바다는 이미 고요해졌어.
제가 말했잖아요, 오늘 가면 바닷가에 먹을 게 없을 거라고요.
그때가 돼야……
그게 언젠데?
백……
백!
어머! 제가 숫자를 세지 않고 있었는데, 벌써 백이 되었네요.
마치 어떤 신호라도 받은 듯 거리 곳곳에 흩어져 각자 '바빴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같은 숫자를 읊조리며 단지 주위를 에워쌌고, 하나씩 차례대로 단지에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아무 말 없이 떠났다.
저 단지는.
제게 물으셨죠, 이 식량들이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요?
밀물이 백 번 오르내릴 때마다, 어른들은 지금처럼 함께 모여 단지에서 조개껍데기 하나씩을 꺼내요.
단지 내 조개껍데기는 대부분 하얀색인데, 하나만 빨간색이죠.
빨간색 조개껍데기를 가진 사람은 날이 어두워지면 바닷가에 가게 돼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바닷가에 식량이 가득 깔려 있을 거예요.
그럼 그 사람은?
바다에 가서 사는 거예요. 율법에서 말한 것처럼요.
너희들은 그걸 믿는 거야?
아니면 그가 어디로 갈 거라고 생각하세요?
……백, 드디어 됐어.
야, 나무틀, 표정이 왜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야!
이제 곧, 우리 중 또 한 명이, 행운아로 선택될 거야. 그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야.
내일이면, 신선한 음식이, 모두에게 차려지겠지. 그럼 모두 살 수 있어. 바다에 간 자든, 여기 남은 자든.
난……
조급해할 것 없어.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곧 합류해서 이 위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지금은, 그냥 예전처럼, 형제자매들을 축복해 줘.
철판, 나, 난……
넘어졌구나. 한심하군. 방금, 바닷가 일로, 다리 힘이 풀린 거야.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나, 너무 배고파…… 힘이 없어. 나 아파…… 죽을 것 같아.
참, 조개껍데기는? 내가 방금 꺼냈는데……
땅에 떨어졌어.
혹시…… 빨간색 아니야?
나, 바다에 갈 수 있는 거지?
바다에 가면, 배를 곯지 않겠지. 그렇겠지, 철판? 내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되겠지?
너도 그렇게 될 거야…… 윽, 선교사가 말한 대로, 날 축복해 주겠지, 그렇지?
……
너 잘못 봤어.
여기, 이게 네 조개껍데기야. 똑똑히 봐, 무슨 색인지. 소금물 때문에 시력이 흐려진 거야.
하얀색? 어떻게 하얀색이지…… 내가 잘못 본 거라고? 그럴 리가 없어. 난 시력이 아주 좋다고.
(하프 줄을 튕긴다)
너도 있었네.
그 물건, 그렇게 쓰는 거였군.
쿨럭, 철판, 네가 잡은 조개껍데기…… 네 손, 너무 꽉 쥐고 있어. 피를 흘리는 거야? 빨간색을 본 것 같아……
축복의 말을 원한다면, 내겐 기대하지 마.
넌 아무것도 몰라.
이런 게 의미 있는 거야. 적어도, 난 알아, 어디로 갈지. 난 곧 알게 될 거야.
너희들 뭘 하고 있는 거야?!
이 옷차림은…… 재판관님!
재판관님이 이곳에 갑자기 왜 나타난 거지? 재판관들은 이곳에 올 일이 거의 없는데.
지난번에 재판관님이 오셨던 게 몇 년 전이더라…… 그때는 제가 어렸고, 우리 모두 어렵게 지내고 있었어요.
도시에서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지 못하게 되니 많은 사람이 병으로 쓰러졌어요.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어 매일 사람이 죽어 갔죠.
재판관님이 몇 사람을 데려갔고, 그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후 생활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우린 여전히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었죠. 하지만 적어도, 윽, 적어도……
아무튼…… 저분은 재판관님이세요.
응.
쉿, 가수님, 재판관님을 언짢게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요.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모두 보았고, 또 들었다. 네놈들이 사람을 바다에 보내려고 모의하고 있다고……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
말을 해! 왜 말이 없어? 이상해, 여긴 모든 것이 이상해. 질병, 굶주림…… 모두 있을 줄 알았는데. 왜냐하면 피할 수 없었으니까.
예전의 정보에 의하면,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너희가 살아있을 리가 없다고!
그런데 실제로는 다르잖아. 너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아 보이지만, 그만큼 더 끔찍해.
너희들……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고 있는 거야?
