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8폭설 전야
켈시는 간신히 근위병을 제압했지만, 그녀 자신 역시 심한 부상을 입게 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근위병은 일단 켈시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후, 부상을 입은 몸으로 카즈델의 편지를 확인한 켈시는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게 된다.
스으으으……!
이건……! 그 육체 강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판단력…… 넌 대체 뭐야?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크르르!
기다려, Mon3tr!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크르르……
……괴물 녀석, 이건 내게 굴욕을 안긴 것에 대한 죗값이다.
허업!
——
Mon3tr, 태세를 갖춰. 이제 놈에겐 남은 힘이 없다.
스으으으…… 후우우우…… 스으으으…… 후우우우……
부상이 심하군, 근위병.
피차일반이야, 반역자…… 자신에게 약물을 주사하다니…… 넌 그 약물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다.
참 신기하군. 넌 전사의 그림자와도 같다. 심지어 최고의 전사가 지녀야 할 모든 소질을 갖추고 있지. 그런데도 고작 한 마리의…… 괴물에 의존해야 한다니.
전투의 흔적은 가릴 수 있어도, 네가 어지럽힌 땅은 원상으로 복구할 수 없어. 이렇게 고집 피우면 안 돼.
……두려워하고 있군. 그래, 네가 정말로 근위병의 비밀을 안다면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근위병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국가나 다름없다는 등, 이런 식의 비유로 가득한 말들은 사실 다 한 가지 사실을 뜻하지.
한 가지 알려 줄까? 너의 마스크가 점점 갈라지고 있어. 현실이라는 차원에 의해 체내의 데몬이 반응을 일으켰나 봐. 고대 의식으로 세운 울타리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거겠지.
황제의 근위병이 백작의 장원에서 끔찍한 파멸 행위를 벌이는데 빅토리아가 계속 수수방관할 것 같아?
……
우르수스가 존재하는 모든 이유가 곧 근위병의 사명인 셈이지.
……닥쳐! 반역자 주제에 감히 '사명'을 운운해?
그렇다면 네가 지금 충성을 맹세하는 상대는 뭐지? 지금의 우르수스, 아니면 위대한 환영?
……
말해 봐, 근위병. 네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지금의 우르수스 황제가 파인 밸리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봐.
반란의 씨앗, 혼란의 원인이 모두 우르수스 황제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건가?
모두 너 때문이다!
크르르르르!!
……계속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살아라. 사실상 젊은 황제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알지 못해.
왜냐면 너흰, 황제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
너는…… 너희들은 지나간 시대를 좇고 있지.
그게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한 대공이 정치적 대립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면, 그건 새로운 반란의 씨앗이 될 게 분명해.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의 죽음이 가져왔을 뒷일이 눈에 훤해. 어떤 이는 분노에 차 공평함을 부르짖으며 그의 죽음을 요구했을 거야. 어떤 이는 증거를 말소하기 위해 관계를 끊고 그의 죽음을 바랐겠지…
하지만 그가 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을 거야. 계속해서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사명을 실행하도록 말이야…… 또는, 살아 있는 증거로 발판 삼아 제3군단과 관련된 모든 세력에게 압력을 가하는 거지.
사실 그의 생사는 크게 중요치 않아. 일촉즉발의 갈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지.
그러니까 네 말은……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평범한 자객이 평소엔 상대도 할 수 없는 우르수스 대공을 죽인 거라면…… 대공의 죄는 마치 버든비스트가 집어삼킨 풀처럼 자연스레 소화되겠지.
……그 말은 대단한 안목을 지닌 일개 평민인 네가, 우리를 위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건가?
그게 우르수스가 내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책이야.
(이상한 목소리로) 궤변이다!
크르르르르!!!!!
반역자! 네 궤변은 우르수스에 대한 모독이다!
네가 저지른 일이 아무리 우르수스에 이로운 수백, 수천 개의 명분이 있다고 해도, 그 결정은 너 따위가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해, 근위병.
