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1침입자
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떠돌이 가수로 변장해 살비엔토에 잠입할 준비를 하는 스카디. 그러나 이베리아 재판관들도 살비엔토로 향하고 있었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스카디
스카디.
실력이 많이 퇴보했군. 예전의 자네라면 그 녀석들쯤은 가뿐하게 산산조각 냈을 텐데 말일세.
호세 씨, 난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
글쎄. 아니면 자네가 변한 걸 테지. 그 녀석들에게 도망칠 기회를 준 건 의외였네.
아마도.
무슨 바람이 불어 날 다시 찾아온 겐가? 녀석들이 이곳에서 자넬 기다리고 있던 게 설마 나와 관련 있는 건가?
몰라.
자네가 이 일을 그만두었다고 들었네. 그리곤 무슨 제약 회산가…… 거기 들어갔다면서? 좋은 일자리를 두고서 이 황야에 무얼 하러 온 겐가?
소식이 빠르네. 이번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노인은 담배 종이를 핥더니, 주머니에서 싸구려 연초를 꺼냈다.
몇 년이 지났어. 난 자네가 손을 뗀 줄 알았네. 자네 덕분에 카시미어의 바운티 헌터가 여러 번 바뀌었지. 여긴 카시미어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난 자네가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네.
자네는 큰 소동만 일으키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얌전하다니.
미노스 부근에서부터 여기까지 휩쓸고 온 게, 고작 날 찾기 위해서였나? 뭘 원하는 겐가, 말해 보게.
살비엔토에 가려고.
살비…… 엔토라?
설마 들어본 적 없다고 하진 않겠지.
그래, 들어본 적 있네. 이 일대에서 정보를 거래하는 사람 중 들어본 사람은 나밖에 없지. 그런데 자네, 거긴 왜 가려는 겐가?
그곳엔 아무것도 없네. 몇십 년 전에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네.
바다 가까이에 있는 그 넓은 땅덩어리에 뭐가 남았을 것 같은가? 뼈대밖에 없어 숨만 내쉬어도 바람이 샐 지경이라네.
수많은 바운티 헌터들이 그 황폐한 도시에 접근하려고 했지. 마치 썩은 버든비스트의 뼈에 달려드는 짐승처럼 말일세.
그들은 먹을 수 있는 피와 살점을 조금이라도 파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배에 들어간 것은 독충 한 무더기에 불과하단 것을 알지 못했네.
이베리아, 그들은 이 소리 없는 이베리아에도 카시미어와 가울처럼 곳곳에 보물이 있을 거라 생각한 거지.
허허,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일수록 무엇이든 있을 수 있는 법이지.
그렇다면 당신은 바운티 헌터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지?
그들이 내 정보를 원한다면, 나는 그냥 파는 걸세. 나 같은 장사꾼에겐 그들이 돌아오든 말든 중요하지 않네.
사실, 그들은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걸세.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할 거야.
보름 전 '대거혼'의 부하들이 날 찾아왔었다네.
그자의 장비는 여기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놈들보다 훨씬 뛰어났고, 경험도 많았지. 그자는 십여 명을 데리고 떠났지만, 지금까지 그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많은 이들이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다네. 징벌군에게 끌려갔을 수도 있고, 어쩌면 국방군에게 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네.
그곳엔…… 괴물이 있는 게야.
흠.
아니면 재판소에 끌려갔을 수도 있겠지. 어떤 말로가 더 비참한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괴물이든 사람이든 내 검엔 별 차이 없어. 앞길을 막느냐 아니냐, 단지 그것뿐이야.
그래, 알겠네. 살비엔토에 가려는 건 휴가를 가기 위해선 아닐 테고.
사람 찾으려고.
또 어떤 재수 없는 놈이 자넬 건드린 겐가?
이번은 아니야. 그 사람은…… 예전에 알던 사람이야.
……날 알기 전부터라는 말인가?
훨씬 전부터.
난 그들이 이곳에 없거나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네. 적어도 당시에 자넨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서 찾아가 보려고.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도 있어.
……꽤 오랫동안 찾아다녔겠군?