날 보고 대답해! 너흰 내가 누군지는 알지?
재판관.
그렇기 때문에 넌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시민!
이건 바다의 선택. 선택받은 자는, 스스로 받아들인다.
말도 안 돼! 바다의 선택이라니, 바다 자체에 무슨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정말 무서운 말이야!
내겐 너희들이 집단 살인을 하는 것처럼만 보였어! 바다에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거지? 너희…… 너흰 무슨 근거로 무고한 사람에게 형벌을 주는 거야?
바다에 가는 건, 죽음이 아니다.
아니란 걸 네가 어떻게 알지?
그럼 너는 어떻게 아는데?
그…… 그런 건 몰라도 돼. 내가 아는 건, 저자의 말로가 죽음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지금,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너희 중 한 명이 강요받는 것을.
우리는 강요한 적이 없어. 이건 그의 선택이야.
그가 해변에 가고 싶다면, 우린 막지 말아야 한다. 율법에는 바다에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
허튼소리, 이것은 옳지 않아!
그럼, 옳은 게 뭐야? 네가 재판관이니, 우리에게 알려줘.
……적어도, 무엇이 틀린 건지 내가 너희들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은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어. 너희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난 사악한 냄새를 맡았어……
(검을 뽑아 든다)
……
내 검을 두려워하지 않다니. 어쩌면, 너흰 정말로 이게 살인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너흰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어. 너흰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아니면…… 혹시 누군가 너희를 괴물로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너희들의 광기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현혹된 것인지, 내가 반드시 그 죄악의 근원을 찾아내겠어. 맹세해!
난 가봐야겠어.
네?
저 여자가 참을 수 없는 거야, 나랑 상관없으니까.
저…… 저 여자라니요? 재판관…… 말인가요?
시도라도 하게 놔두자고.
당신은 오는 길에 여러 집을 찾으셨더군요.
넌 따라올 필요 없어.
이렇게 집을 하나씩 뒤져서, 당신이 찾으려는 사람을 정말로 찾을 수 있겠어요?
계속 찾아봐야지.
도시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서쪽에서 동쪽까지, 최소 하루 이틀은 걸릴 거예요.
너만 없으면 더 빠를 수 있어.
당신을 여기로 오게 한 사람은 당신이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그 사람은 구체적인 장소는 말하지 않았나요?
……
하아, 곧 어두워질 텐데 그만 쉬시죠. 가수님, 오늘은 어디에서 묵을 계획인가요?
어디든 상관없어.
저와 함께 돌아가도 돼요. 제가 말했지만, 북쪽 집이 좋은 편이에요. 우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보세요, 지난번에 썼던 '핀' 기름이 아직 남아 있어요. 벽난로 아저씨가 일찍 불을 켜놔서 집안이 환하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
스카디는 길가의 한 문을 걷어찼다. 그건 반쯤 무너진 집의 문이었다.
난 여기 묵을게.
이 집이요? 이 집은 정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이에요.
상관없어.
침대는 고사하고 여기는 평평한 곳도 찾기 힘들어요. 누울 수 없는데 어떻게 잠을 자려고요?
서 있든 앉아 있든 상관없어.
대단하네요……
이상해요. 전 떠돌이 가수가 뭔지 모르지만, 제 느낌상 당신은 그 사람들과는 달라요.
노래 부르길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웃고 떠드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당신처럼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고 춤추기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처럼 이렇게 먼지 가득한 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치마를 더럽히려 하겠어요?
넌 그만 돌아가.
제가 귀찮으세요?
네 말처럼 여긴 별로 좋은 곳이 아니야.
하지만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난 혼자서도 괜찮아.
오, 알겠어요. 당신은 집 안에 앉아 있는 동안 계속 밖을 보고 있었어요. 어딜 보고 있는 거죠? 해변인가요, 교회인가요?
저녁에 나갈 생각인가요? 예를 들어 산에 올라가 교회에 들어가 본다든지?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맞아요. 저완 상관없죠. 그냥 궁금해서요.
……가져가.
당신의 하프를요? 이걸 왜 제게 주시는 거죠?
네가 자꾸 이걸 쳐다봤으니까. 필요하면, 가져가.
……정말 예쁜 하프네요.
(띠링)
참 듣기 좋아요. 그런데 전 켤 줄 몰라요. 그냥 당신이 켜는 걸 보고 싶어요.
그럼 넌 뭘 원해?
제가 당신의 물건을 원해서 자꾸 따라오는 것 같나요?
사실 전 그냥 당신을 따라다니고 싶어요.