거짓말이 느껴지는군…… 그러고도 우르수스를 위했다고?!
(점점 퍼지고 있어. 장치에 봉인된 데몬의 조각이라도 해도 충분히 이 장원을 파괴하고도 남아.)
……세팅선 협곡은 이미 공포의 땅으로 변했지!
(근위병이 날 죽이려 든다면…… Mon3tr, 선수를 치도록 해. 녀석을 해치우는 게 날 지키는 것보다는 효과적일 테니까.)
제국의 영광이 영원히 이어진다고 해도 그 칠흑으로 물든 땅은 여전히 우르수스 것도, 이 대륙의 것도 아니야!
지난 과오를 되풀이할 작정인 거냐? 통제를 잃은 너로 인해 제국을 예측이 불가한 전장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일 셈이야?!
넌 그저 선황이 그려준 거창한 미래에 미쳐버린 것뿐이다, 우르수스인!
……스으으으……!
일렁거리던 공포가 순식간에 실체로 굳어졌다.
땅을 뒤흔드는듯한 분노가 멈추더니, 이내 부서진 마스크 사이에서 거무스레한 불길한 빛이 새어 나왔다.
……후우우우……
Mon3tr, 기다려!
(불만스러운 듯) 그르르……!!
……왜 그러지? 넌 기회를 놓치는 거다. 네 유일한 기회를……
네 수법 따윈 잘 알고 있어. Mon3tr가 공격하면 시커먼 가시가 내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하겠지.
스으으으…… 떠보는 것도 더는 소용없을 것 같군. 근위병의 패턴을 잘 알고 있네…… 전에는 날 괴물이라고 부르더니, 지금은 또 날 인간으로 대하는 건가?
그나마 네게서 인정할 만한 점이 있다고 해도, 그건 네가 지금 이행하는 의지와는 상관없어.
네가 데몬을 맞섰던 매 순간, 넌 여전히 인류가 의지할 수 있는 위대한 방벽 중 하나야. 사람으로 태어난 너희들의 영광은 누구도 빼앗지 못해.
적어도 네가 파멸이 예고된 환상에 속아 넘어가기 전까진……
스으으으……
……네 말이 맞다. 내 예측은 확실히 여러 번 빗나갔었다……
그들은 '지식' 덕분에 큰 힘을 얻었지.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그들의 지식이 계승되는 것을 막는 것은, 여러 국가에서 일종의 불문율로 통했다.
넌 사미의 제사장도 아니고, 사르곤의 이터널 군대와도 무관해…… 테라의 바깥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건 각국의 지식과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들 뿐이다…… 그렇다면 넌 대체 누구냐?
사명을 다하는 자일뿐이야.
네 사명이 뭔데?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너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흥.
인정하지……근위병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네가 저지른 죄와 네가 쥐고 있는 비밀 때문에 넌 여전히 수많은 죄를 짊어져야 할 거다. 게다가 내게 맞설 수 있는 괴상한 생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도발하듯) 크르르!
스으으으…… 넌 이미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네가 지닌 수수께끼는 위험하기 짝이 없어. 너를 더 신중하게 대했어야 했는데.
네 허튼소리를 받아들인 걸로 하마, '우르수스인'. 하지만 명심해라, 황제의 칼날이 널 향하고 있다는 것을.
……큭.
……서로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백작이 네 존재를 알게 되면 아직도 숨을 돌리지 못한 우르수스는 또다시 새로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너무 잘난 척하지 마라. 반역자 하나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던 것뿐이니까.
후우우우……
너는 신중하게 대응할 만하다, 반역자.
너의 사명은 바냐 대공을 감시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가 '죽은 이유'를 찾는 게 유일한 임무야.
난 단지 그의 죽음을 편안하게 해줬을 뿐이다. 그 후 우르수스를 멀리 떠났어. 내가 과연…… 우르수스의 권익을 침해한 걸까?
나의 생사를 위해 과도한 대가까지 치러야 하는 걸까? 근위병이라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 믿는다.