지난번에 그 난리를 쳤던 것이 설마 그 기사의 보물 때문은 아니겠지.
당신이 말했잖아.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
보물 지도는 갖고 있나?
……어떤?
많은 사람들, 심지어 베테랑이라 자처하는 자들도 황무지를 걷다 보면 어디로 가려는지, 또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잊고 말지.
그렇게 배고픔도, 피곤함도 잊은 채 계속 걸어.
……황야가 그들을 말려 죽일 때까지.
그들이 너무 나약한 거야.
나약? 제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끝없이 펼쳐진 황야를 정복할 수는 없네. 많은 헌터들은 길에서 영문도 모르게 죽어가면서도, 죽을 때까지 자신이 무얼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지…… 이런 결말은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아.
왜 나에게 그런 얘기를?
말한 적 없었나? 그들은 에기르 로봇의 상대조차 안 된다고.
자넨 강하지. 그래서 내 아들의 목숨을 지켜냈나?
……미안해.
사과할 필요는 없네! 자넬 자극하려는 게 아닐세. 자네를 용서하지 않는 건 자네 자신이지 내가 아니란 걸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걸세.
내가 후회하는 건 그 아이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이 아비의 길을 걷지 않도록 막지 못한 것뿐일세. 자네완 무관하네.
자네 바다에서 왔다고 했지. 난 이베리아 말고 다른 바다는 들어본 적이 없네. 그러니 자네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네.
자넨 어떤가, 자넨 모르는 사람이 없는가?
그런 자가 내 아들을 죽였네. 자네도 모르는 그자가.
……나도 그런 게 두려워.
됐네. 적어도 자네가 말한 그자는 날 죽이려고 고심 중이진 않겠지. 그래, 자넨 살비엔토에 가서 무얼 하려는 겐가?
내 친구가 그곳에 끌려갔어.
별일이군.
가져가게. 지도일세.
알았어. 내가 뭘 주면 될까?
내게 주긴 뭘 줘?
당신은 장사꾼이잖아. 정보를 팔았으니 등가 교환으로 당신이 필요한 걸 주겠어.
(담뱃재를 턴다)
어디 좀 보자…… 그때 자네가 후안의 시체를 내게 넘겼을 때, 그래도 머리와 팔이 몸에 붙어 있었단 말이지. 그러니 그걸로 퉁치자고.
……호세 씨, 정말 고마워.
그럼, 이만. 잘 있어.
잠깐! 뭘 그렇게 서두르나, 빨리 죽고 싶은 겐가?!
응?
……이런, 자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나 보군?
응.
그렇다면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겠군.
자네, 바운티 헌터 복장을 하고 여봐란듯이 이베리아 도시로 들어갈 셈인가?
맞아.
여전하군, 스카디. 내가 침이 마르도록 말을 해도 자네 귀에 들어간 바람 소리보다 못하군.
그 꼴로는 국방군에게 열 번도 넘게 붙잡힐 걸세!
그런데 자넨 그 녀석들과 시간을 얼마나 보낼 셈인가? 자네가 찾으려는 사람은 또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 이베리아 사람들은 호락호락한 바운티 헌터는 아니라서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걸세.
조언을 하려는 거야?
자네에게 물건 몇 개 더 빌려줄 순 있네. 이것도 가져가게.
하프?
연주할 줄 아나? 자네가 예전에 연주했던 기억이 나는데.
알아.
그럼 더 잘됐네. 연주할 줄 몰라도 상관없네. 대충 시늉만 하면 될 테니.
이 옷도 갈아입게나.
……이건 무슨 옷이지? 이상한데.
자네에게 익숙한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베리아인들에게 익숙하면 되니까.
……
지금부터 자네는 떠돌이 가수 스카디인 게야.
떠돌이 가수 스카디,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나. 지도를 따라 수로로 가면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할 게야.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걸세, 에기르인.
안녕. 호세 씨.
스카디!
그곳에선 죽지 말게. 죽어도 아는 사람 곁에서 죽어야 하지 않겠나.
……
응.
사…… 살려줘!