……
당신의 머릿속엔 온통 사람 찾을 생각뿐이란 걸 알아요. 그 동료를 찾는 일 말이에요.
……난 확인할 일이 좀 있어.
벌써 몇 년째 그 사람을 찾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응?
당신이 제게 준 느낌이 그래요. 그녀를 찾는 얘기만 하면 당신은 눈빛이 변했어요. 많은 길을 걸어온 사람의 눈빛으로요. 페트라 할머니도 가끔 그런 눈빛을 보였어요.
잘 됐잖아요. 제가 보기엔, 당신은 드디어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뭐?
이런 부담은 너무 커요.
네가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는데.
당신이 몇 년을 버텨도, 이삼십 년 후에는 당신이나 그녀나 어떻게 벗어날 지만을 생각할 거예요.
더군다나 그렇게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은 어쩌면, 특별히 운 좋은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더 이상 그녀를 찾을 필요가 없어요.
……
이곳에서는 부담을 내려놓는 사람만이 오래 살 수 있어요. 머릿속에 한 가지 일만 계속 생각하면 사람이 미치게 될 거예요.
제가 산 세월이 길진 않지만, 전 미친 사람을 정말 많이 봤어요.
넌 이해 못 해.
전 당신들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과거의 일들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너무 많이 쌓이면 사람을 억압해 망가뜨릴 수 있어요.
페트라 할머니가 마누엘이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병이 더 심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은 아직 젊으니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 없어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간단한지 아닌지, 말씀해 보세요.
전 이 자리에서 듣고 싶어요.
그 일들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그 일들이 더 날 괴롭혀……
자, 여기, 자네도 좀 마시게.
(고개를 젖혀 들이킨다)
잠깐…… 다 마시지 말고, 내게도 조금 남겨주게나. 난 밤에 잠이 안 오면 이것에 의지해야 한다네.
어허…… 이 사람이 진짜.
자기가 무슨 재앙이라느니, 자기 때문에 후안이 죽었다느니…… 후안의 아비로서 내가 자넬 욕하기도 전에, 벌써 이렇게 반쯤 죽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나더러 무슨 말을 하라는 겐가?
거 답답하게 참…… 자네도 어지간히 *이베리아 욕설* 소리 듣고 살겠구먼.
……미안해.
적의 목표는 나야. 나와 가까이 있으면 좋은 일 없어.
말하는 것 좀 보게. 날 지금 저주하는 건가?
최대한 나를 멀리해.
그래,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그럴 작정이네.
……
뭐 됐네. 나는 이 *미노스 욕설*시럴 미신 같은 건 믿지 않네. 이쪽 일이란 게 원래, 늘 위험이 도사리는 법 아니겠나. 그런데 그 녀석은 아비의 경고를 듣지 않고 죽었지. 그것도 누구한테 당했는지도 모르고. 자네도 방법이 없었는데, 나라고 어찌할 수 있었겠어?
이 원수는 내가 갚을 수 없네. 자네에게도 어찌할 수가 없을 테지.
이 술을 다 마시면, 우린 각자의 길을 가는 걸로 하지.
……좋아.
……이 바보 같으니라고! 자넨 성깔이 어찌 그 모양인가? 좋은 말이 나오지 않으면, 나쁜 말이라도 좀 해보던가?!
여기 말은 아직 서툴러.
아니. 자넨 다른 사람에게, 그들을 친구라고 여긴다는 말을 하기 싫은 걸세.
곧 작별인데, 내 몇 마디만 더 함세. 자넨 앞으로 어디로 갈 계획인가?
……몰라.
또 과거처럼 방랑하며 보잘것없는 임무나 받으면서, 자네 손가락 하나에도 못 미치는 녀석들을 상대하며,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꿈에서 살고 싶은가?
……
스카디가 고개를 젖히고 술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알코올조차 소용없는 듯했다.
……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당신들 바운티 헌터는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삶을 위해서 일하지.
하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것도 없었어.
황량과 무질서, 심지어 여기는 변기조차도 없어. 여기 있고 싶지도 않고, 여기도 나를 필요하지 않아. 내가 여기 남아서 뭐 해?
나약, 무지, 분명 탐욕적이고 죽음이 두려운데도, 나 자신을 모르겠어. 그들이 찾아왔을 때 피하려조차 하지 않았어.
……난 모르겠어.
그만, 벌써 몇 병이나 깨뜨린 건가?
……
사냥감을 잡고, 적을 처치하고. 난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어.