너……
……크헉!
하지만 넌 지금 당장 우르수스로 돌아가야 해.
상처는 네게 의미 없겠지만, Mon3tr가 파이프를 망가뜨렸으니 너는 데몬의 영향을 받아…… 질식해 죽을 수도 있어. 비록 시체의 조각이라고 해도.
……
서둘러, 어쩌면 우르수스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목표물이 날 걱정해 주다니, 보기 드문 경험이군.
게다가 반역자 주제에 웬만한 우르수스 군인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다니.
제국의 칼날과 이렇게 길게 대화해본 건 나 역시 처음이라서 말이야.
……넌 대체 얼마나 오래 살았지? 또 정체는 뭐고?
대공의 개인 의사일 뿐이야.
……
내가 차를 타고 떠난 순간 넌 날 죽였어야 했다.
지금도 늦진 않아.
건투를 빌지.
……하!
넌 우르수스에 충성해야 했다, 반역자. 널 눈부시게 빛나게 해 줄 나라를 너는 배신했지.
내가 아쉬워해야 하나?
스으으으……
너는 번영했던 우르수스를 소중히 여기지.
그렇다면 뜨거운 햇살 아래 썩어가는 부분도 볼 수 있을 거다.
비록 새로운 세대의 우르수스인들은 과거를 점점 잊고 있지만, 나날이 심해져 가는 현 상황에서 그들은 과거를…… 그 장대했던 환영의 나날을 그리워하고 있어.
하지만 그게 정말 우르수스에 이로운 걸까? 전쟁이 만들어낸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우린 우르수스의 수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까?
명예가 밥을 먹여주진 않아.
내게 충고하는 건가?
혼잣말이라도 생각해도 좋아. 난 더는 우르수스에 속하지 않으니까.
이젠 우르수스에 속하지 않는다라……
대공은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개인 의사의 판단 때문에 숨을 거뒀다……
네가 무사히 빅토리아를 떠날 수 있길 바란다.
……아쉽군.
우리가 지키려는 걸 네가 이해할 수 있다면 더 큰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이만.
다시 만나게 될 거다.
……
……
……Mon3tr, 돌아와. 녀석은 확실히 떠났으니까.
흔적을…… 처리해야 겠군……
켈시!
하이디.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다쳤잖아요! 구, 구급상자를 가져올게요…… 이걸 어떻게 써야 하지……
……내가 할게.
켈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황제의 칼날이라는 이름을 아버지께 말하면 돼. 지금의 넌 깊게 관여할 필요 없어.
아, 알았어요…… 하지만 우르수스인은요? 우르수스인이 여기에 나타난 건가요?
그들은 우르수스의 그림자와 같아.
하지만 그 그림자가 어디로 향할지는, 제국의 태양이 결정할 거야.
운 좋게 그림자를 걷어낸다고 해도 소용없어. 여전히 우리 앞길을 뒤덮고 있을 테니까. 건물은 흔들림조차 없을 거야.
……이것 역시 우르수스란다, 하이디. 제국의 겨울, 검은 눈꽃 모두 우르수스의 일부야.
……
그전에 저택의 다른 사람들부터 속여야 할 것 같군.
최악의 상황은 피했네, '국가'를 이 땅에 뿌리진 않았으니…… 하지만 이런 흔적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Mon3tr.
(내키지 않아 하며) 그르르.
꺄악!?
이, 이게 켈시의……?
맹수 두 마리를 죽여서 이리로 끌고 와, 최대한 빨리.
(나지막이) 그르르……
그리고 하이디…… 아버지한테 당장 연락해줘. 도움이 필요해. 이 일을 최대한 덮어야 해……
어, 어떻게 하려고요?
위증, 유인, 뇌물…… 기마경찰대를 상대하는 일에는 톰슨만 한 적임자도 없지.
네, 알았어요…… 그런데 눈은 왜 뭉치는 거죠?
체온을 낮추려고.