이게 다 뭐야…… 성가시게 들러붙어서는 날 놓아주질 않잖아! 아무리 베어도 죽질 않아. 해변엔 이런 괴물뿐인가?
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진즉에 알았더라면 오지도 않았을 거야! 그때 '예모크' 그 *카시미어 욕설*신 *카시미어 욕설*끼가 멍청하게 계략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몸이 이곳에서 쓰레기나 줍는 신세로 전락했겠어?
아오, 생각할 수록 *카시미어 욕설* 같네 진짜. 이러다간 여기서 죽게 생겼어! 이베리아 이 괴상한 곳엔 소문대로 괴물들만 있는 건가!
뭐, 뭐야? 이 괴물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버리다니?
하아…… 하아…… 어찌 됐든, 덕분에 목숨을 건졌군……
윽……
넌, 여길 떠날 수 없다.
너, 넌 또 누구야? 이베리아에는 왜 이렇게 괴물 같은 것들이 많아?
두 번째다. 이베리아는 루머를 금지한다. 다음에 또 입을 열 땐 더 조심해야 할 거다.
뭐야? 이 차림새랑, 이 무기는……
맙소사, 너, 너는…… 망했네 난……
장관님, 해변은 깨끗이 처리했습니다.
이곳엔 이제 살아있는 자가 없습니다…… 아, 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방인을 제외하면요.
뭘 보았나?
저…… 전……
어르신,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맹세코 저…… 저는 그냥 길을 잃었을 뿐이에요. 제가 실수로 이곳에 들어온 거지, 의도한 건 아닙니다……
보십쇼. 제게 금화도 있고, 다른 물건들도 있습니다. 젠장, 많이 잃어버렸네요…… 이 돈, 이 장비, 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절 좀 놓아주십시오!
그 쓰레기들을 거두어라. 장관께선 질문을 한 것이지, 너더러 그런 허튼소리를 하란 게 아니다, 이방인.
질문? 어떤 질문이요? 어르신, 제가 어찌 감히 질문을…… 전 질문할 게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전…… 절 잡지 말아 주십쇼…… 차라리 죽는 게 낫겠습니다!
내 앞에서 바다에 뛰어들겠다? 아직 그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검…… 내 손이…… 하마터면…… 으윽……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잡초에 달라붙는 썩은 벌레와도 같은 너희 이방인들은, 탐욕스럽다 못해 속이 시커먼 주제에, 또 이렇게 겁에 잘 질리곤 하는구나.
윽…… 전 감히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어르신, 무엇이든 다 말하겠습니다.
좋아. 난 두 번 질문하는 건 딱 질색이니까, 이번이 마지막이야.
해변에서 뭘 보았지?
저, 전…… 콜록…… 괴물을 봤습니다.
너희들 몇 명이 왔지?
원래는 열두 명이…… 아, 가이드까지 포함하면 열세 명입니다.
장관님, 이 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이 자가 말한 시체를 모두 해변에서 찾았습니다.
흑……
지금 울어봤자 무슨 소용이야? 너희가 이곳에 난입하지 않았더라면, 그 녀석들도 너를 덮치지 않았을 거다. 율법을 어겼을 땐 대가를 생각했어야지.
하지만 열두 명이 죽었다는 건…… 오는 길에 녀석들의 수가 많아졌어요.
녀석들의 소굴이 멀지 않다는 것이군.
그건 결국 장관님의 판단이 옳았다는 얘깁니다. 가까워질수록 그 녀석들이 더 많아진 걸 보니, 그 도시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출발하자.
그럼 이 자는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너무 많이 봤어요.
사, 살려주십쇼! 제가 아는 건 모두 말하겠습니다! 나리, 장관님, 어르신…… 아이고 엄마야……
넌, 뭘 보았지?
저…… 전……
우린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당신께서 동의하셨었습니다.
동의? 승낙, (연체와 뼈가 스치는 소리), 약속? 먼저 행동을 결정하고, 후에 행동을 완수하는 거?
아니.
너의 그런 요구에, 나는 대답한다. 승낙도, 약속도 없었다.
대답이요…… 물론입니다.
존귀한 사도시여……
대답해 주신 것만으로도 제겐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