그들은 모두 죽었지만, 난 살아남았어.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재앙은 계속 찾아오는데, 어째서 나는 죽이지 못하고…… 항상 주변의 사람을 죽이는 걸까?
후안은 좋은 녀석이었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이 에기르 아가씨야!
그런데 왜? 왜 죽는 건 그들이지?
난 기다리고, 찾고 있어. 나를 쫓는 그림자들을 반드시 몰살할 거야. 하지만 그들을 전혀 찾을 수 없어. 아예 보이지 않아.
나 어떻게 해야 돼?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누가…… 누가 좀 가르쳐 줘!
아주 그냥 옘*사르곤 욕설*을 떠는구먼…… 그래, 알았네. 자네가 이겼어.
이 병을 모두 자네에게 남겨주지. 그거 다 마시고, 나처럼 한바탕 울고, 한 숨 푹 자두라고.
소용없어. 다 해봤어.
진정한 꿈을 꾸게나, 헌터. 자네에겐 꿈이 더 진실할지도 몰라. 어쩌면, 꿈속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지…… 예를 들어, 자네만의, 꺼억, 보물 지도라던가?
그것부터 찾아. 그러면 더 순조롭게 떠날 수 있을 게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나.
보물 지도라.
가수님? 괜찮으세요?
한참이나 무지 괴로워 보였어요…… 전 당신이 이런 표정을 지을 줄 몰랐어요.
괜찮아.
그리곤 이걸 움켜쥐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걸 몰랐더라면, 아마 화가 나셔서 굉장히 싫어하는 물건을 부숴버리려는 줄로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 화난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이건 그녀의 물건이야.
그녀요? 당신이 찾고 있는 그 동료요? 알겠어요, 당신은 정말 포기하기 싫은가 봐요.
……그녀는 부담이 아니야.
그녀가…… 날 도와줬어. 그녀는 나에게 항로를 보여주었어.
만약 이 방향을 따라서 계속 나간다면, 아마도 나는 답을 찾을 수 있겠지.
가수님, 뭘 찾고 계신 거죠?
나도 아직 모르겠어. 내가 누군지도,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너희들은…… 폐허 속에서 물건을 찾을 때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정말 모르겠네요.
내 생각엔, 찾은 후에야 알 것 같아.
문 열어!
아차.
가수님, 재판관에게 절대 대들면 안 돼요. 문을 열게요.
어째서?
……
당신은 이베리아인이 아니잖아요.
네 마음대로 말해.
저분은 재판관이에요. 재판관님은……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네가 변장을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살비엔토에 들어왔을 때부터 난 너를 알아봤다고!
문을 열어라, 시민. 지금 네가 어떤 사람을 숨겼는지 모르고 있나 본데……
숨겨요? 아니에요. 저, 저는 일부러 숨긴 적 없는데……
셋을 세겠다. 문을 열지 않으면 우리가 거칠게 나가도 탓하지 마.
하나, 둘……
셋! 콜록, 콜록, 이렇게 먼지가 많다니.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얼마나 오래된 거야……
아, 에기르, 여기에 있었군!
재판관의 검은 공기마저 두 동강 낼 정도로 날카롭고 빨랐다.
원래대로라면 칼끝 아래 있었어야 할 사람은, 허리를 숙여 생각지도 못한 동작으로 한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그녀는 칼끝에 바짝 붙어 있었고, 칼끝이 그녀를 바짝 따라붙었지만 그녀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도, 동작이 너무 빨라……
가수님이…… 피한 건가?! 이 자세는…… 난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의…… 의자 등받이에 서있는 거야? 저런 곳에도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다니? 어떻게 저렇게 안정적으로 서있는 거지!
요행에 불과해!
과연, 그 요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한 번 볼까.
또 피했어! 휙 하고 집 이쪽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갔어. 강풍에 날려간 해초보다도 가볍고 빨라!
그런 막대기는 내게 통하지 않아.
막대기…… 라고?!
이런 모욕적인……
넌 너의 그릇된 언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우와…… 굉장한 힘이야! 의자도 부서졌고, 선반도, 바닥에도 금이 갔네!
모, 못 보겠어…… 가수님은……
괘, 괜찮은 걸까? 모두 다 피한 거야? 정말 날렵한데!
아니야…… 피하는 게 아니야. 전혀 몰리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 오히려 신기한 리듬감이 느껴져……
……저, 정말 아름다워.
젊은 재판관의 붉어진 볼을 타고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검을 쥔 손은 안정적이지만, 호흡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좁은 공간이 산산이 조각났지만, 스카디에겐 넓은 황야를 거니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언제까지 피할 셈이지, 에기르?