맹수들의 싸움에 휘말렸다가 난 운 좋게 도망쳐 나온 거다.
맹수를 정원에 들여보낸 경비가 큰 벌을 받게 되겠지.
하지만…… 상처가 이렇게 심한데 얼른……
최악의 상황은 피했어.
녀석이 죽기 살기로 덤볐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목숨을 잃었을 거야.
……그러고 당장 전달자에게 연락해 줘. 사미에 갈 수 있는 전달자여야 해.
사미? 거긴 워낙 척박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시간은 많아. 그 여자가 아직 살아 있다면 답장을 받아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됐으면 좋겠군.
상처가……
……아, 피 때문에 편지가 젖고 말았네……
……
으응? 밖에 무슨 소란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설마요! 백작님, 말 돌리지 마시고 공작의 사냥꾼을 어떻게 이겼는지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공작님께 불경을 저지를 생각은 없었지만, 순간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상대했죠.
사브라와 자라크는 고용할 게 못 된다고 사냥꾼이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공작님께서 자신에게 상으로 내린 저택에는,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리베리 하녀 몇 명과 힘이 센 포르테 무리만 들여놨다는 겁니다.
그 순간, 과거 제 정원을 돌봐주던 정원사가 떠오르더군요. 아마 제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정원사로 일하고 있었죠. 자라크였는데,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용력도 넓으시네요, 백작님은.
결국 그 새를 제가 잡으면서, 공작의 사냥꾼은 기회를 놓쳐 버렸답니다.
역시 백작님은 저희의 거울이십니다!
하지만 공작님의 체면을 세워드렸어야 했죠.
공작님께서 이렇게 아껴주시는데, 당연히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하하, 그렇군요.
사냥꾼과 활과 새…… 제가 누군지는 제가 정확히 알고 있었죠.
……
존경하는 켈시 훈작님
훈작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살카즈 왕궁 신하들이 테레시아 전하를 알현했습니다. 오랜 혈족들은 테레시스 장군에 대해 많은 경의를 표하였지만, 밴시의 주인은 자신의 가장 어린 후계자만 보냈더군요……
……테레시스 장군과 군사위원회 덕분에 카즈델은 어떠한 국가의 간섭도 없이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십여 개의 이동도시를 족히 지을 수 있는 건축 자재 역시 장군의 감독 아래 카즈델로 전해졌습니다……
다음은 최근 한 달 동안 있었던 모든 보고내용입니다.
.........
......
켈시.
(테레시아의 필체로군……)
켈시,
정말 놀랐어. 그레이트 밴시가 지정한 후계자가 남자였다니.
그는 아직 젊고 앳된 모습이야. 밴시의 혈통 덕분에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겠지. 그리고 입을 여는 것만으로 그는 아츠를 사용할 수 있더라…… 아주 타고난 주술사야.
그에게서 왕정의 변화가 보여. 살카즈는 지금 새로운 단계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켈시,
테레시스는 계속 위원회에서 밤새도록 일하고 있어.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외부 압력에 의해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어. 이젠 내 말도 외면하기 시작하더라고.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어. 다른 나라들이 카즈델의 재집결을 눈치챈다면, 아마 주저 없이 우리를 지도에서 지워버리지 않겠냐면서 말이야.
켈시,
너의 목적은 대륙 전체라는 걸 잘 알아.
그래도 난 네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장차 다가올 그 어떤 변화라도 맞서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해.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림 빌리턴의 발굴팀으로부터 새로운 보고를 받았어. 네가 말했던 유적과 일치한 단서를 찾았거든. 그런데 너무 자잘한 것들이라 진도를 나가는 데 애를 먹는 것 같더라고. 전모를 발굴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하지만……
……켈시, '로도스 아일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는 알고 있나?
……벌써 이렇게 되다니……
……
어디로 가는 거죠?
……우르수스……
체르노보그에 갈 거야.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어요.
거기서 뭘 할 거죠?
함께 사미에 가지 않을래요?
아니, 류드밀라를 시라쿠사에 데려갈 거야.
그다음, 가는 길에 빅토리아에 들를 거야.
그걸 바라던 게 아니었나?
전……
……
당신이 살아 있기를 바랄게요, 켈시 소장님.
……
켈시?
……
하이디, 넌 아버지와 함께 우리가 빅토리아에서 하던 일을 이어가게 될 거다.
어떤 방법을 쓰던, 영광이라고 자부하는 도시들이 공작의 내란에 휘말려 드는 걸 막는 게 우리의 유일한 목적이야.
……켈시?
……가시려는 건가요?
언젠가는 떠나야겠지, 하이디.
백작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파티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헉! 이, 이 상처는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어서 의사를 불러와!
(리차드 아저씨……)
……대, 대체 뭘 본 거지? 커다란 맹수? 저게 대체 뭡니까? 설마 맹수의 공격을 받으신 겁니까?!
세상에…… 몇 년 전의 재앙에서 사나운 맹수가 감염됐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건 대체……
……괜찮아요, 좀 긁힌 것뿐입니다. 하이디 씨가 제때 응급처치해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움직여도 되는 거예요? 보통 상처가 아닐 텐데……)
그만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 파티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대체 경비들은 뭘 하고 있던 건지!
이리 와서 쉬십시오. 여봐라, 정원에 가서 무슨 일인지 당장 확인해!
제가 가보겠습니다, 백작님. 제 검술 실력은 잘 알고 계실 테죠.
하지만 리차드 씨는 제 손님인데…… 알겠습니다. 영웅의 기품을 보여주실 때로군요.
수도사님, 이리 오십시오. 제 개인 의사가 곧 올 겁니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파티에 찬물을 끼얹어서……
……이건 제 잘못입니다! 자객의 침입을 허용하다니!
이 일은 이쯤에서 덮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사님은 전혀 동요하지 않으시는군요.
대체 어떤 자였는지만이라도 알려주십시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런 대담한 짓을……
……
……알겠습니다. 모두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자라면 무능한 귀족이 알 수 있는 일은 확실히 아니겠죠.
수도사님, 약속해 주십시오.
말씀하세요.
음모 속에서 제 가장 소중한 친구인 톰슨을 지켜주십시오.
톰슨은 나라 전체를 지킬 만큼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우리 빅토리아만큼은 지킬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귀족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데 능한 친구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놔주는 것뿐이죠.
감사드립니다, 백작님. 저희의 구체적인 계획도 모르면서 언제나 묵묵히 모든 사람을 지켜주고 계시니……
하하, 제가 굳이 알아야 하는 걸까요? 죽음을 기다리는 살찐 새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톰슨이 어떤 사람인지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켈시 수도사님.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속인 사람에게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가족과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대륙 전체가 절 속이고, 절 비웃어도 상관없습니다.
저희 둘 다 잘 알고 있죠.
급히 떠나시려는 겁니까? 아직 상처가 심한데……
가벼운 상처일 뿐이에요. 이젠 괜찮습니다.
백작님, '맹수'가 저지른 일은……
예, 알고 있습니다.
켈시 수도사님……
배웅은 젊은이에게 맡기도록 합시다.
전 그만 돌아가야겠군요, 모두들 크게 놀란 것 같으니.
……행운을 빕니다, 켈시 수도사님.
백작의 말이 맞아. 미래는 젊은이에게 달려 있지.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말이야.
사실 아저씨는……
빅토리아에서 가장 외진 곳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해도, 평화는 꾸며낼 수는 없어.
터전을 지키는 것…… 빅토리아인이 오랫동안 신봉해온 진리지.
……
너의 아버지는 그 진리를 실천하고 있어. 하지만……
폭설이 내릴 거다.
준비는 다 했니?
준비, 다 해낼 수 있겠니?
……
그래.
……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보렴. 날 어떻게 찾는지 알고 있으니까.
언젠가 우린, 다른 곳에서 만날지도 모르겠구나.