네 동족들처럼 우리나라에 잠입해, 어둠 속에 숨어서는……
하앗!
……빗나간 건가? 벽을 베어버린 건가?
재판관님은…… 지친 건가?
흥, 내 검은 빗나간 적 없었는데……
벼, 벽이 무너졌어!
다행이네, 모두 반대편에 있어서……
하지만 가수님은…… 물러설 곳이 없어졌어. 재판관은 이걸 노린 거였구나.
자, 이제…… 어디로 도망칠 수 있는지 보자.
이 검을 받아라. 이것이 바로 네 죄에 대한 판결이다!
……귀찮네.
아니…… 어떻게?
내 검이, 이렇게 쉽게 막히다니?
나도 전력을 다한 건 아니지만…… 에기르,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떠돌이 가수.
허튼소리! 네가 살비엔토에 들어온 뒤부터 난 계속 네 뒤를 밟았어.
누굴 바보로 아나…… 떠돌이 가수가 이렇게 강할 리가 없잖아?!
……호세 씨가 헛고생했네.
호세는 또 누구야?
그리고 네가 해변에서 한 일, 나는 다 보았어!
재판관은 검을 휘둘러 연이어 베고 찔렀다. 동작은 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그녀는 눈앞의 에기르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각도를 바꿔가며 주변 공간을 빠른 속도로 갈랐다. 상대에게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검술로 압박해서라도 빈틈을 찾아내려고 했다.
빈틈투성이였던 스카디는, 방어할 생각도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든 공격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작은 울림 속에서 사라졌다.
빨리 말해! 너의 목적은 도대체 뭐야?
신경 꺼.
대, 대단해!
재판관을 무서워하지 않을뿐더러 도발까지 하다니?
어쩌면 도발이 아닐 수도 있어. 가수님은 줄곧 저런 식으로 말했으니, 내가 적응되었나 봐. 하지만…… 재판관은 더 화가 난 것 같네.
난…… 재판관이야!
이베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에 우리와 무관한 것은 없어.
율법이 허용하지 않는 모든 잘못된 일을…… 우리가 발견하고, 우리가 바로잡는 거야.
이쪽 바다는 뭔가 수상해. 그것들의 수량이 증가하고 있어. 이 도시는 머지않아…… 아니, 어쩌면 이미 악의 소굴로 변했을지도 몰라.
말해, 에기르. 이 모든 이상한 것들은 다 네가 한 짓이지? 맞지?
네가 화를 불러온 거야. 네가 그들을 모이게 한 거야……
응.
넌 이곳 주민들에게 이단 사상을 심어놓고 바다로 나가도록 부추겼어. 저 사람들 좀 봐, 지금 너희처럼 이상해졌잖아!
응?
넌 똑똑히 봤어. 여기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넌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네 눈빛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잖아!
음……
그런 냉정함, 보통 사람이라면 가능할까? 이게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
널 도망치게 두지 않을 거야, 에기르! 너희가 이 나라에 몰고 온 재난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 너희들이 무슨 꿍꿍인지 난 다 알고 있어!
뭐?
재판관님 무슨 얘길 하시는 거죠?
가수님은 여기 오신 지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화를 불러오다뇨, 무슨 이상한 일을 말하는 거죠?
바다에 간 건…… 우리가 자원한 것 아닌가요?
그리고 에기르는 뭐죠?
이해가 안 돼요.
넌 날 이길 수 없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지?
시간 낭비야.
쳇. 네 말이 맞아. 내가 너랑 이딴 이야길 왜 하고 있는 거지?
난 진작에…… 널 해치웠어야 했어.
재판관은 갑자기 검을 거두더니 옆에서 핸드캐논을 뽑아 들고 스카디를 겨누었다.
앗?!
엎드려. 나오지 마.
하하, 에기르. 내 대단함을 이제 알겠지?
(치맛자락을 툭툭 턴다)
구멍이 하나 더 나버렸네. 호세 씨에게 돌려줄 수 없게 됐어.
너…… 너! 왜 멀쩡하지! 이럴 수가? 난 분명 정확히 맞췄는데!
계속할래?
네 그 무기, 다루기 어렵나 보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렇게 대화를 할 게 아니라, 내게 한 번 더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야겠지.
난……
당신이 하는 말, 관심 없어.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밤의 어둠을 뚫고 스카디의 얼굴에 닿았다.
빛이 오는 곳, 길의 끝자락에서, 등불을 든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스카디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조금 전의 짜증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빛을 본 순간, 재판관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